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평역 - 임철우(林哲佑)
민근홍 언어마을
▶ 작품 해제
지은이 : 임철우(林哲佑 1954- ) 소설가. 1981년 <서울신문>에 “개도둑”이 당선되어 등단. 분단의 문제와 이데올로기의 폭력성을 고발하는 작품을 주로 썼다. 주요 작품으로 “붉은 방”, “아버지의 땅”, “그 섬에 가고 싶다” 등이 있다.
갈래 : 단편 소설
배경 : 1970-80년대 가상의 사평역
성격 : 서정적, 성찰적, 회상적
시점 : 전지적 작가 시점
표현 : 시(곽재구의 ‘사평역에서’)에 소설적 상상력을 동원하여 서사적으로 구성함
인물 : 특별한 주인공 없이 여러 명의 인물들이 등장함
주제 : 고립된 개인들의 고통스러운 삶
산업화 시대의 다양한 인간 군상의 삶의 현실
간이역 대합실에서 나누는 삶에 대한 교감
출제 : <아버지의 땅>(1984년)
▶ 줄거리
역장은 30분이 지나도 오지 않는 막차를 기다리며 대합실을 둘러본다. 대합실에는 모두 다섯 명이 기다리고 있다. 농부는 눈 오는 날에 병원에 가자는 아버지에게 짜증이 나다가도 죄스러운 마음이 든다. 중년의 사내는 감방에 있었던 허 씨기 생각난다. 청년은 얼마 전 학교에서 제적 처분을 받았다. 서울말을 하는 뚱뚱한 중년 여자와 화장이 짙은 처녀, 행상(行商)을 하는 아낙네 둘이 대합실로 들어왔다. 중년의 사내는 허 씨의 부탁으로 그의 칠순 노모를 찾으러 왔으나 이미 죽은 지 5년이 넘었다는 소식을 들었을 뿐이었다. 청년은 집안의 희망이어서 부모와 형제들 앞에서 퇴학당했다는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춘심이는 청년을 보면서 대학생이란 존재를 부러워한다. 서울에서 음식점을 하는 중년 여자는 주방에서 일하다 없어진 사평댁을 찾으러 왔는데, 사평댁은 남편이 죽어 아이들이 거지 신세가 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내려왔다고 했다. 중년 여자는 오히려 지니고 있던 돈을 다 주고 온 길이었다. 결국 열차는 두 시간이 지나서야 도착했다.
▶ 구성
ㅁ 발단 : 시골 간이역 대합실에 몇 사람이 기차를 기다리고 있다. 그들은 난로에 몸을 녹이며 각자의 삶을 떠올린다.
ㅁ 전개 : 대합실에 모인 사람들의 사연은 매우 다양하여 각각 생각에 잠겨 열차를 기다리고 있다.
* 병이 난 아버지와 함께 읍내 병원에 가려는 농부
* 난리 후 사상범으로 잡혔다가 출감한 지 며칠 지나지 않은 중년 사내
* 시위를 주동하다 제적된 대학생
* 서울에서 음식점을 하는 서울 여자
* 술집에서 일하는 춘심이
ㅁ 절정. 결말 : 그들은 각자의 사연을 가슴에 품은 채 톱밥 난로의 불빛을 바라본다. 두 시간 연착한 막차가 도착한다.
▶ 인물의 성격
ㅁ 대학생 : 학생 운동을 하다 유치장 경험을 하게 되었고 그로 인해 대학으로부터 제적당한 인물.
학생 시절에 민주화 운동을 체험한 작가와 동일시할 수 있는 인물.
ㅁ중년 사내 : 6.25 전쟁 이후 자신의 이념을 지키려다 이십오년 동안 감옥에서 살다가 얼마 전 출옥했다. 현대사의 아픔을 가장 잘 대변하
고 있는 인물.
ㅁ서울 여자 : 가난한 시절을 보상받기 위해 악착같이 돈으 벌고자 하는 가장 현실적인 인물. '돈'은 그의 인생 최고의 목표이다.
