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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마술가게
[페이지] F01
마술가게
作(작)/이상범
演出(연출)/박광정
[페이지] 001
마술가게
<등장인물>
가 (40대 후반. 도둑으로 잔뼈가 굵은 사람)
나 (18세. 도둑 초년생)
다 (30대 초반의 도둑)
그 외에 마네킨 역의 몇 사람
<무대>
'마술가게'라는 이름의 고급 의상실. 무대 좌측으로 객석 쪽을 향해 대형거울이 비스듬이 설치되어
있고 무대 옆과 뒤쪽으로는 여러개의 마네킨들이 각 제 모습을 뽐내고 있다. 특히 한쪽 코너에는 특수
맞춤으로 보이는 점문직 유니폼을 입은 마네킨들이 자리하고 있다. 거울 뒤는 옷 창고가 되며 탈의실로
이용된다. 마네킨들 뒤로 선반이 설치되어 옷과 장식물이 정리되어 있다. 무대 좌측 전면에는 손님
접대용 장식장이 자리를 잡았고 그 옆에 오디오가 그리고 무대 중앙에는 소파와 탁자가 놓여있다. 탁자
위에는 전화기가 있다. 무대 뒷벽에 시계가 걸려있다. 출입구는 거울과 장식장 사이 그리고 우측
전면에 있다. 전체적으로 단순한 듯 하면서도 고급스런 분위기를 풍기는 의상실이다.
(막이 오르면 어두운 가게 안은 조용하다. 마네킨들이 어슴프레 자취를 드러낼 정도의 밝음 속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린다. 마네킨들이 활동이 시작되는 시간인 것이다. 그들은 밤은 자신들이 세계인
냥 자유로이 행동하며 즐긴다. 거울도 보며 손톱도 만지며 다른 마네킨에 인사도 하며)
[1] 아이구 다리야! 얘, 자니?
[2] 응, 잔다.
[1] 오늘 옷을 네번이나 갈아입었더니 피곤해 죽겠어! 미니스커트 길이가 왜 이리 짧아지냐?
속보일까봐 다리꼬고 있느라 혼났어. 이리와!
[2] 넌 잠도 없니?
[1] 넌 오늘 몇벌이나 갈아입엇어?
[2] 한번!
[1] 좋겠다! 나나 왜 이렇게 예쁘게 만들어 가지고 내가 입은 옷은 빨리 사가는지 몰라. 오늘 내가
입은 옷값만 해도 4,369,900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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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난 586,400원 짜리 일주일 째다.
[1] 넌 싼 옷만 입고 있으니까 옷을 자주 못갈아 입지.
[2] 야, 내가 입고 싶어서 입냐? 날 만든 놈이 다리를 길게 해놔야 하는건데 허리를 길게 해놔서
그렇지. 나도 벗겨놓으면 괜챦은데---난 수영복 매장으로 갔으면 좋겠어!
[1] 난 아주 밖으로 나가고 싶어. 유리 밖 세상은 재미 있을 것 같아!
[2] 그래, 손임들 보면 다들 행복해 보이쟎아. 세상은 너무 재미있나봐!
[1] 우리 밖으로 나가볼까?
[2] 안돼! 해가뜨면 우린 움직일 수 없쟎아?
[1] 밤에 나가면 돼쟎아?
[2] 그럴까!
[1] (문 여닫는 소리를 눈치채고) 누구지?
[2] 주인 아저씬가? 이시간에 무슨 일일까?
[1] 글쎄? 다 놀았았나보다. 자리로 돌아가자!
(가'가'가 슬그머니 들어선다. 한번 돌아 보고는 불을 찾아 이 등 저 등 켜보는 게 마치 실내등
점검이라도 하는 듯 하다. 은은한 조명을 연출해 놓고는 맘에 든 듯 하다. 손에는 가죽장갑을 꼈다.
그는 시계를 보기도 하고, 거울 앞에서 옷매무새를 다듬기도 하고, 술을 찾아 마시기도 한다. 오디오
음악을 틀기도 하고, 콧노래를 흥얼거리기리도 한다. 그러면서 무엇인가 찾는 시선을 늦추지 않는다
전화기를 발견하고는 다이얼을 돌린다)
[가] ---당신아야.---그럼 먹었지 지금이 몇신데--- 그래 치과엔 다녀왔어?---괜챦테?---뭐?아니
이빨 하나 뽑는데 그렇게 비싸? 팬티 한장에 기십만원을 달래지 안나---하여간 요즘 세상 도둑 아닌
놈들 없다니까!---그래 알았어--무스탕?---알았다니까. 밖에서 일하는 사람 그렇게 들복는 것
아니래두---일 끝나는 대루 곧장 들어갈께---(술 한잔 들고) 술 끊었대두 그래---알았어. 요즘 도둑들
설쳐대니까 문단속 잘하고---(전화 끊는다. 다시 일어나 가게를 둘러본다. 서두는 모습이라기 보다는
시찰하는 듯이. 마네킨의 자세를 교정시켜 주기도 하고. 그러면서도 순간 순간 이것 저것 들춰보기도
한다. 이때 무슨 소리가 들린 듯 동작을 멈추고 촉각을 세운다. 고개를 갸웃하더니 불을 끄고 거울 뒤
의상실로 몸을 피한다.)
(곧 정적 가운데 불빛 하나가 들어온다.'나' 의 불빛이다. 그 불빛은 객석과 무대를 정신없이
휘져으며 다가온다. 마네킨을 보고 놀라 주춤하며 동작을 멈추기도 하고, 관객을 보고 놀라다가
속았다는 듯 욕을 내뱉기도 하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기도 한다. 그는 이것저것 마져보고 열어보고
옷을 챙겨넣기도 하느라 손길이 분주하다. 움직이는 도중 마네킨의 얼굴에 빛이 정면으로 닿으면 또
욕을 하고. 이때 숨어서 지켜보던'가'가 갑자기 손전등을 켜'나'의 얼굴을 쓴다. '나'는 놀라며'가'가
'나'를 꼼짝하지 못하게 만드느라 욕설과 비명이 엊갈린다.'나'가 칼을 뽑아들고 제법 거칠게 저항하는
듯 하나'가'를 당해내지는 못한다)
[가] 대가리 박어!---허튼수작 하면 그땐 죽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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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시키는 대로)
[가] (스위치를 찾아 불을 켠다. 마네킨들이 선명하게 자세를 드러낸다.
[나] (일어서며) 잘못했어요. 제발 한번만 용서해 주세요.
[가] 누가 머리들라고 했어?
[나] (시키는 대로)
[가] (머리에 쓴 스타킹을 벗겨내며) 이거 꼬마네! 호적에 잉크도 안마른 새끼가 벌써부터 남의
물건이나 털러다녀?
[나] 잘못했어요. 훔친건 아무것도 없어요. 정말이예요.
[가] 주둥이 닥쳐! 잔대가리 굴릴 생각말고 시키는 대로만 해! 까불면 죽는 줄 알어!
[나] (일어선다) 한번만 용서해 주세요. 다시는 이런 짓 않을께요.
[가] 잔소리 말고 훔친 거나 풀어!
[나] 아무것도---
[가] 맞고 시작할래.
[나] (마네킨 옆에서 가방을 들고 온다)
[가] 쏟아!
[나] (쏟으면 옷이 나온다)
[가] 또!
[나] 전붑니다.
[가] 날 허수아비로 알아? 주머니 까봐!
[나] (시기는 대로 하지만 동전 몇개에 잡스런 쓰레기 뿐이다)
[가] 너 이름이 뭐야?
