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냉담, 어떻게 풀 것인가(하)
복음의 씨앗 싹틔울 마중물을 붓자
청년들 미사 참례율은 7%에 불과하다. 중고등학교 시절 학업에 밀려 꺼진 신앙의 등불은 대학에 진학하고 성인이 돼서도 다시 살아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냉담 중인 청년을 다시 교회 공동체 품으로 이끌기란 쉽지 않다. 그래도 교회는 청년사목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고민한다. 교회의 허리인 청년 신앙 활성화를 위해 땀 흘리는 본당과 대학생 사목현장을 소개한다.
#청년이 모이는 본당 공동체
"돌이켜 생각해보면, 항상 교회로 돌아오고 싶은 생각이 마음 깊이 있었던 거 같아요."
서울 무악재본당(주임 조재연 신부) 청년회장 백민경(루피나, 23)씨는 "중학교에 올라가고 친구들이 냉담을 하면서 수능이 끝날 때까지 성당에 나가지 않았다"며 "학생들 숫자가 많아 교사들이 학생 개개인의 신앙까지 신경 쓸 겨를이 없다 보니 자연스럽게 성당과 멀어졌다"고 말했다.
백씨는 수능 전날 본당에서 마련한 '수험생을 위한 미사'를 기점으로 냉담을 풀었다. 무악재본당 사목 코디네이터(일종의 사목 협조자) 천진아(미카엘라)씨는 "냉담 청년들은 특별한 계기가 없으면 냉담을 풀기 쉽지 않다"며 "본당은 입시와 입대, 혼배 등 인생의 중요한 기점을 활용해 냉담교우를 교회로 초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주임신부와 수도자가 냉담 중인 청년들을 직접 교회로 초대하고 격려 문자를 보내는 등 꾸준한 관심을 기울이는 것이다. 더불어 부모에게 자녀를 성당으로 이끌 것을 권유한다.
성당을 찾은 청년에게 바로 청년 활동을 강요하지는 않는다.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서다. 천 코디네이터는 "청년미사 후 짧은 다과회를 마련해 청년들이 자연스럽게 친교를 나눌 수 있는 장을 마련한다"며 "어느 정도 친교가 쌓이면 공동체 행사를 계기로 더욱 가까워질 수 있게 힘을 기울인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교회로 돌아온 청년은 청년 활동을 통해 다시, 냉담 중인 청년을 교회로 이끈다. 공동체의 이런 노력으로 조 신부 부임 당시 2~3명에 불과했던 청년 신자는 현재 40여 명을 훌쩍 넘겼다.
조재연 신부는 "한 청년을 교회로 초대하고 그의 신앙생활에 도움을 주는 것은 결국 복음화이며 구원으로 이끄는 길"이라며 "교회로 돌아온 청년 스스로 공동체 활성화를 위해 다양한 의견도 내며 능동적으로 신앙생활을 할 수 있게 사목하고 있다"고 밝혔다. 교회로의 초대와 환대하는 분위기, 능동적 참여 유도가 큰 성과를 본 것이다.
대구대교구 삼덕 젊은이본당(주임 배상희 신부)은 청년들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청년사목 활성화를 꾀하고 있다. 2008년 본당에 부임한 배 신부는 "내가 무엇을 해주면 행복하겠니?"라는 질문을 청년들에게 건넸다. 청년들은 "스무 살부터 마흔 살에 가까운 청년들이 함께 활동한다는 게 불편하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같은 청년으로 묶이지만 관심사가 다른 것이다.
배 신부는 청년회를 20대를 위한 청년회와 30대를 위한 윤일회로 나눴다. 두 단체는 따로 미사를 봉헌하고 단체활동도 개별적으로 한다. 지금은 30대 청년 신자가 80여 명에 이를 정도로 활성화됐다. 배 신부는 "전례에 필요한 음악도 연령대별로 원하는 것을 참고하기에 미사를 때로는 활기차게, 때로는 감미롭게 진행하고 있다"며 "신자들이 원하는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사목계획을 짜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청소년사목 한 관계자는 "대부분 본당에서 임기가 2년에 불과한 보좌신부가 청년을 사목하고 사목 전권도 없는 경우가 많다"며 "청년 스스로가 능동적으로 신앙생활을 하는 구조를 만드는 일은 교회가 함께 풀어야 할 숙제"라고 지적했다.
#대학생 신자를 하나로 묶는 대학생사목부 가톨릭학생회
"대학생활에 바쁘고 등록금 벌려고 아르바이트도 하다 보니 신앙생활을 할 시간적, 심적 여유가 없어요."
인천교구 대학생사목부 담당 서인덕 신부는 인천교구 내에 있는 대학에 가톨릭학생회를 세우기 위해 발로 뛰고 있다. 냉담 중인 학생을 생각하면 피곤해도 거를 수 없는 일이다. 바쁜 총장이나 학생처장과는 약속 잡기도 어렵고, 가톨릭에 대한 이해가 없으면 미사부터 학생회 활동까지 일일이 설명해야 한다. 쉽지 않은 일이지만, 이런 노력이 없다면 청년 스스로 교회로 돌아올 확률은 지극히 낮다.
서 신부는 "고등학생 때까지 냉담한 친구들이 대학에 진학하며 냉담이 더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아진다"며 "가톨릭만의 성격이 두드러지는 가톨릭학생회를 설립하고 그 수를 늘리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대학 인근 본당에 가톨릭학생회 활동을 홍보하고 있다.
가톨릭학생회들도 냉담 중인 학생들에게 조용하지만 지속적인 관심을 기울인다. 숙명여대 가톨릭학생회 한지혜(아기 예수의 데레사, 22) 회장은 "냉담 중인 학우들에게 무조건 성당에 나오라고 강요하고 싶지는 않다"며 "그들에게 당신을 위해 기도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열린 마음으로 그들을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려 노력한다"고 말했다. 마음의 준비를 할 수 있게 돕는 것이다.
서울대교구 청소년국 대학생사목부 담당 은성제 신부는 "지방에서 서울로 올라온 학생이 많고, 가톨릭학생회는 그 친구들이 다시 신앙생활을 시작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며 "개강미사와 종강미사를 통해 고해성사를 보고 냉담을 풀 기회를 마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이런 관심은 냉담을 푸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2,3학년이 돼서 가톨릭학생회를 찾는 학생도 많다. 군 제대 후 오는 학생도 있다. 별도 단체인 '청년성서모임' 역시 이들에게 하느님 말씀을 마음으로 느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며 청년 신앙을 다지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은 신부는 "말씀으로 하느님을 체험하고 나의 시간과 땀을 하느님께 봉헌해 이웃 사랑을 실천해야 한다"며 "기도와 봉사로 신앙을 다지는 대학생 봉사단체를 만들 계획"이라고 밝혔다.
[평화신문 2013.10.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