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살영락경 제10권
30. 삼도삼승품[3]
[성문의 3승]
그때에 사리불이 다시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이제 여래ㆍ지진ㆍ등정각께서 보살마하살의 세 가지 도(道)와 3승의 행을 설하셨고, 다시 벽지불 보살의 세 가지 도와 3승의 행을 설하셨으므로, 여기 와서 모인 이들은 이 바른 법을 듣고 모두 위없는 평등한 정각을 발하였나이다.
마땅히 한 모습의 행[一相行]으로서 본제(本際)를 잃지 않고 부처님 일의 부사의(不思議)한 법을 베풀어야 하나이다.
그런데 여래께서 성문보살의 세 가지 도와 3승의 행을 설하심을 아직 듣지 못하였나이다.
오직 원하옵건대, 세존께서는 이제 마땅히 때를 알아서 여기 모인 이들에게 바른 요법[正要]을 펼쳐 연설하여서 온갖 의심으로 하여금 영원히 망설이는 일이 없게 하소서.”
그때에 세존께서 사리불에게 말씀하셨다.
“살펴 듣고 살펴 들어서 잘 생각하고 생각하여라. 내가 마땅히 너에게 낱낱이 분별하리라.”
사리불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그러하겠나이다, 세존이시여.”
[성문 보살승]
그때에 부처님께서 사리불에게 말씀하셨다.
“여기서 서북쪽으로 백천억 강하의 모래 수효를 지나가면 부처님 국토가 있으니 그 이름은 사자구(師子口)요, 부처님의 이름은 법성취(法成就) 여래ㆍ지진ㆍ등정각으로서 열 가지 명호를 갖추셨고, 현재도 법을 설하고 계시느니라.
대성인(大聖人)의 행하시는 바는 두루하지 않음이 없으니 온갖 보살의 법도 모조리 갖추시었느니라.
국토가 청정하여 위의가 갖추어졌으며, 목숨이 극히 길고 3악도(惡道)가 없으며, 계(戒)의 덕향(德香)으로 스스로 즐거워하고, 5분법신(分法身)으로 금계(禁戒)를 삼느니라. 그곳에 있는 욕지는 청정하고 특수해서 향내가 풍겨 두루하지 않음이 없느니라.
그리고 그 나라는 비고 고요해서 돌ㆍ모래ㆍ더럽고 악한 것이 없고, 땅이 평평하여서 산과 하수와 석벽이 없으며, 그곳에 있는 욕지는 깊고 또한 청량해서 온갖 성인들이 다 그 욕지에 모여 서로 즐거워하느니라.
욕지 속에 있는 용(龍)은 서른두 개의 머리를 가지고 있는데, 신령한 덕이 한량없으며 때에 따라 비를 내려서 세계를 널리 윤택하게 하느니라.
욕지 한복판에는 7보(寶)로 장엄된 높은 좌석이 있는데, 길이와 너비가 1억 유순이니라.
온갖 성문보살승을 얻은 이가 저 7보의 두려움 없는 좌석에 나아가서 보살의 서른두 가지 특수한 업과 6바라밀과 네 가지 평등과 나고 멸함이 없는 법을 연설하나니, 모두 숙세의 염원을 말미암아 그곳에 태어나게 된 것이니라.”
그때 세존께서 사리불에게 게송을 설해 주시었다.
성문보살승은
공훈이 부사의하여
광명이 널리 비추어
다시는 명상(名想)을 일으키지 않네.
국토가 매우 청정하고
도의 지혜로 스스로 즐거워하니
온갖 욕심과 애착을 영원히 여의고
바른 법을 항상 드러내어 빛내네.
밤낮으로 도를 받들어 닦고
행이 청정하여 물드는 바가 없네.
법상(法相)의 근본을 보지 않으면
소굴이 있는 곳을 본다네.
부처님의 곳간은 너무나 깊고 묘해
과실(果實)을 버리지 않으니
숙세의 염원이 미치는 바로 인해
곧 저 나라에 태어나게 되네.
저 나라의 모든 성현은
감로의 법을 연설하여
여러 가지 더럽고 악함 없애버려서
나고 늙고 병들고 죽는 것이 없네.
여러 가지 법전(法典) 널리 펴서
사람 제도하기 한량없으니
다 무위의 바다[無爲海]에 나아가
고요하게 멸도를 취하네.
그때에 세존께서 사리불에게 이 게송을 설하실 때에 좌상에 있던 7억 나유타의 중생이 여래께서 사리불에게 성문보살대승의 행을 설하심을 들었다.
그들 많은 사람들은 본래 성문으로서 번뇌를 끊고 증명을 받음을 구하였으나, 이제 대성인(大聖人)께서 성문 대승보살의 행을 설하심을 듣고는 각각 자리에서 일어나 부처님 계신 데에 이르자 땅에 엎드려 발아래 절하고는 부처님께 아뢰었다.
