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텍쥐페리(Saint Exupery)의 대표작 『어린왕자, The liitle prince』에서 자신의 별과 장미를 떠난 어린왕자는 멋 훗날 장미를 그리워하며 이런 말을 합니다. “그때 그 꽃이 하는 말을 귀담아듣는 게 아니었어. 꽃의 말은 절대로 들으면 안돼. 바라보며 향기를 맡아야 해. 내 별도 꽃의 향기로 가득했지만, 나는 그걸 즐길 수가 없었어.” 어린왕자는 꽃의 말이 아닌, 꽃의 향기를 통해 장미를 기억하고 그리워한 것이지요. 오늘은 당신의 후각을 사로잡는 ‘센트 마케팅(Scent Marketing)’에 대하여 알아보겠습니다.
향기로운 마케팅, 센트 마케팅
▲이미지 출처 – 플리커
향기를 맡는 후각과 기억은 관련성이 높습니다. 실제로 후각 신경의 전달 방식은 시상이라는 중간 과정을 거쳐야만 하는 다른 신경과는 달리 곧바로 대뇌로 전달되는데요. 후각 신경이 전달되는 곳은 감정과 기억을 담당하는 변연계(Limbic System)이기 때문에 후각이 인간의 오감 가운데 가장 예민하고 오랫동안 인상이 남는 감각이라고 합니다.
이런 인간의 가장 예민한 감각을 이용한 마케팅이 바로 ‘센트 마케팅’입니다. 센트 마케팅이란 소비자의 후각을 자극하여 제품의 구매를 유도하는 마케팅 기법입니다. 센트(scent)의 뜻을 빌려와 향기 마케팅이라고도 하죠. 시각을 이용하여 제품을 어필했던 기존 방법과는 달리 후각을 이용하여 소비자에게 어필하는 것인데요. 이 센트 마케팅은 향기와 밀접한 업종뿐 아니라 향기와 관련이 없는 업종에서도 활발히 활용되고 있다고 합니다.
잠재적 구매자가 맡게 되는 향기와 구매욕 간의 관계는 상당하다고 밝혀졌습니다. 미국의 한 시립대학의 연구 논문에 의하면 향이 나는 매장은 향이 나지 않는 매장보다 소비자의 구매 금액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합니다. 또한 시카고 향기 연구소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고객들이 향기 나는 곳에 머무르는 시간이 향기가 나지 않는 곳에 머무르는 시간보다 30분이 더 길다고 합니다.
센트 마케팅은 후각과 기억의 높은 상관성을 이용하여 고객들을 매장에 더 오래 머물게 하여 구매 가능성을 높인다든지, 특정 브랜드와 관련한 향기를 개발하여 고객들의 기억에 오래 머물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습니다.
향기로운 센트 마케팅 사례들
이러한 센트 마케팅을 통한 대표적인 성공사례로는 메르세데스 벤츠의 공식 딜러인 한성자동차가 진행했던 센트 마케팅을 들 수 있겠는데요. 한성자동차는 아이센트와의 협력을 통해 브랜드 정신을 담은 고유한 시그니처 향을 개발하여 전국 전시장에 들어서면 향을 맡을 수 있도록 공간을 구성하고, 시그니처 향으로 향수를 만들어 고객에게 증정하는 등의 센트 마케팅을 선보였습니다.
이 외에도 대림미술관은 덴마크 출신의 디자이너 헨리 빕스코브(Henrik Vibskov)의 설치미술작품인 ‘민트 인스티튜트’를 향기와 접목시켜 향기마케팅을 선보이기도 했습니다. 민트색 구조물이 가득 설치된 전시장에 들어선 관람객들로 하여금 가득 내뿜어져 나오는 민트 향을 통해 시각뿐 아니라 후각으로도 예술작품을 감상할 수 있게 해 놓았답니다. 이 외에도 콘서트 및 연극, 패션쇼에서도 향기마케팅이 적극적으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이처럼 우리는 이성적으로 생각하고 상황을 판단하는 것 같지만 그 이면에 우리들이 의식하지 못했던 감각과 감성이 결정적인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오늘 우리가 신중히 한 결정과 선택에 영향을 미친 것이 무엇인지 살펴보는 것도 재미있는 일이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