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릉도 여행을 하기로 했다.
엄격히 말하자면 여행이 아니라 매년 처가 식구들과 여름휴가를 함께 보냈는데 올해는 처가인 울릉도에서 보내기로 한 것이다.
울릉도가 처가임에도 8년 만에 가는 길이라 아내에게도 미안하고 변변한 여행조차 하지 못했던 자식에게도 미안하고, 특별히 딸 시집 보내고 찾아오기만을 기다리셨을 장모님께 죄송하다.
매년 가족모임을 했지만 자녀들의 군복무, 대학입시, 해외여행 등의 문제로 다 함께 모인 적은 거의 없다.
올해도 대입 수험생 조카가 참석 못하지만 우리 가족은 모두 참석할 수 있어서 기대된다.
두 명의 처남과 그 가족들, 그리고 아내를 꼭 닮은 장모님을 만나는 것,
가족들이 모여서 대화하고 소통하고 나누고 함께하는 것,
울릉도 곳곳을 여행하며 아름다움, 깨끗함을 마음에 담는 것,
특별히 이번에는 아이들과 성인봉을 오르면서 가족이 함께하는 기쁨을 누리는 것,
대한민국 동쪽 끝 독도에서 가슴 벅찬 기쁨을 맛보는 것,
그리고 지금까지 수고하고 애쓴 우리 가족에게 주는 보답,
그것이 이번 울릉도 여행의 목적이다.
지도출처 : 울릉군청 홈페이지
이번 울릉도 여행의 경로는
서울에서 출발, 강릉에서 해돋이를 보고 강릉항에서 울릉도행 배를 타기로 했다.
울릉도에 도착하면 처가인 사동에서 주로 머물며 울릉도 일주, 성인봉 등반, 독도 방문을 하기로 하고 일정을 정했다.
. 첫째날 : 서울에서 출발해서 강릉항에서 배를 타고 울릉도에 도착하기, 처가에서 가족들과 많은 시간 보내기, 사동 바닷가에서 즐거운 시간 보내기
. 둘째날 : 울릉도 일주하기 (섬목부터 시작하여 저동까지 해안도로 일주하기)
. 셋째날 : 성인봉 등산하고 행남해안도로 다녀오기
. 넷째날 : 독도 방문하고 해수욕하면서 가족과 즐거운 시간 보내기
. 다섯째날 : 울릉도에서 출발해서 서울에 도착하기
여행을 마치고 나서 정리한 일정표다.
. 첫째날 : 서울출발 → 강릉 해돋이 → 울릉도 배 탑승 → 사동해안에서 물놀이 → 행남해안산책로 야경구경
. 둘째날 : 성인봉 등산 → 행남해안산책로 둘러보기
. 셋째날 : 내수전 전망대 해돋이 → 울릉도 해안도로 일주(사동~관음도)
. 넷째날 : 독도 방문 → 울릉도 해안도로 일주 (관음도~태하등대)
. 다섯째날 : 배표 예약 → 삼척행 배 탑승 → 강릉 경유 서울 도착
노는 시간을 최대한 줄이고 아이들과 많은 것을 보고자 관광 중심으로 일정을 정리하다 보니 처가 가족들과의 대화가 부족했다.
마음을 터놓고 얘기하고 충분한 여유를 갖고 맛있는 것도 먹으면서 바다를 바라보고 쉬기도 하는 대화와 힐링 시간이 부족했다.
새벽부터 성인봉을 오르고 내수전에서 해돋이를 보러 가느라 가족 모두의 아침 잠을 깨웠고 관광하고 돌아올 때 까지 가족 모두가 식사를 못하고 기다리는 민폐도 끼쳤다.
우리는 힐링이 되었는데 처가 가족들은 스트레스 제대로 받은 여행이라 미안하고 죄송하다.
관음도에서 바라본 삼선암
내가 울릉도를 알게 된 것은
. 울렁 울렁 울렁대는 가슴 안고 연락선을 타고 가는 울릉도라~”
어릴 적 TV에서 가끔 들리던 이시스터즈의 ‘울릉도 트위스트’라는 노래를 들으면서 동쪽에 울릉도라는 섬이 있고 그 섬에 유명한 것이 오징어와 호박엿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 중학교 다닐 무렵 울릉도 오징어가 맛있다며 아버지가 주신 건조 오징어를 맛보면서 울릉도에는 오징어가 많이 잡히고 유명하다는 것을 알았고 친척이 여행을 다녀온 후 보내 준 호박엿이 맛있음을 알았다.
. 중학교 3학년 때 청마 유치환이 쓴 '울릉도'라는 시를 보고 동쪽 끝 한 점 섬 '울릉도'에 가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 청년이 되고서 흑심을 품고 만나던 그녀의 고향이 울릉도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지도도 보고 책도 보면서 조금씩 관심을 갖게 되었다.
. 그리고 그녀가 내 마음에 들어오던 날, 그녀에게 청혼하고 결혼 승낙을 받기 위해 경북 후포항에서 9시간 동안 배를 타고 울릉도에 갔다. 울릉도 보다 그녀가 좋았다.
. 그녀와 결혼 후 몇 번 울릉도를 다녀왔다. 그 파란 바다와 기암괴석, 그리고 아름다운 해안선에 마음을 빼앗겼다. 그녀보다 울릉도가 좋아진다.