“저희들은 원하고 즐겨하나이다. 사자구(師子口)찰토의 법성취 여래의 처소에 태어나서 청정한 행을 닦아 위없는 바르고 참된 도를 지향하여 구하고자 하나이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훌륭하고 훌륭하구나. 족성자여, 너희들의 심의(心意)는 광대무변(廣大無邊)해서 능히 이 성문보살마하연(聲聞菩薩摩訶衍)의 마음을 발하였으니, 반드시 소원을 이루어서 헛되지 않으리라.”
그때에 저 여러 사람들은 부처님께서 수기를 주심을 듣자 흔연히 환희하면서 부처님을 에워싸서 세 번을 돌고는 땅에 엎드려 부처님께 절하고 제자리로 돌아갔다.
[성문 벽지불보살승]
그때에 사리불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이제 여래ㆍ지진ㆍ등정각께서 이미 보살마하살의 세 가지 도와 3승을 설하였고, 이미 벽지불보살의 세 가지 도와 3승도 설하셨고, 다시 성문 보살승도 설하셨지만,
아직 여래께서 성문 벽지불보살승을 설하심은 듣지 못하였나이다.
오직 원하옵건대, 세존께서는 때에 맞게 연설해서 여기 모인 이들에게 영원히 의심이 없게 하여 주십시오.”
그때에 세존께서 사리불에게 말씀하셨다.
“네가 성문보살 벽지불승을 듣고자 하거든 살펴 듣고 살펴 들어라. 나는 마땅히 연설하리라.”
사리불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그러하겠나이다, 부처님이시여.”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사리불아. 여기서 서북쪽으로 100억 강하의 모래 수효를 지나면, 그곳에 부처님 나라가 있으니, 이름을 주도(晝度)라 말하고, 부처님의 이름은 청정관(淸淨觀) 여래ㆍ지진ㆍ등정각으로서 열 가지 명호를 갖추시었느니라. 불토가 청정하여서 총지(總持)하여 잊지 않고, 보살이 행하는 법도 부사의해서 중생을 교화하고 인도하여 한결같이 도를 닦게 하고, 온갖 법이 치성하여 부처님의 성스러운 행[聖行]을 얻어서 신족 변화가 걸리는 바가 없느니라.
그곳에 있는 욕지는 청정하여 더러움이 없으며, 여러 가지 과실이 무성하고 향기가 풍기며, 욕지의 물속에서는 갖가지 꽃이 자라는데 우발라(優鉢羅)연꽃ㆍ구물두(拘物牟頭)꽃ㆍ파두모(波頭牟)꽃ㆍ분타리(分陀利)꽃이며, 다시 이상한 종류와 기이한 새가 수천(數千) 종(種)이 있어서 저 욕지 속에서 서로 즐거워하니,
도를 얻은 성문 벽지불보살승들이 모두 그 나라에 태어나느니라.
욕지 한복판에 7보로 된 좌석이 있는데, 길이와 너비와 높이가 1억 찰토(刹土)와 같아서 위로 중생계의 경계를 넘어서니, 온갖 뜻을 발하여 성문 벽지불보살승을 구하는 이는 모두 그 나라에 태어나느니라.”
그때에 세존께서 사리불에게 게송을 말씀해 주시었다.
주도(晝度)는 청정한 나라이니
온갖 성현이 구름처럼 모여서
갖가지 도의 가르침을 함께 설하여
변화에 궁극(窮極)이 없다네.
청정관(清淨觀)여래는
본래 서원이 이루어진 바로서
생각 생각마다 다른 상념 없고
오직 위없는 도만 닦으셨네.
뿌리를 뽑고 어두움 없애서
부처님의 광명의 지혜 나타내니
안팎이 모조리 청정하여
다시는 3독(毒)의 근심이 없네.
온갖 중생의 무리
법을 듣고 문득 깨치니
보살의 세 가지 도와 3승에는
저곳에 태어날 인연이 없네.
벽지불의 세 가지 도와 3승도
또한 다시 태어나질 못하니
성문 벽지불승이라야
곧 저 나라에 태어나게 되리.
너희들 사리불아
저 청정한 세계를 보라.
헤아려도 측량할 수 없으니
나로서도 능히 미칠 바가 아니다.
그때 부처님께서 사리불에게 이 게송을 설하시고 나자, 다시 한량없는 백천 중생이 속마음으로 스스로 생각하였다.
‘우리들이 어리석고 미혹해서 생사에 빠지는 바람에 여래의 두려움 없는 큰 법을 듣지 못했나이다.
이제 비로소 저 세계의 청정함과 선근의 갖춰짐을 설하는 걸 들었으니, 저희들은 저 국토에 태어나길 원하고 즐기고자 하나이다.’
