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칼럼 백동흠의 일상톡톡 2026. 07. 30. 목.
Francis Day
Ferry 타고 Waiheke Island를 다녀오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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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mething New, Something Different
오클랜드 페리 터미널을 출발한 배가 푸른 파도를 가르며 와이헤케 아이랜드(Waiheke Island)로 향한다.
뱃머리를 때리는 상쾌한 바닷바람 속에서도 맑은 햇살이 어깨 위로 따스하게 내려앉는다.
높푸른 하늘 아래 드넓은 바다, 그 위를 유유히 날아오르는 하얀 갈매기처럼 마음은 이미 일상의 무게를 훌훌 털어내고 있다.
페리 옥상 갑판에 마주 선 두 사람, ‘지금’과 ‘여기’ 얼굴에 바다가 출렁댄다.
40여 분간 수면 위를 달리는 이 호젓한 시간 속에서 두 남성 시니어의 담소가 파도 소리와 함께 조용히 피어오른다.
갑판 난간을 잡고 바다를 바라보던 ‘지금’이 환하게 웃으며 입을 열었다.
"자네, 내가 오늘을 무슨 날로 정했는지 아나?"
‘여기’가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무슨 날이라니? 그냥 평범한 목요일 아닌가?"
"아닐세. 오늘은 나의 날, 바로 'Francis Day'라네."
"Francis Day? 특별히 지정하지 않아도 하루하루가 다 자신의 날 아닌가?"
"그렇게 생각하면 너무 막연해지지 않나. 그런데 매주 목요일을 딱 떼어내서 '나의 날'로 지정하고 나니, 이상하게 매일의 삶이 신나고 기다려지더라고."
‘여기’가 흥미롭다는 듯 눈을 반짝였다.
"왜 그런가? 마음만 먹으면 아무 날이나 신나게 보낼 수도 있지 않나?"
"통째로 주어진 너무 많은 시간과, 내가 특별히 압축해서 떼어둔 시간은 그 밀도가 완전히 다르더군. 오늘 와이헤케 섬 여행만 해도 그렇네. 평소엔 '언제 한번 가봐야지' 하고 마음속 생각으로만 묵혀두지 않았나. 그런데 목요일을 'Francis Day'로 정하고 나자마자 망설임 없이 첫 번째로 와이헤케 섬을 가보기로 저질러 버린 거지. 말하자면 나를 위해 온전히 떼어둔 시간, 저질러보는 시간인 셈이지."
‘여기’가 고개를 끄덕이며 깊이 공감했다.
"듣고 보니 그 말이 맞네. 대충 막연하게 흘려보내는 하루와, 의도적으로 특별하게 압축한 하루는 삶에 채워 넣는 알맹이가 전혀 다르겠어.“
떼어둔 시간, 저질러보는 시간
"바로 그거야. 사람들이 일요일에 일을 쉬고 교회나 성당을 찾아 마음을 다잡듯이, 난 목요일을 나만의 특별한 날로 선포한 거지. 무언가 새로운 일을 시도해 보기, 안 먹어본 색다른 메뉴 맛보기, 안 가본 곳 가보기, 모르는 사람과 인사 나누기…. 이런 작고 신나는 계획들로 일주일을 채우니, 목요일을 기다리는 한 주 일상 자체가 얼마나 쫄깃하고 설레는지 모른다네."
‘여기’가 감탄 어린 미소를 지었다.
"거 참 대단한 아이디어구먼! 나도 당장 나만의 날을 하나 만들어 봐야겠어. 나대로 데이."
"꼭 돈을 많이 들여 멀리 떠나는 것만 뜻하는 게 아니야. 우리 동네에서 안 가본 골목길을 산책해 보거나, 미뤄뒀던 책장 정리를 하고, 안 먹어본 타국의 서민 음식도 맛보는 거지. 평소 안 보던 분야의 책을 펼치거나 유튜브의 전문 영상도 찾아보고 말일세."
‘여기’가 무릎을 치며 화답했다.
"그러면 정말 하고 싶은 일이 끝도 없겠네! 지루할 사이가 어디 있겠나. 편찮으셔서 찾아뵙지 못했던 분을 직접 찾아가 안부를 묻기도 하고, 장화 신고 뒷마당 텃밭을 신나게 갈아엎을 수도 있겠지. 하루 일을 마치고 데크에 앉아 연어 회에 와인 한 잔 곁들이며 글 한 편 쓰고, 고국에 있는 오랜 친구에게 안부 전화도 걸어보고 말이야."
"역시 자넨 내 진짜 친구구먼! 척하면 착 하고 알아채니 말이야. 이렇게 삶의 깊이를 함께 나누는 친구 한 명이 곁에 있으니 노년의 삶이 참 든든하고 행복하네."
‘여기’가 따뜻한 눈빛으로 ‘지금’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려, 나도 자네 덕분에 늘 마음의 호강을 하네. 그 특별한 'Francis Day'에 내가 자네 옆에 함께 서 있는 것만으로도 나 역시 마음이 편안해지거든. Old friend야말로 Old antique처럼 세월이 빚어낸 최고의 명품 친구, Best friend가 아니겠나."
‘지금’이 지그시 미소를 지으며 나지막이 읊조렸다.
"맞네, The best friends are old friends.“
깊어지는 인생, 와이헤케의 바다 위에서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페리는 어느덧 하우라키만의 푸른 물결을 지나 와이헤케 섬 선착장에 가까워진다.
"페리를 타고 와이헤케를 다녀오면서 자네와 함께 나누는 이 짧은 시간조차 아주 특별하게 느껴지네. 역시 오늘은 참 특별한 날이야."
선착장에 내리자 자연 그대로의 멋을 품은 자갈 해변이 두 사람을 먼저 반긴다.
뉴질랜드 북섬과 남섬을 제외하고 가장 많은 이들이 터를 잡고 사는 이 아름다운 섬에는 오색빛깔의 일상과 낭만이 공존한다.
바람을 가르는 에코 짚라인의 활기찬 함성, 끝없이 펼쳐진 초록빛 와이너리 농장의 장관, 그리고 출출해진 나그네의 발길을 돌리게 만드는 싱싱한 오이스터 씨푸드 맛집까지….
섬이 품은 다채로운 풍경은 'Francis Day'를 맞아 찾아온 이들에게 더없이 새로운 세상을 선사한다.
인생의 후반전을 살아간다는 것은 그저 남은 날들을 견디는 것이 아니다.
막연한 시간의 흐름 속에 나를 방치하지 않고, 오롯이 나만을 위한 특별한 하루를 떼어두는 용기도 필요하다.
작은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 Something New, 일상의 틀을 살짝 비틀어보는 Something Different의 마음가짐이야말로 노년의 삶에 여유로운 맛과 생동감을 불어넣는 지혜일 터니.
오래된 골동품이 세월의 흔적 속에서 더 깊고 고상한 빛을 발하듯, 세월을 함께 건너온 옛 친구와 나누는 담소는 인생 후반전의 가장 소중한 자산이다.
바다를 건너온 시원한 바람 속에서, 두 사람의 발걸음은 오늘이라는 특별한 선물 위로 더욱 가볍고 굳건하게 이어지고 있었다. *
첫댓글
인생의 후반전을 살아간다는 것은
그저 남은 날들을 견디는 것이 아니다.
막연한 시간의 흐름 속에 나를 방치하지 않고,
오롯이 나만을 위한 특별한 하루를 떼어두는
용기도 필요하다.
작은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 Something New,
일상의 틀을 살짝 비틀어보는 Something Different의
마음가짐이야말로 노년의 삶에 여유로운 맛과
생동감을 불어넣는 지혜일 터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