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록교목으로 높이 15m 내외로 자라고 나무껍질은 검은 회색이며 가지와 잎이 무성하다.
잎은 어긋나고 딱딱하며 긴 타원형 또는 피침형으로서 짙은 녹색이고 가장자리는 파상(波狀)이며 문지르면 향기가 난다.
꽃잎은 4개, 수술은 8-14개, 암술은 1개이다. 장과(漿果)는 타원상 구형이고 10월에 흑자색으로 익는다.
허브와 향신료에도 관심이 많아진 요즈음은 어딜 가나 쉽게 바질이나 오레가노 말린 것을 구할 수 있다. 부지런한 사람들은 봄이 되면 어린 모종을 사다가 분갈이를 해 가며 정성스럽게 길러서 먹기도 한다. 그런데 사람들이 가장 익숙하게 생각하고 많이 접해 왔지만, 우리나라 정원의 화분에서는 만나기 어려운 허브가 있다. 누구나 아는 그 이름, 바로 월계수(Bay laurel)다.
어렸을 적에 먹어 보았던 경양식 메뉴 가운데 매운 것 같으면서도 뒷맛은 달콤한 토마토 야채수프가 있었다.
정체 모를 그 향기는 어른들의 세계로, 전혀 알 수 없던 요리의 세계로 들어가는 기분을 느끼게 해 주었다. 훗날 요리를 배우고서야 알았다. 그 수프 안에서 풍기는 시원하고 이국적인 향기의 정체가 월계수라는 것을. 취미로 요리를 만들어 보던 때, 남대문 도깨비 시장에서 구해 왔던 마른 월계수 한 통이 있었다. 당시는 허브가 흔하지 않던 시절이었는데, 월계수는 토마토 수프, 스파게티, 스테이크 요리를 할 때 늘 사용하던 만능 양념이었다.
월계수는 인간이 가까이 두고 사용해 온 허브들 중 가장 오래된 것이 아닐까 싶다. 오래전부터 월계수 잎이 사람들과 친근한 관계였음을 알려 주는 기록들은 셀 수 없을 정도로 많다. 그중에서도 유명한 것은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 아폴론(Apollon)의 왕관이 된 월계수 이야기다.
신화에서 아폴론은 다프네(Daphne)라는 아름다운 처녀를 사모했다. 하지만 그녀는 큐피드의 납 화살을 맞아 사랑의 감정을 느낄 수 없게 된, 남자에게 관심이 없는 여인이었다. 그저 남자가 싫은 탓에 뜨거운 사랑을 고백하며 쫓아오는 아폴론으로부터 열심히 달아나 보지만 신이며 건장한 남자인 그에게 금방 따라잡혔다. 그 순간 다프네는 간곡하게 신에게 도와 달라고 외치고, 월계수 나무로 변해 버렸다. 비록 월계수 나무가 되었지만, 다프네에 대한 사랑을 포기하지 않은 아폴론은 그 잎사귀로 왕관을 만들어 자신의 머리를 장식하게 되었다.
용맹한 아폴론의 머리를 장식했기 때문인지, 월계수로 만든 머리 장식은 전쟁의 승리자 또는 황제의 머리에도 얹어졌다. 로마 제국의 첫 황제였던 옥타비아누스(Octavianus)는 월계수를 엮어 머리에 얹으면 자신에게 번개가 떨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여겼다 한다. 그 옛날 로마에서 얼마나 번개가 자주 쳤는지는 모르겠지만, 나뭇가지가 진짜 번개가 떨어지는 것을 막는 데 별 도움은 되지 않았을 것이다. 아마도 당시 사람들은 번개를 지닌 신중의 신 제우스가 월계수를 쓰고 있는 것을 보고 그가 아폴론이겠구나, 라고 생각해 번개를 던지지 않아 무사할 것이라 생각했던 것 같다.
사람들은 태양과 사자자리의 수호를 받는 월계수를 모든 나쁜 악을 물리치고 몸에 끼어 있는 나쁜 기운을 없애며 정신을 맑게 해 주는 존재로 존중해 왔다. 한편 월계수의 학명 ‘라우러스 노빌리스(Laurus Nobilis)’에서 노빌리스는 ‘유명한’이라는 뜻이다. 특히 그리스 로마 시대에 성행했던 격투기며 전차 경주, 레슬링, 목숨을 걸고 싸우는
스포츠의 승자와 험난한 전투를 이기고 돌아온 병사들에게 반드시 월계관이 주어졌다. 그 전통은 근대올림픽으로까지 이어져, 전 세계 사람들이 월계수의 상징을 알게 되었다.
