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숲 / 下有 임인호
우연히 들른 '밀숲'에 서니
삼천오백원 칼국수가
따스한 온기를 내뿜는다
김치는 무한 리필
물은 셀프인 곳
아버지 퇴근 시간에 맞추어
어머니 손수 버무렸던 밀가루
홍두깨가 그 위를 누비고
가로 세로 깊게 어루만져야
면이 되던 시절
하루의 고단함을
얼큰한 면과 국물에 녹이며
아버지의 무거운 어깨 아래
소박한 식단으로
가정을 이끄시던 시절
그 숲에 들어오면
포근함과 다정함이 있었다
아버지께서 "물"하시면
바로 달려가서 대령하는
무한 리필 서빙조가 있었다
그 숲에 들어오면
가격을 붙이지 않고
공급하는 무한 사랑이 있었다
애쓰시는 아버지 어머니의
넉넉한 웃음이 있었다
첫댓글 아주 어렸을 때 어머니가 홍두께로 밀어 호박과 감자 썰어 넣어 푹 삶아 주신 칼국수가 생각 납니다. 추억을 더듬게 해 주신 임 작가님!
다음엔 나물죽 詩가 애타게 기다려 집니다.
정선생님, 그런가봐요.자꾸만 그 시절의 추억들이 그리워지니 나이 드는 게 분명한 것 같습니다. 나물죽, 시를 위해서라도 먹어야겠습니다.ㅎㅎ
저 아래 사진은 <화백문학> 시상식에서 뵈었던 모습이네요.
그래서 더 반갑고요. 밀가루 음식이 갑자기 땡기네요.
아버님,어머님을 뵐 때 마다 우리 부부는 이 분들 만큼 잘 살고 있지 못한 것 같아 늘 죄송한 마음 금할 길 없네요.그래서 그립습니다.그리고 언제 같이 밀가루 음식 드시러 가시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