[나] ------
[가] 좋게 말로할 때 바른대로 대!
[나] 영웅. 오 영웅---
[가] 영 웅! 이름하난 제법 근사하군! 너 어디 살어?
[나] 저기요---
[가] 저기, 어디?
[나] ------
[가] 몇살이야?
[나] 스물둘이요.
[가] 생긴건 멀쩡하게 생겨가지고. 그래 스물둘 밖에 안쳐먹은 놈이 할 짓이 없어서 벌써부터
도둑질을 해!
[가] 너 전에도 여기 떨었지?
[나] 아녜요. 이런 일 오능 처음이예요.
[가] 아다라시? 오늘로 처녀 생활도 끝장이니 안됐군.
[나] 다시는 이런짓 않을테니---
[가] (구슬리듯) 좋아. 솔직하게만 나온다면 봐 주겠어. 누구냐? 너에게 이런일 시키는 놈이?
[나] ------
[가] 이 옷들 가져다 주면 얼마나 받어?
[나] 내가 입을꺼예요.
[가] 네가 입어? 여자 옷을 네가 입어? 너 게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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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예?
[가] 이거 닳코 닳은 새끼가 쌩짜 흉내를 내고 지랄이네 너 솔직히 얘기해! 어디서 놀았어? 어떤
패거리야? 미아리 장미? 청량리 밤이슬? 아니면 개포동 독수리야?
[나] 난 그런 것 몰라요!
[가] 너 불나비 알아?
[나] 뭐요?
[가] 불나비 아냐고?
[나] 모르는데요---
[가] 불나비도 몰라? 그렇게 의리있는 척 해봐야 피보는 건 너뿐이야. 말로할대 순순히 불라구!
[나] (계속 침묵이다)
[가] 좋아! 어디 버텨보라구. 그 옷들 집어 넣어!
[나] (시키는 대로 옷을 가방에 주섬주섬 담는 동안 '가'는 주위를 둘러본다) 금고가 어디있지?
[나] ------
[가] 야, 금고 찾아봐!
[나] ---왜요?
[가] 너 돈 찾으러 온 놈 아냐?
[나] ---아저씨 누구세요?
[가] 그건 알아서 뭐해? 일하러 왔으면 일이나 해!
[나] 주인 아녜요!
[가] 내가 너한테 언제 주인이라고 했어?
[나] 아저씨도--?!(알겠다는 듯 긴장을 푼다. 태도를 바꾸어) 이래도 돼요? 날 때렸어요!
[가] 이 자식이. 맞은게 억울해? 주인이 아니라 섭섭하다 이거야? 좋아 억울하다면 주인 불러주지.
(수화기를 든다)
[나] (말리며) 어허 이러지 마세요.
[가] 자 일부터 끝내자구.(찾는다) 있어야 할 곳에 없어. 어제까지 분명히 여기 있었는데---
[나] 뭐가요?
[가] 돈. 금고 말야.
[나] 아저씨도 그 것 때문에 온거예요?
[가] 그럼 너 만나러 왔겠냐? 잘 찾아봐! 요즘은 세상이 너무 의심이 많아. 금고 위치도 시간 마다
바뀐다니까!
[나] (찾아 낸다) 여기 있어요.
[가] (다가오며) 열어 봐!
[나] 안열리는데요.
[가] 그림의 떡이군. 코 앞에 먹을 것을 가져다 줘도 헛거네! 그러면서 이 사업을 하시겠다고?
[나] 열어봐요.
[가] (손을 대며) 전문실력 없이는 아무것도 못해먹고 사는 세상이야. (열린다) 우! 큰 거 낚았군!
역시 일요일은 밤이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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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와!(집으려 한다)
[가] (막으며) 왜이래?
[나] 왜요? 혼자 먹겠다는 거예요? 내가 찾았는데요.
[가] 백번 찾으면 뭘해? 내가 열었어.
[나] 찾은 사람이 임자죠.
[가] 연 사람이 주인이야.
[나] (금고를 덮치며) 내꺼예요.
[가] ('나'를 걷어차며) 저리 비켜 이자식아!
[나] 좋아요. 그럼 공평하게 반씩 나누기로 하죠. 그 이상은 양보 못해요
[가] 양보? 주인 행세하시네. 어림없는 소리 하지마!
[나] 그렇다면 별 수 없죠. (전화기를 집어든다)
[가] 뭐하는 짓이야?
[나] 이왕 안된다면 같이 망하자구요.
[가] (말리며) 야야! 미련한 짓 하지 말고 대화로 풀어.
[나] 같은 사업 하는 사람끼리 이러지 마세요.
[가] 너 우리 세계의 분배 법칙을 알기나 해?
[나] ---난 그런데 관심 없어요.
[가] 무식이 무기로군! 이걸 그냥 학교로 보낸 버렸어야 했는데---내가 생각해서 줄테니까 억지스지
마!(몇장 넘겨준다)
[나] (어이 없다는 듯) 껌값 줍니까? 내가 애로 보여요?( 손 내민다)
[가] 요즘 애들 무섭니다까!(몇장 더 주며) 더 이상 흥정하려 들지마! 상도덕상 도리에 어긋나는
짓이라구.
[나] 에이 정말---
[가] 날 죽이기라도 하겠다는 거야? 좋아 덤벼봐, 덤비라구!
('나'는 칼을 빼들고 찌를 듯이 노려보고'가'는 방어 자세다.)
[1] 재들 왜 저러니? 자기들 돈도 아니면서---누구 한명 다치겠는덴!
[2] 돈 보고 환장하지 않는 놈 없는 거야! 그런데 이런 경우 누가 임자지?
[1] 그야 연 사람이 임자지 아무리 많은 돈이 들어 있어봐야 열지 못한다면 무슨 소용있냐?
[2] 찾아야 열지?
[1] 백번 찾으면 뭐하나?
[2] 있어야 열지!
[1] 자기들 돈도 아닌데 잘 나눠 갖지. 사람들 참 이상해!
[가] (돈 뭉치에서 세장을 세어 바닥에 던진다)
[나] (돈을 보고는 양에 안차는 듯'가'를 노려본다. 그러나 천천히 돈을 줍는다. 불만 섞인 어조로)
안갈꺼예요?
[가] 볼일이 끝났으면 가라!
[나] 그럼 먼저 가죠.
[가] 그래 먼저 나가. 너 딴 생각하는 것 아니지?
[나] 그럼 수고하세요.(나가려다) 가방 가져가도 되죠?
[가] 가져 가!
[나] (들고 나간다)
[가] 잠깐만! 이리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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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왜요?
[가] 생각해 보니까 내가 돈을 좀 적게 준 것 같아서---
[나] (돌아 온다) 진작 그렇게 나오실 것이지!
[가] 이리 와 앉어! 술 마실줄 알지? 한잔 하고 가자고.
[나] 잡히고 싶어 환장했어요? 돈부터 줘요.
[가] 주지 줘. 천천히. 서두룰 거 뭐 있어? 이런 독채 건물은 일단 발만 들여놓으면 만판이라구.
사전에 그런 조사 정도는 필수 아닌가?
[나] 그럼 한잔만.('[가'가 따라주면 홀짝 마신다) 와! 돈 줘요!
[가] 야 임마! 아무리 밤사업을 해먹고 살아도 그렇지, 주도도 몰라? 한잔 따라야 할 것 아냐?
