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곱 빛깔 고운색이 떠오른 무지개 아파트 일곱 개의 다른 색이 모여 하나의 무지개를 만들 듯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진 입주민이 함께 모인 공동체 활성화 단체 ‘레인보우’는 주부 위주의 프로그램에서 탈피, 남성과 청소년들도 다 함께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발굴하자는 의견이 나왔다. 다른 아파트에서 진행하고 있는 프로그램을 모니터링 하고 공동체 활동 전문가의 교육을 듣기도 하는 등 다양한 사례를 조사·연구했다. 단지 1층에 있는 커뮤니티실에서 매일 밤 9시부터 12시까지 집에 가는 사람 한명 없이 모든 레인보우 회원들과 동대표들이 머리를 맞대고 의논해 말복 삼계탕 축제, 탁구대회 등의 프로그램을 떠올리게 됐다.
동네잔치가 돼버린 웃음 활짝 삼계탕 축제 지난 2005년 입주 이후 입주민이 함께 모여 밥 한 그릇 먹지 못했다는 점을 착안해 말복 삼계탕 축제를 개최하게 됐다. 레인보우 회원, 동대표들이 모여 삼계탕 재료를 구입하고 닭을 손질했으며, 행사 이틀 전부터 방송을 하고 행사중에도 닭이 준비되는 상황을 계속 방송으로 안내해 입주민들이 더운데 줄서서 기다리지 않도록 조정했다. 입주민에게 밥상, 수저, 그릇 등을 빌려 일회용품 사용을 최소화했고 설거지 할 때도 직접 만든 수세미, EM세제를 사용해 최대한 환경을 보호하는 행사를 계획했다. 삼계탕 축제를 계획하던 처음에는 우리 아파트 입주민만을 대상으로 한 축제를 계획했다. 아파트 앞마당에서 삼계탕 축제를 열기로 하고보니 인근 아파트에서 우리 아파트 삼계탕 축제 하는 모습이 정면으로 보여 우리끼리 삼계탕을 먹는 것은 너무 야박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이를 동대표들에게 얘기했더니 이왕 입주민 축제로 만드는 김에 인근 아파트 입주민과 인근 회사 직원들, 매일 우리 아파트에 들리는 우체부·택배 아저씨도 다 초대해서 푸짐하고 넉넉한 축제로 만드는 것이 어떠냐는 의견이 나왔다. 그래서 입주자대표회장과 레인보우 임원들이 함께 다른 아파트, 인근 회사를 방문해 초대장도 드리고 홍보방송도 부탁했다. 닭의 양도 처음 계획한 것에서 2배가 늘어났다. ‘무턱대고 너무 큰 행사를 벌였구나.’하는 생각으로 몸과 마음이 무거워졌는데, 행사 당일 밀물과 같이 쏟아져 나오는 입주민과 아파트 이웃들을 보니 무거운 마음이 날아갈 듯 가벼워졌다. 다들 우리 아파트에서 이런 행사도 하냐고 즐거워했고, 우리 아파트에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사는지 몰랐다는 학생들의 감탄에 함께 웃게 됐다.
신나는 탁구대회가 만들어준 다정한 인사, 그리고 이웃사촌 삼계탕 축제 이후 탁구에 취미가 있는 동대표와 관리주체의 제안으로 입주민 탁구대회를 열게 됐다. 가장 큰 어려움은 경기를 주관할 심판을 구해야한다는 점이었다. 그런데 콩나물국밥 나눠먹기 축제에서 탁구 심판을 볼 수 있는 입주민을 알게 돼 심판을 부탁했더니 다른 심판까지 소개해주며 적극적으로 탁구대회를 추진해줬다. 많은 입주민에게 참가신청을 받았으나 대회당일 비가 오고 돌풍이 부는 등 날씨가 좋지 않아 신청한 입주민이 안 올까 걱정이 많았는데, 오히려 지나가던 입주민들과 소문을 듣고 찾아온 입주민까지 참가하게 해달라고 오는 등 대회에 대한 입주민의 반응이 폭발적이었다. 생각보다 많은 입주민이 참여해 성황리에 탁구대회를 진행하던 중 한 어린이가 울음을 터뜨렸다. 예선전에서 몇 번 쳐보지도 못하고 경기가 끝나서 엉엉 울고 있는 모습이 귀엽기도 하고 안쓰럽기도 해 패자부활전이 있다고 알려줬더니 울음을 뚝 그치고 구석으로 가 연습을 하는데 여기저기서 그 아이를 도와주는 모습이 훈훈했다. 성인부 대회에서는 숨 막히는 접전 끝에 70세의 노장 선수가 투혼을 발휘해 우승했고 경기가 끝난 뒤 즉석에서 탁구 동호회가 결성됐다. 과일, 과자 등 간식을 먹으며 탁구경기를 관람하는 입주민, 어린이들 손에 이끌려 내려온 가족들, 특히 즉석에서 참가신청을 받아달라는 입주민이 생각보다 많아 난감했지만 프로그램의 인기가 많아 뿌듯했다. 처음 공동체 활성화 프로그램을 할 때는 입주민들끼리 서로 인사하는 것도 너무 어려웠는데, 탁구 대회 한번으로 이렇게 서로 교류하고 만날 약속까지 잡는 모습을 보니 다시 한 번 프로그램 발굴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서울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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