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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 회]
신황은 팽만우의 거처에서 나왔다.
그가 팽만우와 나눈 시각은 불과 반각 정도, 하지만 그 시간 동안 신황은 팽만우와 매우 진지한 대화를 나눴다.
신황은 주로 이십 년 전의 일에 대해 질문을 했고, 팽만우는 영문을 몰라 하면서도 자신이 아는 모든 것을 신황에게 이야기했다.
이야기를 하는 팽만우 본인도 신황이 무슨 의도로 그런 질문을 하는지 몰랐다. 그는 신황에게 절대적인 신뢰가 있었기에 이유를 묻지 않았다.
그가 하는 일이라면 설령 그것이 남에게 지탄받을 것이라 하더라도 그는 신황을 믿었다.
"백부님!"
신황이 팽만우의 거처를 나설 때 마침 홍염화와 무이가 돌아왔다.
신황은 무이를 번쩍 안아주며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비무 구경은 잘 했느냐?"
"네! 오늘도 언니가 이겼어요."
"그래?"
무이가 신이 나서 아까 전에 있었던 홍염화의 비무 광경에 대해 떠들었다. 두 손을 크게 휘두르면서 온몸으로 이야기를 하는 무이, 신황은 웃음으로 무이의 모든 이야기를 들어주었다.
"나가는 길인가요?"
무이의 이야기가 끝나자 홍염화가 물었다.
신황은 고개를 끄덕였다.
"만날 사람이 있다."
"다녀오세요. 무이와 저는 이곳에 있을 테니까."
"이제부터 밤에 각별히 주의를 해라. 무림맹의 동태가 심상치 않으니까."
신황의 말에 홍염화가 무이를 받아 안으며 대답했다.
"제가 무이하고 같이 잘 테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그리고 팽가의 무인들이 지키고 있는데 별일이야 있겠어요?"
"알았다. 무이를 부탁한다."
"네!"
신황은 홍염화와 무이의 얼굴을 번갈아 바라본 후, 몸을 돌려 밖으로 나갔다.
잠시 신황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홍염화와 무이가 몸을 돌리다말고 서로의 얼굴을 바라봤다.
"아.......!"
"그 사람에 대해 말한다는 것을 깜빡 잊었네."
"정말!"
그녀들은 아까 낮에 보았던 신원이란 남자에 대해 신황에게 이야기하려고 생각했었는데 그만 잊어버리고 만 것이다.
"에~이! 뭐, 별거 있겠어? 들어가자."
"네!"
홍염화와 무이는 그렇게 고개를 흔들고 안으로 들어갔다.
성만 똑같다고 해서 무언가 연관이 있을 것이라 생각하는 것은 너무나 큰 비약이었다. 그들은 그렇게 생각했다.
무림맹 외성은 많은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무림맹의 개방 이후 많은 무인들이 들어왔기 때문이다. 때문에 이곳에서 숙소를 구하는 것은 하늘의 별 따기 만큼이나 어려웠다.
그러나 어디에도 예외는 있기 마련이다.
백용후가 머물고 있는 객잔이 그랬다.
이곳은 백용후가 같이 들어온 상단에서 운영하는 곳으로 실제는 황주상단의 지부 중 하나였다. 이미 마교에서는 무리맹의 한가운데 자신들의 거점을 확실히 마련해놓고 있는 것이었다.
백용후는 객잔의 후원에 따로 마련된 별채에 거처를 마련해 놓고 있었다.
그는 커다란 술병을 입에 물고 별채의 대청에 누워있었다.
꿀꺽, 꿀꺽!
목구멍을 타고 절로 식도를 타고 넘어가는 독한 화주, 백용후는 그렇게 술을 마시고 있었다.
어찌 보면 할 일 없는 백수건달의 모습처럼 보이기도 했지만, 최소한 이곳 객잔에 있는 사람들 중에서 만큼은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은 그 누구도 없었다.
이미 그의 주위에는 여러 개의 병이 나뒹굴고 있었다. 낮에 신병쟁탈전에서 가볍게 승리를 한 후 이제까지 계속 마신 것이다.
서종도는 백용후의 옆에서 묵묵히 앉아 그가 술을 마시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계속해서 술을 마시는 모습을 보며 무어라 한마디 할 법도 하건만 그는 그저 지켜볼 뿐이었다.
문득 백용후의 입가에 곡선이 그려졌다.
휙!
그가 벌떡 일어나며 입에 물고 있던 술병을 뱉었다. 그러자 이미 속이 텅텅 빈 술병이 요란한 소리를 내며 바닥을 나뒹굴었다.
백용후는 서종도를 보며 말했다.
