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간 중간 이곳에 진행과정을 쓰려고 했지만
그것보단 충분히 경험을 하고 한번에 보여드리는게
보시는분들에게도 좋을것 같아 미루다 몰아서 씁니다.
그래서 글이 좀 깁니다.
가뜩이나 보기도 싫은 흉한 피부를 사진으로까지 남기는걸 싫어해
사진은 별로 없고 가장 심한 손발 위주로만 찍었습니다.
시작전 저의 상황과 했었던 치료를 대략적으로 쓰자면,
작년 여름쯤에 완전 뒤집어져서 온몸 곳곳에 진물 줄줄 흐르는 상태였고요
상처 때문인지 오한이 와서 한여름에도 솜이불을 덮고 있어야 했습니다.
다니던 직장을 휴직했고 어떻게든 얼굴만은 사수하자 해서 얼굴쪽은 제 생명줄 프로토픽으로 많은 각질정도로 버티고 있었습니다.
전 79년생 남자고 아토피 이력은 나이와 같습니다.
그때쯤 서울대병원 갔고 약1년여를 싸이폴엔을 시작으로 여러 면역억제제 사용했습니다.
다시 직장을 다닐정도는 됐지만 어느 한계 이상으로 호전되진 않던 찰나
리브레키주맙 임상제의를 받고 참여 수락합니다.
임상을 위해 먹던 약을 최소 한달이상,
심지어 그나마 사회생활 할 수 있도록 10년을 넘게 써오던 프로토픽까지 끊어야 한대서
그사이 악화가 우려됐지만 생각만큼 나빠지진 않았습니다.
참고로 리브레키주맙은 약 한달정도의 기간을 두고 총 3회 피하지방주사를 맞습니다.
듀필루맙과는 너무나 차이나는 횟수와 임상기간 때문에 좀 이해하기 힘들었지만
류킨 IL-13 의 항체에 관련이 있는 치료기전이란건 같다고 합니다.
아, 부작용이라고 한다면 이 항체가 기생충과 관련이 있는데
기생충 감염시 이에 대항하는 항체가 제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것이라고 합니다.
다만 요즘 시대엔 기생충 감염에 의한 문제가 거의 없다시피하니 별 탈은 없을것이라 하네요.
그 외의 부작용은 가벼운 감기정도 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실험군은 4가지로 나뉘는데
그중엔 비타민만 맞는 군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지금껏 제가 일기식으로 적어놓은것을 토대로 나열하겠습니다.
글의 특성상 음슴체
2015.7.29 첫날
임상시험, 부작용 설명. 환부 심한정도 체크. 키 몸무게 혈압 심전도 소변검사
임상적합여부 판단 위한 채혈
설문을 위한 단말기와 얼굴몸에 바를 연고 수령
얼굴: 1 tube Hydrocortisone cream, USP 2.5%
몸: 1 jar Triamcinolone acetonide cream, USP 0.1%
검색해본 결과 아주 약한 강도의 스테로이드 연고임
2015.8.2
지급 받은 크림은 하루 2회 도포. 하루 2번 단말기 입력.
단말기 오전은 크림을 발랐는지 여부만 체크, 저녁엔 가려움정도, 출혈, 각질, 진물 등등에 대한 정도를 숫자로 입력.
어제 자고 일어나니 온몸의 상처가 굉장히 아픔
오늘은 아픔은 줄어들었는데 각질이 심해짐
2015.8.6
피검사 결과 다른 수치는 모두 정상인데 LDH라는 항목의 수치가 600으로 정상인의 3배
혈액종양내과 방문후 이것 때문에 임상시험 불투명. 초음파검사. 다시 채혈
2015.8.11
연고 사용법을 잘못 알고 너무 소량을 써왔다가 제대로 바르기 시작한후
상체 각질 상당히 줄어듬. 건조함이 줄어듬. 가장 심한 다리 발은 여전
2015.8.13 첫 주사
초음파 검사결과 정상. LDH수치 400으로 떨어짐
내과쌤은 아토피로 인한 높은 호산구 수치를 원인으로 예상
임상진행결정
팔에 한대씩 양 팔에 리브레키주맙 주사 두대 맞음
두통이나 메스꺼움등의 증상에 대비해 1시간 침대에 있다가 퇴실
차라리 뭔가 이상증세가 있어주면 비타민제가 아닌 진짜 약이라고 생각이라도 할텐데 멀쩡해서 찝찝함
저녁에 상당한 가려움. 손가락 사이사이 진물. 다리쪽도 간만에 진물나게 긁음
2015.8.16
큰 변화는 없는데 간혹 폭발적으로 가려움. 특히 손 발이 가려움
손엔 한포진 잔뜩 번져감
2015.8.19
오전 채혈. 전체적인 피부는 부드러움. 특히 배쪽은 야들한정도
곳곳의 상처는 그대로
2015.8.22
현재 상태
온몸이 이런것은 아님
특히 손이 심해서 찍어둠
다리의 저 많은 수포(?)는 시험과는 상관없이 상당히 오래전부터 있어왔던것임
주로 다리 전체와 팔뚝에 밀집해 있음
가렵진 않고 물집이 아니라 점에 가깝기 때문에 보기에만 안좋음
다만 웃기는건 상태가 안좋아지면 저것들이 없어지고 상태가 좋아지면 올라옴
2015.8.31
보기에는 많이 나아진것 같지만 가려움은 계속 심함
특히 손은 상당한 두께감과 함께 무슨 비닐장갑인것 같은 피부가 되어 있음
머릿속은 가루각질 천지
하지만 가려움과 상처들은 남아 있어도 전체적인 피부는 부드러움을 느낌
2015.9.5
점같은 것들이 확연히 줄어든게 보임
하지만 예전부터 몸이 나빠지면 없어지던 것들이라 아직은 미심쩍음
환절기여서인지 몰라도 눈이 많이 가렵고 하루종일 눈물범벅
얼굴은 처음부터 괜찮은 상태로 시작했지만
이마부분의 염증이 사라진 이후 내내 최상.
