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낚시꾼 3代 ♧
우리 집은 매 주말이면
아이들이 모두 모여 저녁을 함께한다.
이야기 중에 낚시얘기가 나왔는데 큰애 왈 아버지
심심한데 다음 주에 바람도 쏘일 겸
낚시나 가잔다.
이게 웬일인가
43년 동안 회유한 결과인가?
나는 고무된 마음에 그럼 다음 주는 송어 잡아
점심을 먹자고 했더니만 제 어미가 먼저 손 사례를 친다.
그리고 이어 둘째가 아이들 대리고 스키장 간단다.
그래서 회원 모집은 고작
큰애하고 둘째 외손자로 만족했다.
그런데 D-day인 어제는
외손자 녀석한테 아침 일찍 전화가 왔다.
날씨가 이렇게 추워도 낚시 갈거냐고
요놈 봐라
겨울 낚시란
얼음구덩이를 파고 거기서
고기를 잡기 때문에 추워야 재격이니
따뜻하게 껴입고 8시까지 와야 한다고 꾸짖듯이
일방 통보를 했다.
9시쯤 출발하여 고담지로 가는 중에
외손자 녀석이 이 추운 날 낚시는 왜하느냔다.
어부는
생계를 잇기 위한 수단으로
고기를 잡지만 낚시꾼이 낚시를 하는 것은
낚는 손맛, 놓아 주는 해량으로 고기를 잡는다.
낚싯대 드리우고
찌만 무심코 바라보며 세월을 낚는
무랑태수 낭만파가 있는 가하면 걸린 고기를
바로 끌어내지 않고 손맛을 더 길게 보고자
요리조리 물고기의 전율을 음미하다가
물고기가 힘이 빠져 배를 드러내면
그때야 올리는 낚시꾼도 있다
또 손맛만 보고
집에 갈 때 잡은 모든 고기를
두 손으로 감싸 살포시 놓아주는 낚시꾼이 있는데
이를 진정한 '낚시꾼'이라 부르고 이것이
'낚시꾼의 미덕'이라고
일깨워 주었다.
우리는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10시쯤 도착했는데 한파가 엄습해 꽤 추운 날씨임에도
제법 많은 사람들이 낚시를 하고 있다.
도착하자마자
중층이나 바닥을 공략할 수 있도록
지그헤드에 주황색 님프 웜을 달아 외손자에게
주고, 큰애는 지그헤드에 글럽 웜을 달아고
고패질하는 요령을 가르쳐 주었는데
잠시 후 외손자 녀석!!
어!! 어!!! 하며 할아버지를 외친다.
그렇게 해서 1시경
회를 뜨고 구이를 해서 점심을 먹는데
구이를 먹은 외손자 녀석은 쫄깃쫄깃하고 맛있다면서
그길로 뿅~
큰애도 소주 한잔 생각난단다.
불과 3시간 정도
잡았는데도 1인당 반출 허용량을
초과한 데다 집에서 기다릴 가족들 생각에 넉넉하게
손질을 부탁해서 조사 3대는 낚시를
접고 귀가 길에
올랐다.
이번 낚시는
43년 동안의 끈질긴 회유의
산물이 아니고 진정 애비를 사랑하는
큰애의 1일봉사에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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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블랙죠님 꽃피는 춘삼월에 우리도 회원들이랑 낚시 한 번 가시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