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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논문은 1996년도 제주대학교 해외 파견 연구 지원에 의하여 일부분 연구되
었습니다. 물리학자도 철학을 공부할 수 있다며 따뜻한 말씀으로 격려해 주셨고
많은 것을 가르쳐 주신 브라운 대학교 철학과의 김재권 교수님께 감사드립니다.
** 제주대학교 물리학과 교수
현 남 규
인과성 문제와 연기(緣起)
과학철학 2(1999) pp.39∼66
인과성 문제와 연기(緣起)*
현 남 규**
동역학 체계 내에서나 심리철학의 심신문제에서 인과성의 문제는 오랫동안 풀리지
않고 있는 대단히 어려운 문제이다. 이 논문에서는 빨리어나 산스끄리뜨 경전에 나타난
연기 (緣起) 공식에서 이러한 문제의 해법에 대한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점을 제안하였다.
【주요어】인과성, 연기, 동시 인과, 타키온, 심성적 인과, 인과적 폐쇄성
1. 여는 말
물리학의 역사에서 보면 20세기의 마지막 해인 금년의 상황은 1세기
전의 상황과 어떤 면에서는 유사한 점이 있음을 알게 된다. 19세기말에
는 마이켈슨·모올리 실험을 통해서 에테르에 대한 지구의 상대속도 문
제가 제기되었으며, 기체를 가열하거나 방전시켜서 나오는 빛에서 얻어진
원자 스펙트럼을 적절하게 설명하지도 못하였었다. 그러나 1905년에 아
인슈타인이 특수상대성 이론을 발표하자 전자의 문제가 해결되었으며,
1920년대의 중반 이후에 하이젠베르크 등 여러 사람에 의하여 양자역학
을 체계화한 결과 후자에 대한 의문은 완전히 풀렸다고 보여진다. 이렇
게 하여 완성된 상대성 이론과 양자역학을 바탕으로 한 과학 기술의 발
전으로 역사상 유례가 없을 정도의 물질 문명에 대한 풍요로움을 인류가
누리게 되었다. 그러나 오늘날에도 소립자 실험 물리학의 발전으로 인한
막대한 양의 자료가 정확하게 이론적으로 설명되고 있지 않거나, 생물학
분야에서도 수학이나 물리학적인 연구방법이 도입되어서 급속하게 발전
하는 등 여러 가지 요인으로 인하여 오는 21세기에도 상대론이나 양자역
학과 같은 획기적인 이론이 출현할 것이 아닌가 하는 기대감도 가지게
되었다. 이러한 시점에서 인과성 문제 에 관한 근본적인 문제의 재검토
는 상대성 이론과 양자역학이 제기했던 철학적인 문제를 다른 관점에서
조명해 보는 것이라거나, 획기적인 새로운 물리학 이론의 필요성도 제시
해 줄 수 있는 것으로 볼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이 논문에서는 인과성에 대한 불교철학에서의 논의를 바탕으로 하여
이러한 문제에 관한 해결 방안을 모색해 보고자 한다. 그러나 불교철학
과 과학이라는 서로 많이 다른 두 학문 체계가 만나서 결실을 보기 위해
서는 장차 적지 않은 어려움을 극복해야 가능할 것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지금 단계에서는 구체적인 주제에 대하여 그러한 논의를 해본다는 것만
으로도 의의가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면 본론으로 들어가기 전에
우선 이와 같은 논의를 하게 된 배경에 대해 간단하게 살펴보고자 한다.
서양에서는 과학과 종교가 서로 적지 않은 갈등을 오랫동안 겪어 왔지
만 동양에서는 그렇지 않았다. 그것과는 정반대로 일찍이 서양의 과학자
들이 동양사상과 과학사상이 서로 대비 가능한 점들이 있음을 지적하였
다. 그 이후 많은 학자들이 신과학 운동과 관련하여 여러 방면에서 이것
에 대한 논의를 오늘날까지 지속적으로 해오고 있다. 그렇지만 아직도
중요한 문제를 구체적으로 해결할 수 있을 만큼 그러한 운동이 이러한
분야에 많은 기여를 하고 있는 것 같지는 않다. 이 논문에서 이것과 관
련된 구체적인 문제에 관하여 논의하려는 계기 중의 하나는 20세기 물리
학의 자연관이 대체적으로 부파불교의 일파인 설일체유부의 자연관과 일
치한다고 볼 수 있다 ) 소광섭(1998), 대승기신론의 자연관 과학사상 제26호, pp.228-267; 현남규
(1991), 원자론 루크레티우스(Lucretius)의 원자, 극미, 및 쿼크의 대비
과학교육 제8권, 제주대학교 사범대학 과학교육연구소, pp.7-62; 현남규(1994),
현대 물리학자와 고대 불교학자가 본 우주의 기원 과학교육 제11권, 제주대
학교 사범대학 과학교육연구소, pp.129-147.
는 데에서도 찾을 수 있다. 그 뿐만 아니라 설일체
유부에서의 인과성에 관한 논의에 대하여 용수를 비롯한 중관학파의 학
승들이 비판을 가한 것이 공(空)사상 을 체계화하는 데에 많은 기여를
하였다는 점도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양자역학과 상대성 이론으로 대표되는 현대물리학에서 뿐만 아니라 고
전 물리학 자체 내에서도 인과성 문제가 제기되는데, 이것에 대한 보다
근본적인 문제 해결의 방안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서양 학문적인 방법보
다는 오히려 불교철학에서의 공(空)의 개념으로 접근해 볼 필요가 있음을
알 수 있었다. ) 김승동·현남규(1985), 상호작용과 공성 인과율에 대한 고찰 , 인문논총
제27집, 부산대학교 인문대학, pp.239-273; 현남규·양영웅(1995), 전자기학의
인과율 위배 문제에 대한 불교 철학적 접근 , 기초과학연구 제8권 제1호, 제
주대학교 기초과학연구소, pp.77-114; 현남규·양영웅(1996), 양자역학의 인과
성과 실재성 문제에 대한 불교 철학적 접근 , 기초과학연구 제9권 제1호, 제
주대학교 기초과학연구소, pp.87-142; 현남규(1998), 물리학 이론에 나타나는
인과성 위배 문제에 관한 철학적 연구 , 기초과학연구 제11권 제1호, 제주대
학교 기초과학연구소, pp.25-64.
그런데 공 은 연기(緣起)와 같은 의미로 해석되고 있으
나, 연기는 공 과는 다른 관점에서 접근할 수 있으므로, 이 논문에서는
불교의 중심철학으로 볼 수 있는 초기불교의 연기 공식 에 나타난 인과
성에 관한 내용을 바탕으로 하여 물리학이나 과학철학 등에서 제기되는
인과성 문제 의 해결 방안을 나름대로 모색해 보고자 한다. 그렇게 하기
전에 먼저 동역학에서의 인과성 문제와 대칭관계에 관한 철학적인 인과
성 분석을 언급하고 나서 심리철학에서 논의되는 심신문제에서의 인과성
에 관한 논의를 고찰하고자 한다. 그런데 초기불교의 연기 공식 속에
내포된 의미를 고려해보면, 흄이 인과관계에 관한 논의를 하기 위하여
제시한 중요한 조건을 수정할 필요가 있음을 알 수 있다. 이것을 바탕으
로 하여 동역학에서도 아직은 해결되지 않고 있는 인과성 문제 에 동시
인과 를 적용시켜 논의해 보고자 한다.
