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양 댐 방류
신윤라
한 여름 장마는 계속 이어져
어둠의 시야는 빗줄기처럼 쏟아지는데
어머니는 시골에서 딸을 보시겠다고
하얀 모시적삼을 입으시고 우리집으로 오셨다,
선녀 같은 어머니 모시고 소양 댐 구경시켜드리려고
소양 댐 정상에 다달았다
그 때가 막 댐의 물이 차 올라 방류중이었다,
댐 정상에서 내려다보는 그 순간은 꿈이 아닌 현실이었다
하얀 물거품이 꽃구름으로 피어올랐다
어머니 속 끓이던 것만큼이나 끓어오르고 있었다
만지면 금방 꺼져버릴 듯 솟아오르는 하얀 물거품,
물소리는 비명소리로 쏟아져내리고
물거품은 희망의 꿈을 이루듯 솟아오르고 있었다,
물거품 속에는 어머니의 풍파들이 씻기듯
어머니 가슴 잠시라도 시원해지는 것일까
하얗게 피어오르는 물거품들이 어머니 가슴을 씻어내린다
어머니와 같이 가 본 소양댐의 물거품
오랜 세월 지나도 물거품으로 솟아오르고
아직도 댐의 그 방류 속에는 어머니의 모습이
선녀처럼 환하게 물줄기를 타고 오신다
상처
신윤라
세월을 묻어둔 틀 속에서
생의 끝자락까지 번져들던 아픔이
씨앗처럼 영글어 간다
하늘 아래 뿌려 놓은
내 살아야 하는 적수들
그 아픔 털어내며
상처를 걷어낸다
한낮의 무리들은 낮과 밤이 흐르듯 밀려가는데
한 생을 밀고 온 내 자리는
통나무 껍질처럼 아프다
내 생의 아픔을 벗어나려 해도
상처 난 비문秘文의 줄기는
생의 틀 속에서 꿈틀거리고
물의 깊이보다 깊은,
나무뿌리보다 질긴 뿌리로 자라
울지 못하는 함성을 잠 재우려 한다
세상을 다 내 것처럼 품고 살았던 삶이
풀밭 속에 묻은 씨앗처럼 자라고 있는 상처,
밤낮으로 자라고 있다
그래도, 내 삶을 받들고 있는 하늘에 기대어
한 번 더 기회를 잡는 불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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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윤라 :[제3의 문힉] 으로 등단 제3의 문학회 임원
한림대학교 커뮤니티교육원 시창작반 수료
“춘천문인협회” 회원, “시를 뿌리다” 회원, “빛,글” 문학회 회원
“춘천공감시낭송회” 회장, 시집:<하늘을 등에 지고 살았다>외 3권상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