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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 사명 수행에 ‘희망의 지평’ 열기 위한 보조 자료
세계주교시노드 제16차 정기총회 의안집 이해하기①
시노드 여정의 열매 담긴 문헌
지난 과정의 결과 보고서 아닌
성령의 뜻 식별을 위한 안내서
가톨릭신문 발행일2023-07-09 [제3351호, 10면]
교황청은 오는 10월 열리는 세계주교시노드 제16차 정기총회 첫 회기 의안집을 6월 20일 공개했다. 2021년 10월 개막, 2024년 2차 회기까지 3년여 동안 진행되는 시노드는 제2차 바티칸공의회 이후 가장 중대한 의미를 지니는, 하느님 백성의 여정이다. 의안집을 바르게 이해하는 것은 성공적인 시노드를 위한 첫걸음이라는 의미에서 의안집의 의미와 내용을 자세히 알아본다.
세계주교시노드 제16차 정기총회 교구 단계 과정이었던 2022년 4월 4일, 미국 필라델피아대교구 넬슨 페레즈 대주교(앞줄 맨 왼쪽)가 라살르대학교에서 청년들의 의견을 경청하고 있다. 주교시노드 사무국은 하느님 백성이 성령의 소리를 들은 체험담 속에 탁월하게 포함된 신학적 보화를 담아내는 데 주력했다.CNS 자료사진
■ “희망의 지평을 열기 위하여”
제16차 세계주교시노드 의안집(Instrumentum Laboris) 서문에서 밝힌 것처럼, 이 문헌은 2021년부터 시작된 하느님 백성의 여정이 1단계를 마무리하는 것이자, 2단계 즉 10월에 있을 시노드 1회기를 위한 ‘보조 자료’이다.(3항과 10항 참조)
이 문헌은 2021년부터 있었던 시노드 여정의 열매들, 특히 대륙단계별 작업 문서와, 7개 대륙회의 최종 문헌들에 근거한다.
그렇지만 단순히 사회학적 결과 조사 보고서는 아니고, 그렇다고 어떤 활동 지침이나 신학적 전망을 제시하려는 것도 아니며(10항), 시노드 1회기의 ‘초안’도 아니다.(10항) 이 문헌은 성령께서 하느님 백성을 어떤 길로 초대하는지 식별하면서 시노달리타스의 여정을 계속하고 또 그 여정이 교회의 일상적인 삶 안에서 구체적으로 실현되도록, 의안집의 표현대로, ‘육화되는데’ 봉사하려는 것이다.
시노달리타스 과정의 목적 자체가 어떤 ‘문서’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교회의 사명 수행을 위한 ‘희망의 지평을 여는 것’이다.(3항 참조) 즉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교회의 모습이 되기를, 우리가 살아가는 지금 이 교회가 좀 더 그 모습을 닮아가기를 희망하는 우리의 지평을 여는 것이다.
■ 순환적 소통: 의안집 형성 과정, 그리고 시노드 여정의 특성
의안집 형성 과정은 사실 시노달리타스 여정의 특성을 보여준다. 2021년 10월 10일부터 시작된 하느님 백성의 여정을 특징짓는 단어는 이론의 여지 없이 ‘경청’이다. 대륙단계별 작업문서와 의안집도 이 점을 강조한다. 이 경청의 과정은 ‘순환적 소통’의 과정이고, 또 지역교회에서 또한 그렇게 이루어지도록 초대됐다. 처음에 전 세계 본당, 단체들에서 하느님 백성의 소리를 들었고, 이 소리들은 교구 차원에서, 이어서 각 나라 주교회의에서 종합됐다. 주교시노드 사무국은 전 세계 주교회의에서 올라온 종합의견서를 기초로 대륙단계별 작업문서를 작성했는데, 하느님 백성이 성령의 소리를 들은 체험담 속에 탁월하게 포함된 신학적 보화를 담아내는 데 주력했다. 그리고 이 문서는 다시 전 세계 각 교구에 보내졌고, 교구에서는 보편교회 차원에서 종합된 하느님 백성의 소리를 자신들의 고유한 삶의 자리에서 들으면서, 무엇이 교회 전체에서 공유되고, 무엇이 우리 지역교회에 중요한 주제이며, 다른 지역교회에서는 무엇이 절실한지를 보았다. 이러한 성찰에 기반해서 각 주교회의는 다시 의견서를 작성했고, 이를 기초로 개최된 대륙별 회의는 최종 의견서를 시노드 사무국에 보냈다. 시노드 의안집은 이 과정을 통해 드러난 하느님 백성의 직관, 성찰을 포함하고 있다. 이 일련의 경청 과정을 의안집은 ‘성령 안에서 이루어지는 대화’의 과정(14항 참조)이었다고 칭한다.
그리고 이 과정은 ‘순환적 소통’이다.(9항) 대륙별 단계 작업 문서를 발표하면서 시노드 사무국은 각 교구에 ‘되돌려 준다’는 표현을 사용했었다. 이 말은 경청의 과정이 단순히 한 쪽이 말하면 다른 쪽은 듣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들은 사람은 자신이 들은 바를 말한 이에게 다시 들려줌으로써 참된 ‘대화’를 하는 것이다. 이러한 순환적 소통은 사실 본당, 교구, 교구와 보편교회 등등, 다양한 단계에서 있어야 할 시노달리타스 실현의 특징이다.
■ 지역교회의 중요성, 다양성 포용: 교회의 보편성(Catholicitas) 실현
순환적 소통을 통한 경청은 개인, 지역교회, 문화, 언어, 사회적 지위 등등의 다양성 인정을 요청한다. 10월에 열릴 시노드는 각 지역교회에서 나온 하느님 백성의 소리에 뿌리를 두고 있다. 시노드는 특히 이 가운데 전 세계교회에 공통인 주제들을 다루면서 교회가 처한 다양한 상황을 심도 있게 경청할 것이다.(5항 참조). 그러나 공통 주제들은 추상적이거나 이론적인 것이 아니다. 그것은 구체적인 삶의 자리에서 나온 것이고, 이 소리에 귀 기울일 때 교회는 우리 시대에 함께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에게 생생하고 구체적인 방식으로 복음을 선포할 수 있다.