2. 인과성 문제에 대한 새로운 관점의 필요성
흄(Hume)은 모든 대상이 서로 원인 또는 결과가 될 수 있으므로 실제
로 인과관계를 결정하기 위해서는 8개의 일반적인 규칙을 정하는 것이
적당하다고 보았는데, ) D. Hume(1978), 오성에 관하여 A Treatise of Human Nature , ed. by L.A.
Selby-Bigge, Oxford Univ. ( Hong Kong), BookⅠ Part Ⅲ Section ⅩⅤ,
pp.173-176; 이준호 역(1994), 서광사(서울), pp.186-88.
오늘날에 있어서는 대개 다음의 네 가지 조건을
만족시켜야 한다고 보고 있다. (1) 원인과 결과의 관계는 불변하고 일정
한 것이어야 한다. 언제든지 동일한 원인이 있을 때에는 동일한 결과가
불변하게 또는 일정하게 일어나야 한다. (2) 원인과 결과는 공간적으로
근접된 것이어야 한다. 두 사건이 멀리 떨어졌다고 할지라도 그것이 인
과관계를 갖는 한 공간적으로 어떤 접근이 있어야 한다. (3) 원인과 결과
는 시간적 성격을 가져야 한다: 원인은 결과보다 앞서며, 원인과 결과 사
이의 시간적 사이가 오래다고 할지라도 일의(一義)적인 시간의 계속 사이
에 일어난 것이어야 한다. (4) 원인과 결과의 관계는 비대등성을 띠어야
한다: 원인과 결과의 관계는 뒤집을 수 없다고 본다. ) 김준섭(1966), 과학적 인과성의 현대적 의미에 관한 연구 , 인문사회과학 논문
집(서울대) 제12집, pp.225-258.
흄은 어떤 특정의 원인이 특정의 결과를 필연적으로 낳는다는 인과의
필연적 연관성 까지 부인하였으나, 원인이 결과보다 앞선다 는 것은 의
심 없이 받아들이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이러한 조건들이 인과관계에 관
한 논의에서 절대적이지 않다면, 수정된 조건을 제시하고 나서 이것에
대한 논의를 전개하는 것도 의의가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여기에서 필
자는 위의 네 가지 조건 중에 세 번째의 조건가운데의 원인은 결과보다
앞선다 는 것을 결과가 원인보다 앞서서는 안 된다 라고 수정하고, 네
번째의 조건을 무시한 것들을 인과관계를 결정하기 위한 조건들로 제시
하고자 한다. 따라서 이렇게 수정된 것을 포함한 모든 조건들에 대한 논
의가 곧바로 이어져야 옳겠지만, 이 논문에서는 수정된 조건에 대해서만
중점적으로 고찰해 보고자 한다. 필자가 이러한 논의를 하게 된 동기가
물리학 이론들에 나타나는 인과성 위배 문제들에 대하여 여러 해 동안
공부하였기 때문이므로, 우선 동역학에서는 어떠한 인과성 문제들이 제기
되고 있는지를 먼저 살펴보고자 한다.
(1) 동역학에서의 인과성 문제
인과성이 성립되기 위해서는 항상적 결합과 같은 규칙성이 요청된다.
그리고 이것이 우연적인 상관관계를 인과관계로 오인하는 것을 피하고
사건 발생들 사이의 관계가 인과관계이기 위해서는 규칙성뿐만 아니라
일반법칙과 직접·간접적으로 관련되어야 함이 요청된다. 그리고 법칙문
이 비법칙문과 구별되기 위해서는 반사실적 조건문으로서 성립이 가능하
거나, 그 법칙이 다른 이론이나 법칙으로부터 논리적으로 추론될 수 있
으며, 새로운 이론이나 법칙을 도출해 내는 데 영향을 미칠 수 있는가
하는 것이 중요시된다. ) 안건훈(1986), 대칭·반대칭 관계에 의한 인과성 분석 , 고려대학교 박사학위
논문, 고려대학교 대학원 철학과, pp.101-2.
그리고 인과관계의 존재에 대한 기준이 미래를 정확하게 예견할 수 있
느냐에 달려있다. 그러나 우리가 선택하는 조건이 아무리 단순하고 우리
의 측정 장비가 아무리 정교하다고 할지라도, 측정 결과를 절대적으로
정밀하게 예측한다는 것, 즉 소수점 이하의 모든 자릿수까지도 측정된
숫자와 일치하도록 계산을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 Planck, Max(1991), The Philosophy of Physics, W.W.Norton & Company(New
York), p.49.
그럴 경우에 우리는
엄밀한 인과관계를 부정하든지 아니면 인과관계에 대한 개념 자체를 수
정해야 할 것이다.
양자 역학이 옳다고 하는 다수의 사람들은 전자의 입장을 취하고 있으
나, 고전 물리학적인 입장은 대체로 후자의 성향을 갖고 있다(고전 물리
학으로 기술되는 비선형 동역학계에서의 결정론적 카오스 이론도, 초기
조건에의 민감성으로 인하여 장기 예측을 불가능하게 한다는 면에서는
문제가 있으나, 대체로 후자의 입장을 취하고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그
러면 이론 물리학 분야에서 논의되는 인과성 문제를 간략하게 보자.
양자역학은 근본적으로 결정론적 이론체계라고 볼 수 있으나 그것의
바탕이 되는 불확정성 원리로 인하여 질점의 위치와 속도를 동시에 정확
히 결정할 수 없으므로 엄밀한 인과율을 적용시킴을 어렵게 하였다. 그
뿐만 아니라 한 사건을 세계상에서 감각세계로, 그 반대 과정인 감각세
계에서 세계상으로 옮기는 데서 일어나는 부정확성을 갖는다. ) Ibid, 66.
그리고 특수상대론에서 논의되는 공간꼴 영역(spacelike region)에서는
로렌츠(Lorentz) 변환에 대하여 시순의 불변성이 성립하지 않기 때문에,
어떤 초광속 변환된 좌표계에서는 변환되기 전의 좌표계에서 원인이었던
사건이 결과였던 사건보다 나중에 일어날 수 있다. 이러한 경우에는 인
과성이 보존된다는 원칙 즉, 원인이 결과보다도 시간적으로 앞서야 한
다 는 인과성에 관한 조건이 파괴되므로 빛보다 빠른 입자가 세상에 존
재할 수 없다 고 내린 아인슈타인의 결론을 오늘날 대부분의 물리학자들
은 받아들이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지난 1960년대 초에 Sudarshan 등
이 초광속 입자가 존재해서는 안될 이유가 없다는 내용의 논문 ) Bilaniuk, O. M. P., V. K. Desphande, and E. C. G. Sudarshan(1962), Meta
relativity , in American Journal of Physics 30, pp.718-723.
을 발표
한 이래, 80년대까지는 여러 방면에 걸쳐서 많은 물리학자들이 타키온에
관한 연구를 하였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타키온 물리학 에서조차 인과
성 위배 문제에서 원인과 결과의 시순만은 유지시켜 보려는 노력을 계속
해 왔다.
고전역학과 함께 고전물리학의 초석이 되는 고전전자기학 이론에서,
복사 반작용을 고려한 하전입자의 운동 방정식에서는 하전입자가 외부의
힘이 정지한 그것에 작용하기도 전에 미리 움직이기 시작한다는 선가속
(preacceleration) 현상이 ) Rohrlich, F.(1965), Classical Charged Particles, Addison-Wesley(Reading,
Massachusetts), p.177.
나타난다. 그런데 여기서 가해준 힘을 원인이라
하고 그에 따라 나타나는 가속 운동 상태를 결과라고 한다면, 원인보다
결과가 먼저 일어나는 예기치 못한 현상이 발생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러한 선가속 현상을 제거시키기 위하여 새로운 이론 모형을 세우는
등) Sorg, M.(1974), Non-local generalization of the Lorentz-Dirac Equation and the
Problem of Runaway Solutions , Z. Naturforsch 31a, pp.664-665.
