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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보장경(雜寶藏經) 제1권
원위(元魏) 서역삼장(西域三藏) 길가야(吉迦夜)ㆍ담요(曇曜) 공역
1. 십사왕(十奢王)의 인연
옛날 사람의 수명이 1만 세였을 때 한 왕이 있었는데, 이름을 십사(十奢)라 하였으며, 그는 염부제(閻浮提)의 왕이었다.왕의 큰 부인은 아들을 낳아 이름을 라마(羅摩)라 하였고, 둘째 부인은 아들을 낳아 이름을 라만(羅漫)이라 하였다.라마 태자는 큰 용맹과 힘이 있어 나라연(那羅延)과 같고, 또 선라(扇羅)가 있어서 소리를 듣거나 얼굴을 보고는 곧 해치기 때문에 아무도 당할 이가 없었다.왕의 셋째 부인은 아들을 낳아 이름을 바라타(波羅陀)라 하였고, 또 넷째 부인은 아들을 낳아 이름을 멸원악(滅怨惡)이라 하였다.왕은 그 셋째 부인을 유달리 사랑하여 그녀에게 말하였다.“나는 지금 내가 가진 모든 재보를 너에게 다 주어도 아까워하지 않겠다. 네가 원하는 것은 무엇이나 내게 말하라.”부인이 대답하였다.“나는 지금 구하는 것이 없습니다. 이 뒷날 원할 것이 있으면 다시 아뢰겠습니다.”
그때 왕은 병을 만나 목숨이 매우 위독하게 되었다. 그리하여 태자 라마를 세워 자기를 대신해왕을 삼고, 비단으로 머리털을 묶고 머리에 하늘관[天冠]을 씌워 위의와 법도를 왕의 법과 같게 하였다.
셋째 부인은 왕의 병을 보살피다가 왕의 병이 조금 나은 것을 보자 그것을 자기 힘이라 믿었다. 그리하여 라마가 왕의 자리를 이어받는 것을 보고 마음에 질투가 생겨, 곧 왕에게 아뢰어 전날의 소원을 말하였다.“원컨대 라마를 폐하고 내 아들을 왕으로 삼아 주소서.” 왕은 이 말을 듣자, 마치 목구멍에 무엇이 걸려 그것을 삼킬 수도 뱉을 수도 없는 것처럼, 큰 아들을 폐하자니 이미 왕으로 세운 터요, 폐하지 않자니 전날 그 소원을 이미 허락한 터이었다. 그러나 십사왕은 젊을 때부터 일찍 약속을 어긴 일이 없었으며, 또 왕의 법에는 두 말이 있을 수 없고 앞의 말을 저버리지 않는 것이다.이렇게 생각하고 곧 라마를 폐하고 그 의복과 하늘관을 빼앗았다.
그때 그 아우 라만은 그 형에게 말하였다.“형님은 그런 용맹과 힘이 있고 또 선라까지 겸하였는데, 어찌 그것을 쓰지 않고 이런 치욕을 당합니까?”
형은 대답하였다.“아버지 소원을 어기면 효자라 할 수 없다. 그리고 지금의 저 어머니가 우리를 낳지 않았지마는, 우리 아버지가 저를 사랑하고 대접하는 것은 우리 어머니를 대하는 것과 같다. 아우 바라타는 아주 온화하고 유순하여 조금도 다른 생각이 없는데 지금 내가 큰 힘과 선라를 가졌다 하여 어찌 그 부모와 아우에게 해를 끼쳐 못할 짓을 하겠는가?” 아우는 그 말을 듣고 이내 잠자코 있었다.
그때 십사왕은 두 아들을 멀리 깊은 산으로 보내면서, 12년이 지나서야 본국으로 돌아올 것을 허락한다고 말하였다.라마 형제는 부모의 명령을 받들고 조금도 원한이 없이 부모에게 절하여 하직하고 멀리 깊은 산으로 들어갔다.
