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2회 큰 방축도 개미 구멍으로 무너진다(상편)

[대조영]

회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일류 문화 국가 창조의 중심 신동명천제단 카페지기 대조영입니다. 이번 주간 훈화는 <큰 방축도 개미 구멍으로 무너진다(상편)> 입니다.

옛 속담 중에 큰 방축도 개미 구멍으로 무너진다는 속담이 있습니다. 아주 작은 흠집도 큰 재앙을 초래할 수 있다거나 적은 힘이 모여서 큰 성공을 이룬다는 뜻을 지니고 있는 속담입니다. 이번에는 작은 흠집으로 큰 재앙이 터진다는 뜻으로 이 속담을 설명토록 하겠습니다. 현실 공간에서나 가상 공간에서나 작은 흠집이 큰 재앙을 초래한 사례는 아주 많습니다.

회원 여러분, <신세기 GPX 사이버 포뮬러>를 보신 적이 있습니까? 컴퓨터 내비게이션 시스템을 탑재한 레이스 머신인 사이버 포뮬러(Cyber Formula)를 소재로 한 스포츠 애니메이션입니다. 그 중 14화는 큰 방축도 개미 구멍으로 무너진다는 속담을 떠올리게 합니다. 14화에서 주인공인 카자미 하야토가 속해 있는 팀인 스고 아스라다는 세계 그랑프리 2차전을 위해 페루로 갔습니다.

안데스 산맥의 비포장 도로를 달려야 하는 환경에 맞게 설정된 머신을 타고 하야토는 시험 주행을 했습니다. 그런데 오른쪽으로 돌 때에만 머신이 바깥으로 밀려나곤 했습니다. 언더 스티어(Under Steer)라고 하죠. 하야토는 핸들 불안정을 의심했지만, 내비게이션 컴퓨터는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기기의 이상은 전혀 없다고 대답할 뿐이었습니다.

외적 조건일 가능성이 높다는 내비게이션 컴퓨터의 예측에 따라 바람을 의심하여 반대로 달려 보았지만 마찬가지였습니다. 기술자들이 살펴 보았으나 아무런 결함도 찾지 못했습니다. 발끈하는 하야토에게 기술자들은 하야토의 주행에 문제가 있다고 우겼습니다. 결국 하야토는 핸들을 정중앙에 고정시켜 다시 주행해 보았지만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티격태격하는 하야토와 기술자들에게 감독은 자신이 고교생이었을 때 친구들과 레이스 머신을 개발했던 이야기를 해 주면서 당시 자신들의 일을 도와 주었던 정비공이 준 확대경을 꺼내 들었습니다. 그 확대경을 들고 기술자들은 머신을 분해해 가며 부품들을 뜯어 보았습니다. 그 결과 G센서의 레이저 발신렌즈에 먼지가 붙어 있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확대경을 써야만 볼 수 있는 조그마한 먼지로 인하여 레이서가 수 천 미터 아래 절벽 아래로 떨어질 뻔한 상황에 처했던 것입니다. 하인리히 법칙(1 : 29 : 300의 법칙)의 의미로도 알 수 있듯이 이 세상의 큰 재앙은 작은 부주의에서 비롯됩니다. 작은 불씨도 위험하다는 표어도 그냥 나온 것이 아닙니다. 우리 모두 꺼진 불도 다시 보자는 심산으로 매사를 살아가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