의 많은 노력을 하였으나 기대하는 결과를 얻을 수 없었다. 이런 인
과성 위배 현상에 대하여 여러 가지 다양한 해석이 있을 수 있다. 매우
짧은 시간(약
┌───┐
│ 10 │
│^-23 │
└───┘
초 정도) 이내에 나타나는 현상이므로 실험적으로 규
명할 수 없는 영역이어서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는 하나, 아직까지도 본
질적인 해결을 본 것이라고는 볼 수 없다.
이와 같이 고전 물리학적 세계상에서조차 근본적으로 해결되지 않는
인과성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는 것을 여기에서 주목하고자 한다. 고전역
학으로 기술되는 결정론적인 혼돈이론에서도 장기적인 예측 불가능성으
로 인하여 서술세계와 현실세계가 서로 일치한다는 보장을 할 수 없어서
인과성 문제를 야기 시키고 있는 실정이다.
그뿐만 아니라 블랙홀 근방에서 물리법칙을 적용할 수 없다거나, 초기
우주에서 시간이 소멸됨으로 인하여 물리법칙을 적용시킬 수 없는 것,
그리고 S 행렬을 계산하는 과정에서 블랙박스(black box)내부에 관한 물
리적인 과정을 알 수 없는 것 등의 예에서도 볼 수 있듯이 이론 물리학
의 여러 분야에서 인과성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와 같이 전자기학이나 타키온 물리학 등의 이론 물리학 분야에서 인
과성 위배 문제가 제기되면 물리학자들은 어떤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그
문제를 회피해 나가려고 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런데 고전역학이나 전자
기학 등에서 논의되는 많은 물리 법칙은 시간에 대해서 대칭인 형태를
취하고 있으나, 인과성 문제에 관해서는 원인과 결과의 발생 시간 순서
등에서 반대칭의 관점을 취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그것에 관한 설
명은 명확하지 않다.) 만약 인과 문제에 있어서 대칭인 경우를 생각한다면, 결과가 원인보다 먼저 발
생하는 경우도 고려해야 한다. 그러나 이것을 받아들이기는 어렵지만, 초광속 로
렌츠 변환을 고려한다면, 어떤 초광속 관찰자는 이 경우에도 원인과 결과가 동
시 발생한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타키온 물리학을 도입할 수 있다면 물리학
영역에서도 대칭관계에 의한 인과성 논의가 가능할 수도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이것에 대하여 간단한 예에서 물리학적으로 설명
하는 예를 들어볼 수 있는데, 맥스웰(Maxwell) 방정식은 시간에 대하여
대칭) Rohrlich(1965), 248-251.
이므로 과거에서 미래로 뿐만 아니라 미래에서 현재 및 과거로 신
호가 전파하는 것도 고려해야 하나 후자의 경우는 안 된다고 보고 있다.
특히 입자물리학의 경우에는, 어떤 입자가 미래에서 과거로 진행하는 것
을 그것의 반입자가 과거에서 미래로 진행하는 것으로 재해석하고 있다.
그러나 이것은 어디까지나 재해석이지 근본적으로 문제를 모두 해결하였
다고는 볼 수 없다.
어떻든 인과성을 고려하지 않고는 물체의 미래 운동을 예측하기 곤란
하기 때문에 물리법칙이 자연법칙임을 정당화시킬 수 있는 방법을 모색
하기가 어려워지게 된다. 따라서 인과성 문제에 관하여서 기존의 것과는
다소 관점이 다르다고 하더라도 적절하고 일관성 있게 인과성에 관한 철
학적인 논의가 가능하다면 그것을 긍정적으로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
(2) 대칭관계에 의한 인과성 분석
특정한 시-공간 영역에 대하여서는 인과성 위배 문제가 전반적인 물리
학 영역에서 나타나며, 특히 고전 물리학적인 서술로서도 원인이 결과보
다 먼저 발생하지 않는 현상이 출현한다는 것은 앞에서 제시한 흄의 인
과성에 관한 세 번째의 조건 원인은 결과보다 앞서야 한다 도 문제
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그러나 이 조건을 제시하지 않고 인과
성에 대한 논의를 하는 것이 배우 어려워지기 때문에 이것은 인과성 논
의에서 지금까지도 당연한 것으로 여겨져 왔던 것으로 생각된다. 따라서
이것을 수정하는 것과 관련된 논의는 매우 조심스럽게 해야 할 사항인
것이다. 그런데 인과성에 중대한 문제를 야기 시켰던 양자역학의 경우
대응원리에 의하여 특정한 조건하에서는 양자역학 이론이 고전역학 이론
의 결과와 일치함을 보일 수 있었으므로 양자역학도 그 당시의 물리학자
들의 지지를 받을 수 있었던 요인이 되었던 것처럼, 새로운 인과성에 관
한 논의도 어떤 조건하에서는 현재 논의되는 인과성 논의와 같게 된다는
보장만 할 수 있다면 이것에 대한 논의를 더 발전시킬 필요가 있다고 생
각한다.
인과성에 관한 개념들을 분석하여 보면, 원인이란 결과가 발생하기 전
까지는 인식될 수 없다는 점에서 원인과 결과의 발생은 동시적이다 라고
주장할 수도 있다. 즉 결과에 의해서 원인이 설명되고 원인과 결과는 상
호 조건적이며, 원인과 결과의 발생은 동시적이다 라는 특징을 갖는 대칭
관계에 의해서도 인과성에 관한 철학적인 논의를 할 수도 있다.
인과성을 대칭관계로서 간주할 것인가, 반대칭 관계로서 간주할 것인
가 하는 문제는, 시공적 결합에 근거한 경험적인 인과적 결합에 관해서도
그 논의에 있어서 영향을 미치게 한다. 즉, 원인과 결과를 대칭 관계로서
간주하느냐, 반대칭 관계로서 간주하느냐에 의하여, 원인과 결과가 동시
에 발생한다거나 시간적 선후성을 지니고서 발생한다거나 할 수 있다는
점이다. 만일 원인과 결과를 상호 조건적인 대칭관계로서, 혹은 함수관계
에 있는 것으로서 설명한다면,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관계에 있으므로 동
시에 발생하는 것으로서 간주할 수 있겠다. 물론 시공적 결합에서의 근접
성 여부도 위의 논의와 마찬가지다.) 안건훈(1986), pp.106-107.
그러나 이것은 현상계에서 많은 부분을 설명하고 있는 반대칭 관계에
의한 인과성 논의와 서로 반대되는 입장에 있으므로 이 두 가지를 동시
에 논의한다는 것은 어려움을 초래한다. 현대 테크놀러지에서 필수 불가
결한 되먹임 개념에서 비대칭적 인과관계의 부적절성을 느낄 수 있다는
데서 보더라도 모든 현상을 인과관계로만 파악하기는 어렵고, 헤겔이 인
과관계는 상호작용의 특수한 경우에 지나지 않는다고 주장했지만 모든
과정을 상호작용만으로 파악한다는 것도 문제가 있다며, 윤용택 박사가
인과성 범주의 한계를 지적한 것) 윤용택(1994), 붕게(M. Bunge)의 인과론 범인과론과 반인과론에 대한 비판을
중심으로 , 동국대학교 박사학위논문, 동국대학교 대학원 철학과. pp.50-55.
