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나가서 논 흔적입니다.
반포에 목디스크 때문에 마사지 받으러 나갔다가 나온 김에 점심 약속도 잡았거든요.
근처 서래마을 가서 간단히 밥먹고 얘기하기로 하고 갔습니다.
뭐 이나이쯤 되니 딱히 먹고 싶은 것도 없어요.
그냥 아무거나 맛있는거! 를 외치게 될 뿐.
그래서 그냥 지나가다 눈에 띄는 데 가서 간단히 먹기로.
서래마을 꼭대기부터 그냥 대충 보고 내려오는데
서래마을도 무슨 체인점들이 점령했더군요.
대로엔 저는 별로 안좋아하는 청담동 압구정 식당들 체인들이 눈에 띕니다.
그냥 아 씨 뭐 먹지 하고 헤매다가 쪼끄만 샌뒤치집 발견.
저는 메뉴가 단순한 집을 좋아하는 인간이라. 여기 가자 하고 들어갔죠.
그 집이 바로 이집 되시겠습니다. Panisse.
늙어서 그런지 사진 찍기도 귀찮지만.
그래도 먹은 기념으로 몇 장 찍었습니다.
깔끔하고 소박한 인테리어가 저는 좋습니다.

점심 메뉴판입니다.
별거 없죠? 샌드위치와 수프와 샐러드가 전부입니다.
저녁은 다른 메뉴던데 보던 도중에 메뉴판을 강탈당해서 자세히 못봤슴다. ㅠㅠ


저희는 간도 크게 둘이서 세개나 주문했습니다.
샐러드 그라니노. 루꼴라, 그라나빠다노, 레몬 제스트+발사믹+올리브 오일 드레싱.
샐러드를 주문하면 저렇게 빵과 앤초비 페스토가 나옵니다.
빵은 자가제조로 보이는데. 맛 좋습니다.
비주얼로는 무반죽 숙성 반죽을 화덕에서 구운게 아닌가 싶은데. 확인해보질 않아서 자세히는 모르겠습니다.
앤초비 페스토는 앤초비 간 것에다가 올리브오일과 바질페스토 약간이 들어간 맛입니다.
치즈 올리브 바질 토마토 루꼴라 앤초비는 신이 내린 조합이죠.
맛이 없을래야 없을 수가 없어요. ㅡ.,ㅡ;;;;

샌드위치는 요렇게 줍니다.
센스 좋습니다. 깔끔하면서도 소박하고 예뻐요.

제가 주문한 메조.
기본 중의 기본, 바질페스토, 루꼴라, 생토마토, 그라나 빠다노, 모짜렐라.
샐러드와 뭔가 굉장히 겹친다는 느낌을 받고서야 깨달았슴다.
샌드위치를 먼저 골라놓고 이걸 고른 바람에. ㅡ.,ㅡ;;;;

단면 사진.
모짜렐라가 아주 신선합니다. 피자치즈가 아니고 정말 모짜렐라입니다.
그라나 빠다노는 생각보다 향이 진하진 않았어요. 루꼴라와 바질 향이 강해서 그런지.
나름대로 약간의 꼬리한 향이 있는데 그게 안느껴져서 저는 잘 먹었슴다.

같이 나오는 피클.
이게 신의 한 수.
피클링 스파이스를 적게 쓰고 신맛과 단맛을 줄여서
아주 부담없이 상큼하게 마구 먹을 수 있는 맛있는 피클입니다.
근래 먹어본 중 가장 신선하고 상큼한 맛.
역시 피클은 집에서 만들어먹어야 제맛 이라는.
피클 자가제조 욕구를 마구 불러 일으키는 피클이었습니다. ㅋㅋㅋㅋ
샌드위치와 조합하면 매우 좋습니다.

위에 나온 샌드위치가 동행이 시킨 겁니다.
육식선호자답게 빠리 빠리.
허브 마리네이드 쇠고기 채끝, 루꼴라, 토마토 콩피, 구운양파. 씨겨자.
쇠고기는 미디엄 레어로 구워 나옵니다. 물론 미리 물어봐 주기 때문에 웰던도 되죠.
콩피는 원래 주로 기름기가 많은 가금류(오리나 거위)에 시전하는 요리방법인데
오리 자체의 지방과 육즙을 이용해서 오리를 구워
겉껍질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하면서도 농축된 맛을 내는 요리법입니다.
토마토 콩피는 (오리는 아니지만 ㅋㅋㅋㅋ)
토마토를 얇게 슬라이스해서 토마토 국물, 허브류와 소금 후추, 올리브오일을 발라서 오븐에서 굽는 거죠.
이렇게 하면 수분이 적당히 날아가면서 토마토가 익혀져서 특유의 향이 더욱 진해지고 맛이 깊어집니다.
샌드위치에 쓰면 국물이 적어서 샌드위치가 질척하지 않으면서도 진한 토마토 맛을 낼 수 있죠.
나머지 재료가 모두 익힌 재료이기 때문에 콩피로 쓰는 것이
맛의 조화와 재료 온도를 적절히 맞출 수 잇는 좋은 방법입니다.
맛은 뭐..... 재료가 좋다는 전제 하에
저 조합이 맛이 없을 수가 없는 조합입니다. ㅋㅋㅋㅋ

