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쇠고기 양짓살 삶아 얇게 썰고 - 발효초장·얼음육수로 맛내 - 생선물회와 냉면 식감 동시에 - 메밀국수 말아먹으며 마무리
'쇠고기로 물회를 만든다고?'
물회는 보통 생선회로 만들어진다. 생선회에 온갖 채소와 얼음육수가 곁들여진 음식이다. 얼음육수가 녹으면서 더 쫄깃해진 생선회는 초장의 맵고 달달함과 어우러져 시원하고 알싸한 맛을 낸다. 여름 별미로는 그만한 음식이 없다.
그러나 여기 물회가 생선회로만 만들어질 수 있다는 편견을 깨뜨린 맛집이 있다. 부산 해운대구 재송동 돈방석(051-752-0687)은 쇠고기 양짓살로 만든 양지물회를 선보여 전국 식도락가들로부터 입소문을 타고 있다.
■쇠고기 양짓살로 만든 물회
양지물회는 생선회 대신 쇠고기의 양짓살로 만든 물회다. 삶은 양짓살을 얇게 썰어 넣은 것을 제외하고는 일반 물회와 구성이 크게 다르지 않다. 양짓살에 배 양파 오이 고추 등 각종 채소와 김, 초장, 빙수같이 곱게 간 얼음육수가 곁들여져 만들어진다.
■잘 섞은 뒤 밥 말아 떠먹어
밥을 다 먹으면 메밀국수를 말아먹으면 된다. 속이 너무 얼얼하다 싶으면 따뜻한 쇠고기국을 주인장에 청할 수도 있다.
양지물회의 포인트는 얇게 썬 양짓살과 초장, 얼음육수. 보통 냉면에 들어가는 양짓살보다 더 얇다. 대패삼겹살 정도 굵기다. 예전에는 일일이 손으로 썰었지만 요즘은 양짓살을 얇게 써는 기계를 맞춤 제작해 활용하고 있다. 초장은 생선회에 곁들여지는 일반 초장과는 다르다. 생선회와 다른 양짓살에 맞는 양념장을 만든 것이다. 이 초장은 3개월 이상 숙성 발효했다. 얼음육수는 양짓살을 삶은 국물로 만들어진다. 양지육수는 잘 얼지 않기 때문에 특별한 재료를 넣어 육수를 얼린 것도 이 집만의 비법이다.
양지물회 먹는 방법은 간단하다. 먼저 양짓살과 채소, 초장, 얼음육수를 잘 섞은 뒤 여기에 따뜻한 밥 한 공기를 넣어 국물음식처럼 떠먹으면 된다. 양짓살과 채소를 비빌 때까지는 얼음이 남아 있다가 따뜻한 밥을 넣으면 밥의 온기로 얼음은 금새 고기육수로 변한다. 쫄깃하면서 얼큰, 달콤, 시원한 생선물회의 맛이 느껴진다. 양지육수를 사용한 덕분에 냉면 국물의 식감도 동시에 느껴진다. 고기와 생선의 두 가지 맛이 오묘하게 조화한 것이다.
밥을 다 건져 먹으면 남은 국물에 메밀을 말아 먹을 수 있다. 메밀은 무한제공된다. 밑반찬으로는 생김치와 깍두기, 풋고추와 양파, 계란 후라이 등이 나온다. 양지물회가 워낙 풍성한 식재료로 만들어지기 때문에 밑반찬에는 따로 손이 가지 않을 정도다.
얼음 육수를 계속 먹다보니 얼얼할 정도로 속이 차게 느껴졌다. 이처럼 찬 속이 부대낀다면 주인장에게 쇠고기국물을 청하면 된다. 또다른 주 요리인 쇠고기국밥 국물을 손님이 원할 경우 준다. 후한 인심은 이 집의 '제3의 맛'이다.
■임신 아내 위해 개발… 상표등록 신청
양지물회를 개발한 서권정 돈방석F&C 본부장은 "아내가 첫 애를 임신했을 때 물회가 먹고싶다고 해서 사왔는데 잘 먹지 못했다"며 "물회를 먹일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다가 가게(쇠고기국밥집)에 있던 양짓살을 얇게 썰고 채소와 얼음육수를 곁들여 물회처럼 만들어줬더니 너무 잘먹어서 여기에 착안해 메인 메뉴로 만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양지물회라고 해서 육회를 사용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데 익힌 양짓살을 쓴다"며 "여름에는 쇠고기국밥이 잘 팔리지 않는데 양지물회가 메인 메뉴로 자리잡으면서 이를 보완할 수 있게 됐다"고 덧붙였다.
이곳 이갑윤 대표는 "고기 채소 소금 등 양질의 국산 식재료만 사용해 더 맛있을 것"이라며 "밀면이나 돼지국밥처럼 양지물회를 부산을 대표하는 음식으로 만들고자 상표등록 신청도 했다"고 밝혔다.
양지물회가 블로그 등을 통해 입소문이 나자 전국에서 손님이 몰려들고 있다. 현재 주말 고객의 80~90%는 서울 등 외지 사람이라는 것이다. 현재 위치가 사람들이 쉽게 찾기 어려운 점을 감안, 돈방석은 접근성을 고려해 다음달 중 해운대구 좌동에 분점을 낼 계획이다. 1인분 8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