따라서 공통의 주제들을 다루기 위해서는 각 지역교회가 처한 고유한 상황들, 도전들, 문화들, 특징들에 대한 경청을 필요로 한다. 실제 의안집은 지역교회에 초점을 맞춘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12항 참조) 주님은 추상적으로가 아니라, 구체적인 다양한 실재들 속에서 말씀하시며, 시노드는 이 말씀에 귀 기울여야 한다.
이런 의미에서 의안집은 시노달리타스의 역동성이 획일성 안에서 연령, 성별, 사회적 조건, 은사, 문화, 언어, 전례 등의 다양성을 짓누르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 가치를 높이 평가한다고 강조한다. 이것은 제2차 바티칸공의회의 교회헌장 13항에서 말한 교회의 보편성 개념에 기초한 것이다. 실제 의안집의 서문에서 눈에 띄는 단어들 중의 하나가 바로 ‘보편성’이다. 교회의 보편성은 다양성의 인정과 촉진 속에서 일치를 말하는데, 물론 이 보편성 자체가 성령의 선물이다. 이는 시노드 작업이 지역교회의 구체적인 삶의 자리를 염두에 두면서 성령의 인도하심을 식별하는 것이어야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 한 발은 지금까지 걸어온 길에, 다른 한 발은 앞을 향해 내디디며
의안집 서문은 이 문헌을 시노드의 ‘유일한’ 자료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힌다. 의안집은 2021년부터 있었던 여정의 열매들이 모두 시노드의 자료가 될 것이며, 특히 의안집에서 언급될 어떤 주제들, 예를 들어 가정, 젊은이라는 주제는 이미 2016년 시노드와 2018년 시노드 최종 문헌 및 후속 교황 권고 등의 구체적 실현을 논하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15항 참조) 이 말은 시노드가 지금까지 교회가 살아왔고 성찰하고 식별했던 것을 없던 일로 치는 것이 아니라, 거기에 한 발을 딛고 미래를 향해 한 발을 내딛는 활동이 될 것을 의미한다. 의안집을 시노드의 ‘보조 자료’라고 표현한 것은 이 때문이다.
■ 문헌 구조와 그 속에 나타난 특징
의안집의 구조는 제2차 바티칸공의회 사목헌장에 영감을 받았다. 2부로 구성된 사목헌장은 1부에서 보편적 이론을, 2부에서 구체적 주제들을 다룬다. 물론 둘은 긴밀이 결합되어 있고, 1부 또한 구체적인 현실 파악에 기초한다. 시노드 의안집도 섹션 A에서는 시노달리타스 여정에서 얻어진 열매들, 하느님 백성의 직관들의 특징, 핵심을 서술한다. 섹션 B는 모든 대륙회의에서 두드러졌던 세 가지 중점사항을 대주제로 삼는데, ▲빛나는 친교 ▲사명에 있어 공동책임성 그리고 ▲참여, 책임 및 권위의 임무들이 그것이다. 각 대주제는 다시 5개의 세부 주제로 나뉜다. 특이한 것은 섹션 B가 질문 형태로 되어 있다는 점인데, 이를 통해 시노드 회의, 그리고 그룹 작업을 통한 식별과정에 도움을 주려는 것이다. 의안집은 이 세 주제가 결코 제각각, 혹은 분리된 채 다루어질 수 없음을 강조하며, 섹션 B에서 다룰 각 주제를 ‘전체 전망’, 곧 섹션 A에서 다룬 시노달리타스 여정의 핵심들과 연결해서 볼 것을 권고한다.
한편, 의안집은 단지 시노드에 모인 사람들만을 위한 자료가 아니라, 각 지역교회, 한국교회 교구, 본당 안에서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전체 질문을 다룰 수도, 혹은 각 지역교회 상황에 부합하는 질문들을 선별해 볼 수도 있다. 이렇게 함으로써 우리에게도 희망의 지평은 열리고, 시노드 여정을 온 교회가 함께 갈 수 있지 않을까?
최현순 데레사 교수(서강대학교 전인교육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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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노달리타스 실현하는 교회는 “모두를 환대하고 포용해야”
세계주교시노드 제16차 정기총회 의안집 이해하기②
풍요로운 ‘성령 안에서 대화’로
기도 안에서 주님과 대화하고
공동식별로 이어진 과정 설명
가톨릭신문 발행일2023-07-16 [제3352호, 6면]
프란치스코 교황이 2021년 12월 3일 키프로스 니코시아에 위치한 정교회 성당에서 세계주교시노드 제16차 정기총회 구성원인 정교회 주교들과의 만남을 위해 입장하고 있다. 의안집은 시노달리타스를 실현하는 교회 특징으로 다양성에 대한 환대와 포용을 강조한다. 이는 다른 종교, 문화, 전통들로 확장된다.CNS 자료사진
■ 시노드 여정 1단계의 핵심: 시노드 주인공은 성령, 시노드는 환대의 장, 시노달리타스 개념의 구체적 실현
시노드 의안집 섹션 A(17~42항)는 시노드 여정 1단계의 열매를 요약하면서(A.1) 이 과정이 ‘성령 안에서 대화’였다고 규정한다.(A.2) 의안집이 주목하는 것은 무엇보다도 1단계에서 ‘시노드의 주인공이 성령이시다’라는, 즉 교회의 여정에서 성령께서 현존하시면서 활동하신다는 표징을 체험했다는 것, 그리고 이 체험이 교회에 ‘희망의 지평’을 열어주었다는 것이다.
의안집은 시노드 1단계 여정의 의미를 크게 두 가지로 본다. 하나는 이 여정이 교회 안에서 환대와 식별의 장을 부여받지 못했던 이들을 위한, 그리고 교회가 마주한 문제들을 복음적 방식으로 대면하는 것을 가능케 한 장이었다는 것, 다른 하나는 추상적이고 이론적 용어인 시노달리타스가 지역교회 안에서 실제적 경험을 통해 구체화되었다는 점이다. 사실 한국교회 안에서도 생소했던 시노달리타스라는 말은 시노드 여정에서 경청과 참여, 식별을 체험하면서 그 의미를 얻어 나갔다.
