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2017. 4. 29. 토요일.
서울 광진구 광나루 역 2번 출구를 빠져 나왔다.
‘국보문학’ 문인들이 있는가 싶어서 두리번거리는데 한 분이 눈에 금방 들어왔다. 1980년대 중반, 옛 직장의 동료이다. 헤어진 뒤 20여 년 만인데도 서로 금방 알아보고는 손을 맞잡았다. 그분도 ‘국보문학’ 회원.
지하철 광나루역.
나는 처음으로 내린 역이다. 나는 1960년대 말부터 서울에 살고 있으며, 아차산역에는 등산하려고 제법 많이 다녔어도 광나루역은 처음이었다.
광나루역 2번 출구를 빠져나온 뒤 뒷골목으로 들어섰다. 갑자기 민간 주택과 뒷골목이 나타났다. 허름한 지붕이 낮게 이어지고, 텃밭도 펼쳐졌다. 빈 터에는 도시텃밭이 있었다. 3평에서 5평 정도의 작은 텃밭머리마다 이름을 쓴 팻말이 줄을 이었다. 산자락 밑에 텃밭이 있을 줄이야 상상도 못했다.
중부 서해안 야산자락에서 텃밭농사를 짓는 내 눈에는 도시 텃밭지기들의 농사채(규모)가 소꿉장난 같아 보였다. 그래도 내 눈에는 봄 채소인 열무 싹, 상추, 고추와 푸성귀 위주의 농작물이 무척이나 신선해 보였다.
나는 텃밭농사를 포기한 채 서울에서만 머물고 있는 건달농사꾼이라도 도시 텃밭지기들의 텃밭농사에 대한 정성을 존경하고 싶었다.
아차산 숲길로 접어들었다.
토요일 오전이라서 그럴까? 가벼운 등산복 차림의 산행객이 무척이나 많았다. 뒷산에 오르는 행락객들.
잘 닦여진 차도 양 옆에는 많은 사람들이 긴 줄에 사각형의 헝겊을 매달고 있었다. 한눈에도 ‘국보문학’ 회원들이 ‘아차산 시화전’ 개최 준비를 서두르고 있었다. 크기와 간격이 일정한 헝겊에는 시와 산뜻한 삽화가 들어 있었다. 봄철에 어울리는 나무와 숲, 들꽃과 여인들의 사진이 삽화로 살짝 처리되었다. 회원들은 연방 긴 줄에 매달고, 끈으로 하단을 졸라매서 단단하게 고정하고 있었다.
잠시 뒤에는 ‘국보문학’ 발행인 임수홍 회장의 인사 말씀에 이어 회원들의 시 낭송이 있었다. 마이크를 입술에 대고는 시를 나직히 읊고, 문학에 관한 덕담도 이어졌다.
나는 중부 서해안 촌에서 사는 사람이고, 문학과는 거리가 먼 직장생활을 하였기에 시를 모른다. 생활글이나 다다닥 흉내를 내는 사람이기에 벤치에 앉아서 낭송 시를 듣기만 했다.
나는 이날 처음 만나는 회원과 인사하면서 시, 수필에 관한 의견을 조금씩 나눴다.
조미경, 김남혜, 최소연, 배동순, 이옥선, 이채원 씨 등이다.
내가 고마워하는 분들이 되었다.
최근에 발간된 2017년 국보문학 4월호와 5월호, 국보문학 동인문집인 ‘내 마음의 숲’ 제23호에 실린 글에 대해서 더 알고 싶었다. 글 쓴 작가한테 직접 듣고 싶었다.
조미경 시인이자 수필가는 이날 ‘국보문학 서울 경기 인천지회 총무’로 임명되었다.
나는 그 분의 시에 대한 특징을 살짝 언급했다. 나는 시를 모르는데도 내 수준에서 말했다. 한자어인 '후' 보다는 우리말인 '뒤'로 썼으면 한다고 말했다. 살짝 꼬집는 듯한 지적인데도 조 시인은 다 들어주었다.
김남혜 시인이다. 그 분의 ‘백합 향기에 발걸음 멈추네’ 시에서 ‘향기‘라는 한자어 단어가 나온다. '향기'보다는 우리말인 꽃냄새’, ‘냄새’, ‘내음’ 등을 살려 쓰면 어떨까 하는 내 의견을 말했다. 김 시인이 이 단어를 메모를 하는 모습에서 나는 잔잔한 감동을 받았다.