[나] (돌아와 따른다)
[가] (받으며) 이럴게 아니고 앉어! 한가질 배워도 제대로 배워야지. 자고로 술은 어른 앞에서
배우라고 했어. 왜 겁나냐? 제법 깡다구있나 헹더니 헛거구만!
[나] 돈 안줘요?
[가] 안 떼먹는다. 우리라고 업무중에 쉬지말란 법 있냐? 때론 낌새봐서 내집이다 싶으면 재미 좀
봐도 괜쟎아! 그게 이세계의 낭만이란거야. 술이나 받어!
[나] (받으며) 이러다가 걸리기라도 하면---
[가] 떨리냐?
[나] 조금요.
[가] 그럴땐 술이 약이지. 자 마셔! 재미없게 그냥 마시지만 말고. 자! 한마디 하라구.
[나] ---도둑 만세!
[가] 도둑 만세? 아예 나발불고 다녀라!
[나] 아저씨가 해봐요!
[가] 잘 들어봐!---얼마나 사무치는 그리움이냐, 밤마다 돈을 찾아 헤메는 마음!---불나비여
영원하라! 불나비 만세!
[나] 만세!
[가] (한잔 넘긴다) 캬! 탄다 타.
[나] (역시 꼴깍 삼키고는) 크아! 좋은데요!
[가] 술이 있으면 안주도 있는 법인데---(찾는다) 이런 술을 밥쳐먹듯 하는 놈들의 뱃가죽은 도데체
뭐로 만든거야.(찾아온다) 안주깜도 기차군.
[나] 형님 한잔 받으세요!
[가] 형님? 내가 왜 너 같은 놈을 아우로 두냐?
[나] 조수로 쓰세요.
[가] 조수 필요한 시절은 지났어 임마! 그런데 너 도둑의 기본 상식이나 알고 이짓 하냐? 넌
처음부터 틀렸어. 장갑하나 낄줄 모르냐? 맨손으로 이짓 하는 것은 나 아무게요 명함 내미는 거야.
이런 애숭이들이 항상 사고를 쳐요. 앞뒤 안가리고 덤벼둘었다가 아차하면 칼이나 휘드르고. 그리고 저
후라시는 뭐냐? 가로등 만할걸 들구 설쳐대면 날 잡아잡수 하는게 아니고 뭐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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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 있어요? 혼자보단 둘이 낫쟎아요? 영화봐도 둘이 하던데---
[가] 지금 영화찍냐? 실력이 쌓여갈수록 혼자 해야하는 일이 이 일이야!
[나] (잔을 들며) 그러지 말고요 형님!
[가] 좋아 네 마음대로 불러! 하지만 너무 쉽게 정 주지마! 공연히 마음만 다쳐.
[나] 고맙습니다. 형님!(마신다)
[가] 야 천천히 마셔! 우아하게! 내등에 업혀나갈 생각마라!
[나] 형님 혹시 개띠 아니세요?
[가] 어떻게 알았어?
[나] 야 그거 정확하네!
[가] 뭐가?
[나] 오늘의 운세요. 오늘 일 나오는 길에 신문사서 운세를 봤는데 '자정에 사업상 어려움이 닥치나
개띠가 나타나 금전운이 풀린다' 이렇게 나왔더라구요! 야 참 희안한 인연이네요.
[가] 참 별난 인연도 다있다.
[나] 형님 전에 굉장했을 것 같아요!
[가] 나?! 파란만장한 인생이지 이 사업도 나 정도 실력만 되면 국보감이다. 내가 네 나이 쯤 됫을
땐 어땠는 줄 알어? 불나비 떴다는 소문이 돌면 서울 장안의 집이란 집은 다 불을 밝히고 뜬 눈으로
날새기를 기다려야 했지. 그땐 동에 번쩍 서에 번쩍 날라다녔다. 이쪽에선 임꺽정났다 그랬으린가. 난
말야. 의리만 아니었더라면 학교 신세 질 일도 없었어. 의리 지키려다 식구들 탈출 시키고 나는
잡히고. 그게 내 전력이지. 명예롭게 단 훈장이다. 잔챙이들하곤 차원이 다른 별이야.
[나] 끝내줬군요!
[가] 그뿐이 아니야. 그 땐 돈알기를 돌로 알 때 였어. 막 뿌리고 다녔다. 돈이야 어차피 돌고 도는
것 아니냐?
[나] 그러면서 왜 아직까지 이 일을 하세요?
[가] 취미생활로 할가봐? 다 살자구 하는 짓이야. 이미 줄 한번 간 놈 써주는 놈 없는 세상, 배운
재주가 재산이라고 별 수 있냐? 난 그렇다 치고, 요즘 같이 할일 많은 세상에 젊은 놈이 왜 이짓을 해?
[나] 나라고 좋아서 하겠어요?
[가] 하기 싫은 일을 왜 하냐고?
[나] 남처럼 배운게 있어요? 그렇다구 자랑할 만한 부모가 있어요? 남들 다 즐기며 사는 세상 나혼자
피땀흘리며 먼지 구덩이 기름구덩이에 파묻혀 살 필요 있어요? 누가 알아 주기나하구요? 크게 한 탕
해서 사람 답게 살아보는 거죠.
[가] 사람답게?
[나] 옴파로스, 게라로쉬, 촬스 조르당 같은 근사한 옷으로 빼입고, 노란색 스쿠프 한데 뽑아서
쫙빠진 계집애 하나 옆에 끼고 신나게 드라이브하고, 나이트도 자주가고, 심심하면 가끔 하와이로 머리
식히러도 가고--
[가] 참 사람답다! 하긴 꿈꾸는데 돈드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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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그리고 문화사업도 할거구요.
[가] 문화사업?
[나] 노래방 있쟎아요?
[가] 노래방?
[나] 실은 아티스트가 되볼려구요.
[가] 아-뭐?
[나] 가수요!
[가] 카수?
[나] 스타가 되는거예요. 그러면 사람들이 날 알아볼테고, 손 한번 잡아보려고 아우성칠거고, 싸인
받으려고 집앞까지 몰려들거고, 내가 뭘 먹는지 입는지 궁금해서 미칠거고, 내가 노래불렀다 하면
영웅이 오빠! 오빠! 아이고 미치겠네 정말-----
[가] 야, 야, 정신차려 임마!
[나] 두고보세요!
[가] 이거 미리 싸인이라도 받아놓아야겠네. 그럼 한 곡 뽑아봐!
[나] 미쳤어요. 여기가 어디라구!
[가] 가수가 되겠다는 놈이 노래하는데 장소를 가려? 아무때나 아무대서나 노래를 해야 가수지.
[나] 하지만 지금은 안돼요. 잊었어요? 우리는 지금 현장에 있다구요.
[가] 이젠 날 가르치려드는군. 겁나면 내가 먼져 불러보지. 뭐 노래야 썩 잘하는 편은 아니지만
남들이 감정은 좋다더라. 왕년에 가수 꿈 한번 안꿔본 사람 있냐?
[나] 이러지 마세요!(말리는 와중에'가'의 주머니를 턴다)
[가] 염려 말라니까. 조용히하고 잘 듣기나 해!(목청을 가다듬고)
[노래시작] 얼마나 사무치는 그리움이냐
밤마다 불을 찾아 헤메는 마음
차라리 재가되어 숨진다 해도
아아아 너를 찾아 가련다
.불나비 사랑.
(마치 자신의 처지를 대변하는 노래이기나 한 듯 스스로의 감정에 젖어 구성지게 부른다)
[나] (박수 작게 치며) 잘하시는데요!