■ A.1 시노달리타스를 실현하는 교회의 특징
시노드 여정 1단계에서 나타난 시노달리타스를 실현하는 교회의 특징은, 세례성사에 기초한 구성원의 동등한 품위(20항), 교회의 구조들과 제도들, 과정들이 시노달리타스에 더욱 부합해지는 것(21항), 경청(22~23항), 만남과 대화를 통한 포용(24~26항), 사랑 안에 진리를 살기(27항), 긴장들, 그리고 교회가 성령의 현존에 개방되게 하는 교회 자신의 불완전함 인정(28~29·31항), 전례(30항) 등이다.
첫 번째, 시노달리타스 실현의 기초는 세례성사로 인한 교회 모든 구성원의 동등한 품위이다. 성직자이든 평신도이든, 세례받은 모든 이는 하느님의 자녀이고, 동일한 사명에 참여하며, 같은 신앙과 희망과 사랑을 가졌다. 이들은 저마다 제 몫을 하며, 서로 ‘잘 결합되고 연결된’(에페 4,16) 하나의 몸을 이룬다. 이것은 서로를 형제요, 능동적 주체로 인정하게 하는 기초이며, 친교를 가능하게 한다.(20항)
두 번째, 대륙단계별 작업 문서에서도 강조되었듯이, 교회의 구조들, 제도들, 과정들이 보다 시노달리타스의 형태를 갖추어야 하는데, 왜냐하면 이렇게 할 때 시노달리타스 실현이 촉진될 수 있기 때문이다.
세 번째, 경청의 체험은 시노드 여정 1단계 동안 전 세계 하느님 백성이 체험한 것들 가운데 사실 가장 눈에 띄는 것이었다. 경청할 대상은 하느님의 말씀, 사건들, 사람들의 소리이며, 교회적 공동체들 간의 상호 경청도 요청된다. 그런데 이 모든 경청의 궁극적 대상은 성령이다. 경청은 교회 내 모든 구성원 간의 관계뿐 아니라 타종교, 그리고 현대 사회와 맺는 관계를 특징짓는 것이어야 한다.(22항)
의안집은 경청하는 교회가 겸손하고, 용서를 청할 줄 알고, 자신이 배울 것이 많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고 말한다.(23항) 의안집은 다양한 남용들(성적, 경제적, 정치적 등등)을 염두에 두고 있는데, 교회 구성원이 고압적이고 무엇이든 알고 있는 듯 자처하며, 자기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다면 진정한 경청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런 마음가짐이 있을 때, 시노달리타스를 실현하는 교회의 네 번째 특징인 만남과 대화를 통한 포용이 가능하다. 다양성의 포용은 지역교회들의 다양성을 보편적 일치의 장애가 아닌 풍요로움의 원천으로 여김으로써 ‘나’에서 ‘우리’로 나아가는 과정을 촉진한다. 다양성에 대한 환대와 포용은 다른 종교, 문화, 전통들로 확장된다.(25~26항) 의안집은 시노달리타스를 실현하는 교회란 “모두에게 개방되어 있고, 모두를 환대하고 포용하는 교회”임을 강조한다. 환대는 섹션 A에서 키워드이다.
그러나 환대와 포용이 교회 정체성의 상실을 가져오지는 않는다. 그래서 의안집은 시노달리타스를 실현하는 교회의 다섯 번째 특징으로 ‘사랑 안에서 진리를 사는 교회’(에페 4,15~16 참조)를 들고 있다. 그리스도교적인 진정한 포용이란 그리스도의 신비 안에서 가능하며 그분이 보여주셨던 사랑과 진리가 결합된 방식을 따르는 것이어야 한다.(27항)
여섯 번째, 사랑 안에서 진리를 살려고 할 때 긴장들이 발생할 수 있다. 의안집은 시노달리타스를 실현하는 교회는 이런 긴장에 짓눌리지 않으면서도 그 긴장을 친교, 사명, 참여를 살아내는 자극으로 삼는다고 말한다. 교회는 진정한 경청을 수행하는 동시에 분열이나 양극화를 넘어 살아갈 수 있는 방식을 찾아야 한다. 긴장들 속에서 교회는 자신의 불완전함과 불안함을 마주할 수밖에 없는데, 교회가 이것을 정직하게 인정할 때 하느님이 보여주실 길에 열려 있을 수 있다.(29항) 교회는 모든 문제에 답을 갖고 있지 않음을 인정해야 하고, 모든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아도 된다. 자신의 불안함과 불완전함의 인정은 성령의 활동을 위한 공간이 될 것이고, 성령께서는 당신 현존을 알아보도록(식별하도록) 우리를 초대한다.(31항)
마지막으로 시노달리타스를 실현하는 교회는 전례, 특히 성체성사로부터 힘을 받는다.
■ A.2 성령 안에서 대화: 시노달리타스를 실현하는 교회가 행하는 식별의 역동
모든 대륙에서 ‘성령 안에서 대화’가 얼마나 풍요로웠는지 말한다. 대화란 단순히 생각의 교환이 아니라, 발화되고 경청된 말들이 참여자들 사이의 친밀함을 낳는 역동성을 가리킨다. 또한 ‘성령 안에서’라는 말은 성령이 이 여정의 참된 주인공임을 뜻한다. 대화하는 이들은 궁극적으로 성령께서 말씀하시는 것을 들으려 하면서, 기도 안에서 성령의 자유로운 행동에 자신을 개방한다. 이 과정을 통하여 대화하는 이들은 점차 동의, 곧 성령의 소리에 동의할 공간을 마련하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성령 안에서 대화’는 식별의 과정이다. 이것은 ‘나’의 차원이 무시되지 않으면서도 ‘나’에서 ‘우리’로 가는 과정이다. 의안집은 이 과정을 3단계로 구분하는데, 그를 위해 먼저 각자 자신의 경험으로부터 출발하여 기도 안에서 주님과 대화하고 성령의 소리를 들으면서 식별할 주제에 대해 자신이 어떻게 이바지할지 준비한다. 이제 1단계에서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하고 다른 이의 말을 경청한다. 2단계는 타자를 위한, 그리고 하느님을 위한 공간을 마련하는 것인데, 경청한 것에서 출발해서 각자 자신 안에 큰 반향을 일으킨, 혹은 내면에 일으켜진 어떤 것을 성령의 안내를 따르면서 다른 사람과 공유한다. 이 과정에서 교도권과 신학이 동반된다면 참여자들은 성령의 말씀에 더 잘 귀 기울일 수 있고, 공동의 사명에 대한 감각도 더 발달할 수 있다. 3단계는 성령의 인도를 받으며 공통의 식별을 하면서 동의에 도달한다. 일련의 이 과정은 감사기도로 마무리된다. 모든 단계는 기도 안에서 이루어지며 특히 각 단계로 넘어가기 전에 하느님 말씀을 듣고 침묵 중에 기도하는 시간을 갖는다. 의안집은 이 단계들을 너무 경직되게 따를 필요는 없고 구체적인 상황에 따라 말씀, 또는 경청, 혹은 성령의 움직임에 대한 공동식별을 우선할 수도 있다.