"이제 슬슬 무림맹을 흔들어봐야 할 것 같습니다."
"결정하셨습니까?"
"후후~! 더 기다려봐야 부하들 진만 빠질 것 같고, 지금이 움직이기 딱 적기인 것 같습니다."
"그럼......"
"알겠습니다."
백용후의 단호한 말에 서종도가 고개를 깊숙이 숙여 보이고 자리에서 사라졌다.
그 순간 주위의 공기가 달라졌다.
단지 백용후가 한마디 했을 뿐인데 객잔 전체가 더운 기운으로 꿈틀거리는 것 같았다.
이 객잔 주위에는 수많은 첩자들이 감시의 눈길을 번뜩이고 있었다. 그것은 백용후가 신병쟁탈전에 참가해 두각을 나타내면서부터 일어난 일이었다.
무림맹을 비롯해 정보를 다루는 각 문파에서는 엄청난 무력을 선보인 백용후의 정체를 캐내기 위해 정보조직을 가동했다.
그들은 갖은 수를 써서 객잔의 별채로 잠입하려고 애를 썼지만 백용후의 부하들에 의해 쥐도 새도 모르게 제거되고 말았다.
그들은 이곳이 이미 오래전에 복마전으로 변한 것을 알지 못했고, 앞으로도 알지 못할 것이다.
이곳을 감시하던 첩자들이 죽었지만, 또한 그들은 멀쩡히 살아있기도 했기 때문이다.
바꿔치기, 첩자들을 침투시킨 조직들이 미처 알아차리기 전에 완벽하게 그들을 바꿔치기한 것이다.
덕분에 무림맹이나 다른 정보조직에서는 아직까지 백용후의 정체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하하~! 이거 한바탕 피바람이 불겠군."
그는 끈적끈적하게 변한 공기를 온몸으로 느끼며 중얼거렸다.
백용후 자신이 원하지 않더라도 피의 비는 세상을 적실 것이다.
그리고 그 모든 책임과 원성은 자신이 지게 될 것이다.
왠지 몸이 근질거렸다. 전신의 혈관을 타고 꿈틀거리는 더운 열기. 백용후는 그것이 살기라고 생각했다.
그는 자신의 살기를 억누르기 위하여 한동안 진땀을 흘려야했다. 그가 그렇게 자신의 살기와 싸움을 하고 있을 때, 객잔의 점소이로 변장한 부하 한 명이 안으로 들어왔다.
"무슨 일인가?"
겨우 살심을 억누른 백용후가 물었다.
"교...대협을 뵙고자 하는 분이 오셨습니다."
"누구? 아무도 만나지 않을 것이라고 했을 텐데....."
다시 백용후의 목소리에 살기가 깃들었다. 그러자 부하가 몸을 흠짓 떨다 이내 조심스럽게 말을 이었다.
"그......게 신황이...."
"그가............?"
순간 백용후의 눈빛이 바뀌었다. 살기가 넘실거리던 그의 눈빛이 어느새 차분히 가라앉고 본래의 밝은 빛을 회복했다.
"이곳으로 안내를 하도록. 그리고 이 주위의 경계를 철저히 하도록......"
"존명!"
두 번 다시 좋은 모습으로 보지 못할 거라 생각했는데, 뜻밖에도 신황이 찾아왔다. 이유야 어쨌건 다시 기분이 좋아지는 백용후였다.
잠시 후 신황이 점소이의 안내를 받아 안으로 들어왔다.
"오랜만이오. 신형! 이곳은 어떻게 찾아내셨소?"
"후후~! 이곳이 온통 백형 소문이더구려. 덕분에 쉽게 찾을 수 있었소."
"하하하! 그런가? 여하튼 안으로 들어오시오. 내 그렇지 않아도 무척이나 적적하던 참이었소."
백용후는 신황을 환대했다.
서로가 적이라 규정했지만 그들 사이에 증오나 미움 따위는 없었다. 단지 그들이 호랑이이기 때문에 같은 자리에 존재하지 못하는 것뿐이다.
"이거.... 내가 먹던 화주밖에 없는데 이것으로 되겠소?"
"내가 제일 좋아하는 술이 화주라오."
"그럴 줄 알았소."
백용후가 바닥에 뒹굴던 술병 하나를 신황에게 던져 주었다.그들은 독한 화주를 인상 한 번 찡그리지 않고 깨끗하게 비웠다.
"무슨 일이오? 신형이 이곳에 다 찾아오고."
"확인해 볼 것이 있어서, 직접 백형의 입으로 듣고 싶은 말이 있어서 왔소."
"후후~! 신형이 나에게 궁금한 게 있다니 영광이구려."