[가] 네 차례야. 겁먹지 말구. 자연스럽게 굴면 우리가 주인인 줄 알어.
[나] (째즈 카페를 부른다) 위스키, 브랜디, 블랜디-----
[가] (노래 중에 시끄럽다는 듯 말리기도 하고, 노래끝나면) 목소리 크다고 다 가수가 아냐.
일찌감치 꿈깨! 한번 도둑은 영원한 도둑이야.
[나] 난 아직 별 안달았었어요. 깨끗하다구요. 두고봐요. 꼭 해내고말테니까!
[가] 그래. 그렇다면 잘해 봐. 전에는 뭘했어?
[나] 안해본 것 없어요. 몰려다니면서 싸움 꽤나 해봤고요. 잠깐 시장에도 있었고.(박수 쳐가며)
골라, 골라, 골라봐요, 골라봐---목이 터져라 외쳐봤는데, 뭐 그렇게 힘들게 살 필요 있나요? 돈이
왕창 벌리는 것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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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고---이 몸둥이가 재산이죠. 훤칠한 키, 넓은 가슴, 수려한 외모(앞차기 옆차기 돌려차기 등의
자세를 보이며) 튼튼하게 단련 된 신체! 이 만한 재산 있어요?
[가] 그래 몸이 보배다! 그게 다야?
[나] 또 있어요. 내가 한때는 안창따기로 재미 좀 봤죠. 한참 활약할 때는 지하철, 버스, 극장, 시장
다누비고 다녔어요.
[가] (얘길 듣다가 지기의 호주머니에 손을 넣어보니 이미 비었다) 이 자식봐라!
[나] (내놓으며) 조금 주니까 그랬죠.
[가] (두장을 더 주며) 또 털면 죽어! 너 이기술이나 살리지 그래?
[나] 없는 사람들 주머니 뒤져봐야 얼마나 나오겠어요? 큰 돈이 안돼요! 아저씨, 아니 형님은 뭘
잘해요?
[가] 나? 열쇠전문. 아까봤쟎아? 부전공으로 문서위조도 하고, 또 하나 보여주지.(거울 앞으로 가서
모자, 안경, 수염을 붙인다. 돌아서면 조명바뀌고 마네킨에 다가간다) 아주머니 물건보러 나왔어요?
[2] 아, 예! 괜챦은 것 있으면 한번 투자해볼까 하구요.
[가] 자금은 어느정도 있으신데요?
[2] 있을 만큼 있어요.
[가] 나,예! 제 친구가 좀 알아봐 달라고 내놓은게 있긴 한데---아주 괜챦은 거예요. 3년만 있으면
5배는 우습죠.
[2] 위치가 어딘가요?
[가] 아 그건 보안상 아직 말씀드릴 수가 없고---
[2] 얼마 정도면 되죠?
[가] 뭐 대여섯장 정도면---
[2] 겨우 6억? 너무작다. 기름값이나 나오겠어?
[가] 하하하---아주머니도 농담은---
[2] 그런데 아저씨를 어떻게 믿지?
[가] 아주머니 청와대 지붕색깔 아세요?
[2] ------
[가] 파랗죠!
[2] 그래요! 우리 언제 만날까요?
[가] 아주머니 큰거 잡으신 겁니다.하하하---
[나] 완전히 딴사람인데요! 어디서 다 배웠죠?
[가] 그야 물론 학교에서 배웠지.
[나] 와! 나도 학교에 가고싶어지는데요. 어느 학교에요?
[가] 능청떨기는---자식이.
[나] 가르쳐 주세요. 배우고 싶어요.
[가] 아무나 제자로 삼을 수는 없어. 조금만 겁줘도 술술 다 까발리는 놈들 때문에 당한 적이
한두번인 줄 알아?
[나] 날 어떻게 보는 거예요? 내가 배신할 놈 같아요?
[가] 덩치 하나는 마음에 든다. 얼굴도 반반하고. 하지만 좀더 두고
[페이지] 010
보자구. 몸뚱이만 가지고 하는 사업이 아니니까. 이왕 제자로 키울거면 재목감인지 아닌지부터
알아봐야지.
[나] 자신있다니까요.
[가] 그렇게 서둘지 마! 하루 이틀 해먹다 그만둘 사업이 아니니까. 우선 그 옷부터 벗어버려. 그게
옷이냐? 거적데기지.
[나] 유행 몰라요? 패션!
[가] 네가 배우냐? 좋은 옷들 뒀다 뭐할 거야?
[나] 그럴까요! 탈의실이 어디죠?
[가] 탈의실은 왜? 누가 본다고?
[나] 사나이게도 감치고 싶은 부분은 있는 거예요.(들어간다. 소리) 와, 별별 옷이 다 있네요! 왜
옷을 이 안에다 쳐박어 두죠?
[가] 고급 의상실 일수록 옷을 적게 내어놓는 법이란다! 그것도 유행일테지? 나는 뭐든지 많은게
좋더구만!
[나] (소리) 형님은 도사네요.
[가] 사전 조사나 정보 없이 무슨 사업을 제대로 할 수 있냐? 뭘 그렇게 오래 입어? 맘에 드는 것
들은 싸가면 될 것 아냐.
[나] (소리) 형님도 골라서 입어봐요.
[가] (혼자 소리로) 난 마누라 옷이나 챙겨야 겠다.(옷을 만져 보며 자기도 옷을 갈아 입는다)
[나] (양복으로 갈아입고 나온다. 썬그라스도 꼈다. 걸러나오다가) 싸랑해요?(조명 바뀌면서 마네킨
1 다가온다)
[1] 총각 벗어나고 싶지 않아?
[나] 어딜요?
[1] 이 숨막힐 듯한 서울을---
[나] 이 좋은 서울을 왜 벗어나요? 잠깐 바람쐬러 나가는 것이면 몰라도---
[1] 바로 그거야! 잠깐.
[나] 그럼 아저씨하고 가세요?
[1] 우리 아저씨는 너무 바빠서 얼굴 보기도 힘들어.
[나] 그럼 서울랜드로 가죠.
[1] 아이, 애들처럼---우리 경춘가도를 달려보는 거야. 가다가 알탕도 먹고, 닭도리탕, 장어구이도
먹고. 맑은 공기 마시며 얘기도 좀 하고. 총각 돈 필요하지 않아?
[나] 돈이요? 필요하죠.
[1] 나 돈 많다!(자리로 돌아가며) 난 힘센 남자가 좋더라!
[가] 야, 멋있다. 너 제비로 한번 나서봐라! 그거 꿩 먹고 알먹고야!
[나] 사나이로 태어나서 제비라니요? 그리구 그거 쉬운일 아니예요. 내 친구 하나는 그거 하다가
한달 사이에 15키로나 빠져서 지금도 집에서 누워 있어요. 모델이라면 몰라도--(걷는다) 싸랑해요!
[가] (따라서 걸으며) 사랑해요 불나비!
[나] 멋있다! 형님 전에 모델했어요?
[가] 연습한게 아냐. 잘 봐! 원래 모델 폼이쟎아! 시켜주는 사람이 없어서
[페이지] 011
그렇지 나도 잘할 수 있다.
[나] 그럼 우리 한번 해봐요.
[가] 뭘?
[나] 모델이요.
[가] 마, 말이 그렇다는 거지. 쑥스럽게---
[나] 보는 사람도 없는데 어때요? 내가 먼저 해볼께요.(음악, 조명 떨어지면 마네킨도 참여한다.
