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약이 엄마
<백희나 글/그림, 스토리보울>
2013년 12월 7일 토 발제자 : 손현아
1. 책을 읽은 느낌
산적(?) 같아 보이는 마음씨가 고약할 듯 한 고양이가 표지에 등장한다. 둑실하고 얼룩한 얼굴에 짝짝이인 눈이 한 성격할 것 같다. 면지에 등장한 고양이 발자국이 혼자 다니는 고양이의 모습을 보여 주는 것 같다. 이어 등장하는 노란 삐약이 삐죽한 짝짝이 눈에 투실한 몸집 얼룩한 몸이 앞에 등장한 고양이와 얼핏 닮아 있다. 제목도 삐약이 엄마!!
약한 동물을 괴롭히는 것을 좋아하는 고양이 ‘니양이’가 좋아하는 간식은 갓 낳은 따뜻한 달걀이다. 닭장 앞을 지나던 니양이는 갓 낳은 노란 달걀을 보더니 씹지도 않고 꿀꺽 삼켜 버렸다. 어느 덧 시간이 흘러 고양이의 따뜻한 뱃속이 달걀이 부화되기에 알맞았는지 책의 4면에 걸쳐 힘주어 똥(?)을 싸던 니양이의 몸에서 삐약이가 탄생하였다. 커다란 고양이의 몸속에서 작고 귀여운 병아리가 튕겨져 나오는 모습이 무척이나 유쾌하다. 막 태어나 자기 몸도 잘 가누지 못하던 삐약이는 자기 앞에 있는 당황한 니양이를 엄마 닭으로 각인한다. 그 작고 약한 것은 그 때까지의 니양이의 삶을 송두리째 뒤 바꾸어 놓는다. 삐약이를 돌보는 엄마가 된 니양이는 그 전까지의 못 된 고양이가 아닌 것이다. 부모란 이렇게 해야 한다고 누가 가르쳐 준 것도 아닌데 작고 연약한 생명을 돌보면서 진짜 어른이 된 것이다.
1학년 아이들을 담임하지 않고 바라보기만 했을 때가 기억이 난다. 내 아이들이 아니었기에 그냥 저것들이 언제 사람구실 하려나 멀찍이 떨어져서 고개만 흔들고 있었다. 그런데 막상 우리 반이 되자 내가 앉아서 이야기해야만 눈이 마주쳐지는 아이들, 아이들의 잘못에 화를 내다가도 고사리 같은 작은 손을 잡으면 그 연약함에 마음이 왈칵 풀어진 적이 많이 있었다. 조카들이 가끔 집에 와서 왕왕 떼 부리면 밉다가도 잠자는 모습만 보면 짠하던 마음도... 생각해보면 부모가 우리를 키워 주기도 하였지만, 작은 것을 보살피고 들여다보는 부모된 마음이 생기면서 우리는 다시금 자라는 것 같다. 작고 약한 것에 대한 무한한 사랑으로 말이다.
고양이처럼 지붕위에 올라가 달을 보는 삐약이, 그리고 마지막 면지에 서로 완전히 다른 존재임에도 함께 걸어가는 발자국이 행복한 둘의 모습을 떠오르게 하는 책이다.
2. 생각거리
- 작은 생명에 대해 무한 한 마음씀(책임?공감?사랑?)이 느껴지던 순간, 과정을 함께 나누어 봅시다.
- 한사람의 인격체인 내가 아니라 어린 아이를 키우는 부모로서 나는 어떤 존재일까? 나의 부모에게 나는 어떤 존재일까?
3. 작가소개
백희나
1971년에 태어나 이화여자대학교에서 교육공학을, 미국의 캘리포니아 예술대학에서 애니메이션을 공부했다. 그녀는 2005년 볼로냐 국제도서전 픽션 부분, 올해의 일러스트레이터로 선정되며 더욱 유명해지게 되었지만, 그녀의 작품 『구름빵』은 이미 그녀의 재능을 바탕으로 스테디셀러가 되었다. 『구름빵』은 누구나 한번쯤 해보았던 구름에 대한 공상을 이야기로 풀어내어 유년시절의 즐거웠던 상상을 떠오르게 한다. 가족들을 기본 모태로 고양이가 가져온 구름으로 만든 빵을 먹는 사람은 모두 두둥실 떠오르게 된다는 소동을 다루어 어른들의 추억과 아이들의 상상 모두를 자극한다. 백희나는 독특한 상상력과 입체 일러스트로 대표되는 작가이다. 무엇보다도 그녀를 돋보이게 하는 것은 입체 일러스트가 가지고 있는 창의성과 따스함이다. 기존의 그림과 달리 종이라는 질감으로 느껴지는 인물인형들과 이들이 입고 있는 헝겊 옷, 그리고 모두 소품으로 이루어진 배경은 정겹고 따뜻한 감정으로 독자들을 매료시킨다. 그녀의 또 다른 작품인 『팥죽 할멈과 호랑이』 역시 한지 인형을 통해 그려냄으로써 우리가 익숙히 알고 있던 이야기를 또 다른 느낌으로 새롭게 이끌어내었다. 백희나가 가진 가족과 정을 바탕으로 한 세계관은 그녀의 이야기에도, 그림에도 스며들어 작품을 읽는 이로 하여금 따뜻함이 느껴지도록 하고 있다.
2000년대 대한민국의 그림책이 결정적으로 변화한 시점을 살펴보자면 백희나 전과 후로 나눌 수 있다고 말한다. 아이들만의 영역이었던 그림책은 그녀의 작품을 통해 ‘어른과 아이가 함께 보며 공감할 수 있는’ 소통의 창구가 되었다. 『구름빵』으로 시작해 『달 샤베트』 최근 발표한 『장수탕 선녀님』까지 그녀의 작품은 진화를 거듭하며 어른들이 놓쳤던, 그러나 아이들은 너무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일상의 판타지를 표현해 나갔다. (전래 동화가 아닌 현재에서 아이들이 어떻게 상상력을 펼쳐나가는지 보여주는 과하지 않은 판타지) 아이들은 엉뚱한 상상을 현실에서 하면서 그걸 이루려고 또 엉뚱한 일을 저지르고 다시 또 현실을 느끼고 하는 현실과 상상이 분리되지 않은 세계에 살고 있는데 그런 모습을 잘 보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