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염병의 불길과 최루탄의 연기 속에서 흘러간 7~80년대를 거쳐 광우병소, 반값등록금, 각종 파업 등의 이슈가 끊이지 않는 지금까지 시위는 계속되어왔다. 시위는 시민들이, 또는 집단들이 큰 힘에 대해 자신들의 입장을 알릴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으로, 즐거운 분위기에서 잘 이루어지기도 하지만, 때때로 과격한 싸움이 일어나기도 한다. 이런 시위현장에서 반드시 빠지지 않는 것이 있다. 사람들을 한데 모을 수 있고, 뜨거운 분위기를 만들 수 있는 바로 그것은 '노래'이다. 그리고 시위 현장이나, 사회운동현장에서 많이 들리는 이 노래들을 '민중가요'라고 한다.
FTA 촛불시위 현장 출처: 뉴스한국
민중가요는
민중가요는 주로 7~80년대, 특히 1980년대 6월 항쟁기간에 많이 생겨났다. 투쟁현장에서의 민중가요는 사람들에게 힘을 주고, 또 그 힘을 모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민중가요의 가사는 만들어졌을 때의 시대 상황을 담고 있다. 노동과 억압이 그 시기의 민중들에게 삶이었기 때문인지 민중가요의 가사에는 '피, 눈물, 땀, 노동, 동지' 같은 단어들이 들어가 있는 곡이 많다. 투쟁의지를 불러일으키고, 힘을 모으기 위해서 만들어진 노래들이기 때문에 강하거나 과격한 내용도 많고 직설적이다. 때문에 '민중가요' 하면 운동권, 빨갱이들의 노래라고 생각해 거부감을 느끼는 이들도 많다. 하지만 민중가요 중에는 서정적인 멜로디와 가사를 가진 노래도 많다. 또한 민중가요의 주제는 반전, 평화, 통일, 노동, 화합, 서민 등으로 다양하다. 민중가요는 그 시대 사람들의 삶을 그대로 담았다는 면에서 우리와 가장 가까운 장르의 가요로 볼 수도 있다.
금지곡이 되었었던 양희은의 아침이슬 출처: 네이버
우리와 가까운 민중가요
민중가요라는 장르를 잘 모르는 사람들도 '얼굴 찌푸리지 말아요',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 '바위처럼' 등의 노래는 한번쯤 들어봤을 것이다. 또한 MC스나이퍼는 안치환의 '솔아 푸르른 솔아' 를 리메이크 했고, 거북이는 노래를 찾는 사람들의 '사계'를 리메이크하기도 했다. 양희은, 김광석, 김민기 등 우리가 이름을 알만한 중년 가수들도 민중가요를 불렀다. 양희은의 '아침이슬'과 '작은 연못'은 1970년대에 금지곡을 당한 적이 있는 노래이다. 이처럼 민중가요는 우리와 가까이 있다. 따라서 이 글에서 민중가요 몇 곡을 소개하려 한다.
80년대 수많은 민중가요 노래패들이 생겨났고, 그 중심에 있던 노래집단 중 하나가 노래를 찾는 사람들이다. 노찾사의 노래는 지금까지도 이어져오며 민중가요의 맥을 지키고 있다. 노찾사는 김광석, 안치환, 권진원 등이 멤버로 있던 곳이기도 하고 이들의 노래는 대중가요만큼 호응을 얻었다. 노찾사의 노래 '광야에서'는 아직까지도 시위에서 불리고 있다.
안치환은 노래패 새벽, 노찾사 활동을 하다가 1989년 솔로활동을 시작한 이후 지금도 여러 시위현장에서 노래를 부르는 대표적 민중가요가수이다. 안치환의 노래는 무겁고 강한 느낌의 노래가 많다. 광야에서,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 솔아 푸르른 솔아 등 많은 곡을 불렀다.
꽃다지는 88년 말에 결성되어 현재까지 활동하고 있는 노래패이다. 꽃다지의 노래는 서정적이고 경쾌한 노래가 많은 편이다. 개인적으로 꽃다지를 좋아하기 때문에 추천할 곡이 많지만 그 중 두 곡을 소개한다. 이 외에도 언덕길, 넝쿨을 위하여, 이 길의 전부, 한번 더 등의 노래도 좋다.