잠시 패쏀쑈 무대가 된 듯한다)
[가] 너, 다 괜챦은데 좀 뻣뻣해. 워킹만 조금 더 부드러우면 쓸만 하겠다.
[나] 모델도 별거아닌데요.
[가] 직업 바꿔볼래?
[나] 도둑도 직업인가요?
[가] 안될게 뭐야? 직업이란 게 뭐냐구? 밥벌어 먹고 사는 게 직업아냐?
[나] 그거야---
[가] 남의 등쳐먹는 사람이 우리 뿐인 줄 알어? 길에 널린 인간들이 다 똑같은 놈들이라고! 우린
피래미에 불과해.
[나] 그런데 왜 우리만 못 잡아 먹어서 안달이죠?
[가] 자기들이 도둑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서지.
[나] 참 더럽네요!
[가] 치사한 놈들이지. 우리를 담보삼아 도둑질하는 놈들이니까. 그놈들을 위해서라도 우린 이 짓을
해야 돼.
[나] 이왕 할거라면 확실히 해야겠군요.
[가] 바로 그거야! 철저한 직업의식을 가지고 해! 우리도 어엿한 직업인이니까.
[나] 여긴 우리의 직장이구요!
[가] 올커니!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하는 일이 직장인의 도리이고. '너의 직업이 무어냐고
물으신다면'---
[나] '나의 직업은 도둑이라고 말하겠어요' (함께 웃는다)
[12] (동시에 나서며) 천만의 말씀!
[1] 생각을 해 봐! 땀흘려 일하지 않고 원하는 모든 것을 얻을 수 있다면 누가 일을 해?
[2] 힘들고 더럽고 위험한 일이라고 저마다 안하려드니까 지금 국가 경제가 개판이쟎아?
[나] 정당한 대우를 해줘애죠.
[가] 일해볼 기회나 주고서 그런 소릴 해?
[2] 무슨 소리야? 누가 일힐 기회를 빼앗기라도 햇단 말야?
[1] 누구에게나 공평한 기회가 주어진다는 점이 우리 사회의 자랑이야
[2] 이 사회는 직업의 자유와 고용의 평등 그리고 분배의 정의가 법으로 보장된 사회야.
[2] 누구나 공평한 기회가 주어진다는 점이 우리사회의 자랑이라구.
[가] 법 좋아하고 있네. 그 따위 허울 좋은 법엔 이제 신물이 나, 당신들이나 가지고 놀라고!
[페이지] 012
[1] 법을 모욕했어?
[2] 반 사회적인 사상을 가진 놈이군. 너 빨갱이 아냐?
[가] 뭐요?
[2] 한번 더 용서해주지.
[1] 새로운 기회가 열려 있다.
[가] 용서? 기회라고?
[나] 난 잘못한 것 없어요.
[1] 결단하고 새 삶을 찾아!
[가] 헛소리 그만해! 내가 살 방법은 이 것 밖에 없어. 날 그냥 내버려 둬!
[2] 하지만 양심이 살아 있는 한 남의 물건에 욕심내는 일이 인정될 수는 없어! 그렇게 했다간 이
사회는 무법천지가 되고 말걸.
[나] 양심 팔아먹는 사람이 우리뿐이예요?
[1] 우리 사회에는 윤리와 도덕이 있어.
[가] 윤리, 도덕, 양심이라고? 그까짓 게 밥막여주는 줄 알아?
[1] 그건 피해망상이고 억지야, 양심을 지키며 살아가는 사람들을 모욕하는 태도라고.
[가] 그 놈의 얄량한 양심!
[2] 이 사회의 법엔 아무런 하자가 없어!
(1,2 가,나 동시에)
[2] 다시 일어서! 새로운 기회가 있쟎아? 따뜻하게 맞아준다니까. 조심해! 열린입이라고 함부로
지껄이지 마! 나라꼴이 이게 뭐야? 놀고 먹겠다는거야? 도둑질은 안돼! 도둑질은 안돼!
[1] 법이 있고 양심이 있쟎아? 노력해! 우리가 지켜봐 줄께. 땀흘려 일을 하라고! 무법 천지로
만들겠다는 거야? 기회는 언제나 있어. 결단하라고! 우리의 품으로 돌아와! 법을 준수해! 도둑질은
안돼! 도둑질은 안돼!
[가] 노력하라구? 기회가 어때? 윤리, 도덕, 법이 밥먹여 주냐고? 좀더 솔직히 말해 줄 수는 없어/
너 같은 인간 보살필 여유 없다. 알아서 해라. 날 그냥 내버려 둬! 시끄러워!
[나] 난 그런 거 몰라요. 어렵게 말하지 말아요. 남들처럼 살고 싶은 것뿐이라구요. 왜 나만 가지고
그래요? 나도 노력할 만큼 했다구요. 아 그만 해요. 그만 하라구요.(반복되는 마네킨들의 야유.
발악하듯 반항하는'가'와'나'. 논리에 당해내지 못하고 처절하게 기어들어 가다가 마침내 발악한다)
[가] 그만!---
[나] 아!---
(사이)
[가] 염병할 놈의 세상! 우린 우리 방식대로 사는 거야. 헛 꿈 꿔봐야 배알만 꼬일 뿐이라구. 술이나
마셔. 우리 같은 놈, 술 마져 없다면 무슨 낙으로 사냐! (한잔씩 마시고) 세상에 믿을 거라곤 너 자신
밖에 없는 것야. 우리 몸둥이 밖에 없다고. 생각해 봐! 변호사고, 판검사고 목사고 우리 같은 놈들
사라지면 장사 되겠어?
[나] 우리가 손을 씻을가 봐 은근히 걱정하겠죠?
[페이지] 013
[가] 아마 도둑질 하라고 사주할지도 모르지.
[나] 형님 제일 크게 털었던 얘기 좀 해줘요.
[가] 안돼. 비밀이야.
[나] 내가 나팔불고 다닐 놈처럼 보여요? 저만 알고 있을께요.
[가] 믿어도 돼?
[나] 형님이 아우를 못 믿으면 누굴 믿고 살아요?
[가] 좋아. 절대 새나가면 안돼?---5년전 겨울이었지. 눈이 참 많이도 온해였어. 그때 난 학교에서
막 나와서 독하게 마음먹고 전공살려서 영등포 시장 구석에 열쇠가게 하날 열었어. 근데 그게 벌이가
되냐? 겨우 입에 풀칠이나 할 지경인데 크리스마스는 다가와 온통 징글벨인 거라! 그 징글벨을 들으며
지나다니는 사람들 보고 있노라니 복창터지는 거라! 그래서 내 딱 한번만 하고 손씻자 하고 결심을
했어. 근데 마누라가 눈치를 챘어. 바지가랑이를 잡고 늘어지는 걸'야, 이년아! 이렇게 산다고 누가
상주냐? 뿌리치고 성북동엘 올라갔지. 일주일 정도 사전조사를 끝내고 한 집을 정했지. 디-데이는
크리스마스 이브 새벽 1시 35분. 대문을 열고 들어섰어. 그런데 들어서자 마자 첫번째 장애물이
나타났지 호랑이 만한 세퍼트 두마리가 턱 버티고 있는거야. 아찔하더라구.
[나] 그래서 어떻게 했어요?
[가] 미리 예상한 일이라 호흡을 가다듬고 던져줬지 수면제 바른 소고기를. 그리고 목표를 향해
걸어들어 가느데, 야 이거 밖에서 보는 것하고 틀리더군. 현관까지 가는데 2분 35초가 걸리는 거야.