한편 의안집은 ‘성령 안에서의 대화’가 제대로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이를 위한 양성이 교회적 삶의 모든 수준에서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성직자, 수도자, 평신도 등 모든 양성 과정에서 이 대화 방법을 익혀야 교회의 삶에서 이 대화가 실현될 수 있다.
최현순 데레사 교수(서강대학교 전인교육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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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주교시노드 제16차 정기총회 의안집 이해하기③
‘친교·사명·참여’ 주제 중심 질문으로 성령 안에서 다양한 성찰
시노달리타스 핵심 세 단어와
결합된 우선적 질문 다루면서
상호 경청과 공동 식별 거쳐
가톨릭신문 발행일2023-07-23 [제3353호, 9면]
2022년 11월 28일 바티칸에서 열린 세계주교시노드 대륙회의 시노드 책임자들과의 준비 모임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이 책임보고관 장- 클로드 올러리슈 추기경의 설명을 듣고 있다. 올해 10월과 내년에 있을 시노드 총회는 규범을 만든다거나 안건 토론을 하는
모임이 아니라 ‘성령 안에서 대화하기’라는 시노드 여정의 1단계에서 행한 방법론을 계속 따르게 된다.CNS 자료사진
■ 섹션 B. 시노드 작업표: 시노달리타스를 실현하는 교회를 위한 세 가지 우선적 질문
◎ 시노드 총회는 전례적 역동이다
시노드 의안집은 시노드 여정 1단계 동안 제기되었던 다양한 질문들 가운데 가장 우선적인 질문 세 가지를 선별하여 섹션 B에서 다룬다. 각 질문은 시노달리타스의 핵심 단어인 친교, 사명, 참여 각각과 결합해 있다. 이 질문들 각각을 살펴보기에 앞서, 이것을 다룰 10월 시노드의 성격을 다시 확인하는 것이 좋겠다.
시노드는 입법적, 혹은 의회적 기관 같은 것이 아니다. 의안집은 시노드 총회를 ‘전례적 역동성’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즉 올해 10월과 내년에 있을 시노드 총회는 어떤 규범을 만든다거나 안건에 관해 토론하는 모임이 아니다. 의안집은 시노드 총회가 ‘성령 안에서 대화하기’라는 시노드 여정의 1단계에서 행한 방법론을 계속 따른다고 밝힌다.
하느님 백성은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모여 말씀을 들으면서, 상호 경청 속에서 성령께서 교회를 어떻게 이끌고자 하시는지 식별할 것이며, 이 과정을 통해 교회의 여정을 위한 빛으로 받아들인 것을 선언할 것이다. 그리고 이 과정은 성자를 통하여 성령 안에서 성부께 감사드리는 행위로 나아간다. 시노드 총회는 지금까지의 시노드 여정 연속선상에 있으며, 이 자체가 시노달리타스를 실현하는 것이다.
◎ 세 가지 우선적 질문, 그리고 바뀐 순서: 친교, 사명, 참여
시노드 의안집 섹션 B는 시노달리타스의 세 핵심 각각과 결합된 세 가지 우선적 질문들을 다룬다. 특이한 것은, 시노드 예비문서에서 ‘친교, 참여, 사명’으로 제안했던 순서를 바꾸어 친교, 사명, 참여로 배치했다는 점이다. 논리적으로 볼 때는 사실 현재 의안집의 순서인 친교, 사명, 참여가 더 나은데, 교회가 살아가는 모습인 친교는 교회 자신의 사명, 특히 복음 선포의 사명을 수행하는 것과 별개가 아니기 때문이다.
친교는 삼위일체 하느님의 선물인 동시에 과제로서, 하느님과 누리는, 그리고 그리스도인들이 서로의 관계 속에 누리는 일치를 의미한다. 따라서 친교의 모습 자체가 복음을 증거, 선포하는 것이다. 의안집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말씀을 인용하여 친교와 사명이 서로 엮여있고 또 서로를 비춘다는 점을 명시한다. 그리고 이러한 친교와 사명에 모든 그리스도인이 저마다의 방식으로 참여한다. 사실 이 세 단어는 긴밀히 연관되어 있어서 완전히 분리해서 다룰 수가 없다.
◎ 세 가지 우선적 질문의 구조와 내용
10월 시노드에서는 총회와 그룹 작업이 번갈아 진행되면서 의안집의 섹션 A와 B를 모두 다룰 것이다. 섹션 B는 시노달리타스를 실현하는 교회의 특징(섹션 A)과 연결하면서 다음 세 가지 우선적 질문들로 구성된다.
1)빛나는 친교: 어떻게 더 충만하게 하느님과, 그리고 사람들 사이 일치의 표징이요 도구가 될 수 있을까?
2)사명에 있어 공동책임성: 복음에 봉사하기 위하여 어떻게 은사와 과제를 나눌 수 있을까?
3)참여·책무·권위: 시노달리타스를 실현하는 교회 안에 어떤 절차들, 구조들, 그리고 제도들이 있어야 할까?