백용후는 빈 병을 던져 버리고 다시 술병 하나를 들며 말을 이었다.
신황 역시 술병을 교체했다. 그는 잠시 술병을 들여다보다 입을 열었다.
"백....무광, 백형과 어떤 관계인지 물어봐도 되겠소?"
흠짓~!
순간 백용후가 들고 있던 술병 속에서 술이 크게 출렁였다.
신황은 그런 백용후를 예의 무심한 표정으로 바라봤다.
백용후가 어렵게 입을 열었다.
"왜.... 그렇게 생각한 것이오?"
"백무광과 백....형, 많이 닮았소. 그리고 백형이 이곳에 들어온 이유를 생각해보니 그것밖에는 생각이 나질 않았소."
벌컥, 벌컥!
신황이 다시 술병을 들이켰다. 그에 백용후 역시 말없이 술병에 입을 갖다 댔다.
신황은 백무광을 만난 후 그가 누군가를 닮았다고 생각했다. 처음엔 도무지 누구를 닮았는지 생각이 나지 않았지만 두 번째 만나면서 확실하게 생각이 났다.
거대한 덩치와 각진 얼굴의 윤곽선, 그리고 부리부리한 두 눈까지 그들은 닮지 않은 곳이 없었다.
그것은 마치 백무광이 젊었을 쩍의 모습이 바로 백용후라는 생각까지 들게 만들었다.
"후후! 신형은 이미 그를 만나봤구려."
"우연찮게 기회가 되었소."
"내가 전에 아버지 이야기를 했었는데...... 기억하고 있는지 모르겠구려."
"기억하고 있소. 아주 똑똑히............."
신황은 분명히 기억하고 있었다.
백용후의 등에 걸려 있던 거대한 도를, 그리고 그의 맹세를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
"백무광....., 그는 내 아버지이오."
"그가?"
"아니, 정확히 말하면 내 아버지의 얼굴을 뒤집어쓰고 있는 남자지."
백용후는 사실을 숨기지 않았다. 아니 어쩌면 그는 자신의 신세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할 날을 기다리고 있었는지 모른다. 그는 담담히 자신의 신세에 대해 풀어놓기 시작했다.
"내 아버지는 말이오. 무공에 미친 분이었소. 그 중에서도 도에 정말 미쳐있던 분이었지."
백용후의 아버지 백무광은 전형적인 무광(武狂)이었다.
무공에 모든 것을 걸고, 또한 미쳐있는 무공 외에는 그 어떤 것도 돌보지 않을 만큼이었다. 그는 가문에 내려오던 도법을 갈고닦아 극성으로 익혔다.
"무공을 익히니까 자신의 한계를 시험해보고 싶었나보오. 그래서 도를 들고 세상으로 나갔다오.
처음엔 변방의 무인들을 상대로 자신의 도를 시험했다고 하오. 운 좋게 연전연승을 거두니 호승심은 점점 더욱 커져가고............"
그렇게 투광(鬪狂)이라는 대륙십강의 절대자가 탄생했다.
그는 말 그대로 싸움에 미친 사람이었다. 싸움을 통해 자신의 무공을 다듬고 완성시켜 나갔다. 그리고 더 이상 오를 곳이 없을 때 그는 홀연히 무림에서 자취를 감추었다.
"그때 아버지는 싸움이나 비무로는 더 이상 자신의 무공이 발전하지 못할 것을 느꼈고, 그래서 은거를 했소. 그리고 다시 그분의 무공을 연구했지.
정말 무공에 미친 사람, 누가 투광(鬪狂)이란 별호를 지었는지 모르지만, 정말 그 말이 그토록 딱 맞는 사람은 없을 것이오."
말을 하는 백용후의 눈이 아련해졌다. 그의 눈 속에는 이제는 백무광에 대한 그리움이 진하게 배여 있었다.
신황은 그 모습을 보며 다시 술을 한 모금 들이켰다.
"후후! 그때가 아마 내 인생에 제일 행복했던 순간이었던 것 같소. 그래도 아버지와 함께 지낼 수가 있었으니......, 하지만 행복은 그리 길지 않았소. 내 아버지의 도를 감추었던 그 날........"
시기어린 반항으로 백무광의 도를 감췄던 그날, 정체불명의 무리들이 그들이 살고 있던 곳으로 들이닥쳤다.
수십 명에 이르는 정체불명의 남자들, 그들은 차륜전으로 백무광을 공격했다. 백무광은 그에 적수공권으로 대항을 했다.
비록 맨손이었지만, 그는 복면인들에게 추호도 밀리지 않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는 지쳐갔고, 결국 차가운 대지에 몸을 누이고 말았다.