그래서 현관문을 탁 잡았는데, 아 이게 금덩이야!
[나] 뽑았어요?
[가] 내가 열쇠 뽑으러 갔냐? 나올 때 뽑기로 하고 심호흡 한번 하고 안으로 들어갔어. 응접실이
호수야! 물고기 첨벙첨벙거리더라고.
[나] 고기 좀 잡았어요?
[가] 이 자식이! 그래서 안방으로 들어가서 물건을 봤는데 어떤게 비산 것인지 알 수가 있어야지.
그래서 큰걸로만 집어넣고 현금만 추려서 나오지 않았겠냐? 나오는데 징그럽게 들리던 징글벨 소리가
내 입에서 절로 나오더라고! 징글벨 징글벨 징그을 베에엘---
[나] 야, 형님 멋쟁이! 그런데 그많은 돈 다 뭐했어요?
[가] 아픈 심장을 찌르는구나. 주위 사람들 한테 기분 좀 내고, 더 튀겨볼까 투자했다가 다 날렸다!
[나] 어디에 투자했는데요? 증권이요?
[가] 그랬으면 좋게? 도박판에 뛰어들었다가 사기 도박단에 당했어. 나쁜 새끼들! 턴돈을 사기쳐?
그돈 오래 못갈거다!
[나] 아, 아깝네요!
[가] 돈만 털렸으면 괜챦게! 마누라까지 날렸다!
[나] 마누라까지 걸었어요?
[가] 마, 나같은 놈 믿고 어떤 여자가 붙어있겠어? 그래도 학교 가릉띵때 챙겨준 사람은 마누라 밖에
없었는데---생일이라고 옷 한벌 못해주고----내가 나쁜 놈이지! 오늘 같으면 옷 한벌 턱 안겨줄 수
있을텐데--
[페이지] 014
[나] 지금은 혼자 사세요?
[가] 아냐. 오다가다 만난 여자하고 살은 붙이고 사는데 정이 안가! 이년은 뭘 사줘야겠다 마음
먹으면 제가 먼저 사달라고 조르니, 그생각도 싹 없어지게 만들어! 오늘은 한벌 챙겨줘야지. 그래야
잠이 편하지!넌 저 옷 누구 줄꺼야?
[나] 실은 여자친구 주려구요. 비싼 옷 사줄 형편도 못되고---
[가] 그래, 있을 때 잘해! 가다가 몇벌 더 챙겨!
[나] 성공해서 꼭 호강시켜 줄거예요!
[가] 자신있어?
[나] 물론이죠. 나도 형님처럼 대도무문이 뭔가를 보여주겠어요!
[가] 대도무문? 중국영화냐?
[나] 큰 도둑이 가는 길엔 대문이 소용없다!
[가] 큰 도둑이 가는 길엔 대문이 소용없다? 말돼다! 좋아 네가 마음을 정했다면 진짜 한 수
가르쳐주지.(모자, 안경을 쓴다. 유격조교처럼. 그 사이'나'와 마네킨은 대도무문을 외치며 자리한다)
본 코스까지 올라오느라 대단히 수고가 많았다. 본 코스는 5도3경코스로서 이 과정을 무사히
통과해야만 수료를 할 수 있다. 정신 바짝차리고 열광적으로 임해주길 바란다. 알겠습니까?
[올] 예!
[가] 점심들 안먹었나? 대답소리가 마음에 안듭니다. 알겠습니까?
[올] 예!
[가] 저 뒤에 올빼미 이빨 보인다. 어허 저 뒤에 올빼미 앞에 올빼미에게서 관심 빼라!
(5도3경의 노래가 나온다. 노래 후)
[나] 질문 있습니다. 분빠이는 어떻게 합니까?
[가] 둘일 때는 형님이 일곱. 셋일 때는 형님이 일곰, 나머지가 둘, 하나,
[나] 그렇다면 나한테 돈 더줘야 하는거 아녜여?
[가] 19번 올빼미는 대가리 박어!
[나] 그게 아니고
[가] 심어!(심으면) 원위치! 다음, 어딜 가야 돈이 많겠습니까?
[12] 금은방, 은행, 병원, 도박판, 골프장----
[나] 청와대!
[가] 좋습니다. 꿈이 커야 생기는 것도 많은 법입니다. 그럼 저기 않아 있는 올빼미들 중에 누가
가장 돈이 많겠습니까?
[1] 저기 저사람!
[2] 요사람!
[나] 있어보이는 사람 하나 없습니다.
[가] 정확히 봤습니다. 관찰력이 성패를 좌우합니다. 마지막으로 각자의 소망을 말해보도록!
[1] 피아니스트!
[2] 발레리나!
[나] 큰 도둑이 되겠습니다!
[가] 바로 그겁니다. 이상으로 과정을 마치고 수료증 수여식이 있겠습니다.
[페이지] 015
19번 올빼미 앞으로!
(웅장한 음악과 조명 떨어지면 마네킨들이 근위병들처럼 근엄하게 '나' 에게 옷을 입혀준다) 국적
대한민국. 본명 오 영웅. 위 사람은 한국재산이동대학 부설 국내 재산이동 훈련원에서 전 과정을
우수한 성적으로 수료하였기에 본 수료증을 수여함. 한국재산이동 대학 학장 국제 및 국내재산이동학
박사나 밀 수. 혜화 지부장 불나비 대독. 도명, 찬 바람!
[나] 감사합니다! 열심히 선배님들의 얼을 이어받아 훌륭한 이동사가 되겠습니다.
[가] 다음은 도둑의 노래 제창이 있겠습니다.'
(노래 끝나면)
[나] 자, 날 봐라! 찬 바람이 나가신다! 이제부터는 내 세상이다! 그런데 이 옷을 입고 나갈 수는
없고. 우리들만의 옷이 있어야 할 것 같은데요!
[가] 우리들의 옷?
[나] 예!
[가] 그래! 최소한 두벌은 있어야겠다. 밤일 할 때 입을 옷, 낮일 할때 입을 옷. 색깔은 뭘로하지?
까망색? 노란색?
[나] 그 옷만 입으며 무엇이든지 훔치고 싶은 욕망이 일어나겠죠?
[가] 눈이 번쩍 뜨이고---
[나] 귀가 활짝 열리고---
[가] 코가 벌렁거리고---
[나] 그리고는 바로 철창행이죠.
[가] 안될 것도 없어. 정당한 직업으로 인정 받기만 한다면 말야. 따지고 보면 세상 모든 사람들이
다 도둑인데, 현장에서 업무중에 만 걸려들지 안는다면 그들이나 우리나지.
[나] 그렇게만 된다면---
[가] 하지만 사람들은 너무 솔직해지는 것도 원치않아. 그져 자기들의 이익을 보호받을 정도의
진실로 충분한거야. 도데체 어떤놈이냐? 쓸데없이 옷은 만들어 가지고---
[나] ---아담이요!
[가] 아담이라니?
[나] 맨 처음 옷을 발명한 사람이요. 어려서 주일학교에서 배웠어요. 맞어요. 처음에는 발가벗고
살았는데 아담이 죄를 짓고부터 챙피하다고 옷을 입은 거래요.
[가] 무슨 죄를 졌길래?
[나] 사과라나---? 아뭏든 과일을 따먹었대요.
[가] 하나님도 드럽게 짠 양반일세! 그깐 사과 하나 때문에 생사람을 죄인으로 만들어 옷을 입게해?
[나] 따먹지 말라는 걸 따먹었대요.