얼굴은 연고도 안바르고 세안후 로숀 조차 안바름
(연고 사용설명에 염증 없이 깨끗해진 부위는 바를 필요 없다고 되어 있었음)
2015.9.7
온몸 곳곳에 아직 염증이나 거침이 있지만
전체적으로는 내 피부가 맞나 싶을만큼 부드러움
강한 스테로이드를 썼을때도 피부가 부드러워지지만 아주 이질적이고 인위적인 부드러움으로 느껴지는데
현재의 부드러움은 아주 자연스럽게 느껴짐
정말 오랜만에 느껴보는 부드러움이라 계속 쓰다듬으며 만끽
머릿속은 여전히 가루각질로 덮혀 있는데 자주 가려우면서 긁으면 굉장히 민감하게 아픔
2015.9.10
전체적으로 좀 안좋아진것 같음
등쪽을 포함해 안좋은 부위들이 늘고 다시 상처들도 생김
그 좋던 얼굴도 조금 안좋아진듯
2015.9.11 주사
설문. 채혈. 소변. 혈압검사
주사는 시계방향으로 맞는다고 함
오늘은 왼쪽 복부에 한대 맞음
2015.9.15
전체적으로 안좋아지고 있음. 얼굴에 검조함과 각질도 조금씩 나오기 시작.
손발에 두꺼운 껍질이 생기기 시작
2015.9.18
연고를 얼굴에 다시 발라줘서인지 얼굴은 정상을 찾음
등이나 어깨, 옆구리도 거칠어졌던 부위가 진정세로 돌아섬
손발은 지긋지긋하게 여전함
2015.9.29
피부는 부드러운곳은 계속 부드러운데 전체적으로 안좋아지는 부분들이 다시 생김
팔꿈치 상처들 생기고 귓불도 다시 찢어지고 가슴쪽도 상처
다리쪽에 그 점들이 다시 고개를 드는듯함
눈이 계속해서 안좋음. 가만히 있어도 하루종일 주르륵 흘러내리는 눈물.
2015.9.30
마구 가렵다기 보단 계속 근질근질...
내 느낌에 두번째 주사는 리브레키주맙이 아닐것
2015.10.2 주사
평소대로 설문. 연고 다 써서 새로 지급.
오늘은 왼쪽 허벅지에 맞음
2015.10.6
세번의 주사를 다 맞고난 내 느낌을 적어보자면
첫번째 주사는 약물 중간
두번째 주사는 비타민
세번째 주사는 약물 높음
이지 않을까 추측.