그때 바라타는 그 전에 다른 나라에 가 있었는데, 이내 불러 본국으로 돌아오게 하여 왕을 삼으려 하였다.그러나 바라타는 본래부터 두 형과 화목하고 공순하며 매우 공경하고 겸양하는 터이었는데 본국에 돌아와 보니 부왕은 이미 세상을 떠난 뒤였다. 그리고 그 어머니가 함부로 그 형인 왕을 폐하고 자기를 왕으로 세운 뒤에 두 형을 멀리 떠나 보낸 것을 비로소 알고는그 생모(生母)의 소행이 도리가 아님을 미워하여 꿇어앉거나 절하지 않고 말하였다.“어머님은 왜 도리에 어긋나는 일을 하여 우리 집안을 망치려 하십니까?” 그리고 큰 어머니를 향해 절하고는 공경하고 효순하기가 보통 때보다 갑절이나 더하였다.
바라타는 곧 군사를 이끌고 그 산으로 달려가 군사들을 뒤에 머물러 두고 자기 혼자 나아갔다.아우가 오는 것을 보고 라만은 그 형에게 말하였다.“형님은 전에 늘 ‘저 아우 바라타는 의리가 있고 겸양하며 공순하다’고 칭찬하셨는데, 지금 군사를 끌고 온 것을 보면 우리 형제를 죽이려 하는 것이 분명합니다.”
형은 바라타에게 말하였다.“아우는 지금 왜 군사를 거느리고 왔는가?”아우는 형에게 말하였다.“길에서 도적을 만날까 두렵기 때문에 몸을 보호하기 위해 군사를 데리고 왔을 뿐이요, 다른 뜻은 없습니다. 형님은 본국으로 돌아가 나라 정사를 맡아 다스리기 바랍니다.” 형은 대답하였다.“우리는 일찍 아버지 명령을 받들어 여기 왔는데 지금 어떻게 갑짜기 돌아가겠는가. 만일 우리 마음대로 한다면 그것은 사람의 자식으로서 어버이에게 효도하는 의리가 아닐 것이다.” 아우는 간절하고 절실하게 청하였지만 형의 뜻은 확고하여 먹은 마음은 더욱 굳었다.
아우는 마침내 그 형의 마음을 돌릴 수 없음을 알고 곧 형이 신은 가죽신을 얻어 가지고, 슬퍼하고 괴로워하면서 본국으로 돌아와 나라 일을 다스렸다.나라를 다스리되 언제나 그 가죽신을 어좌(御座)에 올려 놓고, 아침 저녁으로 예배하고 문안드리는 의리는 형을 대하는 것과 다름이 없었다. 그리고 항상 그 산으로 사람을 보내어 자주자주 그 형을 청하였다. 그러나 그 두 형은 12년이 지난 뒤에 돌아오라는 아버지의 명령을 받았기 때문에 연한이 차지 않았다 하여, 지극한 효도와 충성으로 감히 그 명령을 어기지 않았다.그 뒤에 차츰 연한이 차게 되고, 또 그 아우가 자주 사람을 보내어 간절히 부르며, 신을 공경하기를 자기를 대한 것과 같이 한다는 말을 전해 듣고는, 아우의 지극한 정에 감동되어 드디어 본국으로 돌아왔다.
그들이 본국으로 돌아오자 아우는 왕위를 사양해 형에게 돌렸다. 그러나 형은 또 사양하면서말하였다.“아버지가 먼저 아우에게 주셨는데 우리는 받을 수 없다.” 아우도 사양하면서“형님은 맏아들입니다. 아버지의 업을 이어 받는 것은 바로 형님이어야 합니다.” 이와 같이 자꾸 서로 사양하다가 할 수 없이 형이 도로 왕이 되었다.그들은 형제끼리 서로 우의가 돈독하고 화목하였으므로 그 교화가 크게 떨치고 도덕이 널리 퍼져 백성들은 모두 그 감화를 입었고 서로 권하여 받들어 섬기며 효도하고 공경하였다.바라타 어머니는 비록 큰 허물을 지었지만 거기에 대해서 조금도 원한이 없었으므로,
그 충성과 효도의 인연으로 말미암아 바람과 비는 때를 맞추어 다섯 가지 곡식은 풍성하였고 사람은 병이 없었으며, 염부제 안의 모든 인민들은 보통 때보다 열 갑절이나 번성하고 풍만하였다.