"정말 신의 장난이라고밖에 할 수 없지. 하필 내가 도를 가지고 나온 날, 그런 일이 벌어졌으니..........."
그가 집으로 돌아왔을 때 백무광은 얼굴의 가죽이 통째로 뜯겨진 채 차갑게 식어있었다.
"그 이후 난 서숙부에 의해서 키워졌소. 서숙부는 마교의 중추적인 인물 중 하나였고, 아버지와는 한 번의 겨룸이 있은 후 호형호제(呼兄呼弟)하는 사이였소.
그분 덕분에 난 마교로 들어갈 수 있었고, 그곳에서 두각을 나타내어 차기 교주 후계자 군에 들어갈 수 있었소이다. 하지만 그곳에서의 삶도 순탄치는 않았소.
왜냐면 그 당시 마교에 대한 대대적인 토벌이 있었으니까."
그 당시 무림맹에서는 새로운 맹주를 뽑고 마교에 대한 대대적인 토벌을 하여 급속히 세를 불렸다. 그 과정에서 백용후는 다시 무림맹에 쫓겨 중원을 떠날 수밖에 없었다.
"웃기지 않소? 죽은 내 아버지가 갑자기 무림맹주가 되어 내가 있는 마교를 치러오다니.
아들의 얼굴도 못 알아보는 아버지라니.......... 큭큭큭! 정말 이만큼 웃기는 이야기가 또 어디 있을가?"
아버지의 얼굴을 한 자에게 쫓겨나 변방으로 간 백용후.
그는 그 후 후계자 싸움에서 승리를 하고 마교의 교주에 올랐다. 그리고 만신창이가 된 마교를 추슬러 오늘에 이른 것이었다.
"뭐, 그렇게 신파적인 이야기라오."
백용후는 그 모든 이야기를 담담하게 말했다.
"백형은 아버지로 분한 그 사람이 누구인지는 알아냈소?"
"후후~! 아직이라오. 그가 왜 내 아버지의 얼굴을 아직까지 하고 있는지 모르지만, 덕분에 흉수를 쉽게 찾을 수 있었으니 그리 손해 보는 일은 아니오."
"음!"
백용후의 말에 신황의 얼굴이 심각해졌다.
그는 팽만우에게서 이십 년 전 당시 무림맹이 마교를 토벌하던 시절의 이야기와 당시의 분위기를 자세히 들었다. 그래서 당시의 많은 모순점이 존재한다는 것을 느꼈다.
그런데 이런 사정이 있었다니.신황은 생각보다 백무광이 대단한 인물이라는 것을 느꼈다.
자신의 진정한 정체를 숨긴 채 그 당시 유명무실한 존재에 불과했던 무림맹을 오늘날의 규모로 키웠다는 것은 그가 보통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뜻했다.
"속이 후련하구려. 오랫동안 입이 근질거려 힘이 들었는데."
백용후는 오히려 시원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오랫동안 혼자 간직해온 비밀, 그리고 너무나 무거운 운명의 무게를 조금이나마 덜어낸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내가 신형에게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은 우리가 적이라는 것을 떠나 신형이라면 이해해줄 것 같기 때문이오."
"고맙구려. 힘든 이야기를 해줘서..........."
"아니오. 나도 한 번 쯤은 이런 이야기를 누군가에게 해보고 싶었소."
백용후와 신황은 다시 화주를 통째로 들이켰다.
"아마 오늘부터 무림맹이 시끄러워질 것이오. 신형은 팽가 사람들을 잘 단속하시구려."
"음!"
"더 이상은 부하들을 억누르는 것은 반발만 가져오기에 어느 정도 유희를 허락했소."
한 단체의 수장이라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단체의 힘이 강할수록 수장의 역할은 중요하다. 내부의 힘이 강해지면 욕구를 분출할 수 있는 무대를 마련해 주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내부의 분열이 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로 예로부터 거대한 힘을 가진 단체들은 외부의 적을 지목해 적절히 요구를 풀어주는 행위를 지속적으로 해왔다.
백용후는 문득 신황을 보며 입을 열었다.
"신형과 나는 과연 어떤 사이일까! 우린 친구일까? 아니면 적일까? 이도 저도 아니면 우린 과연 무엇일까?"
"글쎄..... 우린 참으로 애매한 사이구려. 하지만 한 가지는 약속 할 수 있소. 만약 백형이 죽어야 하는 상황이라면 백형의 목숨은 내가 가져가겠소."
"고맙구려. 마찬가지의 상황이 온다면 신형의 목숨은 내가 거두겠소."
"후후!"
"하하하!"
그들은 웃음을 터트렸다.