[가] 나쁜 놈! 그럼 도둑질을 했구나!---야! 이제야 우리 조상을 찾았다. 아담! 바로 그 양반이었어!
[나] 우리 처럼 뼈대 깊은 직업도 없네요.
[페이지] 016
[가] 아무렴! 그렇다면 결국 옷의 역사는 조의 역사인 셈이네!
[나] 옷은 나는 죄인입니다라는 표시구요.
[가] 맞어! 옷을 여러가지로 분류해서 입는 것은 아마도 죄의 종류룰 구분하기 위해서 인지도
모르지.
[나] 죄의 종류요?
[가] 그래. 경찰이 물고문 하는 죄. 교통 경찰이 딱지 안떼고 돈 받는 죄, 의사가 응급환자 거부하는
죄, 판사가 망치 함부로 두드리는 죄, 목사
[가] 천당 파는 죄. 그 것 아무나 지을 수 있는 죄가 아냐.
[나] 편하자고 만든 거쟎아요? 또 그 옷을 입기까지 얼마나 고생했겠어요?
[가] 하지만 옷 가지고 사람 값을 매겨서는 안돼! 옷 값을 얼마나 잘하느냐가 중요한 거지. 무슨
옷을 입었느냐가 무슨 소용이야?
[나] ------
[가] 이걸 봐!(마네킨에 다가가 각각의 유니폰을 섞는다. 경찰 모자를 법복에, 법모를 의사에게,
사각모를 경찰에 씌우는 등 여러가지 부조화를 창조하며) 이 사람은 뭐하는 사람이지? 그리고
이사람은? 의사겸 판산가? 그럼 이걸 봐! (모든 마네킨의 옷을 벗긴다) 어때?
[나] ------
[가] 보라구! 그져 이옷 저옷 화려하게 꾸며입었을 뿐이야. 벗어버리면 다 같은 알몸이라구. 봐!
누가 의사구, 누가 도둑인지. 옷이란건 껍데기야! 헛거라구! 발가 벗고 큰소리 칠 수 있는 놈 있을 것
같아?
[나] ---우리 벗고 살아요! 처음 같이.
[가] 벗고 살자구?
[나] 옛날로 돌아가는 거예요. 죄가 없던 시대로.
[가] 도둑이 없던 시절로?
[나] 그래요. 껍데기를 다 벗어버리고 떴떳하게 사는거예요.
[가] 사람들이 벗으려고 하지 않을껄.
[나] 안되면 우리 만이라두요.
[가] 우리끼리 만?
[나] 지금 당장이요.
[가] 여기서?
[나] 안전한 곳이라고 했쟎아요?
[가] 그래. 물론 안전하지. 하지만---
[나] 겁나세요?
[가] 겁낸다구? 천만에!
[나] 그런데 왜 못해요. 여긴 우리 단둘 뿐이예요. 벗어요! 벗어보자구요. 이까짓 것들은 다
헛거라고 했쟎아요. 뭘하세요? 가르치기만 하고 스승은 못하겠단 말인가요? 자 나처럼 벗어봐요! 그럼
우린 도둑이 아니라구요.
[가] 너야 자랑할 만한 몸대라도 있지만. 난---
[1] 망설이지 말고 제자의 청을 들어줘! 스승이 모범을 보여야지.
[2] 그 몸둥이도 껍데기에 불과해. 부끄러워할 것 없다구.
[나] 어서요!
[페이지] 017
[1] 벗어 봐! 벗고나가서 모두들 가면을 벗고 살자고 외쳐보라구!
[2] 정말 자유로운지! 정말 평등해지는지! 다 껍데기인지 확인해 봐!
[12] 옷을 벗어! 하나도 남김없이. 나뭇잎 하나 가리지말고. 옷을 벗어!
[가] 좋아! 벗지. 벗자구. (둘은 옷 벗기를 즐기기라도 하는 듯 한꺼풀 또 한꺼풀 차례대로 번
갈아가며 옷을 벗어던진다. 벌거숭이가 될 때 까지)
[나] 어때요?
[가] 넌 어때?
[나] 거리로 뛰어나가고 싶어요.
[가] --- 난 다시 옷을 입고 싶어.
[나] 왜요?
[가] ---챙피---그냥 추---추워서--술 깬다 야.
[나] 그러지 말고 놀아봐요. 벌거벗고 살던 때는 말도 못했다죠? 그때처럼 놀아봐요.
[가] 원시인 처럼?
[나] 네! 소리를 지르고, 춤을추고요. 우리끼리 얘기를 하는거예요.
[가] 무슨 얘기?
[나] 우리들 얘기요. 하고 싶어도 못하던 얘기요.
[가] 억울하고 한 만은 얘기? 들어줄 사람도 없는데?
[나] 그러니까 우리끼리라도요. 내 얘기는 형님이 들어주고---
[가] 내 얘긴 아우가 받아주고?
[12] 우리도 있쟎아?
[나] 자 말해봐요!
[가] 그래 얘기하자!(자연의 소리 같은 음악에 맞추어'가'와'나'그리고 마네킨들이 이야기를
시작한다. 춤을 추며 이상한 괴음을 내뿜으면서 무엇인가 알 것도 같은 자기들의 이야기를 한다.
어느새 음악은 현대로 돌아와 디스코로 변하고, 그러기를 잠시.'가'는 무엇인가를 느낀 듯 동작을
멈춘다) 그만!(음악과 율동이 멈춰진다) 조용히!
[나] 왜 그래요?
[가] 우리들의 낭만이 너무 지나쳤나봐.
[나] 누가 왔어요?
[가] 누군지 모르겠군. 순찰을 도는 경찰인가?
[나] 어떻게 하죠? 숨어요? 뛰어나가요?
('가'는 잽싸게 옷을 챙겨 입는다.'나'도 입으려 하지만 마음이 떨려 위 아래를 못가리고 쩔쩔맬
뿐이다)
[가] 잘해봐!(나가려 한다)
[나] 어딜 가는 거예요?
[가] 앉아서 잡힐래?
[나] 난 어떻게 하구요? 형님 왜이러세요. 형님!
[가] 형님? 이판에 형님이라고 별 수 있냐. 알아서 해. 죽고 사는 판에 남의 몸까지 누가 챙겨줘?
급할 땐 친구고 의리고 다 팽게치는 거야. 학교가서 공부좀 더해. 큰도둑 되려면 많이 배워야지.
(우측문으로 사라진다)
[페이지] 018
[나] (옷을 챙겨 입으면서 따라나가다가 이미 늦은 듯 돌아서며) 어디 두고 보자. 도둑놈의 새끼!
(그는 불을 끄고 마네킨 사이로 몸을 숨긴다.)
[다] (밖으로부터 소리가 들린다) 누구 있어요? 누구 없죠? (무대에 들어서며) 불을 어디서
켜지?(더듬 거리다 갑자기 불 들어 오면 놀란 듯 권총을 뽑아든다. 경비복 차림이다) 손들엇! 움직이면
쏜다!
[나] 쏘지말아요! (두손을 높이 쳐들고 나온다) 쏘지말아요!
[다] 허튼 수작하면 갈겨버리겠어! 눈 감어! 뒤로 돌아! 오른 쪽으로 가!
[나] (옆걸음으로 오른쪽으로 가나'다'의 입장에서는 왼쪽이다)
[다] 오른쪽으로! 오른쪽!
[나] (방향을 바꾼다)
[다] (손에 수갑을 채운다) 몇놈이나 더 있지?