▶ 어휘 및 구절 이해
간이역 : 일반 역과는 달리 역무원이 없고 정차만 하는 역
회칠하다 : 석회(石灰)를 바르다
꼬락서니 : ‘꼴’을 낮잡아 이르는 말. 사물의 모양새나 됨됨이
갓난아이의 주먹만한 눈송이들은 - 땅바닥으로 곤두박질치고 있다. : 눈발이 치는 장면을 의인화한 표현이다. 역장이 역사(驛舍) 창문 박으로, 건너편에 있는 수은등 불빛 속으로 내리는 눈을 바라보고 있는데, 눈송이들이 느닷없이 수은등의 불빛 속에 뛰어들어오는 모습을 놀란 표정으로 곤두박질치고 있다고 표현하고 있다.
그 저편은 칠흙 같은 어둠이다. : 늙은 역장이 철길 저편을 바라보지만, 어둠 속에 철길은 잘 보이지 않는다. ‘칠흙 같은 어둠’은 이후 등장하게 될 인물들의 고단한 삶과 암울한 미래를 암시한다.
한가운데에 톱밥난로가 놓여 있고 그 주위로 세 사람이 달라붙어 있다. : 대합실 안을 묘사하고 있다. 난로는 막차를 기다리는 사람들에게 피난처와 같은 구실을 한다. 또한 난로는 주위에 모여든 사람들에게 과거를 회상하게 하는 매개체의 역할을 하기도 한다.
▶ 작품 해설
이 작품은 곽재구의 시 ‘사평역에서’를 토대로 하여 쓴 작품이다. 시를 작품의 첫머리에 인용하고 있는 이 작품은 시와 동일한 공간에 여러 인물들을 등장시키고 이들의 사연을 통해 이야기를 진행시키고 있다. 이 작품은 가상의 공간인 사평역을 배경으로, 그 곳 대합실에서 막차를 기다리는 아홉 사람의 쓸쓸한 내면 풍경을 그리고 있다. 기침을 하는 늙은 노인과 그의 아들인 삼십대 중반의 농부, 12년 만에 교도소에서 출감한 중년의 사내, 시위를 주도하다가 학교에서 제적당한 대학생, 서울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뚱뚱한 여자, 화장이 짙은 술집 작부, 행상(行商)하는 아낙네 둘, 그리고 미친 여자가 바로 그들이다. 기다려도 오지 않는 막차를 기다리고 있는 이들은 각각의 마음에 인물들은 7,80년대 우리 나라의 산업화, 민주화의 과정에서 고통스러운 삶을 살아가는 이들의 전형일 것이다. 이러한 인물들의 어둡고 우울한 삶의 양상들은 하얀 눈발과 함께 소설의 암울한 배경을 잘 형상화하고 있다.
▶ 작품 이해
■ 곽재구의 시
- “사평역에서” -
막차는 좀처럼 오지 않았다.
대합실 밖에는 밤새 송이눈이 쌓이고
흰 보라 수수꽃 눈시린 유리창마다
톱밥난로가 지펴지고 있었다
그믐처럼 몇은 졸고
몇은 감기에 쿨럭이고
그리웠던 순간들을 생각하며 나는
한 줌의 톱밥을 불빛 속에 던져 주었다.
내면 깊숙이 할 말들은 가득해도
청색의 손바닥을 불빛 속에 적셔 두고
모두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산다는 것이 때론 술에 취한 듯
한 두릅의 굴비 한 광주리의 사과를
만지작거리며 귀향하는 기분으로
침묵해야 한다는 것을
모두를 알고 있었다.
오래 앓은 기침 소리와
쓴 약 같은 입술 담배 연기 속에서
싸륵싸륵 눈꽃은 쌓이고
그래 지금은 모두들
눈꽃의 화음에 귀를 적신다.
자정 넘으면
낯설음도 뼈아픔도 다 설원인데
단풍잎 같은 몇 잎의 차창을 달고
밤 열차는 또 어디로 흘러가는지
그리웠던 순간들을 호명하며 나는
한 줌의 눈물을 불빛 속에 던져 주었다.
사평역(임철우)_천재(정)1.hwp
사평역.hwp
사평역_문제.hwp
사평역1.hwp
사평역2.hwp
사평역 임철우 분석및 문제.hw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