최소한 지금 이 자리에서만큼은 더 이상 골치 아픈 생각은 하기 싫었다. 그러기에는 술이 너무나 달았다.
챙~!
그
들의 술병이 허공에서 부딪쳤다.
파멸검(破滅劒) 사무열은 늦은 시간까지 자신의 거처에서 서책을 읽고 있었다.
파멸검이라는 무시무시한 외호와 달리 그는 서책 읽는 것을 즐겨했고, 덕택에 지닌바 학식 또한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 사람이었다.
사무열은 시간이 이 경이 넘어가자 보던 서책을 덮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덜컹~!
창문을 여니 무림맹의 전경이 눈에 들어왔다.
불야성을 이루고 흥청망청하는 무림맹의 외성. 사무열은 자신도 모르게 눈쌀을 찌푸리고 말았다.
무리맹의 장로 중 한 명으로써 평소 조용하던 무림맹이 이런 식으로 사람들을 끌어 모으는 방식이 그는 싫었다. 무림맹은 어디까지나 중재자로써의 역할에 충실해야지.
그 자체가 큰 힘을 소유하면 안 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인 것이었다.
하지만 그의 생각에 상관없이 무림맹은 더욱 큰 힘을 얻기 위해 움직이고 있었다. 아마 이번 천하대회의가 끝나고 나면 무림맹은 더욱 크게 몸집을 불리고 말 것이다.
그것이 이번 대회의 목적이었으니까.
"허~! 제갈문상은 무슨 생각인지......."
그는 제갈문을 생각하며 탄식을 했다. 그의 머리와 지모가 뛰어난 것은 인정하지만, 가끔씩 무리를 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는 이번 천하대회의도 제갈문이 무리를 하는 것이 아닌가, 그렇게 생각했다.
꿈틀~!
순간 서무열의 귀가 움직였다.
분명 그는 자신의 처소에 사람들이 들어오지 못하게 명령을 내렸다. 무림맹의 인물들은 그런 그의 명령을 충실히 이행해 초경 이후로는 절대 이곳에 출입을 하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 그의 귀에 들리는 미약한 소리는 사람이 움직일 때 나는 소리가 분명했다.
스르륵~!
조용히 사무열의 허리띠가 풀렸다. 그리고 이를 드러내는 눈부신 검인(劒刃). 사무열의 허리띠는 연검인 것이었다.
그 상태로 그는 조용히 서 있었다.
스스슥~!
미세하게 움직이는 기척이 가까워졌다. 그에 따라 연검을 쥔 그의 손에 더욱 힘이 들어갔다.
'어떤 놈들이 감히............'
그는 눈빛을 빛내며 은밀한 기척이 조금 더 가깝게 접근하기를 바라고 있었다. 그래서 단번에 자신의 처소를 침입한 침입자를 제압하려 했다.
"..................."
어느 순간 모든 기척이 사라졌다.
사무열의 눈가에 경련이 일었다. 침입자가 자신이 경계한다는 사실을 눈치 챘다는 것을 느낀 것이다.
사무열은 온몸의 신경을 예민하게 깨워 침입자의 기척을 찾으려했다.
와장창~!
그 순간 침입자의 습격이 시작됐다. 침입자는 천정을 뚫고 떨어져 내리며 무기를 휘둘렀다. 그에 사무열은 재빠르게 반응하며 연검을 벼락처럼 휘둘렀다.
위~잉!
바람 가르는 소리와 함께 엄청난 경력이 침입자를 향해 쏟아졌다.
순간 사무열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한 줄기 촛불에 의지한 어둠속에서도 환하게 빛나는 습격자의 하얀 이빨이 눈에 들어왔기 때문이다.
'비웃음?'
왠지 그렇게 느껴졌다.
푸화학~!
순간 등에서 느껴지는 불같은 통증. 사무열의 입이 자신도 모르게 떡 벌어졌다.
사무열은 자신의 등 쪽으로 힘들게 고개를 돌렸다. 어느새 그림자처럼 자신의 등에 찰싹 달라붙은 채 검을 박아 넣은 검은 그림자가 보였다.
완벽한 양동작전.
창문을 열어놓은 채 밖의 풍경을 구경하고 있던 사무열의 신경을 입구 쪽에서 잠입한 침입자가 끄는 사이, 진짜 습격자는 창문밑에서 대기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아.....무리 그렇다지만 어.....떤 기척도 못 느꼈거늘!"
빙글!
순간 사무열의 등 뒤에 검을 박아 넣은 그림자가 검의 손잡이를 한 바퀴 돌렸다.
그러자 사무열이 채 말을 끝내지 못하고 그만 입을 떡 벌린 채 숨이 끊어지고 말았다.
털썩!