전체적으로 아늑하고 소박하고 조용하고 깔끔한.
20명 정도 들어가면 끝나는 작은 가게입니다.
그냥 가벼운 마음으로 가셔서 가볍게 드시고 오시면 좋을.
기교나 잔재주를 쓰지 않고 재료 그대로의 맛을 전하는 식당입니다.
재료 자체가 신선하고 절대 실패할 수 없는 조합만 내기 때문에
뭘 드셔도 괜찮을 거 같군요.
위치는...... 다음이나 네이년에게 물으심이.... ㅡ.,ㅡ (아 불친절해)
다음은.
저렇게 먹고 저녁에 집에 와서 또 해먹은 흔적.
덴비 접시와 빌레로이 앤 보흐의 Cooking Elements 베이커를 오픈했다는 증거 자료입니다.
서래마을 간 김에 오뗄두스에서 공수한 바게트.
그집 빵을 거의 싹쓸이하다시피 했습니다. ㅡ.,ㅡ;;;;;
맛있어요. 밀의 풍미가 그대로 느껴지는,
파리바게트에서는 호갱님의 입천장이 다 까지는 대참사를 방지하기 위해
절-_-대 그렇게 굽지 않는 두껍고 딱딱하고 바삭한 껍질의(...ㅠ.ㅠ..)
그리고 뒀다 먹으면 맛없는 정통 프렌치 바게트입니다.
오늘은 일단 덴비 샐러드 플레이트만 꺼냈습니다.
(설거지가 늘어나면 귀찮습니다. ㅠ.ㅠ....)
덴비엔 역시 빌보 커트러리보다는 쟝 뒤보 라기올이 어울릴 거 같아서 간만에 라기올이 빛구경을. ㅋㅋㅋㅋ

원래 프라이드치킨을 해서 샐러드를 하려고 했는데.
아가씨가 뭐 저렇게 기름진 거 먹으면서 닭까지 튀기냐고 (저는 튀김 광이라 ㅡ,.ㅡ;;)
그냥 구우라고 강요해서 구웠슴다. ㅠ.ㅠ....
이 그릇은 광주요 이천 물류센터에서 40% 세일할때 득템해온 철유인데
한식 양식 중식에 두루두루 잘 어울리는 크기와 디자인과 색깔이라서
제가 무지 좋아하고 즐겨쓰는 그릇입니다.
광주요가 어제부터 5월 10일까지 1년에 한번하는 행사에 들어갔습니다.
경기도 이천 물류센터와 부산 센텀시티에서 하는데
관심있으신 분은 들러보시면 괜찮은 가격에 득템하실 수 있는 기회입니다.

저는 라자냐를 펴서 깔지 않고 저렇게 롤로 말아서 합니다.
떠먹기 편하고 자를 필요도 없고.
1인당 2개 정도면 양이 딱 좋더라고요.

얼마 전에 애들이 우유를 별로 안먹어서 배달 우유가 3리터나 남았길래.
콸콸콸콸 아낌없이 붓고 레몬 두어개 짜넣어 코티지 치즈를 만들어 냉동해 두었습니다.
원래 코티지는 얼리면 수분이 빠지고 질감이 퍼석해서 생으로 써야 하는 음식엔 못넣지만
이렇게 라자냐 같이 질감에 크게 구애받지 않는 요리엔 사용 가능합니다.
(오히려 워터리한 라자냐를 방지하는 데 조금 더 도움은 되겠군요. ㅡ,.ㅡ)
파르미지아노 레지아노(라고 쓰고 파르메산 치즈라고 읽으시면 됩니다)와 그라나 빠다노를 갈아넣고
시금치와 계란, 코티지치즈를 넣었습니다.
제가 고기를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고기 좋아하는 다른 식구들을 위해 따로 미트볼로 만들어 베이커 한구석에 몰아놨습니다. ㅡ.,ㅡ;;;

후식은 커피와 오뗄두스에서 공수한 에끌레르.
오뗄두스에서 가장 유명한 게 에끌레르와 크루아상이죠.
기욤의 에끌레르보다 슈가 더 단단하고 크기가 큽니다. (가격은 똑같이 5천원)
제 입에는 기욤보다는 슈가 좀 단단한 게 아쉽긴 한데.
크림은 단연 오뗄두스가 낫습니다.
어쩌면 한국 입맛에 맞는다고 해야 할까요. 기욤보단 좀 덜 달거든요.