현재 온몸의 피부가 다시 매우 부드러워진것 같고 등도 보이진 않지만 촉감만으로도 깨끗해진듯
짜증나는 손발만 여전함
눈 때문에 도저히 못참아서 동네 안과가서 먹는약 안약 처방. 다만 항생제 주사만 거절함
2015.10.22
가려움 거의 없다시피함
손발의 상태도 사진에 보듯 눈에 띄게 좋아짐
몸에 각질은 약간 있지만 건조함을 못 느낌
보통 약의 도움없이 자연적으로 호전될땐 상처도 본래의 피부로 돌아가는데
지금은 촉감적으로 매끈할뿐 상처가 있었음을 확연하게 보여주듯 색소침착으로 남아 있음
상처가 덜했던 팔쪽은 괜찮은데 심했던 다리쪽은 여러 자국들이 많음
2015.10.27
대상포진 발발
임상시험 중단으로 당연히 연고 중단
당장 내일 피부과 예약
다행히 주사는 다 맞은 상태라 시험에 큰 영향은 없다함
2015.10.29
대상포진에 걸려본적도, 이름만 들어봤지 증상을 들어본적 없다보니
너무 늦게 알아차려서 치료시기도 많이 늦었다함
오늘 죽을만큼의 고통을 느끼며 대상포진의 무서움을 알게됨
2015.11.2
혈압 심전도검사 채혈 소변 설문작성
얼굴 많이 안좋아짐. 어깨쪽도 거칠어짐. 전체적으로 건조
거의 없다시피했던 가려움이 좀 심해짐
갑작스레 안좋아진것도 이상하고 타이밍이 대상포진과 맞물리다보니 이게 원인인가 알 수 없음
2015.11.4
스테로이드주사, 항히스타민제주사 맞음. 강한 스테는 아님
상태는 엄청난 각질. 가려움은 좀 덜함. 팔다리는 괜찮음
2015.11.8
대책없이 번져가고 떨어지던 각질들은 한차례 지나가고 덜해진듯
스테로이드 처방까지 받아서인지.
피부 상태는 괜찮은 상태로 지속.
2015.11.11
각질도 상당히 없어졌고 가려움도 거의 없음
그래도 스테로이드주사, 항히스타민제 처방
2015.11.15
좀 건조하며 피부가 하얗게 버즘이 피는것 말곤
피부도 부드럽고 가려움도 없다시피함
대상포진 참 오래감
몸살이 옴
하여간 가지가지 한다.
2015.12.1 현재
가장 악랄했던 발은 아직 좀 남아 있지만
손은 완전히 정상을 찾음
몸쪽은 전에 찍어뒀던게 없어 비교사진이 없지만
보다시피 좀 건조해보이는것 말곤 매끈함
머릿속은 비듬마냥 또 잔뜩 가루들. 그래도 가렵진 않음
여기까지가 끝이네요.
현재는 매우 약하게 종아리 좀 긁는거 말곤 가려움 거의 없습니다.
전체적인 피부상태는 건조함의 버즘들이 넓게 분포해 있지만 건조함을 느끼진 않습니다.
얼굴과 목은 정상인과 다름없고요.
물론 막판에 대상포진에 걸려버리는 바람에 연고도 중단하고
아직까지 약한 스테로이드와 항히스타민제를 복용하고 있어서 정확한 판단을 하기엔 조금 무리가 있습니다
다만 항히스타민제는 예전부터 가려움 완화에 전혀 도움을 주지 못했었던걸 생각하면
분명 리브레키주맙에 의한 효과를 보고 있다고 생각됩니다. 스테로이드를 써도 이정도로 가려움이 없어진적은 없으니까요.
아직은 계속해서 피부과를 방문해야 할것 같고 약처방도 변화가 있을것이고 지켜봐야겠네요.
이상 마치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추가
2015.12.3
제가 너무 무지했던게 있었네요. 전 이게 몇번이나 맞음으로해서 몸에 항체가 자리잡도록 하는걸로 생각했었습니다.
다시 말해 자리를 잡으면 오래도록은 아니더라도 어느정도는 계속 효과를 보는거라 봤던거죠.
오늘 병원에 다녀와서 알게 되었는데 임상시험에 쓰인 리브레키주맙의 약효는 대략 한달정도라 합니다.
(그래서 한달의 기간을 두고 맞은거겠죠. 일주일마다 맞는 듀필루맙은 아마도 일주일의 효과가 아닐런지..)
전 이미 마지막 주사를 끝으로 약효기간이 지난 상태라 현재 먹고 있는 스테로이드를 끊을 경우
다시 나빠질수도 있다 하네요.
첫댓글 아픈사진 보니 저도 아팠을때가 떠 오르네요. 사진 보니 저럴 때 어떻게 아프고 괴로운지 너무 생생히 알것같아요. 노력하시니. 곧 완치 하시겠죠.^^*
얼마나 힘드셨을지 느껴지네요 지금도 빨갛게 올라올 때마다 가려움을 아는데 잘 넘어가시길 ...전 항스타민제로 조금씩 적응해가려 노력 중입니다. 아토피에서 이겨내시자구요 화이팅
많이 고생하셨고 잘 견뎌내셨네요. 몸은 정상이라서 효과가 좋은 것 같아요. 앞으로도 대상포진 조심하시고,
이렇게 해서 좋아지셨으면 하네요.^^ 저도 나중에 도전하고 싶어지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