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동안 한 분야에서 업적을 이룬
사람들을 흔히 ‘대가(大家)’라고 부른다.
외식 분야에서는 많은 셰프들이 있고,
명품업체에서는 가방이나 구두만
만들어 온 장인들이 있다.
식품 업계에서도 분야별로
장인급 연구자들이 꽤 있다.
이동석(56) 푸르밀 연구담당 상무는
우유와 유제품 분야의 대가로 꼽힌다.
1988년 12월
건국대 미생물공학과 석사과정 졸업을 앞두고
롯데중앙연구소에 입사한 이 상무는
이후 31년간 지금까지
우유와 유제품 분야만 연구해왔다.
롯데우유가 전신인 푸르밀의 대표 상품인
‘비피더스’ 요거트, 검은콩우유,
최근 관심을 모은 미숫가루우유 등이
이 상무의 손을 거쳐간 제품들이다.
지난 2월 25일 서울 문래동 푸르밀 연구소에서
이 상무를 만나 ‘우유 외길 30년’의 삶을 들어봤다.
(괄호 안은 편집자 주)
삼강사와부터 검은콩 우유까지…
탈모우유도 개발
-당신은 누구인가.
“경력 31년의 우유 및 유제품 연구원이다.
현재는 푸르밀에서 개발하는 음료 개발을 총괄한다.”
-우유 연구원이 된 이유는.
“석사 졸업을 앞두고 제약회사와
롯데그룹 두 곳에 원서를 내 합격했다.
약사 집단이 확고하게 있는 제약회사보다는
발효공학자로서 뜻을 펼칠 수 있는
롯데를 선택했다.
이후 전공에 따라 유제품 발효를 주로 맡으면서
우유와 유제품 연구원으로 평생을 일해왔다.”
-박사과정에 진학하지 않은 이유가 있나.
(식품업계에서는 박사학위 취득 후
연구원이 됐거나, 연구원이 된 뒤
박사학위를 취득하는 등 박사 출신이 많다.
연구소장은 더더욱 그렇다.)
“사실 하려고 마음 먹었다면 박사를 취득했을 것이다.
하지만 내가 갈 길은 학자가 아니라
좋은 우유를 만들어서 소비자에게 전하는
것이라는 생각에 제품 연구에만 집중했다.”
이동석 상무의 대표작인
'검은콩이 들어있는 우유'. 푸르밀 제공
-당신의 대표작은 어떤 제품인가.
“회사 차원에서 간판 상품은 비피더스 아닐까 싶다.
1995년 개발 이후 지금도 꾸준히 팔리고 있다.
(2017년 기준 비피더스의 월 매출은 30억원이다.
90년대에는 연간 600억원대까지 판매되기도 했다.)
균 자체는 덴마크 연구소에서 개발한 것인데,
콘셉트를 잘 잡아서 제품화를 잘했다.
어린 아이의 뱃속에 많은
유익한 유산균 비피더스에서 착안했다.
2003년 국내 최초로 출시한
‘검은콩이 들어 있는 우유’가 내 자식 같은 제품이다.
이전까지는 검은색 우유에 대해 반감이 컸다.
그런데 웰빙 트렌드를 잡아서
100% 국내산 검은콩을 썼다.
출시 초기에는 하루에 200t(500ml 기준 40만개)을
넘을 정도로 불티나게 팔렸는데,
미투 제품들 때문에 아쉬움이 크다.
지금도 월 3억원대로 팔린다.
이른바 60년대생 아버지 세대들은
기억할 텐데 ‘삼강사와’라는 음료가 있다.
요구르트 2배 용량(180ml)의 유제품으로,
쉽게 말하면 ‘쿨피스의 선배’ 격인
음료라고 보면 된다.”
이 상무는 최근 위스키가 함유된 아이리시커피,
곡물우유, 통째로 갈아만든 아몬드 우유 등
신제품을 선보이기도 했다.
아이리시커피는 아일랜드산
리큐르 원액을 넣어 만든 것이 특징이다.
-우유 회사에서 술이 들어간 음료도 내놓나.
“커피와 더불어서 어떻게 하면 우유를
맛있게 먹을 수 있을지 고민하다가 내놓았다.
세계의 다양한 커피를 즐긴다는 콘셉트로
2018년 베트남의 연유라떼,
이탈리아의 헤이즐넛초코라떼를
국내에 제품으로 소개했다.
같은 맥락으로 아일랜드의 아이리시 커피를
응용해 제품으로 개발했다.”
이동석 상무.
출처 : 푸르밀 제공
- 31년 연구하면서 실패는 없었나.
“왜 없겠나. 2009년 ‘비타민이 들어있는
V12’라는 비타민워터를 출시했다.
2009년 기능성 음료 트렌드를 보고 개발했는데,
너무 빨리 출시했다.