도 참고할 필요가 있다. 사실, 칸트는
인과성 과 상호성 을 서로 다른 범주로 나누고 있으므로 필자가 이 논
문에서 인과성 개념에 포함시키려는 동시적 상관관계를 별도의 범주로
삼아 이들 간의 유사점과 차이점을 살피는 것도 유용할 것으로 본다.) 이 논문에서 이러한 문제를 구체적으로 언급하는 것보다는 차후에 이러한 주제
로 상세하게 논의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유익한 조언을 해주신 윤용택 박
사님께 감사드립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역학에서의 인과성 문제를 적절하게 해결해야 한다
는 관점에서 보면 서로 반대되는 두 가지 관계들을 적절하게 융화시킬
수 있는 방법을 여기서 모색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3) 심성적 인과의 딜레마
심리철학에서 논의되는 심성적 인과의 문제에서도 앞절과 유사하게 인
과관계에 관한 새로운 논의의 필요성이 요청되고 있다고 보여진다. 브라
운 대학의 김재권 교수가 심리 철학 philosophy of mind 이란 책을 끝내면
서 제시한 환원주의 딜레마를 보자.
우리는 자신들이 다음과 같은 깊은 딜레마에 빠진 것을 발견한다. 만
일 우리가 환원주의를 포용하려고 한다면, 우리는 심성적 인과를 설명할
수 있다. 그러나 심적인 것을 물리적/생물학적 속성들로 환원하는 과정에
서, 우리는 우리의 심성적인 것의 본성적, 주관적 특성 즉 심적인 것을
심적인 것으로 만드는 바로 그것 을 상실하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그
때 우리는 어떤 의미에서 심성적 인과를 보존했는가? 다른 한편 만일
우리가 환원주의를 거부한다면, 우리는 어떻게 심성적 인과가 가능한지
알 수가 없다. 그러나 인과성을 상실하고 심적인 것을 보존하는 것은, 보
존할 가치가 있는 어떤 것을 보존한 것 같지는 않다. 즉 만일 마음이 아
무런 인과력을 갖지 않는다면, 대체 그런 마음이 뭐가 좋은가? 어느 쪽이
거나, 우리는 심성/마음을 상실할 위험에 처해 있다. 이것이 딜레마이
다.) Kim, Jaegwon(1996), 심리철학 , Philosophy of Mind 하종호·김선희 공역
(1997), 철학과 현실(서울), p.401.
이는 인과문제에 있어서 물리계가 인과적으로 닫혀있다는 원리로서의
물리계의 인과적 폐쇄성 물리적 사건을 포함하는 어떠한 인과 연쇄도
물리계의 경계를 넘어서 비물리계로 넘어가지 못한다. 즉, x가 물리적 사
건이고 y가 x의 원인이나 결과라면, y역시 물리적 사건임에 틀림없다) Ibid, 255.
을 받아들였을 때 피할 수 없는 딜레마로 보고 있다. 또한 이러한 딜
레마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의식과 심성적 인과에 대한 새로운 관점에서
논의할 필요성을 다음과 같이 제시하고 있다.
감각질 혹은 의식 의 문제와 심성적 인과의 문제는 심리철학에서
가장 심오하고도 어려운 문제들이다. 이 두 가지 상호 연관된 문제들이
이 딜레마에 함께 들어 있다. … 우리는 모두 그것을 하나의 도전으로
의식을 이 세계 안에서 우리와 그 이외의 다른 감각적 존재들에게 특별
한 위치를 부여하는 진정한 현상으로 간주하고, 또한 의식을 자연계의 작
용 안에서 인과적 효력을 만들어 주는 것으로 만들어 주는 심성적인 것
에 대한 하나의 설명을 발견하기 위한 도전으로 받아들여져야 한다. 이
때 그 도전이란, 우리가 어떤 종류의 존재들이며 자연계에서 우리의 위치
가 무엇인지를 발견하는 일이다.) Ibid, 402.
이러한 도전에 어떻게 대응하여야 하는지에 대하여서는 아직은 체계적
으로 논의되고 있지 않은 것으로 본다. 그런데 서울대의 김효명 교수는
흄의 인과론과 불교철학의 인과론을 비교 연구하였고,) 김효명(1989), 동서사상의 논리관 비교연구 인과론을 중심으로 , 철학·
종교·사상의 제문제(Ⅴ) , 정신문화 연구원(서울), pp.71-105.
이화여대의 소흥
렬 교수는 연기 의 관계적 특성 또는 관계적 의미를 드러내 주는 개
념은 인과 보다 더 기본적인 coupling(짝짓기) 개념이라 생각된다 ) 소흥렬(1998), 불교와 의식의 과학 , (공과 연기의 현대적 조명 세미나, 1998. 6.
13. 동국대학교에서 발표)
고
보고 있다. 그리고 이화여대의 박소정 씨가, 서양 불교학 논의들에서
연기 를 선형적 인과의 대안적 패러다임을 구성하려는 이론적 도구로 사
용되고 있음 을 소개하면서, 심리철학을 바탕으로 불교의 연기(緣起)와
서양과학의 인과(因果) 개념을 접목해 보려고 시도) 박소정(1998), 연기(緣起)를 통해서 본 인과 확장론 , 과학철학 창간호, 한국과
학철학회(서울), pp.109-123.
하고 있다. 필자 역
시 인과성 문제와 연기 사상 을 관련지어 보는 것이 의미가 있다고 생
각한다.
3. 연기 와 인과성 문제
불교의 중심 철학으로 볼 수 있는 초기불교의 연기 공식 은 유클리드
기하학의 5개의 공리를 연상시킨다. 즉, 방대한 유클리드 기하학 체계가
간단 명료한 공리들을 바탕으로 하여 체계화되었듯이 불교철학에서는
연기 공식 이 그것과 유사한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
다. 따라서 다음은 초기불교의 연기 공식 의 다양한 표현에 대하여 간략
히 살펴보고 나서, 그것이 동시 인과 를 설명할 수 있는 내용을 포함하
고 있는지도 살펴보고자 한다. 이를 바탕으로 하여 흄의 인과관계를 결
정하기 위하여 제시한 조건 중의 하나를 수정한 내용이 물리학 이론에서
제기된 인과성 문제와 어떻게 관련지을 수 있는지에 대하여 고찰해 보고
자 한다.
(1) 연기 공식 의 다양한 표현
붓다와 동시대인들의 인과론이 다양한 극단적인 이론) 왜 붓다가 인과성에 관하여 연기론의 관점을 취하였는가는 그 시대를 전후한 인
도의 다른 인과성 이론들을 살펴봄으로써 더욱 분명하게 드러난다고 보고 있는
데, 거기에는 각각 사상가나 학파에 연결되어 있는 초기 불교도들에게 알려진
대표적인 이론들(비결정론, 결정론, 창조론, 허무론, 성력론(性力論), 적취론, 전
변론, 인실론(因實論), 비일론(非一論) )과 이 이론에 대한 회의론이 있다. (전재
성(1996), 초기불교의 연기성(paticcasamupp da) 연구 , 동국대학교 박사학위논
문, 동국대학교 대학원 인도철학과, pp.8-29에서 인용.)
