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동흠의 뉴질랜드 꽁트(233회). 뉴질랜드 타임즈. 13/3/2020.
Drive through
변화구로
-우리 모두 조심해야겠어요. 서울 청량리에 혼자 사는 아줌마가 있었는데요. 바이러스 무서워 아무
데도 안 나갔대요. 밥만 먹고 운동도 안 하고 한 달간 지났는데요. 글쎄
확찐자로 판명이 났다네요.
-허허허~ 집에 방콕 하다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진자가 됐다니 안 됐네 그려. 참.
-호호호! 세상에나~ 너무 웃겨요. 살이
확찐자로 판명이 됐다니. 유머 대박이네요.
써니의 조크에 하니 남편 먼디가 멍하니 의아해한다. 하니가 먼디 옆구리를 콕콕 찌르며 키득거린다. 먼디는 왜 옆구리를
찌르냐며 인상을 쓴다.
-먼디! 왜 자네만 직구를 지르는가? 셋은 다 변화구로 내리꽂는데.
-코로나 바이러스 확진자가
아니구요. 너무 먹어서 살이 확찐자로 판명났다구요.
써니가 먼디에게 풀어서 이야기를 하자 그제야 먼디 얼굴에 함박웃음이
번진다.
전쟁 쓰나미
토요일 저녁, 앤디네
집에서 조촐한 저녁상을 들면서 두 부부의 이야기가 온통 신종코로나 바이러스 이야기다. 예전처럼 고기나
와인을 드는 대신, 잡곡밥 된장국에 겉절이 김치가 주메뉴다. 크리스털
컵에 받아온 정수기 물을 마시면서. 맑은 기운에 개운한 자리다. 분위기를
돋울 겸 웃자고 한 써니의 조크가 대박을 터트렸다. 모두 박장대소한다.
면역력에 웃음만 한 보약이 없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공포로 몰아가는 세상이네그려. 오늘, 3월 8일 기준, 전
세계 104개국에 발병하고. 사망자만 3600여 명이라니 참. 중국에서
3100명이나 죽고. 한국에서도 50명이 사망했다니. 현대판 바이러스 전쟁 쓰나미가 따로 없네그려.
앤디가 스마트폰에서 전 세계 코로나19 실시간 상황판을 보면서 고개를 가로젖는다.
-앤디 말처럼 지금은
바이러스와 전쟁 중이네. 뉴질랜드도 확진자가 5명으로 늘었네. 오클랜드에 몰려있어. 이탈리아도
233명, 이란도 145명이나 사망했구먼.
-코로나바이러스와 전쟁
중에도 한 가닥 희망이 보이니 숨통이 트이는구먼. 바이러스 감염 대응조치에 대한 한국의 독보적인 능력을
두고 세계 곳곳에서 찬사를 하고 있다는 점.
-그러게요. Drive through 방식의 코로나 10 선별 진료소까지 등장했대요. 기발한 첨단 검사방식이지요.
-정말, 대한민국이 자랑스럽네요. 확진자로 판명된 이들이 속히 완치되길 바라는데. 다른 나라에선 검사에 몇 시간 걸린다는데요. Drive through 방식은 17분이면 된대요. 검사 비용도 일본은 33만 원, 미국에서는 400여만
원 이라는데. 한국은 13만 원이고. 비교가 안 돼요.
아삭아삭
텃밭에서 따온 고추를 된장에 푹 찍어 먼디가 우두득 씹는다. 앤디도 따라서 한다. 써니도 작은 고추를 골라 먹는다. 아삭아삭~ 하니도 찍어 먹다 고추 된장 맛에 놀란다. 탱글탱글한 풋고추에 쌈 된장의 궁합이 맛깔스럽다. 요즘은 이런 게
건강식이라고 즐긴다. 빈 크리스털 컵에 생수를 채운다. 생수에
고추 쌈장도 신선한 조합이다.
-외국 나오면 다들 애국자가
된다고 하잖아요. 요즘 부쩍 스마트폰 뉴스에 눈이 가요.