노래패 우리나라는 1999년에 결성되어 지금까지 활동하고 있는 노래패이다. 대중적으로 많이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시위나 연대현장에 가면 자주 만날 수 있는 노래패이다. 이들의 노래는 편안하고 모든 사람들이 편하게 들을 수 있다.
민중가요와 친해져요!
민중가요는 사회문제들에 대한 시민들의 목소리가 커질 때 주로 많이 생긴다. 70~80년대 독재정권 시기에는 독재를 고발하고 자유를 지향하는 노래들이 생겨났고, 2000년대 효순, 미선 사건, 광우병 소고기 사건 때는 미국과 미군에 대한 노래들이 많이 생겼다. 아프가니스탄전, 이라크전 등의 시기에는 반전과 평화에 관한 노래들이 나왔다. 그런데 이 중 몇몇 민중가요들은 직설적이고 강한 가사들이 많아 사람들이 노래에 거부감을 가지게 되고 더 나아가 시위나 투쟁자체를 안좋게 생각하게 하기도 한다. 민중가요에는 절실한 염원이 들어있기 때문에 강하고 직설적인 가사와 멜로디도 물론 나쁘지 않다. 또한 대중적 유행이나 흥미가 주된 목적이 아니기 때문에 인기를 끌도록 만들 필요도 없다. 하지만, 목소리와 힘이 더 필요한 때, 더 많은 사람들과 함께 하기 위한 민중가요의 방향도 모색해 볼 필요가 있다. 또한 최근에는 민중가요를 부르는 노래패들이 줄어들고 있어, 이 맥이 끊기지 않기 위한 노력도 필요하다.
노래패 꽃다지 출처: 꽃다지 홈페이지
희망의 노래
386세대로 학생운동시기를 보내고 사회문제에 관심이 많은 부모님을 둔덕에, 우리 집에는 민중가요 테이프가 여럿 있었다. 머리에 띠를 두른 청년들이 '불나비', '바위처럼' 등의 노래에 맞춰 쉽게 함께 할 수 있는 해방춤을 가르치는 비디오 테이프였는데, 동생과 나는 심심하면 그 비디오를 틀어놓고 노래와 춤을 따라 했다. 지금 생각하면 어린아이들이 "내 마음은 곧 터져버릴 것 같은 활화산이여! 뛰는 맥박도 뜨거운 피도 모두 터져 버릴 것 같애" 같은 가사에 맞춰 춤을 췄다는 것에 웃음이 나오지만, 그때는 매우 진지하게 주먹 쥔 손을 따라 하곤 했다. 그래서인지 어쩌면 다른 대학생들은 잘 알지 못할 민중가요들이 나에겐 친숙하다. 그래서 대학에 와서 민중가요 노래패가 있다는 사실이 참 반가웠다. 하지만 정작 그 밴드들조차 민중가요의 의미가 무엇인지 잘 모르는 것 같았다.
오래 전 우리와 같은 대학생들은 더 나은 세상을 위해 이 노래들을 부르며 거리로 나섰고, 눈물을 흘렸고, 목숨을 바치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 우리 대학생들은 민중가요도, 그리고 민중가요가 담은 역사도 알지 못하고 사는 것 같아 안타깝다. '그대 진실 살아있는 한 우리에겐 희망은 있다' 고 말하는, 우리 역사를, 희망을 담은 민중가요를 들으며 그 때 그 마음을 지금의 대학생들도 함께 느끼길 바란다.
(대사) 거짓이 결코 참을 이길 수 없습니다.
어둠이 결코 빛을 이길 수 없습니다.
역사는 우리들 모두에게 어둠이 잠시동안 빛을 이길지라도
그것은 영원히 이길 수 없다는 것을 증거해주었습니다.
누가 저 거미줄에 걸린 나비를 구할 것인가
어둠이 내리는 거리 쓸쓸한 길모퉁이 커다란 거미줄 위에 나비 하나 걸려 있네 사람들 모두 떠나고 나비는 파닥이네 나 혼자 멍하니 서서 나비를 쳐다본다
누가 저 거미줄의 나비를 구할까 들길 꽃길 마음대로 날려보내 줄까 누가 저 거미줄의 나비를 구할까
푸른 하늘 마음대로 날려보낼까 그 고운 꽃길을 두고 어디서 날아왔니 그 고운 들길을 두고 어디서 날아왔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