월계수가 상징하는 최고의 의미는 운동과 싸움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포엣 로리에이트(Poet Laureate)는 영국 왕실 계관 시인을 뜻하는 말로, 중세 시대부터 훌륭한 시인, 최고의 시인은 왕실이 보호해야 한다는 차원에서 이 칭호를 붙여 줬다. Laureate,
즉 월계수(월계관을 쓴)라는 말이 붙으면, 시인, 작곡가, 과학자 등의 분야에서 모두 비교할 사람이 없는 최고를 일컫는 호칭이 되었다.
월계수는 소아시아가 원산지이지만 지중해 연안 국가에서 널리 재배되었고 중세 시대에 그리스, 로마 문명의 영향으로 인해 북유럽 쪽으로도 건너왔다. 대부분의 허브가 그렇듯이 음식에 쓰이기보다 약으로 먼저 쓰였다.
특히 월계수 잎과 열매(식용으로는 쓸 수 없다)는 수렴 효과가 있어 이뇨제, 소화제로 쓰였다. 식욕 증진에도 효과가 있어 지속적으로 입맛을 살리기 위해 요리에도 첨가하다가 지금처럼 널리 쓰이는 허브가 되었다. 한편 월계수에서 나오는 라우르산(Lauric acid)은 나방과 종벌레를 막아 준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그리스인들은 바구미나 작은 벌레를 쫓아내기 위해 말린 무화과나 과일 주위에 월계수 잎을 놓아둔다. 작은 월계수 화분을 부엌에 놔두면 벌레도 쫓고 어린잎은 즉석에서 따서 요리에 사용할 수 있어 일석이조의 효과를 볼 수 있다.
오랫동안 사용해 왔으므로 월계수 잎과 어울리는 요리와 재료는 많다. 특히 잘 어울리는 재료들로는 토마토, 콩, 쌀, 흰 살 생선과 닭고기를 들 수 있다. 요리 중에선 은근히 끓이는 스튜와 수프 종류의 요리가 월계수와 잘 어울린다. 기본 육수를 만들 때 파슬리 줄기와 타임 약간을 월계수 잎과 같이 묶어 사용하는 부케 가르니(Bouquet garni)는 서양 요리의 기본이다. 흰 살 생선이나 닭고기에 월계수 잎과 후추, 약간의 기름을 뿌리고 포일에 잘 싸서 오븐에 구워 내면 월계수 향이 은은하게 나는 담백한 구이가 완성된다.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익숙한 메뉴는 아니지만, 이탈리아에서는 쌀 요리 리조토를 만들거나 피렌체 사람들이 즐겨 먹는 콩 샐러드를 위한 흰 콩을 삶을 때도 월계수 잎을 꼭 넣는다. 피클을 담는 피클링 스파이스에도 월계수 잎은 반드시 들어가야 한다.
월계수를 사용해 요리를 할 때 가장 주의할 점이 있다. 그것은 요리가 완성된 다음 월계수 잎을 제거하는 것이다. 월계수 잎은 뻣뻣하고 향이 너무 진해 먹기 힘들다. 당연히 양도 적절히 사용해야 한다. 4인 가족을 기준으로 만드는 국물요리일 경우 1~2장이면 충분하다. 향이 강할 뿐더러 열을 가해도 맛이 옅어지거나 하는 일은 없다. 말려서 써도, 따기 전의 진한 향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날이 추워도, 변하지 않는 푸른빛으로 태양을 바라보는 월계수의 맛과 향을 음식 안에서 느끼는 것, 그것이 바로 영원한 젊음을 얻는 일일지도 모른다.
첫댓글 어머! 제가무척이나 좋아하는 월계수나무네요//예전에 월계수묘목을 지인꼐 얻어서 화분에 키웠는데 관리를 잘못해서 죽어버렸지요/얼마나안타까웠는지요...이곳진해엔 집 정원수로 키우는분이 가끔있더군요/그집앞을 지나갈때면 언제나한참을 서성이며 감상을 하지요
그러셨군요 들꽃님!! 월계수는 평화의 상징이지요~~ 한그루 사다가 심어보세요 ~~ 전 나중에 화분에라도 심을 거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