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방어’를 처음 본 것은 1980년대 후반입니다.
부산 어시장으로 횟감을 사러 갔는데 꽤 크고 멋있게 생긴 고기가 생각보다 저렴해서 놀란 적이 있습니다. 그래서 그걸 사자고 했더니 부산에 사는 친구가 그건 맛이 없다고 해서 사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1990대 후반기에 동해 남애항 부근으로 일출을 찍으러 갔는데 새벽에 배가 들어오니까 열 마리에 만원이라고 하는 방어가 많이 잡혀서 실컷 먹은 기억이 있습니다. 회로 먹고 무쳐서 먹고 조림도 먹었는데 그런대로 괜찮았습니다.
그런데 그걸 나중에 알고 보니 그런 작은 방어는 ‘알방어’라고 해서 방어로 치지도 않는다는 거였습니다. 방어는 ‘대방어’어가 되어야 먹을 만하지 그런 알방어는 회로 먹는 것이 아니라는 점잖은 충고를 들은 뒤에 저도 대방어에 많은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방어는 고등어를 한 5배 쯤 확대해 놓은 것처럼 생겼다. 등은 청색이고 배는 하얗지만 속살은 참치처럼 붉다. 체고가 높고 방추형으로 생겨 항아리를 닮았다고 하여 ‘토기 항아리’(Seriola quinqueradiata, Japanese amberjack)라는 뜻의 학명이 붙었다. 방어는 몸길이가 최대 1m까지 자라는 대형 어류로 몸무게는 최대 13㎏까지 나가며 자연 상태의 수명은 6년 정도다.
겨울철 대표 횟감으로 불리기도 하는데 제철은 11월 말~2월까지다. 이 시기의 방어는 산란을 앞두고 살이 단단해지고 지방이 많아져 부드럽고, 기생충의 우려도 적다. 이런 겨울 방어는 ‘한(寒)방어’라고 따로 부를 정도로 맛이 뛰어나다.
무게에 따라 소방어(2㎏), 중방어(2~4㎏), 대방어(4㎏이상)로 구분되는데 크면 클수록 맛이 좋다고 알려져 있다. 해양생물학자 황선도 박사가 쓴 책 ‘우리가 사랑한 비린내’는 “10㎏ 대방어는 10여 명이 어울려 먹어야 제 맛을 알 수 있다”고 적고 있다.
방어의 대표적 산지는 제주다. 온대성 어류인 방어가 겨울철에는 동중국해와 제주 해역에서 월동하고, 수온이 오르는 여름에는 동해로 회유하기 때문이다. 특히, 제주 서남쪽 서귀포시 대정읍 모슬포항은 마라도와 가파도 해역에서 올라오는 방어, 자리돔 등의 수산물이 풍성한 곳이다. 서귀포시는 2001년부터 20여 년 간 겨울철 ‘모슬포 방어축제’를 열어 모슬포 하면 방어, 방어 하면 모슬포가 떠오르게 됐다.
그러나 최근 5년 사이에는 강원도와 경북 지역에서도 어획량이 큰 폭으로 증가했다. 애피가 국립수산과학원에 문의한 결과, 방어의 어획량은 최근 전반적으로 증가 추세를 보였으며, 전반적인 어획량 증가와 함께 동해 어장의 비중이 높아지는 특징이 포착됐다.
방어 어획량은 본래 변동이 크다고 하지만 2015년 8800톤이었던 전체 어획량이 2016년부터는 매해 1만 톤을 넘고 있다. 지난해엔 5년 전에 비해 2배에 가까운 양인 1만5000톤이 기록됐다. 경북 지역의 경우, 2015년 853톤이었던 어획량이 2016년 2600톤으로 늘어난 뒤 최근까지 3~4천 톤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한겨레신문, 김지숙 기자.
10kg 이상이 되는 대방어는 정말 맛이 좋다고 합니다. 사실 두어 번 먹어봤지만 제가 회를 크게 좋아하지 않아서인지 그렇게 대단한 맛은 솔직히 아니었습니다. 그래도 제주도에서 온 분들은 겨울철이면 ‘대방어’를 입에 달고 삽니다.
방어와 아주 닮은 ‘부시리’라는 생선이 있습니다.
방어는 겨울이 제철이라고 하는데 부시리는 여름에도 먹는다고 합니다. 그래서 겨울에는 부시리를 방어로 속여서 파는 곳도 있다고 하는데 그 구분법을 잘 아는 사람도 혼동하기 쉽다고 합니다.
생긴 것은 아주 비슷합니다.
아가미 부근의 입이 직각으로 되어야 방어이고, 방어는 꼬리 모양이 뒤로 각이 저 있고 옆 지느러미와 배지느러미가 비슷한 위치에 있습니다. 이렇게 얘기하면 더 혼동이 될지도 모르지만 부시리는 입의 끝부분이 둥그렇게 되어 있고, 꼬치는 타원형처럼 둥글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옆 지느러미와 배지느러미가 조금 떨어져 있습니다.
방어가 많이 잡혀서 예전보다 많이 저렴하다고 하니 방어를 먹을 만한 것같은데 코로나가 문제입니다.
時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