위 질문 각각은 5개의 소 질문으로 구성되고, 이 소 질문은 다시 1)질문의 구체적 맥락 2)식별을 위한 질문 3)기도와 성찰준비를 위한 제안 등 세 부분으로 구성된다. 질문의 구체적 맥락에서는 이 질문이 기반하고 있는 구체적인 내용을 대륙회의 최종 문서, 대륙단계별 작업 문서, 디지털 시노드 문서 등을 기반으로 밝힌다. 그리고 식별을 위한 질문 한 개를 제시한 후, 이 질문을 심화할 몇 가지 구체적인 소 질문들이 ‘기도와 성찰 준비를 위한 제안’이라는 제목하에 제시된다.
이 질문들은 신학, 사목, 교회법 등등 다양한 관점들로부터, 그리고 본당, 교구 등등 교회의 다양한 수준들로부터 나온 것이다. 이 질문들은 시노드 1단계의 자문 과정으로부터 얻어진 결실들에 충실하려는 의안집의 의도를 잘 보여준다. 한편 질문들이 구체적인 만큼, 지역에 따라 더 의미 있거나 더 중요한 질문은 다를 수 있고, 시노드를 통해 그런 다양한 성찰들이 공동 식별에 기여할 것이다.
◎ 우선적 질문 1–빛나는 친교: 어떻게 더 충만하게 하느님과, 그리고 사람들 사이 일치의 표징이요 도구가 될 수 있을까?(B1)
제2차 바티칸공의회가 선포한 교회 헌장 1항은 “교회는 곧 하느님과 이루는 깊은 결합과 온 인류가 이루는 일치의 표징이며 도구”라고 천명한다. 그리스도교적 의미에서 친교는 단순히 우정이나 친목, 혹은 순전히 감정적 친밀함이 아니다. 친교는 근본적으로 ‘함께 참여함’을 의미하며, 따라서 그리스도교적 맥락에서는 같은 신앙과 희망, 사랑에 참여함, 하느님의 생명, 구원에 참여함 등을 뜻한다. 따라서 친교는 삼위일체 하느님의 선물이자, 교회가 그 충만한 완성을 실현해 가야 하는 과제이기도 하다.
이 과제와 관련하여 교회는 시노드 여정에서 어떤 질문들과 마주했을까? 의안집은 그것을 다음 다섯 개로 제안한다. ①시노달리타스를 실현하는 교회 안에서 사랑에 봉사, 그리고 정의 및 공동의 집 돌봄을 위한 노력이 어떤 방식으로 친교를 키울 수 있을까?(B 1.1) ②시노달리타스를 실현하는 교회는 “사랑과 진리가 서로 만난다”(시편 85,11)라는 약속을 어떻게 믿을만하게 할 수 있을까?(B 1.2) ③교회들 간에 선물 교환은 어떻게 역동적 관계 안에서 증대될 수 있을까?(B 1.3) ④시노달리타스를 실현하는 교회는 어떻게 자신의 사명을 교회일치적 노력의 쇄신을 통해 수행할 수 있을까?(B 1.4) ⑤어떻게 다양한 문화들의 풍요로움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며, 타종교들과의 대화를 발전시킬 수 있을까?(B 1.5)
사랑, 정의, 지구를 돌봄이라는 첫 번째 질문(B1.1)은 시노드 여정에서 나타났던 가난한 이들이 교회에서 중심을 차지함, 공동의 집을 돌보기 위한 구체적 노력, 이민자들과 함께 가기, 공동선을 위한 노력 등에 대한 하느님 백성의 소리를 기반으로 한 것이다. 그래서 이 질문에 대한 성령의 뜻을 식별하기 위하여 의안집은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진다. “함께 걷는다는 것은 누구도 뒤처지지 않는다는 것을, 그래서 그것을 위해 더 노력하는 걸음을 내디딜 수 있는 것을 의미한다. 어떤 방식으로 교회와 사회 안에서 가장 끝자리에 있는 이들을 중심인물이 되게 할 수 있을까?” 가난한 이들, 이민자들 등등이 교회와 사회에서 배제되지 않고 오히려 더 소속되고, 그들의 소리를 듣는 장이 마련되고, 교회의 여정에 그들의 기여가 통합될 때, 그들은 교회의 중심에 자리를 갖게 될 것이다. 이럴 때 교회는 친교의 표징이요 도구가 된다.
의안집은 그리스도교 공동체가 자신의 이익에만 몰두하고 있는지 아니면 공동선을 위하여 사회와 함께 가고 있는지 질문한다. 이 질문은 교회가 참으로 공동선을 실현하기 위해 노력하는 정치(특정 정당이라기보다는), 혹은 그런 그리스도교인 정치인을 어떻게 동반할 것인가의 문제이다.
의안집이 제안하는 질문 중 눈에 띄는 것이 있다. 가난한 이들과 이민자들과의 만남, 그들과 함께 걷기 위하여 이들을 위한 경청과 동반을 맡을 특별한 직무를 교회에서 인정하는 것, 이 일을 교회적 참된 소명으로 인정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묻는다.
최현순 데레사 교수(서강대학교 전인교육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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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주교시노드 제16차 정기총회 의안집 이해하기④
세례받은 모든 이, 시대 징표 읽으며 복음 전할 방법 식별해야
여성의 실질적 참여 실현 방안
사제 부족 지역 평신도 역할 등
시노드 총회에서 논의될 예정
가톨릭신문 발행일2023-07-30 [제3354호, 8면]
지난 4월 8일 미국 뉴욕 세례자 요한 성당에서 봉헌된 주님 부활 대축일 파스카 성야 미사 중 초를 들고 입당 행렬에 참여하고 있는 한 여성 복사. 시노드 총회에서는 교회 안에서 능동적 주체인 여성의 실질적 참여가 어떻게 실현돼야 할지를 다룰 것으로 예상된다.
◎ “사랑과 진리가 서로 만나리라”(B 1.2)
친교와 관련된 ‘우선적 질문1’의 소 질문, 사랑에의 봉사 그리고 정의 및 공동의 집 돌봄을 위한 노력에 대한 문제는(B 1.1) 사랑과 진리의 관계 문제를 제기한다.(B 1.2) 친교란 단순히 사이좋게 지내는 것만을 뜻하지 않는 데다가, 경청과 환대 그 자체는 교회의 궁극 목표가 아니기 때문이다.
