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이야기 라는 카테고리를 만들어 봤습니다.
이 얼음집의 정체성을 한번 만들어보자~ 하는 생각에서인데요.
정체성 하니까, 첫 포스팅 거리로 이걸 써보자 하는 생각이 들어서 이렇게 시작해 보렵니다.
TV 드라마나 영화에서 기억상실증 환자가 등장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이런 대중 매체에 등장하는 기억상실증 환자들은 보통 어떤 사고를 당한 후에
과거의 기억을 까맣게 잊어버리고, 그 후로는 새로운 이름과 새로운 직업을 갖고
새로운 사람으로 살아가면서, 원래의 애인이나 배우자의 애를 태우다가
결말에 가서 잃었던 과거의 기억을 되찾고 해피엔딩 해피엔딩~~~이지요.
그런데, 주인공이 분명히 과거의 기억을 잊어버렸다는데,
일반적인 사회 생활에는 큰 지장이 없는 모습을 보이는 경우가 많지요.
버스를 자연스럽게 타고, 운전을 자연스럽게 하고, 상황에 맞는 옷차림을 하고....등등등.
현실 세계에서 이런 모습과 가장 가까운 정신적 문제가
바로 해리성 둔주(dissociative fugue)라는 질환입니다.
해리성 둔주는 해리 장애(dissociative disorders)에 속하는 질환 중 하나입니다.
(해리 장애는 사람이 기본적으로 갖고 있는 자아의 단일 상태,
즉 자기정체성, 기억, 의식 상태 등의 통합에 혼란이 일어나, 이로 인해 인격에 혼란이 생기고
현실 생활에서의 여러가지 문제가 생기는 상태를 말합니다.)
해리성 둔주의 특징은, 발병하면 환자는 자신의 자기 정체성의 중요한 부분들,
즉 이름, 직업, 나이, 가족 등을 기억하지 못하게 되는데, 이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자기가 원래 살던 지역 사회를 떠나 멀리 여행을 하면서 새로운 자기 정체성을 만들게 되고
다른 지역 사회에서 새로운 자기 정체성으로 새로운 직업과 가정을 갖고 살게 되는 것이 특징입니다.
해리 상태 자체가 자신이 감당하기 힘든 너무도 큰 정신적 고통으로부터 벗어나려는 무의식적 반응으로 인해
단일 상태였던 인격이 분리되고, 분리된 인격의 일부분에게 고통스러운 경험을 떠맡겨서
무의식 밑으로 묻어버리는 상태이기 때문에,
해리성 둔주도 강력한 심리적 고통이나, 전쟁, 천재지변과 같은 괴로운 사건을 겪은 후에 생기는 경우가 많습니다.
빈도는 일반 인구중 0.2% 정도가 경험을 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특히 그 전에 우울증, 알콜 등 물질 의존, 인격 장애 등의 정신적 문제가 있었거나.
드라마에서 자주 나오는 것처럼 두부 외상을 입었던 경우에 더 잘 나타난다고 하지요.
주된 증상은 아까 말씀드린 대로 자기 정체성의 중요한 부분에 국한되는 기억 상실
(즉, 자기 이름, 나이, 직업, 가족 등은 잊어버리지만, 일상 생활 및 직업적 활동에 대한 지식들은 잊지 않는 겁니다.
그래서 글도 읽을 수 있고, 운전도 할 수 있고, 새로운 일자리를 찾을 수 있지요)
및 자기와 전에 관계가 없던 먼 지역으로의 이동입니다.
환자는 자기가 특정한 기억을 상실한 상태에 있다는 것을 잘 자각하지 못하는데,
이 점이 해리성 기억 상실(dissociative amnesia)와의 차이점입니다.
해리성 기억 상실 환자는 자기가 특정한 기억을 상실했다는 것을 자각하고 되살리려고 노력하지요.
또 한 가지 특징은 이러한 둔주 기간이 끝나게 되면, 환자는 둔주 전의 원래 자기 정체성을 기억하게 되지만,
반면에 자기가 이런 둔주 증상을 겪었다는 것과,
둔주 기간 중에 가졌던 자기 정체성이나 기억들을 또 잊어버리게 됩니다.
(그러면 둔주 중에 만나서 새로운 인간 관계를 맺었던 사람들이 또 괴로워지지요.)
대체로 둔주 중에 가지는 새로운 자기 정체성은 조용하고, 단조롭고, 겸손하고,
자기를 잘 드러내지 않으려는 모습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대체로, 드라마처럼 몇 달이나 몇 년 간 가는 경우는 많지 않고,
대부분 몇 시간에서 며칠 정도의 짧은 둔주 기간을 보인다고 합니다.
둔주로부터의 회복은 특별한 계기 없이 저절로 회복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한번 회복되면 재발은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이 점이 새로운 인격과 원래 인격이 교대로 나타나는 해리성 자기정체성 장애(dissociative identity disorder),
소위 '다중인격' 과의 구별점입니다.
치료는 환자의 마음 속 고통을 끌어내서 해소할 수 있도록 해주는
정신역동적 정신치료가 가장 효과적이라고 합니다.
마음이 더 이상 고통을 피하려고 자기 정체성을 분열시킬 필요가 없도록 도와주는 거지요.
특히 다른 사람들에게 버림받지 않기 위해 지나치게 복종적인 부분이나,
다른 사람들에게서 거절당함, 인정받지 못함 등의 부정적 반응을 당했을 때의 고통에 과도하게 예민했던 부분 등의
그동안 환자의 마음이 갖고 있던 취약한 부분에 대해서
환자 스스로 인식하고, 수정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중요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