이었는데 반하
여, 그는 자신의 인과성의 이론을 연기를 통한 중도적인 것이라고 설하
였는데, 이 연기설은 원시불교의 숱한 교설 중 하나의 대표적인 교설로
보고 있다. 그러나 연기에 대한 해석은 시대마다 달라졌는데, 초기의 아
비달마 교학의 연기관에서는 연기란 다양한 법수(法數)들의 생성과 소멸
을 제어하는 인과법칙이라고 보았으나, 중관파에서는 그런 견해는 교리를
잘못 해석한 것이라고 주장하였다. 그래서 연기란 순간적 사건 계열에
대한 원리가 아니라 사물의 근본적인 상호 의존관계, 즉 요소인 법의 비
실재성(법공[法空])을 의미한다고 보았다.) Murti, T.R.V., 불교의 중심철학 중관 체계에 대한 연구 , The Central
Philosophy of Buddhism 김성철 역(1995), 경서원(서울), pp.36-7.
앞에서 물리학 이론에서 제기
되는 인과성 문제에 대하여 불교철학의 공(空) 의 개념으로 접근해 본
결과 이를 긍정적으로 검토해 볼 필요성이 있음을 알 수 있었다는 것을
언급한 바 있다. 그런데 이 논문에서는 대승불교적인 공 의 개념보다는
초기불교의 연기 에 관하여 논의하는 것이 문제를 보다 근원적으로 접근
하는 것으로 생각되기 때문에, 우선 연기의 어원이 무엇인지 그리고 연
기는 어떻게 정의되고 있는지에 대하여 살펴보고자 한다.
초기 경전에 등장하는 연기(緣起)란 말의 빨리(Pali)어 어원은
paticcasamupp da 이다. 이 paticca-sam-up da 의 세 부분으로 이루어진 복
합어는 전(前)불교적인 문헌에는 등장하지 않는 불교 고유의 용어이다.
Paticca 는 연(緣)해서 란 의미이며, samup da 는 일어남(起) , 함께 일
어남(集起) 또는 발생 , 생성 , 생기 의 뜻을 지닌다. 그러므로 연기란
조건적 발생 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전재성(1996), 37.
그리고 초기 경전에 등장하는 가
장 일반적이며 보편적인 연기에 관한 정의는 빨리어 문구로 이루어져 있
는데, 전재성 박사는 이를 다음과 같이 해석하고 있다.
Imasmi sati ida hoti, imassa upp d ida uppajjati.
Imasmi asati ida na hoti, imassa nirodh ida nirujjhati.) Majjhima Nik ya 1. 262-64; Sa yutta Nik ya 2. 28, 70, 96; Ud na, p.2.
(Kalupahana, David J.(1975), Causality: The Central Philosophy of Buddhism,
Honolulu: The Univ. Press of Hawaii, p.90에서 재인용.)
이것이 있을 때 이것이 있게되며, 이것이 생겨나므로 이것이 생겨난다.
이것이 없을 때 이것이 없게되며, 이것이 소멸하므로 이것이 소멸한
다.) 전재성(1996), 42.
여기서 ① Imasmi sati ida hoti 는 조건에의 의존성, 존재상의 계
기, 인과의 항상적 연접을 경험적으로 설명해주며, ② imassa upp d
ida uppajjati 는 조건 진술의 단순한 반복이 아니라 수동적 법칙성을
생산성의 원칙으로 전환시킴으로써 추상적인 연기 법칙에 대한 구체적이
고 존재론적인 면모를 보여준다. ③ Imasmi asati ida na hot 은 반사
실적 조건문으로서의 가치를 지니는데 그것은 원인과 결과의 비대칭적
의존 관계를 명확히 해주며, ④ imassa nirodh ida nirujjhati 는 반사실
적 조건문으로 두 사건간의 생성적 의존 관계를 나타냄으로써 그 사실적
조건문을 강조한다.) 전재성(1996), 353.
또한 원광대의 김순금 교수는 위의 공식 중에서
처음과 세 번째 구절은 A가 있을 때는 언제나 B가 있다. 그리고 A가
있지 않으면 B도 있지 않다. ) Kim, Soon Keum(1987), The Concept of Causality in Buddhism , Delhi 대학교
박사학위논문, Delhi대학교 불교학과, p.74 : Whenever A is present, then B is
present. And B is not present unless A is present.
고 나타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연기란 말 중에 sam 이 무시간적 상의성(相依性)을 내포하고 upp da
가 시간적 인과성을 내포하고 있기) 최봉수(1991), 원시불교의 연기사상 연구 , 경서원(서울), p.98.
때문에 연기에는 연이어 일어남(繼
起) 과 함께 일어남(俱起) 의 양면성을 지니고 있음을 추측할 수 있다.
순서대로 일어나는 두 법이 동시에 발생하는 것은 논리적으로 모순인
데) 상게서, 131.
, 연기의 발생원리에는 계기성과 구기성의 양면이 갖추어져 있어서
인과론적인 종적 관계로의 해석은 계기성에 착안한 것이고 인연론 중심
의 논리 관계로의 해석은 구기성에 착안한 것으로 보일 뿐이다.) 상게서, 266.
다음
은 연기의 정의에 대하여 여러 경전에서 조금씩 서로 달리 표현하는 것
들을 제시하고자 한다.
먼저 산스끄리뜨 경전에서는 그것을 다음과 같이 기술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Imasya sato, idam bhavati, imasya asato ida na bhavati.
Imasyotp d d idam utpadyate, imasya nirodh d ida nirudhyati.) Mah vastu, 2. 285. (Kalupahana(1975), 90에서 재인용)
특히, 잡아함경 에는 이것(ida ) 을 시사(是事) 로 번역함으로써, 이
것 이 자기 동일성을 지닌 단일한 어떤 불변의 실체를 지칭하는 것이 아
니라 다양한 관계성을 지닌 사건으로서의 인과를 의미한다고 해석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是事有故是事有, 是事起故是事生.) 1963년 간행된 高麗大藏經 제18권<雜阿含經 卷第34>, 동국대학교(서울),
p.1049; 1993년 간행된 大正新修大藏經 제2권<雜阿含經 卷第34, 961>, 민족문
화(부산), p.245b.
이 일이 있기 때문에 이 일이 있고, 이 일이 일어나기 때문에 이 일이
생기는 것이다.) 1990년 간행된, 잡아함경 Ⅱ<잡아함경 제34권, 961, 유아경(有我經>, 동국대부
설 동국역경원(서울), p.475.
또한 한문 번역본에서는 연기에 관한 정의가 이것 을 이것(此) 과 저
것(彼) 으로 나누어 설명하고 있음을 알 수 있는데,
此有故彼有, 此起故彼起. …
此無故彼無, 此滅故彼滅.) 高麗大藏經 제18권<雜阿含經 卷第14>, p.846. 大正新修大藏經 제2권<雜阿含
經 卷第14, 358>, p.100a.
이것이 있기 때문에 저것이 있고, 이것이 일어나기 때문에 저것이 일
어난다. …
이것이 없기 때문에 저것이 없고, 이것이 멸하기 때문에 저것이 멸한
다.) 1989년 간행, 잡아함경Ⅰ<잡아함경 제14권, 358, 무명증경>, 동국대부설 동국
역경원(서울), p.411.
When this is present, that comes to be;
from the arising of this, that arises.
When this is absent, that does not come to be;
on the cessation of this, that ceases.) Kalupahana(1975), 90.
여기서 차기고피기(此起故彼起) 에 기(起) 자를 생(生) 자로 바꾸어
서 연기의 공식을 다음과 같이 나타내고 있음도 볼 수 있다.
此有故彼有, 此生故彼生. …
此無故彼無, 此滅故彼滅.) 高麗大藏經 제18권<雜阿含經 卷第10>, p.799.
大正新修大藏經 제2권<雜阿含經 卷第10, 262>, p.67a.