2. 왕자가 제 살로 부모를 구원한 인연
이와 같이 내가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舍衛國)에 계셨다.그때 아난은 가사를 입고 바리를 들고 성에 들어가 걸식하다가, 장님 부모를 모신 어린애가 걸식하면서 좋은 음식은 부모에게 공양하고 자기는 나쁜 음식을 먹고 있는 것을 보았다.아난은 부처님께 아뢰었다.“세존이시여, 이 어린애는 참으로 드물게 보는 아이입니다. 음식을 빌되 좋은 것을 얻으면 부모께 공양하고, 나쁜 것은 가려서 제가 먹습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그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나는 지나간 세상에 부모님을 공양할 때에 참으로 어려운 일을 하였느니라.”
아난이 다시 아뢰었다.“세존께서 지나간 세상에 부모를 공양하신 일은 어떠하였습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과거에 어떤 큰 나라 왕이 나라를 다스리고 있었는데, 왕에게는 아들 여섯이 있어 제각기 한 나라씩 차지하고 있었다.그때 라후구(羅睺求)라는 대신이 있었는데, 그는 은밀히 군사를 일으켜 그 나라의 왕과 다섯 아들을 죽였다.여섯째 아들에게만은 어떤 귀신이 미리 와서 일러 주었다.‘네 부왕과 다섯 형은 모두대신 라후구에게 죽었고, 다음은 네 차례가 될 것이다.’ 왕자는 그 말을 듣고 곧 집으로 돌아갔다. 아내는 왕자의 근심하는 얼굴빛이 보통 때와 다른 것을 보고 물었다.‘당신 얼굴이 왜 그렇습니까?’왕자는 대답하였다.‘남자의 일을 그대에게 말할 수 없소.’‘나는 당신과 생사를 같이하는데, 무슨 말 못할 일이 있습니까?’ ‘마침 어떤 귀신이 내게 와서 말하기를, 네 아버지 왕과 다섯 형들은 모두 남에게 죽었는데, 다음 차례는 너에게 온다고 하였소. 그 때문에 근심과 두려움으로 어쩔 줄을 모르겠소.’
두 부부는 곧 아이를 데리고 다른 나라로 떠났다. 거기까지 갈 수 있는 이레분 양식을 준비하였으나 황급하고 두려운 탓에 딴 길로 잘못 들어 열흘이 지나도록 걸어도 도착하지 못하고, 양식은 떨어져 피로하고 굶주림으로 거의 죽게 되었다.왕자는 생각하였다.‘세 사람이 함께 살려 하니 고통이 더욱 심하다. 차라리 한 사람을 죽여 두 사람이 사는 것이 낫겠다.’그가 곧 칼을 빼어 아내를 죽이려 하자 아이가 아버지를 돌아보면서 합장하고 말하였다.‘아버지, 우리 어머니를 죽이지 마십시오. 차라리 저를 죽여 어머님 목숨을 대신하십시오.’ 아버지는 아이 말대로 그 아들을 죽이려 하였다. 아들은 다시 아버지에게 아뢰었다.‘그러나 제 목숨을 끊지는 마십시오. 만일 제 목숨을 끊으면 살이 곧 썩어 오래 가지 못할 것입니다. 그리고 그렇게 되면 어머니가 저를 업고 나아가지 못할지 모릅니다. 그러니 제 목숨을 끊지 말고 날마다 조금씩 제 살을 베어 먹으십시오.’ 그리하여 그들이 인가에 이르기 전, 아이 몸에는 오직 세 점 살이 남아 있을 뿐이었다.아들은 다시 그 부모에게 아뢰었다.‘이 살 두 점은 부모님이 자시고 남은 한 점은 저에게 주십시오.’ 그들은 아이를 땅에 던져 두고 앞으로 나아갔다.
그때 석제환인의 궁전이 진동하였다. 석제환인은 이것이 무슨 까닭인가 하고 두루 관찰해 보다가, 그 아이가 희유한 일을 한 것을 보았다. 그리하여 곧 굶주린 이리로 화하여아이에게 가서 살을 청하였다. 아이는 생각하였다. ‘내가 이 살을 먹더라도 끝내 죽을 것이요, 먹지 않더라도 또한 죽을 것이다.’그리하여 마지막 지닌 살을 버려 굶주린 이리에게 주었다.