[나] 나 혼잡니다.
[다] 날 속이겠다구? 너 같은 애숭이가 이런 곳에 혼자 뛰어들어?
[나] 정말입니다. 혼자라구요.
[다] 너 혼자 이렇게 쑥밭을 만들었단 말이지.(일어서면 그의 턱밑에 총구를 들이대며) 이봐. 여기선
방아쇠가 당겨져도 하나 문제될게 없어. 살인 절도범 하나 처치한 셈 치면 되거든. 어때. 젊은 나이에
골로가고 싶어?
[나] 그렇다고 거짓말을 할 수는 없쟎아요.
[다] 좋아! 자 이제 물건을 풀어보실까!
[나] 없어요.
[다] 없어? 뒤져볼까? 센타해서 나오면 그땐 어떻게 해줄까?
[나] 주---주머니에요.
[다] (주머니를 뒤져 꺼낸다. 돈이 나온다.'가'에게서 받은 돈이다) 이게 다야?
[나] 그뿐이예요. 더 뒤져보라구요.
[다] (몸을 더 뒤져보나 없다) 헌데 무슨 짓을 했길래 옷은 다 벗어던졌지? 저것 들은 왜
뒤죽박죽이야? 너 여자랑 했지?
[나] 아녜요. 난 아직 총각이예요.
[다] 총각 좋지. 총각이니까 여기서 하지. 젖비린내도 안가신 새끼가 벌써부터 도둑질이야?
[나] 잘못했습니다.다시는 이런 짓 안할께요. 한번만 용서해 주세요.
[다] 너 같은 놈들 백번 봐줘봐야 마찬가지야. 제 버릇 개줘? 개새끼야!너 같은 새끼들
싹쓸어버려야돼!
[나] 제발---
[다] 너 혜화동 더듬이 알어? 나한테 걸려들어 빠져나간 놈 하나도 없어. 경-비! 이제복은 폼으로
입는 줄 알아? 어서 바른대로 불어!
[나] 정말이예요. 그게 다예요. 난 아무 짓도 안했다구요. 옷이나 몇 벌 가져가려고---
[다] 옷을 가져가? 그래 여기 도둑놈이 입을만한 옷이라도 있어? 정말 맛을 봐야 입을 열겠다
이거야? (이때 누군가의 기척이 들린다) 이건 뭐야! 무슨 소리지? (긴장한듯) 도데체 몇놈이나
되는거야? 무기는 가졌나?
[페이지] 019
[나] 전 혼자에요. 혼자라구요.
[다] 좋아 그렇게 고집부려도 소용없어. 넌 내 인질이 되어줘야겠어. (이때 가죽잠바 차림의 '가' 가
위세 당당하게 나타난다) 누구요?
[가] 수고하십니다.('다'에게 다가서며 주머니에서 신분증을 꺼내 얼굴 가까이 디밀었다 다시
집어넣는다) 늦은 밤에 수고가 많소.
[다] (머뭇거리다 차렷자세로 거수경례를 한다) 경비!
[가] (악수를 청하며) 절도범이요?
[다] 그렇습니다. 제가 잡았습니다.
[가] 단독범인가?
[다] 아---저---예 그렇습니다.
[가] 수고했소.
[다] 아닙니다. 마땅히 해야할 임무를 했을 뿐입니다.
[가] 아니요. 당연히 표창감이요. 덕분에 우리 같은 사람들의 수고가 한결 덜어지지.
[다] (술냄새가 나는 듯 인상을 찌푸린다) 어휴---
[가] 나 술한 잔 했어. 날씨도 춤고 또 소매치기 한테 주머니도 털리고 해서 공짜 술 한잔 했지.
[다] 털려요?
[가] 돈? 그까짓게 아까워서 그러는 게 아냐. 경찰 체면에 주머니를 털렸다. 이게 말이 되나? 그래서
한잔 꺽은거요.
[다] 아 예!
[가] 너 이새끼 오늘 잘 걸렸다! 내 저놈 한테 분풀이라도 해야 속이 풀릴 것 같아.그래 저 놈이 뭘
털었소?
[다] 옷을 털러 왔다는 군요. 오리발 내미는데---
[가] 정말 웃기는 녀헉이군. 그 외엔?
[다] 전혀 없다고 빼는데 뻔한 수작이죠.
[가] 현금 같은 것은 전혀 없었소?
[다] 예? 예---조금---(주머니에서 꺼내어'가'에게 준다)
[가] 이게 다요?
[다] (마져 꺼내며) 조금 더----
[가] (받아 넣으며) 너 일어서!
[다] 말씀이 안들려? 어서 일어나?(일어선다)
[가] 옷 입어!(자기 옷을 찾아 입으려 하나 수갑 때문에 어렵다) 수갑을 풀어줘야지! (풀어준다) 이
옷들도 이놈에게 들려주고!
[다] 예!
[가] 물증 모르시나?
[다] 물증! 예! 압니다. 이거 다 담아야겠죠? (손수 담아서 쥐어준다) 넌 죽었다.
[가] 이놈은 내가 직접 데려가지. 정리 잘하시오. 내일 들러주시오. 기다리고 있겠소. 자 그럼
수고하시요! 참, 이번 선거에 누구 찍을거요?
[나] 예? 선거가 있나요?
[가] 하긴 누구찍는다고 나아지는 것 있겠어! 그럼 수고하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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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계속 근무하겠씀!(경례한다)
[가] (인사를 받고) 자 앞장서 허튼 수작하면 죽여버릴거야!('가'와 '는 사라지고)
[다] (혼자된 것을 확인하고는) 휴-(그는 여유 있게 자기의 일을 시작한다. 거울을 보고 장난을
하기도 하며. 그러나 금고도 비었고 특별히 챙길만 한 물건이 없는 둣 하다. 그리고는 좀전의 형사와
젊은 도둑이 한패거리 였다는 것을 감지한다) 빌어 먹을 오늘 재수 옴붙었네!(전화를 건다) 자기야? 응
아직 일이 덜 끝났어. 한 바퀴 더 돌아봐야겠어. 석이 깼구나? 석아! 아삐 ! 그래 아삐가 돈 많이 벌어
가지고 들어 갈께. 빠빵도 사가지고 갈께---자기야? 그래 얼른 일끝내고 들어갈께---나도
보고싶어!---나도 사랑해!---문 꼭 잠궜어? 그래. 염려마.(끊고는 나가다가 다시 들어와 여성복 한
벌을 가지고 사라진다) (마네킨들 다시 살아 움직인다)
[2] 오늘 무슨 날이야?
[1] 연말 연시 준비들 하느라고 그러나 봐!
[2] 참 불쌍하다!
[1] 누가?
[2] 사람들. 사는게 힘든가 봐!
[1] 무서워! 여기 유리벽 안이 제일 좋은 것 같지?
[2] 그래. 나가 봐야 하루도 못 버틸 것 같아.
[1] 다시 생각해보자.
[2] 그래. 그게 좋겠어. 그나 저나 내일 주인님 신경질을 어떻게 당해내지?
[1] 너무 걱정하지 마! 지난 번에 옷 값 다시 붙치는 걸로 끝났쟎아?
[2] 이번에도 잘 넘어가야 될텐데---
[1] 춥지 않니? 옷이나 입자. 쟤들도 춥겠다.
[2] 고래 옷입고 잠이나 더 자자. 곧 새벽이야. 바쁜 월요일이라구!(마네킨들 옷을 입을 때. 서서히 암전)
첫댓글 좋은자료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