-에베레스트산도 그 산속에선
잘 못 본대요. 멀찍이서 떨어져 봐야 에베레스트의 전체 진면목을 감상할 수 있다고 해요.
-마찬가지겠네. 남태평양 뉴질랜드에 살면서 한국을 보니 전체가 좀 보이는구먼. 세계의
시선을 반영해서 보니 못 보던 것을 사심 없이 객관적으로 보게 돼.
-한국이야 요즘 들어
경제력도 막강해졌지. 12대 경제 대국 아닌가. 불의에 맞서는 촛불 정신도 드높고. 함께 힘을 모으는 신바람 열풍도 대단하지. 첨단 기술력도 우위를
지키고 있지.
앤디가 물 한 컵을 벌컥벌컥 들이마셨다. 다시 한잔 채우고서 컵을 바라본다.
-물이라는 것도 참 많이
바뀌었네. 옛날에야 우물에서 두레박으로 떠먹었지. 요즘처럼
물을 돈 내고 사 먹는 걸 생각이나 했겠나. 그때 샘물 맛이 얼마나 시리고 맑았던가. 돈 주고 사 먹는 물맛이 어디 따라오기나 하겠는가?
-그러고 보면 옛날도
옛날 나름대로 좋았지. 다소 불편하기는 해도 살아있었지. 자연도
사물도 사람도 맑고 귀했어. 옛날 전쟁 때야 총칼로 죽이고 죽었지. 요즘은
보이지 않은 바이러스에 꼼짝없이 쓰러져 죽지. 결국 인간 문명의 극한은 큰 것으로 파괴되지 않고 미세한
균에 맥도 못 추고 속수무책으로 쓰러지지.
코로나바이러스 19가
온 세상을 집어삼키고 있다. 관계 속에 살아가는 세상에 관계가 끊어지고 있으니. 국가 간 입국도 제한되고, 무역도 막히고, 시장도 문을 닫고, 개인간에도 만남이 없어지고. 일부 회사는 재택근무로 전환하고, 자영업자는 나락으로 기고, 병원 시설은 초만원이고, 병원 환자 면허도 불허되고, 결혼식도 연기, 장례식장도 못 가고… .
-이런 가운데 가슴 아픈
소식도 있어요. 대구에 사는 친정어머니가 돌아가신걸 알고도 못 가는 뉴질랜드 교민이 있대요. 그쪽에서 오빠나 언니가 동생 염려해서 오지 말라고 하나 봐요. 한국
가는 직항도 중단됐고요. 특히 대구 지역이 코로나 확진자와 사망자가 가장 많은 곳이라 왕래가 어렵게
된 거지요.
-어머나, 어쩌면 좋아요. 인륜을 거스르는 일도 코로나가 만들었네요. 부모가 돌아가셨는데도 장례식장에 참석이 거부되는 상태. 환경의 변화
앞에 속수무책이네요.
옛날 밥상
교민의 안타까운 예기에 하니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그걸 바라보는 써니가 입술을 꼭 다문 채 더는 말을 못 했다. 누가
부모와 자식 사이를 갈라놓을 수 있습니까? 문득 이런 문구가 생각났다.
문명이 편해질수록 미세한 것에 한없이 무너져 내리는 세상. 옛날은 불편해도 그 나름의 인간미가
넘치고 훈훈한 정이 있었다. 세상에 다 좋은 것은 없다.
-오늘 저녁 식사는 옛날
밥상 같아요. 단출 하고 맑아요.
-그러게요. 이런 시간도 이젠 필요하나 봐요.
시원한 정수기 물을 크리스털 컵에 따랐다. 맑은 물처럼 투명하게 살자고. 넷이서 잔을 들었다. 삶의 거품이 걷어지는 시간. 검사에 두 세시간 걸릴 게 뭐 있나. 그게 능사인 시대는 지났다. 단
17분이면 완료되는 간결함. 어디 그게 코로나 10 선별
진료에만 그칠 것인가. 우리 생활 전반에도 적용될 때가 된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건배사가 울렸다.
Drive through!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