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금요일부터 비오는 날을 빼놓고 집 주변과 농사일 갈무리를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정착이란 집을 단정하게 가꾸는 일이네요. 그래야 정이 생기고.
농사 또한 열심히 매만줘야 결실이 더 많이 생기는 것은 자명한 사실.
결국 정착, 농사, 집, 정...이런 것은 하나로 통합니다.
정이 생긴다는 것은 집착이 생긴다는 뜻이지요.

유목민의 정서가 다시 발동한 몇 주, 그래도 해놓은 것들이라 다시금 정돈을 해봅니다.
유목민으로 살아가기 위해서는 적당한 폐허도 눈을 감을 줄 알아야 하겠지요.
아니면 소유형태를 완전히 바꾸든가.ㅎㅎ
풀섶 사이 올해 2월에 뿌려놓은 차잎이 여기 저기 나왔습니다.
돌담과 길 사이에 심은 것들이니 내년에는 제법 커서 차잎을 조금은 딸 수 있겠네요.

무퇴비(풀퇴비)로 키운 제 마늘과 퇴비를 잔뜩 넣고 키운 마늘의 비교입니다.
비교가 잘 안될 겁니다. 제게 보내온 단양마늘은 크기가 꽤 큰데 제 마늘을 그 옆에 놓으니 만만치 않네요.
오른쪽 야문 것이 제가 재배한 마늘입니다.
맛은 단연코 제 마늘이 야물고 맵고 달고 그렇습니다. 마늘 고유의 향과 맛입니다.
무퇴비일수도 있지만 거기에 고작 들어간 것은 밭에 나오는 것들이니까...이제 크기와 맛이 고정되었습니다.
대부분 저 크기였으니까요.
종자로 남겨놓은 것을 비교해본다고 찍어봤습니다.

제 가운데 몸뚱이만한 동아입니다. 길이 70센티 정도 둘레는 35인치가 넘을 것 같은데...
동아에 대해서는 따로 올려놓았으니 참조하시구요.
동아는 겉을 자주 쓰다듬어 주지 않습니다. 빨리 썪습니다.
그 옆에는 청호박임다.
.

미리 따놓은 둥근호박과 흑호박 등 ....
이번에는 우리 엄마 호박죽 무진장 드실수 있겠네요. 아니 호박즙을 충분히 낼 수 있겠습니다.

어제 방 안에서 책을 보고 있는데 콩자가 창밖에서 야옹거리며 저를 보고 있어서..사진 한 컷 찍었습니다.
요넘은 사람의 손길을 타고 싶어하는 놈입니다.

어젯밤 허리통증 때문에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하다가 오늘 아침 늦잠을 잤네요.
늦잠이라고 해봐야 8시니까...일어나면 바로 화장실 갔다가 작업복 갈아입고 나가서
볕에 말릴 것들 널고, 어제 이어 이불 빨래하고 널고, 역시 어제 이어 깨를 털고, 밭을 둘러보면서
명절음식 할 재료들을 수확했습니다. 차례를 제가 준비하거든요.
동그랑땡을 만들 부추와 파전 할 조선대파를 가다듬습니다.
부추를 다듬는 것은 제 성질에 잘 못하는데....명상수행하는 셈 치고 묵묵히 천천히 열심히 오랜동안 다듬었습니다.
할머니들이 마당에 한켠에 홀로 앉아서 다듬는 모습이 오버랩됩니다.

콩돌이. 콩자. 콩순이
저는 열심히 다듬고 있는데 요넘들은 툇마루 앉아서 졸고 있네요. 손길을 주지 않고 먹을 것만 챙겨서 주는데
이넘들이 요즘에 자꾸 나한테 앵깁니다. 콩돌이 저 숫컷도 그렇고...
오늘은 이것저것 올라갈 준비도 그렇고, 연재원고 두 개나 마감날입니다.
추석이라고 데드라인을 땡겨놓는 바람에...데드라인을 오늘 지켜주지 않으면 제가 고생하긴 합니다.
부모님 집에 돌아오면 빨간날짜인 18일 꼭두새벽부터 엄마 간병만이 아니라 차례상 준비를 동시에 하는 ....슈퍼우먼의
일거리들이 저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명절 연휴 23일까지 간병인들이 휴가니까...제가 다 하거든요.
엄마가 명절을 준비해왔던 것을 고스란히 제가 하는데...거기에 엄마간병까지 겹쳤으니...정말 장난이 아니지요.
형제들이 있어야 오히려 걸리적 거립니다. 그냥 잘 놀다 가면 되는 일입니다.
아마 명절을 전적으로 혼자 치루는 여성들이면 제 심정 이해합니다. 걸리적 거린다는 것이 무엇인지..ㅎㅎ.
그걸 알고 어젯밤에 미리 허리가 끊어지도록 아팠나봅니다.ㅎㅎ

안박사님이 메일로 보내주신 사진 두 컷입니다.
성재리 그 아줌마입니다. 씨앗을 많이 넣어주는 것을 이 정도면 된다고 제가 그러니까...옆에서 안박사님이
많이 받으라고 해서...더 받고 있는 모습입니다.

수백년 된 느릅나무 아래서 찍은 사진입니다.
토종조사 하러 돌아다니면 안박사님이 제 사진을 많이 찍어줍니다.
20년 젊어뵌다고 하면서 보내주셨습니다. ㅎㅎ
명절 쇠고 돌아오면 화요일 밤부터 2차 완주토종조사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2차 토종조사가 끝나고 돌아오면 10월초에 촐간되는 책의 최종본을 검토하고 또...나락 수확을 해야합니다.'
작년에는 10월 5일경에 했는데...올해는 그 즈음이 될 것 같습니다.
나락수확을 하기 전에 아무리 피쌀이라고 하지만 피도 일부 제거해주고, 주변에 기계 들어올 자리에
일부 낫으로 베어주고, 주변에 가막사리, 망초 등 큰 잡목들 베어주고. 나락 수확을 하면 40kg 부대자루 수십개를
아스팔트로 옮겨서 3일을 말리고, 말리면서 뒤적거려주고...다 말리면 다시 40kg부대에 담아서 저장할 것과
정미소 갈 것을 구분해서 해놓고...
명절연휴부터 10월 중순까지는 아마도 숨을 고르게 잘 쉬어야 할 것 같습니다.
이 때까지 내 허리가 떨어져나가지 않도록 해야겠네요.ㅎㅎ
첫댓글 심어 놓은 것들을 갈무리 하는 것이
농사의 목적인데 이것이 정말 일입니다.
한꺼번에 다 소비할 수 없고 그렇게 해서도 안되는 것이라
정갈하게 그 소용에 맞게 다듬고 저장하는 것이 진짜 제대로 농사를 짓는 법이라는 생각입니다.
바쁘게 힘들게 추석 명절 마치시면
완주토종조사는 놀이가 될 것 같아요....
추석 잘 보내세요. ^^*
지금쯤 책이 나왔을지도 모르겠네요. 책제목, 출판사 어떻게 되는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