그때에 세존께서 저 중생들의 마음속 생각을 아시고는 문득 여러 하늘ㆍ사람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들은 후생(後生)에 저 나라의 청정한 곳에 태어나서 같은 날, 같은 이름으로 모두 위없는 바르고 평등한 깨달음의 도를 이루리라.”
그때 여러 중생들이 부처님께서 수기를 주심을 듣자 기뻐 날뜀을 스스로 억제할 수 없어서 즉시 자리에서 일어나 땅에 엎드려 발아래 절하고는 부처님을 에워싸서 세 번 돈 뒤에 제자리로 돌아갔다.
[성문 성문보살승]
그때에 사리불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여래ㆍ지진ㆍ등정각께서 보살마하살의 세 가지 도(道)와 3승을 설하시고, 다시 벽지불보살의 세 가지 도와 3승을 설하셨고, 다시 성문 보살승을 들었사오며, 다시 성문 벽지불승을 듣고서 온갖 모인 대중이 기뻐하지 않음이 없나이다.
이제는 여래께 성문 성문보살승을 설하심을 청하오니, 여기 모인 이들로 하여금 모두 알아서 깨치도록 하여 주소서.”
이때에 세존께서 사리불에게 말씀하셨다.
“네가 성문 성문보살승을 듣고자 하거든 살펴 듣고 살펴 들어서 잘 생각하고 잘 생각하여라. 내가 마땅히 너에게 낱낱이 분별해 주리라.”
사리불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그러하겠나이다, 세존이시여.”
부처님께서 사리불에게 말씀하셨다.
“여기서 서북쪽으로 84강하의 모래 수효를 지나가면 세계가 있으니, 그 이름은 무진(無盡)이요, 부처님의 이름은 철청(徹聽) 여래ㆍ지진ㆍ등정각으로서 열 가지 명호를 갖추셨다.
그 나라는 청정하고 중생은 부드럽고 온화하며, 3세(世)의 지혜로써 도의 가르침을 삼고, 보살의 법을 행하여 총지(總持)를 잃지 않고, 온갖 중생이 모두 한결같은 뜻으로 바른 법을 받들어 닦고 함께 즐기며, 한량없는 삼매가 앞에 나타나서 온갖 불관(佛觀)을 행하여 근본 요체[本要]를 잃지 않느니라.
그곳에 있는 욕지는 미묘하여 비할 바가 없으니, 대자대비하신 성현께서 노니시는 곳이니라.
항상 법륜(法輪)의 불퇴전행을 굴려서 여러 보살로 하여금 모두 성취하게 하니, 뜻을 발한 자들이 중간에서 물러나지 않고 모두 저 다함없는 나라에 태어나게 되느니라.”
그때에 세존께서 사리불에게 게송을 말씀해 주시었다.
다함이 없는 청정한 세계
철청(徹聽) 여래의 나라는
본원을 따라 이른 곳으로서
온갖 상념을 다 성취하네.
온갖 여러 성현들은
모두 그 나라에 응하시어
갖가지 덕으로 스스로 영락하시고
비할 데 없는 가르침을 연설하시네.
온갖 사람을 개화(開化)하여
그 지극한 맛을 다 똑같이 하고
정등(定等)삼매에 들어서
온갖 행을 모두 갖추네.
본래 수없는 겁으로부터
권도를 행하여 염원을 버리지 않고
10력(力)으로 두려울 바 없으니
그 까닭에 저 부처님 나라에 태어나네.
세존의 넓은 자비의 일산은
온갖 사람을 불쌍히 여기고
생각과 상념은 원(願)을 여의지 않아
자연히 정각을 이루네.
마치 해의 광명처럼
천만 가지 품을 모조리 비추니
보살이 행하는 자비로
온갖 것이 널리 은혜를 입네.
그때에 세존께서 사리불에게 이 게송을 설하실 때에 13억 중생이 위없는 마음을 발해서 저 나라에 태어나 성문 성문승이 되어서 위로 위없는 범행(梵行)을 닦기를 원하였다.
그때에 세존께서 여기 모인 이들의 마음속 생각을 아시고는 문득 웃으시니, 입에서 다섯 가지 빛깔의 광명이 나와서 부처님을 세 번 에워싸서 돌고는 도로 얼굴로 들어갔다.
그때에 사리불이 즉시 자리에서 일어나 옷을 가다듬고는 바로 꿇어앉아 합장한 채 앞에 나아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그러하나이다. 세존이시여, 부처님께서는 망령되이 웃으시지 않으시니, 웃으신 뜻을 듣고자 원하나이다.”
부처님께서 사리불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이 13억 나유타의 사람을 보느냐, 보지 않느냐?
앞으로 오는 세상에서 이 현겁(現劫)을 지나면, 모두 똑같은 원(願)으로 마땅히 저 국토에 나서 등정각을 이루어 청정행을 닦을 것이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