이채원 수필가.
그 분의 수필은 꼬집을 데가 없을 만큼 깔끔하며 정갈하다. 글맛이 무척이나 곱다고 칭찬한다. 직접 만나 보니 무척이나 자애로운 분으로 여겼다.
경북 영주에서 올라왔기에 식이 끝난 뒤 곧바로 내려가야 한다고 했다. 먼 지방에서까지 서울 아차산 시화전에 참가한 정성에 나는 마음속으로 박수를 보냈다.
김병환 시인은 체구가 무척이나 우람하게 크고 건강하다.
옛 직장 동료이기도 하고...
김 시인의 ‘함께 살자’는 시는 뜻이 무척이나 좋았다.
‘벌, 나비, 꽃’은 서로 어울리면서 살고 꽃을 피운다.
또 ‘밤나무와 다람쥐’도 서로한테 베풀면서 산다.
이들 식물과 작은 동물처럼 우리 사람들도 서로 나누고 도우며 함께 살아야 하다는 교훈적인 뜻이 무척이나 감동스러웠다.
나는 촌에서 사는 촌 늙은이가 아니던가?
이들 식물과 작은 동물을 숱하게 보는 산골에서 살기에 더욱 그렇다.
배동순 시인의 ‘고향 1~3’. 세 개의 시가 무척이나 애잔했다.
대청댐으로 변해버린 고향인 ‘문의’.
물속에 묻혀버린 실향민의 애잔한 기억을 그렸다.
고향은 용궁이 되었기에.
서해안 내 고향집에서 10km 이내에도 보령호가 있다.
많은 마을들이 물속에 잠겨서 용궁이 되었다.
배동순 시인의 고향이 주는 그리움을 나는 조금은 알 듯 싶다.
회원들의 문학에 대한 열정이 무척이나 부러웠다.
나는 퇴직한 뒤 컴퓨터가 없는 시골에서 살았다. 텃밭 농사나 짓고 풀벌레를 들여다 보고, 들꽃을 키우면서 사는 촌늙은이기에 문학과는 거리가 먼 생활을 했다.
지난 3월 초에서야 서울 길동에 있는 ‘국보문학’ 사무실에 들러서 문학활동을 다시 시작했다.
나는 문학에 대한 배움이 없고, 실력도 없다. 회원들이 쓴 글을 찬찬히 들여다 보면서 가느다란 사프펜으로 체크하면서 읽는다. 남의 글을 읽으면서 글쓰기를 배운다는 뜻이다.
회원들이 잘 다듬어 쓴 글이 무척이나 좋은 교재이기도 하고...
어제, 아차산 시화전에서 몇몇 시인과 수필가를 만나서 잠깐이나마 글쓰기에 대한 의견을 나눌 수 있어서 나로서는 무척이나 소중한 시간이 되었다.
오후 세 시 넘어서야 모임은 끝났고, 문학 원로인들은 막걸리로 뒤풀이 할 때 나는 천천히 현장을 떠났다. 아쉬움을 뒤로 밀어냈다.
제60회 아차산성 시낭송회, 제23호 동인문집 ‘내마음의 숲’ 출판기념회는 내 마음 속에서 오래 살아 있을 게다.
‘나도 글 한 번 잘 쓰고 싶다’는 욕구가 생기었기에...
2017. 4. 30. 일요일.
첫댓글 어제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그리고 즐거웠습니다
글로 표현 할수 있다는 것이 가끔은 힘들지만
행복합니다
그날 처음 만나서 잠깐 이야기 나눌 수 있어서 즐거웠습니다.
'좋아 하다' 보다는 '좋아한다'라고 붙여 써야 한다는 말도 했구요.
덕분에 좋아한다는 말이 오래 기억되겠군요. 나한테도...
어제 시골 내려가야 하는데도... 충그리고... 오늘도 또 포기.... 시골 텃밭농사 완전히 포기해야...
서울에서는 머저리가 되었기에...
날씨 좋네요. 오늘도 즐겁게, 바쁘게 사세요. 빙그레 웃으면서 덧글 답니다.
꾸벅 꾸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