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천(南天)
남천(南天)은 일명 남촉목(南燭木) 또는 남천촉(南天燭)이라고도 하여 그 열매 달린 모양이 흡사 빨간 촛대를 세운 것 같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라고 풀이하고 있다. 남천은 중국의 산동성과 귀주성 일대에 자생하는 상록의 관목으로서 일본에도 분포하여 일본에서는 난땐(南天)이라고도 하고 난땐주꾸(南天竹)라고도 한다.
일본에서는 남천이 길흉사의 유래에 얽혀 있는 민속이 담긴 나무이면서도 오히려 그 민속이 생활화되어 가정의 필수품처럼 사랑하여 즐겨 심는 정원수의 하나로 정착하고 있다. 남천(南天)이라는 말을 음대로 해석하여 어려움(難)이 변하여(轉) 복이 된다고 믿고 있어 난땐(南天)이 난땐(難轉)에서 비롯된 이름이라고도 말하고 있다.
일본사람들은 누구나 다 알고 있고 일상생활의 하나의 습성처럼 되어 있는데 누구든지 다른 사람에게 식품을 선물할 때 그 식품 위에 남천의 잎을 3장 올려놓아서 보낸다. 이것은 남천의 잎은 독을 소멸시킨다고 믿고 있는 약효에 얽힌 민속인데 뒤집어 말하면 남천 잎이 올려져 있는 식품은 독이 없는 식품이라는 뜻도 된다. 옛날에는 길사일 때는 찬합(重箱)에 팥밥, 생선, 고기 등을 한 그릇씩 담고 그 위에 남천 잎을 올려 놓았는데 길사에는 남천 잎의 표면 쪽을 위로 보게 해서 얹으며 흉사에는 검은 콩밥과 생선, 고기 등을 각각 담아 차곡차곡 쌓아서 보내는데 이때는 남천 잎을 뒤집어서 뒷면이 위로 오게 올려놓아 보낸다고 한다.
그 때문에 남천은 처마 끝에 심어두고 손쉽게 따서 항상 이용할 수 있게 했다고 하며 또 변소 근처에도 심는데 이때는 냄새를 없이 하고 더러운 곳을 정화한다는 뜻이 함축되어 있었다고 한다. 따라서 오카야마현의 일부지방에서는 음식물의 냄새를 없애는 데 효과가 있다고 하여 즐겨 사용했다고 하니 앞에 말한 뜻을 알 수 있다. 또 어린이들이 젖을 떼고 처음 밥이나 죽을 먹을 때 남천으로 젓가락을 만들어 어른이 어린이 손에 쥐어주어 함께 잡고 첫 식사를 시키는 민속이 있다 하며 이것도 역시 독을 소멸시키는 뜻이라고 한다.
그래서 일본의 관광지에서는 남천으로 만든 젓가락을 선물(토산물)로 팔고 있는 곳도 있다. 남천의 젓가락은 치아를 튼튼하게 해준다고하여 즐겨 사용하는 민속도 전해지며 또 조그맣게 절구를 만들어 어린이의 허리띠에 채워주는 민속도 있는데 이렇게 하면 재액(災厄)이 범접을 못한다고 믿은 주술적인 민속 때문에 어린이의 건강을 염원한 옛 부모들이 즐겨 만들어서 채워주었다고 한다.
남천은 다른 나무의 경우와는 달리 약효에 얽힌 민속이 지배적이다. 예를 들면 복어를 먹고 중독되었을 때 남천 잎을 짓찧어서 즙을 내어 한 잔을 마시면 해독된다고 하며 이것은 민속약인 동시에 한방약이기도 하다. 또 이 약은 가슴앓이나 뱃멀미도 곧 멎게 한다는 것이다. 또 옛날에는 혼례 때 색시의 가마 속을 지키는 뜻으로 남천 잎을 방석 밑에 넣어주는 풍습도 있었다고 한다.
또 남천 잎을 씹으면 중독된 것을 토해낸다고 하며 어린애가 밤에 몹시 우는 습관에는 남천 잎을 씹어 그 즙을 어린이 입에 넣어주면 우는 것이 멎는다고도 하며 잎을 소금으로 비벼서 그 즙을 반 잔쯤 마시면 토할 것 같은 메스꺼운 감을 멎게도 할 수 있다. 또 이 즙은 충치로 앓는 치통에 바르면 통증이 멎으며 쥐에 물린 데도 효과가 있다고 한다. 한편 잎을 달여서 마시면 강장제도 되고 선통(疝痛)에도 잘 듣는다고 한다. 나무껍질이나 뿌리껍질을 다려서 그 즙으로 다래끼나 결막염 등 눈병에 바르면 효과가 있으며 각기나 중풍에는 달인 물을 마시기도 한다는데 이 모두 민속약에 속한다.
또 동전을 잘못하여 어린이가 삼켜 목에 걸렸을 때 남천 뿌리를 까맣게 태워서 1돈쯤 뜨거운 물에 타서 먹이면 토하므로 효과가 있다고 하는 아직 의술이 발달되기 전에 임시변통으로 쓰던 민속도 있다. 남천은 열매를 진해제로 달여서 백일해, 천식 등에 쓰면 기침이 잘 멎는다고 하며, 이것은 한방약으로도 알려져 있다. 남천을 정원수로 심는 데는 앞에 말한 실용적인 민속 탓도 있으나 나중에는 남천을 심으면 모든 재액을 물리친다는 주술적인 민속도 곁들여져 그들은 생활필수품처럼 여기게 되었다.
우리나라 제주도와 부산, 진해, 마산, 광주 등 일본사람들이 많이 와 살던 곳에는 남천이 많으며, 그들은 남천과 함께 민속도 전해주어 실용적이었던 민속은 그대로 받아들여져 방부제, 해독제로서 생선 밑에 까는 우리 것으로 소화되어 전해지게 되었다.
ㅡ 최영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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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1. 28
교토 '철학의 길'에서...
남천(南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