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생활습관/서해숙
오늘밤은 두 번 쌌다. 그를 만나고 이틀 째 되던밤은 일곱번 실수했다.기본생활습관도 안되는 47세 남자는 처해진 상황과는 사뭇 다른 단어를 반복하고 있다. 뇌의 이상으로 가끔 난동을 부리니 2인실이지만 1인실 같이 혼자 쓰고 있다. 여기는 3차병원 신경과 입원실이다.
노환의 할머니라 해서 크게 공부가 되겠다 싶어 응했다. M협회라는 곳의 광고를 보고 전화를 넣으니 바로 일이 있단다. 부모님께서 마지막으로 입원 하셨던 K대학병원이라니 중환자구나 싶었다. 어린이집 과 유치원 운영 때 교사역을 거치지 않고 원장을 했다가 혼이 났던 적이 있어 이번에는 제대로 알고 임하자는 다부진 결심으로 병명이 각기 다른 환자를 간병중이다. 새로 시작한 사업은 간병사를 파견하는 일이다.
일단 환자의 병환 상태는 기본생활이 되는지가 그 잣대다. 물론 간병비도 그 정도에 따라 정해진다. 영ㆍ유아기 때 제일 먼저 익히는 기본생활습관이 노화와 병환의 위중정도 잣대가 되니 사람의 일생은 무에서 무로 끝나는 게 맞는가보다.
환자의 어머니는 기본생활이 안되며 자꾸 상황과 연관없는 단어를 뇌이는 아들을 보다 못해 쥐어박는다. 환자의 눈동자는 촛점이 없고 무표정에 가깝다. 사전약속과 다름이 맘 상했지만 환자를 보고 바로 거절하는건 간병사의 기본이 안된 자세다. 마침 기저귀처리를 하던 보호자는 난감해 하는 나를 보자 불안한 기색이 역력했다. 언뜻봐도 보호자의 손길이 어설프다. 일회용 장갑을 끼고 합세를 했다. 여기저기 묻어 있는 대변을 처리하는데 협회관계자가 들이 닥쳤다. 일단 회원가입을 하란다. 일의 우선순위를 따지는 나더러 협회장 아들이 대뜸 욕을 뱉았다.
발끈한 나는 보호자에게 오늘은 무료로 돌봐 드리겠다며 다른 사람을 쓰시라 했다. 보호자의 불안한 눈빛을 본 나는 차마 그 상황을 두고 돌아설 수가 없었다. 이미 한 명의 간병사가 손을 든 상태였다. 머리회전이 빠른 보호자는 협회관계자를 내쳤다. 그냥 협회와 상관없이 나더러 자기 아들을 좀 봐 달란다. 거의 애걸하다시피 매달렸다. 거절하지 못하는 성품을 눈치 채신 걸까?
입원 4주째, 나와 인연 맺은지 일주일만에 화장실에서 볼일을 봤다. 아이가 첫 배변훈련을 성공했을 때 처럼 기뻤다.
음식 삼키기가 안되어 콧줄로 식사 하던 것도 이제 죽이긴 하지만 입으로 먹고 양치질도 한다. 하나씩 기본생활이 될 때마다 박수치고 환호한다. 이제 자네가 그렇게 그리던 집엘 갈 수 있겠다 하면 입을 헤죽 벌리며 좋아한다. 그모습이 눈물겹다. 먹고 마시고 양치질 하고, 배변하는 기본이 뇌의 크나큰 작용에 의해서 이루어짐을 새삼 느낀다.
뇌전증이란다. 약이 좋아서 더 이상 나빠지진 않는다지만 인체의 중앙처리장치가 오작동 하니 예삿일은 아니다. 일흔의 노모도 건강이 매우 안좋은데 이 중환자를 어찌 감당하겠는가? 뇌파검사를 열번이나 한 이 환자의 병원비 중간정산도 엄청 났다.간병비도 최고액을 낸다시며 막 선급금을 현금으로 주신다.이미 현직에서 정년퇴직한 환자의 아버지도 환자란다.대학교수를 역임하셨다는데 네가족 중에 셋이 환자라니 딱하다.
한 집 건너 한집이라면 과장일까? 마흔 넘은 미혼자녀 둔 사람들께 자녀가 기본생활습관만 되면 감사하자고 말하고 싶다. 내일 교대하러 올 보호자는 내가 아는 어떤 단어나 문장으로도 위로를 못하겠다. 고성을 지르다가 의료인이 다가와 달래니 멈칫한다.5분도 안 있어 또 고함을 지를 이청년께 신이시여 기본생활습관만이라도 잘 길들여지게 도와 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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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내가 이 글을 참고할 수필 작품에 올린 이유는 문장에 있어 "불기심(不欺心)"이 뭔지를 알리려는 데에 그 뜻이 있다. 이 작품은 작가가 자기 마음을 속이지 않은 거기에 생명력이 있다. 미사여구 수식어 남발이 문학이 아니다.
궁금증을 가지게 만드는 서두 문장도 좋고
탄탄한 문장력에 읽는 맛이 납니다~~~^^*
심한 뇌병변 일지라도 반복 연습에 의해 가능해진다면 희망이 있지 않을까요
평생을 익힌 관성 타성에 의한 습관...호화롭기 까지한 특실이 몇사람에게 필요할까요
태어남을 기뻐한것 처럼 마지막의 응석을 하나에서 열까지 아주 천천히 알려주고 인도해주는
인간적인 병실이 확대 되었으면 합니다
죽음은 태어남 보다 위대하다...여야 할듯 합니다
제도적인 병실과 인간적인 병실
그 사이에서 간병인 신참인 필자께서 좌충우돌하면서 사회모순을 극복해 나가려고 애를 쓰는 작가님의 글들이 많이 올라 왔는데 요즘은 이제 글이 올라 오지 않네요. 개인이 조직과 제도와 환경을 환자 중심으로 바꿔나가기가 힘들었을 것입니다.
수필을 쓰고 싶다는 마음이 드시면 무조건 쓰세요. 잘쓰든 못쓰든 쓰지 않고 글이 발전하는 법은 없습니다. 대략 1백 편 이상 쓰고 한편을 1백번 이상 퇴고해야 비로소 글이 보입니다. 골프 싱글 되려면 아파트 한 체 집어 넣어야 된다는 말 거짓말이 아닙니다.
@정임표 한편이 아닌 일백편이라 하심은 많이 쓰고 읽으란 뜻일거라 생각됩니다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한편의 책도 제대로 읽었다는 기억이 없습니다
젠에어 햄릿 노인과바다 폭풍의언덕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 ......수많은 명작들을 떠 올리는 영상은
저의 상상속의 전부인듯 합니다 그 영화속의 대사와 풍경의 일부는
영원히 지워지지 않는 작품이 되어 남아있기도 합니다
영화도 글로 이루어진 각본에 의해 만들어진 것일테지요
감사합니다
@김문숙 진짜로 일백 편 이상 쓰고 각 편마다 일 백 번 이상 퇴고 하라는 말입니다.
조각가가 사포질을 만 번 만 하겠습니까?
화가가 붓 터치를 만 번만 하겠는지요?
음악가가 건반을 만 번만 두드리겠는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