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하하>의 첫 번째 ‘하’는 여름입니다. 그리고 여기는 경상남도 통영입니다. 여름날 남도에 있을 만한 아름다운 자연의 천변만화가 이 영화 안에 모두 있다고 말씀 드려야겠군요. 하지만 이 영화가 통영에서 보내온 예쁜 그림엽서는 아닐 것입니다. 아마 풍경이라면 삶의 풍경이라고 해야겠지요. 실은 통영에서의 이 이야기는 영화감독 지망생 문경(김상경)과 선배 중식(유준상)이 청계산에서 함께 막걸리를 마시며 나누는 대화에서 시작됩니다. 그들은 서로 그 어느 날의 여름에 통영을 갔던 걸 알게 됩니다. 하지만 그 둘은 서로 비슷한 시간에 같은 장소에서 같은 사람을 만나며 함께 머무르기도 했다는 것 까지는 모르는군요. 그들의 이야기가 시작되면 우리는 문경이 문화관광해설자 성옥(문소리)에게 구애하고 덩달아 그녀의 애인 종호(김강우)와 싸우게 되는 것 까지도 보게 됩니다. 중식이 애인 연주(예지원)를 통영으로 부르고 종호와 성옥 커플이 그들과 함께 어울리는 것도 보게 됩니다. 그런데 여기에는 문경과 중식이 모르는 훨씬 더 많은 흥미로운 일들이 있었습니다. 그 여름 통영에는 과연 어떤 일들이 있었던가요. <하하하>에는 당신이 기억하게 될 가장 신비롭고 청량한 여름의 풍경이 펼쳐질 것입니다.
<하하하>의 두 번째 ‘하’는 감탄의 탄성입니다. 감탄의 이유가 무엇이냐고요? 먼저 배우들의 이름을 눈여겨 보아주십시오. 김상경, 유준상, 문소리, 예지원, 김강우, 윤여정, 김규리, 기주봉, 김영호 . 감독 홍상수의 멋진 친구들입니다. 이들은 영화 속에서 다소 헐거워 보이거나 좀 이상해 보이는 혹은 순진한 인물들로 출연합니다. 그 때 그들의 어깨의 움직임, 말투의 꺾임, 손의 위치, 발걸음과 앉아 있거나 서 있는 자세를 보아 주십시오. 그런 생동하는 열연은 홍상수 감독과 그 친구들의 협연만이 일으키는 감탄의 현장입니다. 아, 한 가지 더 말씀 드릴까요. 그들이 만들어내는 관계도 참 놀랍습니다. 하나를 알면 둘은 모르고 둘을 모르면 셋은 알게 되는, 그렇게 알고도 모르는 관계들이 그 해 통영에 있었습니다. <하하하>에는 몇 쌍의 커플이 등장하는데요, 결국 마음을 못 잡고 갈팡질팡하는 커플과 이 여행지에서 우연히 만나 충동적으로 사랑을 하게 되지만 잘 되지 않는 커플과 지금은 어렵지만 죽도록 서로 예쁜 말만 해주며 사랑을 하자는 커플이 등장합니다.여러분은 이들 중 어떤 커플에 더 마음을 두게 되실까요? 세상의 관계들을 미묘한 채로 경험하게 하는 영화가 있다는 걸 알고 여러분은 감탄하시게 될 겁니다.
<하하하>의 세 번째‘하’는 웃음소리입니다. 당신은 아마 올해 가장 큰 웃음을 이 영화를 보며 터뜨리실 것입니다. 내기를 해도 좋습니다. <하하하>의 이 엉뚱한 인물들의 말과 행동은 그 자체로 포복절도할 만합니다. 게다가 더 중요한 웃음도 있습니다. 홍상수 감독은 이 영화의 제목을‘고생’이라 지을까도 생각했답니다. 왜 그랬을까요? 웃음이 넘치는 영화에 고생이라니요? 영화 속에 이런 장면이 나옵니다. 영화감독 문경은 영화 속에서 이순신 장군을 만납니다. 정말 만납니다! 이순신 장군이 가르쳐주시기를 “머릿속의 남의 생각으로 보지 말고 네 눈을 믿고 네 눈으로 보아라”, “어둡고 슬픈 것 안에 제일 나쁜 것이 있으니 조심하라”, “좋은 것 아름다운 것을 보도록 노력하라”고 합니다. <하하하>가 바로 그런 것을 보여줍니다. 아니 그런 것을 보기 위한 고생을 보여줍니다. 포복절도의 웃음은 그 때 저절로 생겨납니다. 가짜 좋은 것들에 염증이 난 당신에게 <하하하>는 세상의 진짜 좋은 것들에 관하여 질문해 보일 겁니다. 그 시간을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당신의 이 맑은 계절에 당신의 즐거운 감탄사와 당신의 행복한 웃음소리를 듣고 싶습니다. <하하하>가 개봉하는 2010년 5월5일 당신의 날씨가 맑았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