사무열이 숨이 끊어진 채 바닥에 나뒹굴자 검은 복장을 한 남자가 중얼거렸다.
"우리는 흑우(黑雨). 감히 네가 상상을 할 수 없는 지옥의 수련을 거친 사자들이지. 네가 막을 수 있다면 우리가 존재할 필요가 없다."
둘은 서로의 얼굴을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동시에 창문을 통해 사라졌다.
그들은 흑우(黑雨), 죽음의 수련을 거친 살인의 전문가들이었다.
그날 밤의 살인은 그렇게 시작됐다.
파멸검 사무열을 필두로 십여 명에 이르는 무림맹의 고수들이 살해된 것이다.
그러나 그날 밤, 아무도 그런 사실을 눈치 채지 못했으니 암습자들의 능력이 얼마나 대단한지 짐작할 수 있었다.
풍뢰신도(風雷神刀) 조무현, 탈환검사(奪還劒士) 용사영, 묵영편살(墨影鞭煞) 백사인 등등 죽은 사람은 모두 강호에서 이름을 혁혁하게 떨치던 사람들이었다.
어떤 이는 차를 마시던 자세 그대로 백호혈에 구멍이 뚫려서, 어떤 이는 잠자던 모습 그대로, 어떤 이는 독살이 된 채로..............
그렇게 소리 없는 전쟁이 시작되었다.
신황은 백용후의 거처를 나와 밤거리를 걸었다.
불야성을 이루고 있는 건물들, 각종 등불과 무인들의 호탕한 웃음소리,
그리고 여인들의 간드러진 교소가 어울려 과연 이곳이 무림맹인가 하는 생각마저 들게 만들었다.
이미 얼큰하게 취기가 올라있는 상태, 평소의 신황이라면 전혀 상상할 수 없는 모습이었지만 백용후와 마실 때만큼은 늘 이랬다.
신황은 잠시 환한 거리를 바라보다 곧 어두운 골목길로 걸음을 옮겼다.
백용후와의 대화는 그에게 많은 것을 생각하게 만들었다.
아마 그가 백용후에게 들은 비사가 세상에 알려진다면 엄청난 파장이 강호에 몰아칠 것이었다. 그만큼 백용후가 한 이야기는 충격적이었다.
대륙십강 중에서도 절대강자로 존재하는 투광(鬪狂)의 탄생 배경과 아무도 모르는 그의 죽음, 그리고 그의 얼굴을 뒤집어쓰고 존재하는 무림맹주.
과연 그의 목적은 무엇일까? 무슨 목적으로 투광을 죽이고 그의 얼굴을 차지한 것일까?
모든 것이 안개에 가려진 것처럼 불투명했다.
철커덩!
문득 품안에서 딱딱한 감촉이 느껴졌다. 손을 넣어보니 예전 팽만우가 주었던 둥그런 철패가 만져졌다.
기하학적인 문양이 가득 새겨진 철패, 백용후는 이 철패가 마교보다 제갈문이 탐내는 물건이라고 했다.
하지만 신황은 아무리 봐도 이 철패가 무엇을 뜻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꾸욱~!
실타래처럼 복잡하게 얽히고설켜있는 상황, 신황은 이 상황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이토록 음모의 냄새가 짙게 나는 산황이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이다.
"어차피 직접 몸으로 부딪쳐보면 알게 되겠지."
신황은 철패를 다시 품속에 넣으며 중얼거렸다.
아무리 상황이 복잡하고 어렵더라도 직접 몸으로 부딪치면서 하나하나 깨부수다보면 종국에는 모든 것이 끝날 것이다.
사건이 복잡하면 단순하게 만들면 된다. 그것이 신황의 생각이었다.
이미 신황의 얼굴에 떠올라있던 취기는 사라지고 없었다. 대신 그의 눈은 차갑게 빛나고 있었다.
"방문자들인가?"
문득 신황이 입을 열었다.
그가 걷고 있는 골목길, 어느새 모든 인기척이 사라졌다. 대신 기이한 살기만이 어두운 골목길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노골적인 살기가 신황을 노리고 있었다.
"무림맹인가? 그도 아니면............."
신황은 나직이 중얼거리며 살기가 가득 찬 골목길을 향해 망설임 없이 걸음을 옮겼다.
안개 정국, 그리고 무림맹 내부에서 노골적으로 그를 노리는 살기.
"정말 무림맹은 복잡한 곳이군."
신황은 살기의 중심으로 걸어가며 중얼거렸다.
음모와 음모가 중첩되고, 욕망과 야망이 살아서 꿈틀거리는 거대한 생명체, 그것이 바로 무림맹이었다.
쉭!