석제환인은 다시 사람으로 화하여 아이에게 말하였다.‘너는 지금 살을 베어 주고도 후회하는 마음이 생기지 않는가?’ ‘나는 후회하지 않습니다.’너는 지금 몹시 괴로워하고 있다. 그런데 네가 후회하지 않는다는 말을 누가 믿겠는가?’ 그러자 아이는 맹세하였다.‘만일 내가 후회하지 않는다면 몸의 살이 도로 생겨 예전과 같이 되고, 후회한다면 여기서 곧 죽을 것입니다.’이렇게 말하자 몸은 회복되어 본래와 다름이 없었다.
석제환인이 그 아이와 부모를 데리고 어느 곳에 이르러 그 나라의 국왕을 만날 수 있게 하였다. 그 왕은 크게 슬퍼하면서도 한편으로는 크게 기뻐하였으니, 아들의 지극한 효도를 어여삐 여겨 일찍 없었던 일이라고 찬탄한 뒤에 군사들을 주어 본국으로 돌아가게 하였다. 그러자 석제환인은 그를 잘 옹호하여 염부제의 왕이 되게 하였다.아난이여, 그 때의 그 어린애는 바로 지금의 나요, 그 부모는 바로 지금의 내 부모이니라.”
부처님께서 이어 말씀하셨다.“나는 오늘만 자비와 효도를 찬탄할 뿐 아니라, 과거 한량없는 겁 동안에도 항상 찬탄하였느니라.”
비구들은 부처님께 아뢰었다.“세존께서 지나간 세상에 부모를 공양하신 그 일은 어떠하였습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옛날 가시국왕(迦尸國王)의 나라에 큰 산이 있었고, 그 산에는 담마가(睒摩迦)라는 선인(仙人)이 있었다. 그 부모는 늙었을 뿐 아니라 또 장님이었다. 그래서 그는 항상 맛있는 과실과 아름다운 꽃과 시원한 물을 가져다 부모께 공양하고 또 고요하고 두려움이 없는 곳에 부모를 모셔 두고, 무슨 일이 있어서 출입할 때에는 먼저 부모에게 아뢰고, 물을 길러 갔다.
그때 범마달왕(梵摩達王)은 사냥 하러 나갔다가 물을 먹고 있는 사슴을 보고 활을 당겨 쏘았다.그러나 독약이 묻은 화살은 잘못하여 담마가를 맞추었다. 화살에 맞은 그는 큰소리로외쳤다.‘한 개 화살이 세 사람을 죽이니, 이 얼마나 비참한 일인가.’
왕은 그 소리를 듣자 활을 땅에 던지고 그에게 달려갔다.‘이제 누가 그런 말을 하였는가? 내가 들으니 이 산중에는 담마가라는 선인이 있는데, 그는 자비와 효도로 장님 부모를 모시기 때문에 온 세상이 칭찬한다고 한다. 그대가 그 담마가가 아닌가?’그는 ‘바로 그렇습니다’라고 대답하고, 이어 아뢰었다.‘지금 내가 당하는 이 고통은 생각하지 않습니다. 다만 늙고 앞 못 보는 부모님이 지금부터 굶주리더라도 아무도 공양할 이가 없을 것이 걱정입니다.’ 왕이 물었다.‘네 장님 부모는 지금 어디 있는가?’담마가는 손으로 가리키면서 말했다.‘저 초막 속에 계십니다.’왕은 곧 장님 부모가 있는 곳을 향해 갔다.
그때 담마가 아버지는 아내에게 말하였다.‘내 눈이 이상하게 떨리오. 장차 우리 효자 담마가에게 어떤 불행이 있을 징조가 아닌지 모르겠소.’그 부인도 남편에게 말하였다.‘내 젖통도 이상하게 떨리는데, 우리 아들에게 어떤 불상사라도 없을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때 장님 부부는 바삭바삭하는 왕의 걸음 소리를 듣고, 마음에 두려움이 생겨 ‘우리 아들 걸음이 아닌데, 그 누구인가’ 하였다.왕이 그들 앞에 이르러 큰소리로 인사하자 장님 부부가 말하였다.‘우리는 아무것도 보지 못합니다. 인사하는 이는 누구십니까?’‘나는 가시국의 왕이오.’그때 장님 부부는 왕을 향해 말하였다.‘자리에 앉으십시오. 우리 아들이 있었더라면 대왕께 좋은 꽃과 과실을 올렸을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 아들은 아침에 물 길러 나가서는 날이 저물도록 오래 기다려도 오지 않습니다.’
