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 자동차의 헤드렘프는 빗속에서 눈뜬 장님이다. 물기 먹은 아스팔트는 빛과 소음까지 흡착한다.
하루종일 질척거리면서 내리던 가을비가 저녁무렵부터 여름비처럼 주르룩 세차다. 그 길 주위는 암흑이고 겨우 한발자국 정도 보인다. 휘 감기는 구불구불 하고 좁디 좁은 시골길에서 얼마나 긴장했는지 허리가 아프다. 메달려 가는 것 같았다.
서산에서 볼일이 늦어 저녘때가 지났고 허기는 밀려왔는데 조금만 더 가자는 기대치를 높인 지인의 단골집을 찾아, 정미면이라는 서산시인데 당진에 근접한 깊은 들촌락 속 옹색한 추어탕집을 찾았다. 빗속의 초행길이라서 무척 멀었다.
배고품 보다 안도감이 앞선다. 우중의 밤중이라 잘 보이지는 않지만 불친절에 가까운 너저분함이 눈에 먼저 들어온다. 신발끈을 풀고 자리에 앉으니 물김치 얼갈이 깍두기 풋고추 생양파 등의 반찬이 나온다. 제일 좋다고 하는 통추어 매운탕이 끓는 사이 막걸리 한잔씩 들었다. 국물 한 수저에 작은 미꾸리 서너마리 더 오물거리니 왜 이렇게 멀리 돌아 왔는지 알 것 같다. 자연산 미꾸리의 오동통한 식감의 진한 맛 혀에서 감긴다. 이런 맛을 감칠맛이라고 한다. 푸짐한 양에 맛 또한 이리 훌륭하니 나도 단골이 될것이다. 지인은 아마 대한민국 제일의 추어집이라고 너스레한다. 미꾸리를 부추로 에둘러 감아 너무 먹었다. 무엇보다 즐거운 것은 모든 음식에서 조미료맛이 전혀 없다. 그래서 더욱 옛맛을 내는 것 같았다. 맹꽁이가 돼 소화에 적잖이 힘들것이다. 지인께서 안내한 이곳은 다시 찾기가 너무 어려울 것 같다. 들길을 너무많이 지나쳐 돌았다. 아내에게 다녀온 이야기를 했다. 한번 가보았으면 하는 내색을 한다. 사실 서산시에 투자 건이 있어서 다녀왔지만 그 투자건에 대해서 지인의 말만 들은 것이었기에 다시 현장을 재 방문해서 그때 보지못한 여건과 현지 주민의 이야기를 들어야 했다. 이튼날 아내와 다시 주변들을 둘러보고 상담도 구하고는 그 추어탕집을 찾은것이다. 헌데 빗속에서 갔던 동네를 찾기가 너무 힘들었다. 우선 그집은 상호가 없다. 동네 지명도 모른다. 아는 것이라고는 정미초등학교를 휘 돌아 꺽어서 몇번의 샛길을 지나치고 들어간 기억 뿐이었다. 그래서 우선 정미면을 찾았다. 면소재지 초입에 초등학교는 있는데 생소한 다른 이름이다. 토박이 일 것 같은 철물점을 발견하고 정미초등학교를 물으니 앞에 보이는 교차로에서 좌회전 해서 다시 좌회전 하면 된단다. 이정표는 어디냐 하니 퉁명스레 그냥 가면 된단다. 두번의 헨들을 돌려 주행하는데 도무지 그잿밤 보았던 황금측백나무 가로 길이 아니고 조금더 넓은 길이다. 할수 없이 다시 돌아나와 면소재지를 지나 진입했던 초입으로 다시 가다가 지나가는 어느 주민께 정미초등학교의 위치를 물으니 면소재지에 있단다. 아니다. 방금 거기에 갔었다. 혹 다른곳엔 하니 이름은 잘 모를는데 저 산 모퉁이를 돌고 넘으면 학교 하나 있다 한다. 그렇게 두번인가 헛걸음을 하고 겨우겨우 정미 초등학교를 찾았다. 이번엔 낮익다. 밤길 이었지만 기억에 있다. 조금더 주행하니 예희 그 키작은 황금측백나무가 양쪽 길가에 줄지어 심겨있다. 햇살좋은 오후 한시경의 이 들길은 너무 환상적이다. 우선 길은 차 한대 지날 만큼 뿐이다. 앞에서 차량이 접근하면 조심스럽게 비켜 있다가 다시 가야한다. 또 더더욱 좋은 것은 구불거리는 길의 모습이다. 핸들을 왼쪽 오른쪽 하염없이 돌려야한다. 이런 길이 안성 지나 죽산에도 있었다. 칠장사라는 고즈넉한 절집 칠현산 자락으로 가는 길이었다. 그 길이 드라마에 노출되고 사람들의 왕래가 많아지니 곧게 펴진것이다. 굽이진 곳은 펴고 이차선으로 확장되고 나니 절집으로 가는 멋이 운치가 완전하게 없어진 것이다. 그 후로 나는 더 이상 그 길을 찾지 않게 되었다. 이곳은 제발 개발이라는 아니 편리하다는 이유로 곧게 펴지 말았으면 한다. 이 넓이 그데로 이 이룸다운 들길을 보존되었으면한다. 훗날 다시 다시 올수 있으면 좋겠다. 그 길을 천천이 감상하며 아내의 입가에 옅한 미소가 어린다. 거북이로 닿은 추어집엔 사람들이 북적거린다. 아내는 어리둥절하다. 이 멀리에 손님들 많으니 의아해한다. 그제께 먹었던 메뉴를 먹으면서 주인께 이집의 조리법을 물으니 추어 씻을때와 애벌 끓일때의 노하우를 넌즈이 건네준다. 그렇구나 그런 레시피가 있구나 감사했다. 나도 음식에 많은 관심이 있던터라 언제고 배운데로 한번 두번 요리 해 보아야겠다고 이쑤시게 툭 던지면서 생각했다. 그 길의 중간즈음에 이 추어집이 있기에 다시 돌아 나오지 않고 더 길을 달렸다. 역시 좋다. 들과 언덕과 산마루에 늦가을 정취가 천천히 지나간다. 길가에서 가을을 추수하시는 허리가 구십도도 더 넘게 굽으신 노인을 만나 마늘 파종에 대해서 물었다. 주변의 밭엔 마늘 순이 한뼘씩 자라 있다. 나도 마늘을 심어야 하는데 너무 늦은 파종은 아닌지 하니 툭 던지는 말인즉슨 네가 먹을거면 된다 하신다. 그 말을 듣고 다음날 고춧대 뽑고 뿌려두었던 갓 뾰족이 올라오는 두둑을 쇠스랑으로 갈아 엎어 마늘을 반뼘씩 콕콕 꽂아 심고나니 하루가 저만치 뒷걸음 친다. 그 밤 밤무에 지척이면서" 아름다운 시골길"이라는 제목의 시 한편도 만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