의안집은 시노드 여정이 포용하고 환대하는 교회가 되어야 하는, 그리고 포용한 사람들 안에서 그리스도를 만나고, 복음 진리 선포가 신뢰성이 있게 해야 하는 교회의 사명을 어떻게 쇄신할 것인지 찾아 나가는 것이라고 밝힌다. 대륙별 단계 작업문서가 택한 ‘천막터를 넓혀라’라는 성경 구절이 의미하듯이, 천막은 확장되고 또 움직여야 하지만, 이 역동성은 항상 신앙에 굳건히 뿌리내리고 이루어져야 한다. 이혼한 후 재혼한 사람들, LGBTQ+, 다양한 이유로 차별받는 이들, 장애인, 가난한 이들, 이민자들, 청년들, 노인들, 온갖 형태의 남용으로 인한 희생자들과 생존자들은 환대받아야 한다. 그리고 이 환대는 그들 안에서 어떻게 그리스도를 만날지, 또한 그리스도께서 이들을 어떻게 환대하시는지에 대한 성찰 안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 “참된 교회이기를 포기하지 않으면서 ‘다름’과 함께 가기”
의안집은 친교가 빛나야 하는 장을 교회들 간 선물의 교환(B 1.3), 교회일치적 노력(B 1.4), 다양한 문화 및 타종교와의 대화(B 1.5)로 확장한다. 이는 친교가 단지 ‘우리끼리’만이 아니라 인류 전체와 이루어야 하는 과제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세 질문을 관통하는 단어는 ‘보편성’이다. 보편성이란 일치 안의 다양성, 다양성 안의 일치다.
‘다름’은 일치를 파괴하지 않고 오히려 풍요롭게 하는 원천이라는 교회헌장의 가르침은 의안집에서 뚜렷하게 나타난다. 의안집은 일종의 문화적 식민주의 형태의 선교방식이 문제있음을 인지하면서, 다른 문화, 전통, 종교 등에 대해 개방적 태도를 보인다. 물론 그것이 가톨릭교회의 정체성 포기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교회가 ‘다름’을 존중하는 것은 그것 안에 성령께서 활동하신다는 믿음 때문이다. 따라서 겸손과 존중의 태도로 경청하고, 성령 안에서 참된 대화를 증진함으로써, 그들에게 어떤 도움을 줄지, 또 자신에게서 기꺼이 변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지 식별해야 한다. “교회는 어떻게 세속적으로 변화하지 않고서도 세상과 대화할 수 있을까?”(B 1.5~7) 이 질문은 비가톨릭 그리스도인들, 다른 문화와 전통, 타종교와 만남에서도 적용된다.
◎ 우선적 질문 2-사명에 대한 공동책임: 복음에 봉사하기 위해 어떻게 선물과 임무를 공유할까?
“모든 이가 책임을 맡았다”
이 질문에서 핵심은 공동책임성이다. 이는 그리스도께서 구원 사명 전체를 사제들에게만 맡기신 것이 아니며, 모든 이가 저마다의 방식으로 함께 일해야 한다는 교회헌장 30항에 기초한다. 그리고 교회헌장은 신자들이 그렇게 할 수 있도록 사목하고 그들의 봉사 직무와 은사를 인정해야 하는 것이 사제의 빛나는 임무라고 말한다. 이 선언이 ‘우선적 질문 2’ 전체를 관통한다. 의안집은 교회의 모든 구성원이 각자 받은 선물과 은사, 직무로 이 사명에 대체불가능한 고유의 방식으로 기여함을 강조한다.(53~54항)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먼저 ‘우리’의 사명을 알아야 하는데(B 2.1), 의안집은 한 마디로 구원의 진리 증언인 이 사명을 구체적으로 열거한다. 첫째는 전례생활의 쇄신으로서, 강론의 질적 향상, 교리교육, 전례의 토착화, 전례 용어의 쇄신 등이 여기에 속한다. 둘째, ‘사마리아 여인의 소명’으로서, 단순히 고통받은 이들을 ‘위한’ 교회가 아닌, 고통받는 이들과 ‘함께하는’ 교회(B 2.1 b-c)가 되는 것이다. 이런 노력에서 교회는 자신의 ‘불완전함을 인정’할 줄 알아야 한다. 그 외에 사회교리가 이론적 담론이 아니라 구체적인 삶의 자리에서 사명으로 인식되기, 디지털 환경 고려, 비가톨릭 그리스도인들, 타종교 신자들, 선한 의지를 가진 사람들과 함께 걷기 등이 질문 형태로 제안된다.
◎ 교회 전체가 직무적이다
의안집은 교회 전체가 직무적임을 강조한다. 성품성사를 통한 직무 사제직의 고유성을 손상하지 않으면서도, 교회의 모든 구성원이 세례성사로 인해 직무를 받았고, 직무 사제직은 세례로 인한 직무와 연관해서 이해해야 한다. 세례받은 이들의 참여를 종속적 협력으로 축소하면서, 교회 안에서 능동적 역할을 오직 성품받은 직무자에게만 유보하는 관점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 시노드 여정 동안 강하게 제기되었었다.
이는 세례받은 모든 사람이 받는 보편사제직과 성품성사를 통해 받는 직무 사제직의 상호 호혜적 관계에 대한 인식을 요청한다. 의안집은 세례성사로 인한 직무라는 말을 꼭 제도화된 직무로 알아들을 필요는 없다고 말한다. 세례성사로부터 다양한 직무가 주어지고, 그중에는 자발적인 것과 제도적 양성을 통해 받는 것도 있다. 시노달리타스를 실현하는 교회는 시대의 징표를 읽으면서 어떤 직무를 만들지, 인정할지, 발전시킬지, 그 직무를 통해 어떻게 세상에 봉사할지 식별한다. 의안집은 교회의 모든 구성원, 특히 여러 이유로 교회의 공동사명에 기여하지 못하는 이들에게 어떻게 적합한 장과 기회를 마련할지 고민할 것을 촉구한다.