갑자기 어둠이 갈라지며 눈부시게 날이 서린 검이 신황의 다리를 노리고 날아왔다.
그에 신황은 다리를 들었다.
캉~!
다리에 형성된 월영인에 막혀 검이 궤도를 바꿨다. 순간 신황의 오른손에서 빛이 번쩍였다 사라졌다.
툭! 떼구루루!
그 순간 신황의 몸을 노렸던 검이 바닥에 떨어져 뒹굴었다. 이어서 마치 화선지에 번져가는 먹물처럼 검이 떨어진 바닥에 검붉은 핏물이 둥글게 퍼져갔다.
철퍽!
순간 번져가는 핏물 위로 검은 인형이 무너져 내렸다. 그러니 신황은 등 뒤에 쓰러진 시체에는 신경을 쓰지도 않고 걸음을 옮겼다.
쉬쉬쉭!
그런 신황을 향해서 사방에서 섬뜩한 빛을 발하는 검이 어둠을 가르고 날아들었다. 칠흑처럼 어두운 밤을 푸르스름하게 빛을 발하는 검이 밝혔다.
암습자들은 모두 검기를 쓸 줄 아는 고수들이었던 것이다.
신황의 눈빛이 어둠에서 차갑게 빛났다. 동시에 그는 어지럽게 손을 움직였다.
차차차창~!
어둠을 뚫고 요란한 쇳소리가 터져 나왔다.
월영인가 검기가 격돌하면서 사방에서 빛이 번쩍였다 사라졌다. 그리고 그 사이로 섬뜩한 신황의 눈동자가 움직였다.
휘잉~!
검기가 들이닥치기도 전에 기파가 날카롭게 밀려왔다.
그러나 신황은 피하는 대신 월영갑을 끌어올린 채 기파가 몰려오는 방향으로 월영인을 날렸다.
까~앙!
푸욱!
신황의 장포에 부딪치며 상대의 검이 부러져 나갔고, 검을 잡고 있던 암습자의 눈이 크게 떠졌다.
그의 목에는 어느새 어둠 속에서 시퍼렇게 빛을 발하고 있는 월영인이 박혀있었다.
순간 신황이 목에 박혀있던 월영인을 회수하는 동시에 사방으로 월영륜을 날렸다.
키이잉!
마치 잠자리가 날갯짓을 하는 듯한 소리가 어둠을 타고 밤하늘에 번져나갔다.
투투툭!
이어 바닥에 떨어져 내리는 검은 그림자들, 그들의 몸에서 흘러나온 붉은색의 선혈이 바닥에 번져갔다.
죽는 그 순간까지도 신음 소리 하나 내뱉지 않는 남자들. 그것은 참혹한 광경이었다.
자신의 목숨을 걸고 어둠 속에서 달려드는 남자들, 그리고 그런 그들을 맞아 온몸으로 싸우는 신황. 하지만 들리는 소리라고는 오직 쇳소리뿐이다.
마치 섬전처럼 순식간에 피어올랐다 사라지는 검광 속에서 그들은 그렇게 움직였다.
피릿!
신황의 뺨 위로 핏방울이 튀었다.
무너지는 검은 그림자, 그리고 복면 사이로 보이는 눈동자, 남자의 눈동자가 회색으로 흐려지고 있었다.
자신에게 죽음을 준 신황을 원망하는 눈동자, 그러나 신황은 그런 눈동자를 외면하지 않았다. 그는 자신의 손에 의해 세상의 끈을 놓는 남자의 마지막을 무심히 지켜보았다.
번쩍!
다시 그의 손과 발에서 눈부신 빛이 터져 나왔다.
월영인이었다.
휘리릭!
월영인이 허공을 가르는 순간 또다시 몇 명의 목숨이 덧없이 사라져갔다.
분명 상대가 되지 않는 것을 그들도 알 것이다. 그런데도 그들은 악착같이 신황을 향해 덤벼들었다. 그리고 죽는 그 순간까지 어떤 소리도 입 밖으로 내지 않았다.
어둠 속에서 소리 없이 치루는 전쟁. 그것은 신황이 경험했던 어떤 전투보다도 위험한 전쟁이었다.
검은 그림자들은 악착같이 신황의 몸에 상처라도 하나 내려고 덤벼들었고, 신황은 그런 검은 그림자들을 추호의 용서도 없이 배어 넘겼다.
때문에 그가 지나온 어두운 골목길은 검은 그림자들이 흘린 피로 검붉게 물들어 있었다.
붉게 물든 피의 길을 신황은 홀로 걸어갔다.
어두운 골목이 내려다보이는 근처의 커다란 나무, 사방으로 넓게 가지를 뻗은 나무는 마치 차양처럼 달빛을 드리우고 있었다.
