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브레터의 그 곳, 오타루 낭만여행

[김남용]

입력 : 2013.01.30 11:31 | 수정 : 2013.01.30 11:36

일본 열도의 최북단. 눈 내리는 낭만 여행지, 홋카이도 오타루. 이와이 슌지 감독의 영화 '러브레터'의 촬영지이자, 가수 조성모의 '가시나무' 뮤직비디오의 촬영지인 이 곳. 시야가 가려질만큼 하얗게 흩날리는 눈발이 상징처럼 느껴지는 오타루의 가장 유명한 축제를 꼽자면 바로 '오타루 눈빛 거리 축제(Snow Light Path Festival)'일 것입니다.

오타루 小樽

일본 홋카이도 서부에 위치한 항구도시로, 삿포로에서 30분~1시간 이면 도착하는 비교적 가까운 거리에 있습니다. 도도하게 흐르는 운하를 옆에 낀 '운하 도시'로, 인기 만화 '초밥왕'의 주인공 쇼타의 고향이기도 하지요. 보통 홋카이도의 겨울이라고 하면, 세계 3대 겨울축제로 손꼽히는 삿포로 눈축제를 떠올리지만 화려하고 웅장한 삿포로에 비해 은은하고 낭만적인 오타루의 눈빛 거리 축제 역시 홋카이도에서만 만날 수 있는 '겨울이야기'가 아닐까 합니다.

오타루는 일본 시골 특유의 한적함을 지니고 있으면서도, 동화에서나 나올 법한 빈티지한 거리가 특징입니다. 역에서 처음 내려 거리를 거닐면 소박한 규모에 '과연 볼 것이 있을까?'하는 의문도 슬금슬금 고개를 들지요. 그러나 사람의 키를 훌쩍 뛰어넘는 눈 더미와 어딘가 낡아보이는 가로등 거리를 걷다보면 홋카이도라는 실감이 들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그 무렵, 오타루의 매력포인트인 운하가 나타나는 것이지요.

오타루 기차역에서 주욱 걸어 내려가면 만날 수 있는 오타루 운하. 1914년부터 23년사이에 건설된 운하입니다. 이 전에는 그저 배가 드나드는 곳에 불과했지만, 1986년 산책로를 정비하고 오래된 항구의 창고들이 운치를 더하면서 지금은 세계적인 명소로 발돋움 했지요.

특히 아사쿠사 바시(다리) 위는 많은 사람들이 기념 사진을 꼭 남기는 포토스팟이니 놓치지 마시기를. 밤도 낮도 그 나름의 운치를 지닌 오타루 운하의 모습을 만날 수 있습니다.

오타루 운하 근처에는 여행자들을 위한 인력거들이 상시 대기중! 눈 쌓인 오타루 운하 주변을 인력거 타고 달려본다면 그야말로 영화 속 한 장면이 연출되겠네요!

오타루가 매력적인 또 다른 이유는 바로 소녀감성 제대로 자극하는 이 '오르골당'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1912년에 지어진 이 '오타루 오르골 당'은 말 그대로 오르골을 만들고 판매하는 공방으로, 빈티지한 외관이 더욱 동화같은 매력을 내뿜습니다. 겉에서 보기엔 작아보이지만 이래뵈도 무려 5천여 개가 넘는 오르골이 전시/판매되고 있어요!

발을 들여놓자마자 웃음소리처럼 쏟아지는 오르골의 영롱한 선율들. 빛처럼 반짝이는 오르골 소리에 취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오르골을 구경했어요. 모양도 크기도 가지각색. 온통 나의 마음을 흔드는 오르골들!

내 마음에 쏙 들었던 귀여운 고양이 오르골부터 천사모양, 꽃잎모양, 스노우볼 모양… 시선 닿는 곳마다 영롱하게 울려퍼지는 오르골들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섬세한 유리공예로 만들어져있는 오르골이 너무나 아름다웠어요. 새끼손톱만한 크기의 유리공예품을 보는 것도 쏠쏠한 재미였지요.

그 밖에도 오타루에는 유명한 롤케이크 가게나 초콜릿 가게가 즐비하여 달콤함을 좇는 여자들에게는 더 없이 로맨틱한 거리입니다. 특히 해가 지고 거리에 어둠이 깔리면 총총이 점등하는 조명까지 가세하여 여심을 더욱 설레게 만들지요!

추위에 발을 동동 구르면서도 이 운하 위를 떠날 수 없는 것은, 바로 이 야경 때문일 것입니다. 노란 조명빛이 하얀 눈 위에, 또 수면 위에 번지면서 마치 지상에 별이 내린 것처럼 일제히 빛나는 모습이라니… '아름답다'는 감탄이 절로 나옵니다. 이 소박하고 작은 거리를 떠나는 것이 점점 아쉬워지지요.

오타루의 하이라이트인 '눈빛거리축제(小樽, 雪あかりの路)'는 2013년 2월 8일 ~ 2월 17일간 열린다고 합니다. 이 로맨틱한 운하의 전경을 제대로 만나볼 수 있는 절호의 기회지요. 도시를 은은하게 장식하는 촛불의 모습이, 마치 하얀 생크림 케이크 위에 다소곳하게 서있는 촛불처럼 보일 것 같아요. 저 역시 꼭 만나보고 싶습니다. 삿포로 눈축제도 2월, 비슷한 시기에 열린다고 하니 2월이야말로 홋카이도를 여행하기에 최고의 시기가 아닐 수 없네요!

2월에는 홋카이도로! 아름다운 눈이 녹아내리기 전에, 로맨틱한 겨울을 만끽해보시기 바라겠습니다.

Information

* 오르골당

- 홈페이지 : http://www.otaru-orgel.co.jp/ (일본어)
- 전화 : (0134) 22-1108
- 영업시간 : 오전 9시 ~ 오후 6시
- 위치 : 지도를 보려면 클릭하세요!


* 오타루 눈빛거리축제

- 홈페이지 : http://otaru.yukiakarinomichi.org/
- 기간 : 2013년 2월 8일 ~ 2월 17일

글·사진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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