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대한산악연맹 세로산악회 1월 정기산행 -정읍 장성의 입암산 2014. 1. 12]
디카詩로 쓰는 입암산 산행기 -남창골에서 백마(?)를 만나다 글 : 권창순 장성과 정읍에 걸쳐 있는 입암산 120년 전 갑오년, 공주 우금치에서 패한 녹두장군 전봉준이 1894년 11월 29일 관군의 추격을 피해 잠시 머문 곳, 입암산성 끝내 동지의 밀고로 순창 피노리에서 체포되어 이듬해 봄, 효수 당한 녹두장군 전봉준 2014년 갑오년, 입암산 남창골의 백마를 타고 안개처럼, 바람처럼 호남평야를 달리네. -권창순 디카詩 <전봉준, 입암산 남창골의 백마를 타고> 디카로 한참 사진을 찍다보니 랜카드다 없다고 창에 뜬다. 여러사람들의 추억을 잘 담아 산행후기를 쓰려고 했는데 모든 게 꽝이다. 여기까지 온 내 삶도, 바쁘다는 핑계로 그리움이나 설움 같은 랜카드를 슬며시 빼놓고서 내 인생이란 사진을 찍어 왔는지도 모른다. 마음 아프고 부끄러운 일이다. (그래도 대행인 건 핸드폰이 있어 몇 편의 디카詩용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정상주 뒤에 보이는 철계단을 오르면 입암산 정상. 그 뒤로 서해와 호남평야를 조망할 수 있지만 날씨 탓인가. 남창골 백마를 타고 입안산성 남문을 박차고 북문을 거쳐 갓바위에 오른 녹두장군 전봉준과 백마는 안개속으로 사라지고 말았다. (친구와 오랜 동행에 감사드린다.)
카메라를 보고 웃는 것만은 아닐 것이다. 앞을 보고 웃지만 시실 옆에서 따끈하게 꼼지락거리는 인정에 웃는 것이다. 나는 평생 이곳에 서 있지만 나는 자주 나비가 되어 하늘을 날았다. 그런 나를 본 사람들은 없다. 나무는 제자리에서 한 발짝도 움직일 수 없다고 굳게 믿고 있으니까. -권창순 디카詩 <가슴에 꿈이 있다면 보일 텐데 > 노래하는 이여! 못다부른 노래는 언제 부를 것인가. 아니다, 지금 노래를 부르고 있다. 바람과 나무와 구름과 눈과 역사와 함께 악기를 든, 참 행복한 사람.. 입암산성 남문에서 북문을 향해 오른다. 쭉쭉! 하늘로 뻗고 싶었고 수 많은 새와 다람쥐와 바람도 키우고 싶었다. 그러나 입 보다 귀가 더 행복하단 걸 나 이제 알겠다. -권창순 디카詩 <난 입 보다 귀가 >
바위가 웃는다. 모처럼 따뜻한 인정의 체온에. 어서 오너라, 춥지! 귀여운 내 새끼들 내 어머니의 목소리 바스락거립니다. -권창순 디카詩 <모정> 달인의 손에 의하면 입암산성이 분명해! 우리 나무처럼 멋지다는 거 알아요! 속 마음 꺼내 보일 수 있다면 우리네 삶도 아마 이럴 거야. -권창순 디카시 <우리네 삶도 아마> 뒤에 산이 있어 더 행복하시리라. 음! 그렇구먼! 멋진 산이야! 나무 둥지 칼바람 불어도 왜 춥지 않을까! -권창순 디카詩 <거북의 잠> 부부란 산을 닮아야 하리. 우린 산을 닮았어! 만세!! 노래는 다음에 부르고 저 집에 올라 바람과 함께 호젓하게 차 한잔 하고 싶어 주인을 불러도 답이 없네. -권창순 디카詩 <불러도 답이 없네> 그리운 산의 밥상! 산의 밥상에 앉아 세로인은 정답게 밥을 먹고 있네. 함께 김용택 시 들어 봐요. 정상주를 마시고 혼자 살짝 배낭에서 시집을 꺼내어 읽는다. 누이야 날이 저문다 - 김용택 누이야 날이 저문다 저묾을 따라가며 소리 없이 저물어 가는 강물을 바라보아라 풀꽃 한 송이가 쓸쓸히 웃으며 배고픈 마음을 기대 오리라 그러면 다정히 내려다보며, 오 너는 눈이 젖어 있구나 ― 배가 고파 ― 바람 때문이야 ― 바람이 없는데? ― 아냐, 우린 바람을 생각했어 해는 지는데 건너지 못할 강물은 넓어져 오빠는 또 거기서 머리 흔들며 잦아지는구나 이마 선명한 무명꽃으로 피를 토하며, 토한 피 물에 어린다 누이야 저묾의 끝은 언제나 물가였다 배고픈 허기로 저문 물을 바라보면 안다 밥으로 배 채워지지 않은 우리들의 멀고 먼 허기를 누이야 가문 가슴 같은 강물에 풀꽃 몇 송이를 띄우고 나는 어둑어둑 돌아간다 밤이 저렇게 넉넉하게 오는데 부릴 수 없는 잠을 지고 누이야, 잠 없는 밤이 그렇게 날마다 왔다 나무들도 미소가 아름답다고 하네요. 뮤지컬 배우해도 될 것 같지 않아요? 외로워 산울림이 그린 동그라미가 아닐까. -권창순 디카詩 <산울림의 그림> 나, 산을 닮아 듬직하지. ㅎㅎ 나도! 역시 듬직하지! ㅎㅎ 너에게 다정함도 때론 상처일까? -권창순 디카詩 <다정함의 상처> 배낭이 무거워도 웃자. 바위에 앉은 참새 이 밥 먹고 싶지! 고문님 말씀 귀 담아 들으랬더니 귀마개까지 하고 졸아! 그러게 말이예요. 바닷가의 추억을 생각하나? 웃음과 심술 사이에 바닷가의 추억이 있답니다. 제발! 앞에 사다리가 있답니다. 내가 먼저 찍을래! 우와! 우리가 이렇게 즐겁고 우리가 이렇게 행복한 건 우리가 산을 좋아하기 때문입니다. 산이 우리를 사랑하기 때문입니다. 여보세요! 난 집으로 돌아가려고 여기에 왔는데 혹시 집보다 더 좋은 곳을 아는지요? -권창순 디카詩 <우문(愚問)> [사진제공 -가자님, 돌바람님, 산지니님, 생명좋아님] 세로인이여! 다음에 또 만나요! 2월 태백 장산에서! 아름다운 동행에 감사 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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