이것이 있기 때문에 저것이 있고, 이것이 나기 때문에 저것이 난다. …
이것이 없기 때문에 저것이 없고, 이것이 멸하기 때문에 저것이 멸한
다.) 1989년 간행, 잡아함경Ⅰ<잡아함경 제10권, 262, 천타경(闡陀經)>, 동국대부설
동국역경원(서울), p.272.
그뿐만 아니라 인과적 조건성을 반영하도록 원문에 충실한 번역을 동
진의 승가제파가 번역한 중아함경 의 설처경에서도 볼 수 있다.
若有此卽有彼 若無此卽無彼.
若生此卽生彼, 若滅此卽滅彼.) 高麗大藏經 제17권<中阿含經 卷第21; 中阿含長壽王品 說處經 第15>, p.1220
大正新修大藏經 제1권<中阿含經 卷第21; 86, 中阿含長壽王品 說處經 第15>,
p.562c.
만일 이것이 있으면 저것이 있고, 만일 이것이 없으면 저것이 없으며,
만일 이것이 생기면 저것이 생기고, 만일 이것이 멸하면 저것이 멸한
다.) 1991년 간행, 한글대장경 3; 중아함경Ⅰ<중아함경 제21권, 86, 설처경(說處經)
제15> 동국대부설 동국역경원(서울) p.469.
이 이외도 티베트어로 번역된 경전 등에 나타난 연기 공식에 대하여서
도 제시할 필요가 있으나 생략한다.
(2) 연기 공식 과 대칭관계
앞에서 원인과 결과의 관계를 논함에 있어서 반대칭 관계뿐만 아니라
대칭관계에 의한 논의를 함께 할 수 있다면 동역학 이론에서 제기되는
인과성 문제를 적절하게 해석하는 데에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했었다.
그런데 그 적절한 모형을 찾기는 어려울 것으로 추측된다. 그러나 빨리
어나 산스끄리뜨 경전에서 설하여진 연기의 공식 에서 우리가 원하는 그
러한 인과의 원리가 내포되어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만약 이러한 해석
이 타당하다면, 신과학에서 제시되는 현대과학과 불교사상(동양 사상)과
의 만남이라는 문제가 우연의 일치라고 만은 볼 수 없으며, 인과와 연
기 에 관한 연구가 이러한 문제에 대하여 그 뿌리에서부터 차근차근 철
학적으로 서로 접근시킬 수 있는 토대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연기의 공식 속에는 물질뿐만 아니라 마음에 관한 내용까지 모두 내포
되어 있기 때문에 심리철학에서 제기되고 있는 심성적 인과의 딜레마와
관련된 논의도 함께 해야 할 것으로 생각하나, 이것은 다음 기회에 논의
하기로 하고, 이 논문에서는 대칭관계에 관해서만 논의해 보고자 한다.
따라서 연기의 공식에서 이것 에 대한 해석을 어떻게 하느냐가 중요한 점
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빨리어나 산스끄리뜨 문장에서는 동일한 대명사의 반복은 분배의 의미
를 지니고 있으므로(예컨대, asya -asya 은 이것-저것 , aus-aus 는
이것-저것 ), 여기에서 나오는 이것 들은 내용적으로 인접한 것들의 분
배적인 의미로 쓰여졌다고 볼 수 있다.) Fahs,, A.(1989), Grammatik des Pali, Verlag Enzyklop die(Lepzig), p.88.(전재성
(1996), 44에서 재인용)
그러나 관찰자 가까이 있는 서
로 다른 두 사물이나 사건을 지칭하여 이것은 이렇고 이것은 이러하다
고 할 수 있듯이, 여기서 이것 들은 단일한 사물이나 사건을 가리키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둘이 다 같은 단어들이기 때문 asya -asya 은
이것-이것 , aus-aus 는 저것-저것 등으로 해석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본다.
그러나 한문 경전에서는 연기의 공식에서 이것(此)-저것(彼) 으로 번역
함으로 인하여 이와 같이 해석할 수 있는 가능성은 없어졌다고 생각된다.
따라서 한문으로 표현된 연기 공식 에서는 관찰자와 모두 가까이 있거
나, 모두 멀리 떨어져 있는 사물·사건들의 경우의 인과관계를 나타내기
보다는 가까이 있는 것과 멀리 있는 것들간의 관계만으로 표면상으로 나
타나 보이므로, 이것 에는 원인 , 저것 에는 결과 를 대응시켜서 연기
공식 을 인과 로 해석하였을 것으로 생각한다. 그 결과 원인과 결과의
관계에 대하여서도 대칭 관계보다는 반대칭 관계에 의한 논의를 하게끔
하는 계기가 될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한문 경전에
나타나는 연기의 공식 에 양면성이 전혀 없다고 해석하는 것은 아니다
(현대 불교 학자들은 그것에 양면성을 부여하고 있다). 이와 같이 빨리어
나 산스끄리뜨로 표현된 연기 공식 에서는 다른 곳에서보다는 분명하게
반대칭관계는 물론 대칭관계에 의한 해석도 동시에 할 수 있음을 보았다.
이는 인과 문제를 다룸에 있어서도 연기 와 유사한 개념으로 접근할 수
있다면 새로운 관점에서 그것에 관한 논의를 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즉, 원인은 결과보다 앞선다 에서 결과가 원인보
다 앞서서는 안 된다 고 인과관계의 조건을 수정함에 의하여 동역학에서
의 인과성 문제를 접근함에 있어서 원인과 결과의 동시성을 받아들일 수
있게 될 것으로 생각한다.
(3) 인과성 문제와 동시 인과
앞에서 보았듯이 물리학 이론의 여러 분야에서 반대칭 관계만을 가지
고 인과관계를 논한다는 것은 여러 방면에서 문제점을 야기 시킴을 알
수 있었다. 특정한 시-공간 영역에서는 해결되지 않고 있는 인과성 문제
가 발생되고 있으므로 대칭관계에 의한 논의도 필요하다. 여기에서는 수
식을 이용하지 않고 설명할 수 있는 간단한 경우만을 예로 들어 보이고
자 한다.
우선 당구공과 같은 두 입자가 탄성충돌 하는 경우를 생각해 보자. 질
량중심 좌표계에서 보면 그것들은 운동량만을 교환하는 바, 교환되는 것
이 실제의 입자라면 에너지 교환 없이 운동량만을 교환할 수는 없다. 따
라서 탄성 충돌시 교환되는 입자는 타키온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
나 물리학계에서는 타키온이 실재하는 입자로서 받아들여지지는 못하고
있으므로 장론의 입장에서 탄성충돌을 설명하는 것은 어렵게 되었다. 그
런데 가상입자(virtual particle)로서 타키온의 존재를 논박할 이유는 아직
없다.) Jue, C.(1973), Soluble Tachyon Field Model and the Equivalence Theorem , Phys.
Rev. D8, pp.1757-1763.
그리고 타키온의 방출이 제어할 수는 없고 자발적으로 방출되는
현상이다 라고 한다면 인과성 문제도 발생하지 않는다) Recami, E.(1984), Classical Tachyons and Possible Applications: A Review ,
INFN/AE-84/8, Insituto Nazionale Di Fisica Nucleare(Italy), p.72.
는 것을 고려하
면 상호작용시 매개되는 가상입자로서의 타키온의 역할까지 부정될 이유
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탄성충돌할 때 매개되는 타키온들의 속도가
무한대가 될 수 있어서 그것들이 방출되고 흡수되는 시간의 간격을 무시
할 수 있으므로 두 입자들은 동시에 상호작용 한다고 볼 수 있을 것이
다. 이런 현상에다 인과 문제를 적용한다면 동시 인과 라고 할 수 있다
고 생각한다.