한편 전 세계 주교회의 의견서와 대륙회의 최종 문서에서 여성의 존엄성과 역할에 대한 소리는 매우 강했다. 교회 안에서 능동적 주체인 여성의 실질적 참여가 어떻게 결정 과정과 협치에서 실현되어야 할지, 또한 신학적 성찰과 공동체 동반에서 여성의 기여, 여성 부제직 문제도 시노드에서 다룰 것이다.
공동책임성은 서품된 직무자들의 역할에 대한 성찰을 요청한다. 직무 사제직의 수행은 시노달리타스의 방식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이는 공동체에 있는 선물과 은사를 인정하고 그 가치를 올바로 평가하며, 공동체가 사명을 수행하는 과정을 동반하고, 경청과 식별, 결정이 이루어지는 과정이 말씀에 따라 또한 성령 안에서 이루어지는 것을 보증하기 위해서라고 의안집은 말한다. 그러나 성직자의 직무 수행은 성직주의와 각종 남용 때문에 위협받는다. 성직주의는 그 전체가 직무적인 교회로부터 직무 사제직을 고립, 분리, 약화시키기 때문에 문제이고, 성직자 혹은 교회 직무를 수행하는 이들에 의해 행해진 각종 남용은 직무 사제에 대한 신뢰를 손상시킨다.
주교와 사제의 관계, 축성생활회에 속하는 사제들, 종신 부제직, 결혼한 남성에게 성품을 특정지역에서 허용하는 문제, 사제가 부족한 곳에서 평신도들에게 공동체의 책임자 역할을 부여할 수 있는지의 문제 등등이 시노드 총회에서 논의될 것이다.
◎ 주교직, 올바른 시노달리타스 실현을 보증
시노드 여정 내내 시노달리타스 실현에 있어 주교직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게 여겨졌다. 의안집은 특히 모든 이의 참여와 자문의 과정이 주교직무를 손상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시노달리타스 실현에 있어 주교가 일치의 원리로 활동하고, 함께 걸어가도록 하느님 백성을 초대하며 시노달리타스 방식을 촉진한다고 강조한다. 교회는 시노달리타스를 실현하면서도 동시에 교계적 공동체이다. 따라서 주교와 사제들과의 관계, 하느님 백성의 자문과 협력과 참여, 신앙감각과 교도직무의 관계 등을 시노달리타스 안에서 어떻게 이해할지 질문한다.
사실 주교직무는 올바른 시노달리타스 실현을 위한 보증이다.
최현순 데레사 교수(서강대학교 전인교육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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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주교시노드 제16차 정기총회 의안집 이해하기⑤(끝)
시노달리타스 실현하려면 어떤 제도적 변화 필요할까
성령에 귀 기울이면서 걷는
대화와 개혁의 여정 지지할
구조·제도 마련에 대해 고민
가톨릭신문 발행일2023-08-13 [제3355호, 8면]
5월 25일 이탈리아 시노드 과정 안에서 시노달리타스를 실현하는 교회에 대한 프란치스코 교황의 연설을 듣고 있는 주교들. 의안집에는 교회를 구성하는 모든 이의 능동적 참여를 보장하기 위한 절차들과 제도들, 구조들에 대한 질문이 담겨 있다.
◎ 우선적 질문 3 - 시노달리타스를 실현하는 선교적 교회 안에서 어떤 절차들, 구조들과 제도들이 있어야 할까?: 시노달리타스가 글로만 남지 않기 위하여, 개인의 선의에만 맡겨지지 않기 위하여
시노달리타스는 세례받은 모든 이가 하느님 자녀로서 동등한 품위를 갖고, 교회의 동일한 사명에 저마다 자기 몫으로 기여할 권리와 의무가 있다는 것을 기본 골자로 한다.
의안집은 친교와 사명 각각에 관련된 두 가지 우선적 질문을 제안했다. 이제 남은 문제는 시노달리타스가 어떻게 단지 글로만 남지 않게, 혹은 선의를 가진 사람들의 노력에만 맡겨지지 않게 할 것인가이다.
따라서 의안집의 세 번째 우선적 질문은 이것이다. “시노달리타스를 실현하는 선교적 교회 안에서 어떤 절차들, 구조들과 제도들이 있어야 할까?”
제도와 구조는 어떤 내용을 보호하고 발전시키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 같은 것이다. 물론 우리는 제도가 모든 것을 해결하지는 않는다는 것도 경험적으로 안다. 아무리 좋은 제도도 제대로 운용되지 않는다면 무용지물이 되거나 악용된다. 그래서 의안집도 이렇게 말한다.
“성령의 소리에 귀 기울이면서 가는 대화와 개혁의 여정은 그 여정을 동반하고 지지할 수 있는 구조들과 제도들을 요청한다. 대륙별 총회는 구조들만으로는 충분하지 않고 의식의 변화도 필요하다는 것, 그래서 양성을 위한 실제적 노력도 필요하다는 것을 강하게 표현하고 있다.”(B.3.3.d)
의안집에서 교회를 구성하는 모든 이의 능동적 참여를 보장하기 위한 절차들과 제도들, 구조들에 대한 질문은 다음 다섯 개의 질문으로 구분되어 있다.
▲권위와 책임의 수행 ▲참여적 결정 및 식별 ▲시노달리타스 실현을 위해 개선해야 할 혹은 새로 만들어야 할 제도들 ▲주교회의나 대륙 주교회의처럼 지역교회들로 이루어진 단체와 관련해서 시노달리타스와 주교직의 단체성(교황과 주교들에 의해 구성되는 주교단이 갖는 특성)이 갖추어야 할 형태 ▲마지막으로 시노드 제도가 주교적 단체성의 표현이 되기에 필요한 것.
◎ 권위, 어떻게 행사되어야 할까?