울릉도를 조금 소개하면
. 육지와의 거리 : 포항 217Km, 강릉 178Km, 묵호 161Km, 후포 159Km, 울진 죽변 130.3Km
. 크기 : 면적 72.9㎢, 해안선 길이 64.4Km
. 행정구역 : 3개(울릉읍, 서면, 북면), 울릉도 본도와 죽도, 관음도 등 44개의 부속섬으로 이루어짐
. 인구 : 10,674명(2012년 말)
. 섬 최고봉 : 성인봉(984m)
. 평균 기온 : 연평균 12도, 8월 평균 24도
. 날씨 : 연중 85%가 흐리거나 눈비가 내리며, 160일 이상 안개가 많고 흐리다.
자료 출처 : 울릉군청 홈페이지
독도를 살펴보면
. 울릉도와의 거리 : 87Km
. 크기 : 187,554㎡
. 행정구역 : 울릉군 울릉읍 독도리 산 1-37번지, 동도와 서도로 나뉘고 총 91개의 섬들로 구성
. 섬 최고봉 : 대한봉(서도 최고봉)168.5m, 우산봉(동도 최고봉) 98.6m
. 평균 기온 : 연평균 12도, 8월 평균 23도
. 날씨 : 연중 흐리고 비 오는 날 160일 이상
. 섬 전체가 천연기념물 336호로 지정
독도 전경, 왼쪽 섬이 서도이고 오른쪽이 동도이다.
울릉도에 대한 느낌은
. 바닷물이 맑고 깨끗해서 바다를 보면 뛰어들고 싶다.
바다가 정말 파랗고 예쁘고 반짝인다
. 울릉도 사투리와 사람들의 정이 나의 마음을 포근하게 한다.
처음에는 울릉도 사투리를 못 알아들었다. 지금도 다 이해되는 것은 아니다.
. 산이 높고 푸르며 물이 맑고 풍부하다.
만 명쯤 되는 사람들과 관광객들이 생활이 가능할 정도로 물 걱정이 없다.
. 바다에서 부는 바람이 시원하고 공해가 없어서 좋다.
옥상에 누워서 하늘을 보면 하늘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느낌이 든다.
. 섬 전체가 절경이어서 어디를 가든 감탄이 절로 나온다.
가는 곳마다 시선이 머물고 감탄사를 쏟아낸다.
. 특산물인 오징어, 호박엿, 나물 등 맛있는 먹거리가 많다.
그것 외에도 자연산 홍합이나 해산물, 소고기 등 먹거리가 풍부하다.
. 관광을 위한 편의시설(화장실, 쉼터 등)이 잘 구비되어 있어 편하게 여행할 수 있다.
주민들의 주 수입원이 관광이기에 관광을 위한 편의시설이 잘 되어있다.
. 도로의 폭은 좁지만 섬을 여행하기엔 그리 불편함이 없다.
터널이 여럿 있는데 차선이 하나밖에 없어서 교행이 불가하다. 이런 터널을 볼 수 있는 것 또한 즐거움이다.
. 사계절이 다 특색이 있고 아름다운 풍광을 자랑한다.
봄 꽃, 여름 바다, 가을 단풍, 겨울 눈, 사계절이 아름답다.
. 울릉도 땅을 밟으면 애국심이 생기고 조국을 한번 더 생각하게 된다.
독도와 일본, 이 두 단어 앞에서 나라사랑의 마음이 흘러 넘친다.
. 걸어서 다녀도 3일이면 웬만한 곳은 다 구경할 수 있다.
해안선을 따라 이곳저곳 구경하면 3일이면 걸어서 구경할 수 있다.
. 처가가 있어서 그런지 참 포근하고 정감 있다.
태하등대에서 바라본 현포항과 송곳산 그리고 공암
울릉도 여행기를 쓸까 말까 무수히 망설이다 이제야 글을 쓴다.
그곳에 살았던 사람도 아니고 자주 오가며 많은 것을 보고 느낀 사람도 아니다.
내가 보고 느낀 단편적인 시각으로 글을 쓴다는 것,
문학과는 관계없고 글과는 문맹에 가까운 사람이 글을 쓴다는 것,
그것이 얼마나 무모한 일인지, 읽는 사람을 무시하는 태도인지 알기에 많이 망설였다.
내가 쓰는 울릉도 여행기는 자세한 관광 안내도 아니고 역사의 흐름을 꿰뚫어 사고를 넓혀주는 역사서도 아니고, 아름다운 사진을 보여주는 전문 여행기도 아니다.
그저 내가 보고 느낀 울릉도를 그대로 전달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동쪽 먼 심해선 밖의 한 점 섬 울릉도로 갈거나
금수로 굽이쳐 내리던 장백의 멧부리 방울 뛰어
애달픈 국토의 망내 너의 호젓한 모습이 되었으리니
창망한 물굽이에 금시에 지워질 듯 근심스리 떠 있기에
동해 쪽빛 바람에 항시 사념의 머리 곱게 씻기우고
지나 새나 뭍으로 뭍으로만 향하는 그리운 마음에
쉴 새 없이 출렁이는 풍랑따라 밀리어 밀리어 오는 듯도 하건만
멀리 祖國(조국)의 社稷(사직)의 어지러운 소식이 들려 올 적마다
어린 마음의 미칠 수 없음이 아아 이렇게도 간절함이여
동쪽 먼 심해선 밖의 한 점 섬 울릉도로 갈꺼나
(靑馬 유치환 - 울릉도(鬱陵島), 19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