전자기학의 경우에는 쿨롱(Coulomb) 법칙과 두 개의 하전입자가 접근
하는 아주 간단한 경우를 예로 들어 이 문제를 설명해 보고자 한다. 정
전기학에서는 두 입자들이 전하를 띤 상태로 일정한 거리에 떨어져 있으
면 전기적인 힘이 작용되는데 쿨롱 법칙을 쓰면 이러한 전기적인 상호작
용을 시간에 의존하지 않는 방법으로 기술할 수 있다. 만약 둘 중의 어
느 하나라도 전하를 띠지 않는다면 쿨롱 법칙은 성립되지 않는데, 이때
에 두 전하들의 전하량이 많거나 적은 것 등에는 무관하고 서로 동등한
입장에서 취급된다. 예를 들면, 한쪽의 전하가 매우 많고 다른 쪽의 전하
가 무시 가능하다고 하더라도 그 두 입자들의 질량 중심을 기준으로 하
여 서로 밀거나(서로 같은 부호의 전하를 띨 경우) 당긴다( 서로 다른 부
호의 전하를 띨 경우)고 해석해야지 가벼운 쪽이 무거운 쪽으로 끌린다
거나, 그것에서 멀어진다고 해서는 안된다. 그리고 쌍생성의 원리에 의하
여 갑자기 어느 지점에서 서로 반대되는 부호의 전하를 띤 입자가 광자
로부터 생겨난 후에 짧은 시간이 지난 다음에 어느 정도 떨어져 있다고
생각해보자. 그 때 그곳으로부터 1광년보다 멀리 떨어진 별에 전기를 띤
입자가 있다면, 매우 작기는 하겠지만 그 시각에 쿨롱의 힘이 그 별에
있는 입자에 바로 작용하는 것이지 1년이 지난 후에 작용한다고 하지는
않는다. 쿨롱 법칙에서는 시간에 의존하는 항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장론에 의하면 신호는 빛보다 빨리 전달될 수 없기 때문에 이러한 일이
일어날 수는 없다. 이것도 타키온을 도입하여 설명한다면 이해가 가능할
것으로 본다. 타키온은 무한한 전파 속도를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
다면 이 또한 이곳에서 쌍생성된 입자들과 별에 있는 입자들 사이에 동
시 상호작용이 가능하므로 동시 인과 의 적용 예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그리고 전자기학에서 2체 문제로 알려져 있는, 서로 접근하고 있는 같
은 부호의 전하를 띠고 있는 두 입자의 경우를 생각해 보자. 서로 가까
워짐에 따라 그 두 입자들은 감속되므로 전자기파를 내게 된다. 이때 어
느 한 입자만이 전자기파를 내는 것이 아니라 동등한 입장에서 서로 전
자기파를 발생시키며, 또한 상대 입자가 낸 전자기파를 서로 흡수한다.
즉, 전자기파가 어느 한 입자에 의해서 일방적으로 발생되는 것이 아니
라 두 입자가 동시에 대칭적으로 발생된다고 해석된다(전자파의 발생과
흡수라는 관점에서 보면 이 경우는 매우 간단한 경우로 볼 수 있으나 특
수한 조건을 주었을 때에만 복잡한 미분방정식의 해가 수학적으로 존재
한다는 정도의 수준에서 연구되고 있다) Driver, R. D.(1979), Can The Future Influence The Present? , Phys. Rev. D19,
pp.1098-1107; Hoag, J. T., and R. D. Driver(1990), A Delayed-Advanced
Model For The Electrodynamics Two-Body Problem , Nonlinear Analysis, Theory,
Method & Applications, Vol. 15, No.2, pp.165-184.
). 이를 인과적으로 해석한다면
동시 인과 라고 해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이와 유사하게 다른 여러 가
지의 상호작용 하는 입자들의 경우에 대해서도 서로 작용한다라고 하는
관점에서 보면, 그 입자들은 모두 동등한 입장에 있으므로 각각의 입자
에 대하여 어느 것에는 원인을 제공하였다고 하고 다른 것에는 결과가
되었다 라고 하기가 곤란하게 됨을 알 수 있다. 즉, 상호작용이라는 용어
자체가 동시 인과 의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고전역학이나 고전전자기학 이론에서는 장론이나 원격작용설에
의해서 물리 이론을 각각 나타낼 수 있다. 그런데, 장론에서는 빛의 속도
보다 빠른 속도로 상호작용이 가능하다는 것은 허용되지 않으나 원격작
용설은 그러한 제한이 필요치 않다. 즉 장론에서는 장이 발생되고 흡수
된다는 논의가 필요하나 원격작용설에서는 그럴 필요가 없다. 따라서 이
둘을 동시에 고려하기는 어렵다고 생각되고 있다. 그러나 뉴턴의 중력이
론이나 정전기학에서의 쿨롱의 법칙에서와 같이 장이 공간의 함수만으로
나타나는(원격 작용의 경우와 같은) 상호작용 시에는 무한히 빠르게 운동
량이 전파될 수도 있다는 타키온과 이것을 연결 지어서 생각한다면 장론
과 원격 작용에 의한 설명을 통일적으로 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그렇다고 하여 현재에 논의되고 있는 장론의 경우에
문제가 있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현재의 장론에서와 같이 반대칭 관계
에 대해서 논의하는 것과는 달리, 대칭 관계에 대해서는 타키온의 교환
에 의한 상호작용으로 설명해 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양자역학의 경우에서는, 1935년에 아인슈타인·포돌스키·로젠이 제기
한 이른바 EPR 역설 ) Einstein, A., B. Podolsky, and N. Rosen(1935), Can Quantum-Mechanical
Description of Physical Reality be Described Complete , Phys. Rev. 47, pp.770-80
에 대하여 런던대학의 보옴이 제안한 실험을 생
각해보자. 영(zero)의 스핀을 가진 입자 체계가 있을 때, 이 두 입자들의
스핀에 영향을 미치지 않고 어떤 방법으로 서로 떼어놓을 수 있다고 생
각하자. 그 때 두 입자들은 서로 반대 방향으로 진행한다. 스핀의 방향은
자기장으로 결정할 수 있으므로, 단 한 개의 전자만이 자기장(스테른-겔
라크 기기)을 통과할 때, 그것은 좌·우 어느 한 쪽의 스핀을 가지고 나
온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하자. 다음에 두 입자 체계를 분리하여 한 입
자를 위나 아래로 스핀을 줄 자기장을 통과시킨다고 가정하자. 이 경우
에 입자가 위 방향의 스핀을 가지고 나온다고 하면, 그 때 나머지 입자
는 아래 방향의 스핀을 가지게 됨을 금방 알 수 있다. 즉 나머지 입자를
따로 관찰할 필요가 없다. 왜냐하면 그 스핀이 자기장을 통과하는 쌍둥
이 입자의 것의 반대임을 알기 때문이다. 그런데 빛 신호로써 연결될 수
없는 쌍둥이 입자들이 어떻게 멀리 떨어진 다른쪽 입자가 특정한 방향의
스핀을 가졌다는 것을 알 수 있는가 하는 것은 초광속 신호의 전달을 부
정하는 상대성 이론만을 적용시킨다면 이해하기가 어려워진다. 따라서
EPR 효과는 기존의 사고 방식과는 달리 어떠한 정보가 빛보다 빠른 속
도로 전달될 수 있다는 것을 암시한다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즉, EPR
실험에서 두 입자가 서로 신호로 연결되어 있다면 그 신호는 광속보다
빠른 타키온의 교환에 의한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 문제에 대하여서는 주커브가 춤추는 물리 에서 비교적 상세하게 기술하고
있다; Zukav, G. 춤추는 물리 The Dancing Wu Li Masters 김영덕 역
(1990), 범양사(서울), pp.392-433.