낭창낭창 휘어지는 가느다란 나뭇가지, 바람만 불어도 부러질 듯한 연약한 나뭇가지 위에 믿을 수 없게도 사람의 몸이 실려 있었다.
바람에 머리를 휘날리며 반으로 부러진 도집을 품에 안고 있는 남자, 그는 달빛을 등진 채 자신의 발밑에서 벌어지는 처절한 혈전을 바라보고 있었다.
어둠 속에 숨어서 신황을 습격하는 자신의 부하들은 이제까지 훈련 받은 그대로 어떤 소리도, 어떤 기척도 없이 신황을 습격했다.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저런 습격을 받는다면 천하의 그 누구라도 마음이 흔들릴 수밖에 없을 것이다.
마음이 흔들린다면 당연히 몸에도 허점이 나오게 된다. 그렇게 된다면 상대가 제아무리 고수라 할지라도 충분히 쓰러트릴 수 있다. 그것이 그의 부하들이 노리는 바였다.
그러나 신황은 입을 열지 않았다.자신을 습격하는 자들이 죽을 때까지도 비명 소리 하나 지르지 않는 상황에서 신황은 그 이유를 묻지 않았다.
상대가 어떤 소음을 내지 않듯, 그 역시 어떤 물음도 던지지 않았다.
그 모습에 질린 것은 오히려 남자의 부하들이었다.
"신황...... 역시 그냥 놔둬서는 안 될 남자다."
역광을 등에 안고 남자가 그렇게 중얼거렸다.
순간 나뭇가지가 흔들리며 그의 얼굴에 달빛이 비추었다.
이어 드러나는 남자의 모습. 반 동강이 난 도를 품에 안고 있는 평범한 체구의 남자, 그는 바로 백용후의 숙부인 서종도였다.
지금 신황을 습격하고 있는 남자들은 그가 개인적으로 키운 부하였다. 저들의 존재는 백용후도 몰랐다. 만약 백용후가 알았다면 오늘의 습격을 용납할 리가 없었다.
백용후의 성미에 암습이나 모략은 맞지 않았다. 만약 그가 마교의 교주라는 자리에 앉지 않았다면, 이렇게 무림맹에 들어와서 암행 따위는 하지 않았을 것이다.
"저 자는 분명히 우리 일에 걸림돌이 될 것이다."
신황을 처음 봤을 때부터 느낀 불안감, 그는 신황이 신경에 거슬렸다.
이제까지는 백용후 때문에 가만히 두고 볼 수밖에 없었지만 대사가 가까워진 이상 더 이상은 내버려둘 수 없었다.
비록 백용후는 용납을 하지 않겠지만 그는 영원히 서종도가 움직인 사실을 모를 것이다.
"그르륵!"
마지막 남은 복면인이 입에 피거품을 게워 올리며 눈을 크게 떴다.
움직이고 싶었지만 그는 더 이상 움직일 힘이 없었다. 이젠 마음 편하게 바닥에 눕고 싶었지만 그는 그러지도 못했다. 그를 붙잡고 있는 억센 손길 때문이다.
"무림맹의 졸개인가?"
신황이 자꾸만 무너지려는 복면인의 몸을 안고 나직이 속삭였다.
복면인은 이를 악물었다. 그는 비명을 지르지도, 어떤 신음 소리도 내뱉지 않았다.
신황의 눈빛이 칙칙하게 가라앉았다. 그는 더 이상 복면인에게 질문을 던지지 않았다. 대신 복면인의 배에 박혀있던 손을 뽑았다. 그러자 복면인이 속절없이 무너져 내렸다.
신황은 잠시 자신이 지나온 길을 바라보았다.
담벼락과 바닥을 가득 물들인 붉은 자국들, 그리고 그 위에 몸을 누이고 있는 검은 복면인들의 시신들.
그들은 자신들이 죽어가는 그 순간까지도 침묵을 지켰다. 지독한 침묵의 계율. 이런 자들에게 더 이상 무언가 물어본다는 것은 무의미한 일이었다.
신황은 잠시 그들을 바라보다 걸음을 옮겼다.
"기다려보면 알게 되겠지."
조급한 것은 저들이지 자신이 아니었다. 실수는 급한 쪽이 저지르게 되어있었다.
지금 이 순간 신황이 할 일은, 기다리는 것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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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감사합니다
기다리면되겠지^^~~
감사합니다
너무 너무 감사.
고맙게 잘보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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ㄳ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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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봅니다
즐감 히구 갑니다
즐감
즐감하고 갑니다.
재미 있게 읽고 갑니다
감사 합니다
즐.독 하고 있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