몇 년 지나서 코카콜라 등의 비타민 음료가
인기를 끄는 것을 보고 속이 쓰렸다.”
-최근에는 탈모방지 우유,
속풀이 우유(속풀어유) 등
기능성 우유도 내놓았다.
“GS25 편의점과 협업한 제품들이다.
탈모우유는 탈모 샴푸로 유명한 TS샴푸,
GS25와 협업했다. 탈모에 좋은 어성초와
검은깨 등을 넣어서 만들었다.
속풀어유는 술을 마신 다음날
속을 풀어줄 수 있도록 헛개추출물 등을
넣어 만든 우유다.
여성 소비자 층에 인기가 좋다.”
“내 가족이 먹는 우유라는
사명감이 연구원의 기본”
-연구소에는 어떤 사람들이 있나.
“연구원 6명이 있다. 전원 석사 출신이다.
유제품팀(우유 및 가공유),
발효유기능팀(발효유 및 건강식품),
분석팀 등 3개팀으로 운영한다.
3월 중 신입 연구원을 선발한다.”
-어떤 사람을 뽑나.
“내가 먹고, 내 가족이 먹는
음식을 만든다는 사명감이 기본이다.
그리고 변하는 시장 트렌드와 상황에 맞춰,
헤쳐나가는 자세가 중요하다.
기술적인 부분은 입사하고 나서
새로 배우면 된다.”
-하루 일과는 어떤가.
“출근하면 일단 오전 9시에
연구원들이 다같이 시식을 한다.
회의실 원탁에 앉아서 연구원 6명이
우유와 요거트 등을 시식한다.
그리고 시식 때 나온 코멘트를 바탕으로
개별 연구를 진행한다.
하루에 5~10가지 제품을 먹는다.”
-우유는 하루에 몇 컵 먹나.
“하루에 5컵 정도는 시음으로 마신다.
습관이 돼 그런지 주말에 집에서도
두세 컵은 마시게 된다.”
-우유를 많이 마시면 좋은 점은.
“건강에 필요한 영양소를 얻을 수 있다.
아침을 안 먹어도 든든하다.
그리고 우유를 많이 마시면 술이 세진다.”
(주량을 묻는 질문에 이 상무는
‘소주 여러 병’이라고 답하며 미소를 지었다.
연구소의 연구원 6명 모두 술이 세다고 한다.)
-요즘 저출산으로
어린이들이 줄어서 고민이 많겠다.
“그렇다. 우리나라는 1인가족 증가세와
고령화 추세가 세계에서 가장 빠른 축이다.
이 때문에 소비자 행동도 변하고 있다.
간편가정식(HMR) 시장이 성장하는 것도
이런 경향을 반영한다.
나 역시 유제품 개발자로서 간편가정식 시장에서
먹힐 수 있는 유제품, 고령화에 맞는 건강기능식품,
환자식 등에 대해 꾸준히 연구를 하고 있다.
흰 우유만 바라보고 있는다면
사세가 급격히 위축할 수 있다.”
(푸르밀은 2018년 한 해 동안
신제품 35종을 출시했다.)
푸르밀 연구실 내부의 모습.
출처 : 푸르밀 제공
-제품 개발의 원칙이 있나.
“식품 개발자라면 내 기술력에 자부심을 갖고 산다.
하지만 아무리 기술이 좋아도
소비자가 찾지 않으면 그 제품은
소비자에게 외면 당할 수 밖에 없다.
그래서 연구원이지만
지속적으로 소비자 니즈를 연구하고 있다.
과거에는 일본이 식문화가 비슷하다면서
유사한 제품을 개발해 성공을 하기도 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당장 우유만 하더라도
일본에서는 과일 음료가 인기지만,
대만은 차를 활용한 음료,
국내에서는 커피 음료가 대세를 이루고 있지 않나.
당연한 이야기지만 해답은 소비자에게 있다.”
-연구자로서 꿈이 있나.
“2003년 검은콩이 들어 있는 우유 이후
내 마음에 드는 대히트작을 내지 못했다.
정년퇴임 때까지 반드시 성공작을 낼 생각이다.”
글 jobsN 이현택
jobarajob@naver.com
잡스엔
첫댓글 요즘 식생활에 변화를 주고 있답니다,
특히 우유를 주식으로 첨부하는 방법으로요~~~
우유에 사과식초와 더불어 달걀 두알로 한끼를 충당하기도 하구요,
피곤할때는 우유에 꿀도 가미하곤 한답니다~
역시나 좋습니다.....
술보다, 몸이 튼튼해 졌지요~ㅋ
나이가 익어가면서
아니지요 매일 우유를 자주 섭취하려고
노력하고 있답니다, 건강해 지려구요...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