그렇다
면 이 또한 동시 인과 의 한 예로 볼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그리고 상대론적 양자역학에서 전자와 전자가 충돌하는 경우를 생각하
자. 이 경우에도 파인만 도표(Feynmann diagram)을 보면 가상의 광자 1
개 또는 2개를 교환하는 과정에서 전자들 사이의 상호작용 영역 내에서
는 대칭적으로 가상의 광자를 서로 주고받기 때문에 어느 한 전자가 가
상 광자를 방출하여 원인이 되었다고 보고, 다른 전자는 그것을 흡수하
여서 결과라고 할 수가 없다. 그것들은 서로 가상광자들을 동시에 흡수
했거나 방출했다고 볼 수 있으므로, 이 또한 동시 인과 의 적용 예라고
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이 외에도 블랙홀의 경우나 초기 우주의 경우에는 연기 와 관련 지워
서 동시 인과 란 관점에서 인과성 문제를 논하는 것보다는 공 의 입장
에서 설명하는 것이 보다 더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되므로 여
기서는 생략하기로 한다.
이와 같이 몇 가지 경우에 대한 예에서 알 수 있었듯이, 오늘날 우리
가 교과서에서 배우고 있는 물리학이 자연 현상을 모두 만족스럽게 설명
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아직은 단정적으로 주장할 수는 없지만, 타키온
의 존재가 부정되고 있다고 해서 빛보다 빠른 입자가 존재해서는 안될
분명한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닌 것으로 안다.) 이것과 관련된 문제에 대해서는 필자의 박사학위논문에서 자세하게 다루었다;
현남규(1989), 초광속 파이온 구름 낀 입자의 모형과 핵자 및 델타 공명 , 부산
대학교 박사학위논문, 부산대학교 대학원 물리학과.
타키온과 물질과의 상호
작용이 확실하게 정의되지 않았기 때문에, 실험에 의하여 그것이 아직
검증되지 않았다는 것만으로 타키온의 존재를 부정할 만한 이유가 될 수
는 없을 것이다. 실험 장치를 설치할 수 있는 자기홀극(magnetic
monopole)도 아직까지 실험에서 발견되고 있지 않고 있는데, 이 경우도
실험적으로 밝혀지지 않았다는 것만을 고려하면 타키온의 경우와 마찬가
지 입장이다. 그러나 그것의 존재 자체가 물리학자들에 의하여 타키온처
럼 부정되고 있지는 않고 있다. 따라서 빛의 속도보다 빠른 입자가 자연
에 존재할 수도 있을 것인데 그것을 물리학적으로 허용할 수 없다고 하
는 주된 이유가 타키온이 존재한다면 특정한 좌표계에서는 결과 사건이
원인 사건보다 먼저 일어날 수 있다 는 인과성 위배 문제 때문으로 필
자는 생각한다. 그러나 이 논문에서 논의하였듯이, 인과성 문제를 새로운
관점에서 논의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평가된다면, 어떠한 물체도 빛보다
빠른 속도를 가질 수 없다 는 물체의 속도에 대한 제한은 단지 인간의
인식과 관련시켜 보았을 때에 필요한 조건으로 생각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본다. 따라서 장차 이 분야에 관한 연구도 더 필요할 것으로 생각한다.) 필자가 박사학위 논문을 쓰면서 이 분야의 공부를 조금 하였다는 것만이 이러한
논의를 하는 이유는 아니다. 그 동안 많은 물리학자들에게 문의하여 보았지만
극소수를 제외하고는 그들이 타키온에 대하여서는 매우 부정적인 관점을 지니고
있었다. 따라서 필자 또한 이 분야의 연구를 그동안 지속적으로 할 수 없을 만
큼 심리적인 부담을 지니고 있었다. 그러나 1997년 브라운대학 철학과에서 1년
간 visiting scholar 자격으로 철학 공부를 하고 나서는 타키온의 존재가 물리학에
서 부정되고 있는 정확한 이유가 무엇인지에 대한 의문을 다시 가지게 되었다.
4. 맺는 말
이 논문에서는 동역학에서 제기되는 선형 인과의 인과성 문제 에 대
하여 새로운 관점에서 논의할 필요성이 있음을 논하였다. 그러기 위하여
철학적으로도 원인과 결과를 대칭관계로 분석할 수 있다는 것과, 물리계
의 인과적 폐쇄성을 전제한다면 심성적 인과는 딜레마를 초래한다는 것
등을 우선 고려해 보았다. 이로부터 물질과 심성을 함께 논할 수 있으면
서 대칭관계로 인과성 분석도 할 수 있다면 우리는 그것을 상세하게 논
의해 볼 가치가 있는 것임을 알 수 있었다. 또한 이 논문에서는 초기불
교의 연기 공식 이 이러한 면들을 모두 내포하고 있는 좋은 예가 될 수
있음도 살펴보았다. 이를 바탕으로 하여 필자는 흄의 인과관계에 관한
조건 중에서 원인은 결과보다 앞선다 는 것을 결과가 원인보다 앞서서
는 안 된다 라고 수정하여 인과성 개념에 동시 인과 가 포함될 수 있도
록 가정하였다.
그런데 중력, 전자기력, 약한 핵력, 및 강한 핵력으로) 힘은 원인 개념의 한 변화된 모습으로 볼 수도 있다.
구분 지어서
논하였던 물리학 분야가 이제는 중력적 상호작용, 전자기적 상호작용, 약
상호작용, 및 강상호작용으로 달리 불리고 있다. 반대칭관계보다는 대칭
관계에 의한 인과성 분석이란 관점에서 상호작용과 연관지어서 보면, 여
기에도 동시 인과 에 대한 논의가 필요함을 알 수 있었다. 특히 타키온
을 매개로 하여 입자들이 상호작용할 수 있다면 탄성충돌에서 제기된 문
제를 잘 설명할 수 있었으며, 쿨롱 법칙이나 뉴턴의 중력이론과 같은 원
격작용설도 장론의 입장에서 조화롭게 설명될 수 있는 가능성이 있었다.
그뿐만 아니라 전자기학의 2체문제, 양자역학에서의 EPR 역설이나 파인
만 도표에 나타나는 S행렬을 계산하는 과정에 있어서도 동시 인과 의
개념을 적용하면 적절하게 해석할 수 있다는 것도 논하였다.
이러한 관점에서만 보더라도 빨리어나 산스끄리뜨로 표현된 초기불교
의 연기 공식 에 관한 연구는 앞으로 인과성 문제를 새로운 관점에서
논의하는 데에 적지 않은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또한 빛
보다 빠르지 않은 물체의 속도만이 허용된다 라는 제한을 물리학에 가하
지 않고 어떤 물체는 빛보다 빠른 속도를 가질 수도 있다 고 가정한다
면, 현재보다는 더 많은 자연 현상을 물리학이 잘 설명할 수도 있을 것
이다. 어쩌면 이러한 것들이 21세기 물리학의 적절한 기술을 위하여 요
청되는 것들 중의 일부가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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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usality Problems and Paticcasamupp da
Hyun Nam-Gyu
There are unsolved problems of causation related to the dynamical
systems in physics, as well as those arising from the mind-body
interaction in the philosophy of mind. In this paper, I suggest a clue to
the solution of them from the general Buddhist formula of causality in
Pali version, or Buddhist Sanskrit version.
첫댓글 고맙습니다. 좋은 글 잘 담아갑니다...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