오뗄두스에서 계산하고 나오다가 그제서야 까놀리가 있다는 걸 발견하고 살까 하다가...
이미 32000원이나 빵값으로 써버린 지라 그냥 다음을 기약하며. 크흑.
담번엔 꼭 까놀리를 사오겠어요. 쩝.
첫댓글 와 호화롭네요! 집에서도 저렇게 해드시다니 깜놀! 비싼 레스토랑에서 보던 라귀욜 커틀러리까지... 갑자기 결혼하고 싶어질 정도예요 ㅋㅋㅋㅋㅋ (그런다고 저렇게 하진 못하겠지만) 저도 어제 맛난 거 먹고 왔는데 먹방 올릴까 봐요 ㅋㅋ
애초에 이 번밥사 정보통이 생긴 계기가 먹방정보 게시용이었어요. ㅋㅋㅋㅋ 좋은 곳 있으면 혼자만 알기 있긔 없긔? ㅡ.,ㅡ 저번에 아르모니움 다녀오셨대서 은근 후기 기대했는디 안쓰셨더라고요.
저희 남편이 제가 그릇사는 걸 좋아하는 이유는 사면 뭔가 맛난걸 해주기 때문이라능. 라기올은 직구로 핫딜 떠서 저렴하게 산 편이에요. 근데 외국 커트러리의 문제는 외국애들 입크기라 저희 가족처럼 입 작은 사람들에겐 좀 버겁다는 거. ㅡㅇㅡ
@shadowed 아 정보통이 그 정보통이었군요! 저도 그럼 몇 개 몰아서 올릴까 봐요 ㅋㅋ
@냥이 오 좋죠! 기대만빵!
아~~ 먹방~~ ㅠㅠ 근데 전 역시 토종인지라.. ㅎㅎ 이런 유형은 안 땡기는군요.. 사실 저런 유형의 것을 맛나서 먹어보긴 했는데.. 꼭 김치찌개를 찾게 됩니다.. 그래서 이젠 저런 유형의 잘 찾지 않습니다.. ㅋㅋ. 5월 초에 얼큰한 곳으로 먹방 번개나 계획해봐야겠습니다. // 그래도 섀도드님 덕에 대리 만족은 했습니다.. 간만의 시간 즐거우셨을 듯... ^^
흐흐흐 저희 오늘 아침에 김치콩나물죽 해먹었다능. ㅋㅋㅋ 한국사람이니 한식은 기본으로 좋아하는 게 당연하죠. 저희는 양식도 좋아해요. ^^ 저녁엔 저희도 쇠고기 궈먹기로 했어요. 원뿔 한우를 득템했어요 ^^
요즘 [음식의 언어]라는 책을 재미있게 읽고 있는데 이태리어나 프랑스어 등 음식 메뉴에 붙는 언어들이 굉장히 많이 나옵니다. shadowed님의 글을 보니 이런 책 한 권 정도는 쓰실 수 있을 듯...ㅎ 덕분에 눈으로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헛 그런 책이 있군요! 저도 구해봐야게씀다. 좋은 정보 감삼다. ^^
저도 그 책 읽는 중이에요 ㅎㅎ 아직 초반이지만 흥미진진~
@냥이 책 내용도 재미있지만 책 장을 넘길 때마다 나는 향(저는 냄새라고 안 하고 싶어요..ㅋ)이 너무 좋아요..^^;;;;; 혹시 특별한 향이 있나 생각하시는 분이 있을까봐...말씀드리지만 그냥 책에서 나는 향이에요....ㅋ
필립옹의 사진에 필적하는 포쓰가... 주부로 전업한지 몇 달 됐는데 언제쯤 쉐도우님 경지에 오를지 한숨만 푹푹 나오네요. 언제 시간나면 강습 좀...^^
필립옹이 화내십니다. 어딜 갤스4 핸드폰 카메라로 찍은 사진을 필립옹의 명작에 비교하십니까. ㅡ,.ㅡ;;;;
까놀리는 볼 때는 혹하는데 막상 먹으면 또 그냥 그렇다고 생각하게 되는 디저트 중 하나인 듯 합니다. 저는 그렇더라구요.
근데 샌드위치 가격이 후덜덜하네요. 빵은 포카차처럼 보이는데 오랜만에 한번 만들어봐야겠네요.
저는 까놀리 좋아해요. 근데 파는 데가 많지 않아서 일단 발견하면 사고 본다는. ^^ 포카치아랑은 좀 달라요. 그냥 오븐에 구운 게 아니라 화덕에 구운 걸로 보이고 겉껍질이 살짝 딱딱해요. 맛은 포카치아와 바게트 중간 쯤... 오일 느낌은 없고요. 올라온 정도나 기포를 봐선 무반죽 플랫 브레드 같은데 맛있었어요. 한쪽 남겨온 거 남편 줬더니 맛있긴 한데 집에서 먹는 거랑 비슷하다고. ㅡ,.ㅡ;;;; 요즘 한국 물가 워낙 비싸서 저 정도는 그냥 그러려니 합니다. 그나마 재료가 싸구라가 아니라 눈탱이 맞은 느낌은 아니었어요. ㅡㅡ;;;;;;
@shadowed 화덕에 구운 빵 맛있죠. 제게는 언젠가 주택에 살게 되는 날이 온다면 뒷마당에 화덕을 꼭 설치하겠다는 꿈이 있습니다. 빵 끊어야 뱃살이 빠질 텐데 ㅠㅠ
@charis 빵끊음 진짜 뱃살빠짐 ㅠㅠ 하지만 그럴수 없다는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