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해 전 무더운 여름날이었어요.
그날 엄마와 저는 강원도를 향해
가고 있었습니다.
남동생이 경찰학교에서 나오면 근무
하게 될 지구대 근처의 원룸을 대신
알아보기 위해서였어요.
아침 일찍부터 이리저리 발품을 팔며
번화가 근처의 원룸들을 수소문하다가
어느덧 점심시간이 되었습니다.
초행길이라 헤매던 저희는 어느새
번화가에서 조금 떨어진 곳의 주점
골목에 들어와 있었습니다.
주점들 사이로 식당이 드문드문
양쪽으로 쭉 이어져 있고
그곳에서 조금 더 안쪽으로 들어가니
3층 건물의 조금 허름한
식당이 나왔어요.
점심 영업을 하는 곳이 그곳뿐이어서
엄마와 저는 그 건물 1층 식당으로
들어갔습니다.
식사를 주문하고 기다리는 동안 저는
열심히 핸드폰으로 다른 원룸들을
알아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마침 그곳 3층이 월세를 놓고
있는 거예요.
그래서 엄마와 저는 식사를 마치고
주인분의 안내를 받아 3층으로
올라갔습니다.
방은 복도 맨 끝에 있었습니다.
주인분이 방 문을 열어주셨는데
그곳은 온통 붉은 벽지에 꽃무늬가
가득 그려진 방이었습니다.
이상했던 건 방 한쪽에 제법 큰
창문도 있었는데 한낮인데도 불구하고
방 안에는 온통 어둡고 뭔가 음침한
기운이 감돌고 있었습니다.
그날은 해가 쨍쨍하고 무더운
한여름이었는데도 말이죠.
그리고 더 이상했던 건 월세가 생각보다
너무 저렴하다는 것이었습니다.
주점 골목이긴 했지만 바로 옆이
시내였고 그곳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의 방도 살피고 왔던 터라
어느 정도 예상한 가격이 있었는데
보증금이랑 월세가 생각보다 너무
저렴해서 의아하더라구요.
엄마와 저는 일단 그곳을 나왔습니다.
밖에서 그 방 창문이 보이는 곳으로
나와 건물을 바라보니 햇볕이 쨍쨍
내리쬐는 가운데 오직 3층의 그 방만
어둠이 깔린 듯했어요.
일단은 남동생 의견도 물어보려고
카톡을 보냈는데 그냥 알아서
구해달라고 하더라구요.
왠지 찜찜한 기분에 저희는 다른 곳을
더 알아보고 결국엔 조금 비싸지만
밝고 쾌적한 곳에 계약을 하고
내려왔습니다.
며칠 뒤에 남동생은 발령받은 지구대
에서 일하게 되었고 그렇게 몇 달이
지났을 즈음 남동생이 오랜만에 본가에
내려와서 저희 가족은 즐거운
저녁시간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그곳의 생활이 어떤지 이것저것
물어보던 중에 남동생이 문득 생각난
듯이 말했습니다.
지난번에 갔던 그 3층 원룸 얘기였어요.
경찰 업무 인수인계를 받던 중에 눈에
익은 곳이 있어서 우연히 자세히 들여다
보게 되었는데 3층의 그 끝방에서
어떤 여자분이 자살을 하셨다는 거예요.
엄마와 제가 그곳에 가기 몇 주 전의
일이었다고 해요.
엄마와 저는 그제서야 그 곳이
저렴했던 이유를 깨닫고 온몸에
소름이 돋았습니다.
그 이후로도 그 원룸은 계속 비어
있었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