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칼럼] (24) 중국 지하교회 주교들의 운명 / 마이클 세인즈버리
지난 9월 교황청과 중국은 주교 임명에 관해 ‘잠정 협약’을 맺었다. 이 잠정 협약 이면에는 교황청으로부터 주교로 임명을 받았지만 중국공산당이 이끄는 가톨릭 단체들의 승인을 얻지 못한 지하교회 주교 문제가 남아 있다.교황청은 최근 선종한 1명을 포함해 파문된 8명의 불법 서품 주교를 용서하고 이들의 서품을 인정하기로 했다. 이들 중 1명은 지난 10월 ‘젊은이, 신앙과 성소식별’을 주제로 열린 제15차 세계주교대의원회의에 참가하기도 했다.주는 것이 있다면 받는 것이 있어야 맞다. 관측통들은 협약의 대가로 교황청이 교도소나 노동교화소 등에 갇혀 있는 사제와 주교들의 신원 회복과 석방을 기대한 것으로 보고 있다. 상하이교구의 마다친 주교의 경우 2012년부터 서산신학교에 연금돼 있다. 하지만 이와 관련한 발표는 없었다.교황청은 지하교회 주교에 관한 정보를 내놓지 않고 있다. 그래서 공식적으로 지하교회 주교 수를 특정하기는 쉽지 않다. 벨기에 루벤 가톨릭대학교의 페르난도 페르비스트 재단 창립자이자 오랫동안 중국교회를 연구해 온 예룸 헤인드릭스 신부에 따르면, 중국에는 30여 명의 지하교회 주교가 있다. 또 홍콩교구 성신연구소 자료에 따르면 2016년 말 기준, 현직 19명을 포함해 모두 36명이 있다. 하지만 전 세계 교구와 주교들의 현황을 알리고 있는 가톨릭 교계제도(Catholic Hierarchy) 사이트는 2017년 모두 9명의 지하교회 주교가 선종했다고 밝혔다. 따져보면 이제 중국의 지하교회 주교는 27명쯤 남았다.이들 중 대부분은 고령이다. 1960년대에서 1980년대까지 교황청이 중국 주교를 임명하기는 어려웠다. 그래서 많은 주교들이 은퇴 연령인 75세를 넘겨 서품됐다. 주교들은 75세가 되면 사직서를 제출하지만 사직서의 수리는 교황의 뜻에 달렸다. 중국의 경우, 적절한 후계자를 찾지 못해 은퇴 연령을 훨씬 넘긴 현직 주교들이 많다.교황청은 2017년 12월 당시 88세인 산터우교구장 좡젠젠 주교에게 은퇴할 것을 권고했다. 좡 주교는 2006년 교황청의 승인을 받고 비밀리에 주교로 서품됐다. 좡 주교는 중국 정부가 임명한 불법 주교인 황빙장 주교에게 자리를 내줬다. 그리고 이 사건은 지난 9월에 체결된 잠정 협약의 디딤돌 역할을 했다.좡 주교는 홍콩의 젠제키운 추기경을 통해 교황에게 이번 처사의 부당함을 알리는 편지를 보냈다. 하지만 교황청은 중국과의 협약에 반대하는 젠 추기경과 좡 주교의 탄원을 들어주지 않았다.분명 75세가 넘은 주교의 처우는 교황의 결단에 달려 있다. 나쁜 평판을 피하기 위해 공공연히 이뤄지지는 않겠지만, 교황청과 지하교회 주교들은 품위 있는 은퇴를 위해 서로 논의하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중국 정부 입장에서는 이들에게 별 신경을 쓸 필요가 없다. 이들은 대부분 고령이기 때문이다. 교황청이 더 이상 지하교회 주교를 임명하지 않으면, 결국 지하교회 주교들은 모두 사라지게 된다.하지만 이들 지하교회 주교의 지위는 교황청이 관리하는 교구 수와 중국 정부가 재정비한 교구 수와도 관련이 있다. 교황청은 중국에 137개의 교구를 두고 있으며, 중국 정부는 이를 97개로 줄였다. 현재 많은 교구의 교구장이 공석이다. 교황청은 최근 중국에 새 교구를 설정하고 교구장으로 이번에 용서를 받은 불법 주교를 임명하기도 했다.지하교회 주교 문제를 논의할 때 잊어서는 안 되는 부분은 회색지대다. 이 지역의 주교와 사제, 신자들은 지하교회와 공식교회 양쪽에 발을 내딛고 있다. 또 중국 정부가 계속해서 사제들을 괴롭히고 있는 것도 문제다. 지난 10월에는 허베이성에서 두 명의 사제가 구금되기도 했다. 중국 정부가 계속해서 종교 탄압에 나설 수 있다는 증표로 해석된다.결국, 교황청과 중국의 잠정 협약은 주교 임명에 한정돼 있고, 교황청은 이 협약이 사목적인 목적에서 체결된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는 중국의 사제들과 신자들은 중국의 법에 따라야 한다는 것을 말한다. 중국 정부는 지난 2월 종교의 중국화를 위해 다양한 종교 규제안을 내놨다. 중국 신자들이 교황청보다 공산당에게 더 충성하게 될 것이 분명해 보인다.
마이클 세인즈버리(아시아가톨릭뉴스(UCAN) 동아시아 담당 편집인)rn※마이클 세인즈버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