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때 최수지? 그 분이 주연했던 토지의 여주 서희 역할을 했던 드라마가 어렴풋하게 기억나는 듯 합니다. 하지만 그 땐 너무 어려서 드라마의 내용이 어려웠던 가봐요. 재밌었다는 기억은 없네요 ^^ 몇 년 전 김현주 주연의 드라마 토지가 새로 만들어졌을 때에는 드라마로 토지를 접하는 것이 20여년 장시간에 걸쳐 기록 된 대하소설을 너무 편하게 앉아서 보는 것이 불편해 드라마에 몰입하지 못했던 기억이 나네요.
토지 작가 박경리
박경리 동상
작년 초까지만 해도 이곳 하동 악양면 평사리에 위치한 박경리 문학관은 전통농기구를 전시했던 전시관이었더랬죠. 하지만, 드라마 촬영지였던 최참판댁과 마주한 이곳을 박경리 문학관으로 새로 탈바꿈했네요.
소설가 박경리님의 고향은 통영이지만, 우리나라 대하소설 토지의 배경이 된 이 곳 하동에 박경리 문학관을 만든 지자체의 문화컨텐츠 기획력에 박수 함 드립니다 ^^
드라마의 배경이되는 장소를 흑백사진으로 걸어두었는데요, 흑백사진에서 느낄 수 있는 운치와 추억이 방울방울하는 느낌이 문학관 안에 가득하네요.
하동 악양면 평사리는 지리산과 섬진강의 품 가까이 있는 경상도지역에서 보기 힘든 너르고 비옥한 평야를 가진 곳입니다. 그 점이 박경리님이 소설 토지의 배경으로 선택한 이유 중의 하나라고 하네요. 최참판댁의 대문 밖으로 보이는 시원하게 펼쳐진 너른 땅과 멀찌기 흐르는 섬진강이 찍힌 사진을 보니 그 이유를 조금이나마 느껴볼 수 있는 것 같았어요.
토지를 읽어보지 않으셨거나, 드라마를 보지않으셨더라도, 이 곳 박경리 문학관에서는 여 주인공 서희가 마주하는 광복의 순간을 함께 느끼실 수 있도록 원고를 벽에 적어두었어요.
생전 작가가 집필하실 때 직접 사용했던 돋보기, 사전, 재봉틀 등 손때묻은 유품들도 전시되어 있어요.
박경리
작가의 생애를 보여주는 흑백사진을 차례차례 보다가 돌아서서 마주한 이 사진을 보고 평온한 표정에 저절로 같이 미소짓게 되더라구요. 어쩜 저리 편안한 모습이신지, 투병으로 힘든 나날을 보내셨던 시기에 찍은 사진인지 아닌지는 알 수 없지만, 평생을 자신이 가장 잘 할 수 있고 가장 좋아하는 작가로서의 삶을 살다가셨기에 절로 행복이 얼굴에 쓰여진 것이 아닌지.
박경리
비록 한국전쟁의 미망인으로 개인적인 가정사에서는 평범한 행복을 누리지 못했을지라도, 작가로서의 삶은 충분히 행복했으리라 사진 한 장으로도 행복이 고스란히 비춰지는 것 같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