하느님 백성의 참여 활성화와 관련하여 지금까지 여정에서 강하게 제기된 문제는 바로 권위의 행사이다. 여기에서 권위는 성품성사와 결합된 권위만은 아니다. 성품성사에 의하지 않은 권위, 즉 수도회, 평신도 운동과 활동 단체, 교회 기관들(병원, 학교, 재단 등등) 안에서 책임자가 행사하는 권위도 있다. 의안집은 이 두 권위를 구분하면서도, 교회 안에서는 모든 권위의 목적과 방법이 같다는 점을 분명히 한다. 하느님 백성이 목표를 향해 걸어가고 이 여정에서 친교의 삶과 진리 선포의 사명을 수행할 수 있도록 봉사하는 것이 목적이요, 스승의 삶인 ‘섬김’이 그 방식이다. 시노드 여정에서 권위에 대해 언급한 내용은 다음과 같다. 지배나 통제가 아닌 봉사, 투명성, 격려, 사람들의 성장, 비전과 포용, 협력과 위임의 능력, 특히 경청의 태도와 마음. 이런 특징이 부족할 때 권위는 너무 성급하게 권력 행사로 가버리거나 결정 과정에서 구성원의 참여를 배제한다. 그리고 이것은 성직주의나 각종 남용과 연결된다.
의안집은 이 문제를 현실 파악과 양성에 대한 요청으로 접근한다. 현재 교회 안에서 권위가 제2차 바티칸공의회의 가르침에 부합하게, 그리고 교회의 시노달리타스 특성에 맞게 행사되고 있는가? 그리고 바람직한 권위 행사가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신학교 교육과정을 비롯하여 책임자 양성과정에 대한 고찰이 필요하다.
의안집이 교회 역사에서 교회 내 권위 및 책임 행사 방식이 사회의 영향을 받아왔다는 점에 주목하는 점은 흥미롭다. 의안집은 교회가 현재는 어떤 영향을 받는지, 교회와 사회에서 현재 권위 행사 방식을 어떻게 복음적으로 식별할지 질문한다.
◎ 교계제도 차원과 시노달리타스 차원, 경쟁관계인가?
참여에 의한 결정과 식별은 시노달리타스를 살아가는 교회에서 핵심이다. 의안집은 시노달리타스 차원과 교계제도적 차원을 경쟁 관계로 보는 이들이 있고, 이들은 참여적 형태의 결정 및 식별 방식에 대해 두려움을 느끼고 있음을 인정한다. 그러나 의안집에 의하면 둘 다 교회의 구성적 요소이다. 자문의 시작, 동반, 결론에 이르는 전 과정을 이끄는 이는 보편교회에서는 교황, 지역교회에서는 주교이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나온 공동체의 열망이 신앙에 부합하는지를 확인하는 책임은 목자에게 있다. 시노달리타스는 목자와 함께 가야 하는 여정이다.
◎ 시노달리타스에 부합하는 제도와 절차, 구조들
참여적 결정, 식별, 활동이 지속적으로 또 안정적으로 이루어지기 위해 제도적 측면은 중요하다. 따라서 의안집은 기존의 절차, 제도, 구조를 어떻게 개선할지, 혹은 새로운 어떤 것을 만들어야 할지 질문한다. 이러한 제도적 장치들이 가져야 할 가장 큰 특징은 바로 투명성이다.
투명성은 지금까지의 시노드 여정에서 강하게 강조되었던 것으로서, 이를 보장하기 위해 의안집은 어떤 교회법적 지원이, 혹은 새로운 변화가 필요한지 질문한다. 현행 교회법에서 규정한 제도들이 잘 운용되지 못하고 있다면 무엇 때문이고, 시노달리타스 방식으로 교회의 사명을 수행하기 위해 필요한 변화는 무엇일까? 한 가지 눈에 띄는 것은 의안집이 권위에 대한 질문에서도, 그리고 제도에 대한 질문에서도 가톨릭교회 밖, 즉 동방교회, 개신교 공동체, 그리고 사회로부터 무엇을 배울지 질문한다는 것이다. 이는 의안집 서문에서 말했던 교회 자신의 불완전함에 대한 인정과 관련 있다.
한편 제도적 차원과 관련된 다른 두 가지 중요한 주제가 있다. 바로 지역교회들이 모여 구성한 단체들의 역할과 시노드 제도의 발전 문제이다. 이것들은 사실 교회론적으로 매우 예민하고 어려운 주제이다. 각 나라 주교회의, 대륙 주교회의처럼 지리적 혹은 문화적 인접성에 따라 여러 지역교회가 만든 단체의 역할을 어떻게 규정할 것인가? 예를 들어 그런 모임이 어떤 교리적 결정을 유효하게 내릴 수 있는가? 교황은 그 결정을 어느 정도까지 다루어야 하는가?
이는 시노달리타스를 실현하는 교회, 교황의 수위권, 그리고 주교단의 권한 간의 역동성에 대한 문제이며, 현행 시노드 체계의 발전 방향에 관한 질문과도 연결된다. 이번 16차 정기총회 1회기에는 주교가 아닌 사람들도 참여한다. 이들의 참여가 과연 하느님 백성의 참여를 특징으로 하는 시노드 1단계 여정과 이번 총회와의 연속성을 충분히 보장할까? 의안집이 던지는 이 질문은 주교들과 함께 주교가 아닌 사람들도 정규 구성원이 되는 단체의 역할에 관한 질문과도 연결된다. 여기에서 교황과 주교직, 주교단에 대한 가톨릭교회의 기본 교리를 손상하지 않으면서도 하느님 백성의 ‘참된 의미에서의’ 참여를 어떻게 보장할까에 대한 고민이 엿보인다.
◎ 의안집, “읽어야 할 것”이 아니라 “해야 할 것”
의안집에는 정말 많은 질문이 있다. 아마도 이것은 하느님 백성의 소리에서 다루는 우선적인 질문들이 추상적이거나 이론적인 수준에 머물지 않고 구체적인 현실에 발을 디디기 위함일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의안집을 단순히 로마에 모인 사람만의 회의를 위한 자료로서만 볼 것이 아니라, 지금 여기 우리 삶의 자리에서 적용하고 응용해볼 충분한 가치가 있는 것이 되게 한다. 참으로 보편적인 것은 참으로 구체적인 것 안에 실현되기 때문이다. 예수 그리스도의 보편적 구원이 팔레스티나의 작은 땅에서 이루어졌던 것처럼.
최현순 데레사 교수(서강대학교 전인교육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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