왕은 이내 슬피 울면서 게송으로 말하였다.
나는 이 나라의 왕으로서
이 산에 나와 사냥할 때에
다만 짐승을 쏘려 하였더니
사람을 맞춰 해칠 줄은 몰랐네.
나는 이제 왕의 자리 버리고
여기에 와서 장님 부모 섬기되
당신 아들과 다름없이 하리니
부디 근심하거나 괴로워하지 마시오.
장님 부모도 게송으로 왕에게 대답하였다.
우리 아들은 인자하고 효순하여
천상이나 인간에 그런 애 없네.
왕이 비록 우리를 가엾이 여기지만
어떻게 우리 아들 효도만 하리.
원컨대 우리들을 가엾이 여겨
우리 아들 있는 곳 가르쳐 주오.
아들이 우리 곁에 있기만 하면
목숨과 우리 마음 만족하리다.
이에 왕은 장님 부모를 데리고 담마가 곁으로 갔다. 그들은 아들 곁에 이르자 가슴을 치고 괴로워하며 울부짖으면서 ‘우리 아들은 인자하고 효순하기 비할 데 없었는데’ 하고, 이내 천신ㆍ지신ㆍ산신ㆍ목신ㆍ수신 등 여러 신들에게 게송으로 말하였다.
제석천과 범천과 세상 왕들은
어찌하여 인자하고 효성이 있는
우리 아들을 돕지 않고서
이러한 고통을 받게 하는가?
우리 아들의 효성에 감동하여
빨리 구제하여 그 목숨을 살려라.
그때 석제환인의 궁전이 진동하였다. 그는 하늘귀[天耳]로 이 장님 부모의 슬퍼하는 소리를 듣고, 곧 하늘에서 내려와 담마가에게 가서 말하였다.‘너는 왕을 미워하는 마음이 없는가?’‘조금도 미워하는 마음이 없습니다.’‘너에게 미워하는 마음이 없다는 것을 누가 믿겠는가?’담마가는 대답하였다.‘만일 내게 왕을 미워하는 마음이 있으면 그 화살의 독기가 온몸에 퍼져 곧 목숨을 마칠 것이오, 내게 왕을 미워하는 마음이 없으면 그 독 묻은 화살이 빠지고 상처가 곧 나을 것입니다.’그러자 그 말과 같이 독 묻은 화살이 저절로 빠지고 상처는 회복되었다.왕은 한량없이 기뻐하여 온 나라에 ‘항상 자비를 닦고 부모를 효도로 섬기라’고 영을 내렸다.
비구들이여, 담마가는 옛날부터 인자함과 효순으로 부모를 공양하였다.비구들이여, 알고 싶은가? 그 때의 그 장님 아버지는 바로 지금의 정반왕이요, 그 때의 장님 어머니는 바로 지금의 마야 부인이며, 담마가는 바로 지금의 나요, 그 가시국의 왕은 바로 지금의 저 사리불이며, 석제환인은 바로 지금의 저 마하가섭(摩訶迦葉)이니라.”
3. 앵무새가 장님 부모를 공양한 인연
부처님께서 왕사성(王舍城)에 계시면서 여러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두 가지 삿된 행이 있다. 그것은 마치 차는 제기처럼, 빨리 사람을 지옥에 떨어지게 한다.두 가지 행이란 이른바, 첫째는 부모를 공양하지 않는 것이요, 둘째는 부모에 대해서 온갖 좋지 못한 일을 행하는 것이니라.두 가지 바른 행이 있다. 그것은 마치 차는 제기처럼, 빨리 사람을 천상에 나게 한다.두 가지 행이란 첫째는 부모를 공양하는 일이요, 둘째는 부모에게 온갖 선행을 하는 일이다.”
비구들이 아뢰었다.“놀랍습니다. 세존이시여, 세존께서는 못내 부모를 찬탄하십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오늘뿐이 아니니라. 지난 세상에 설산(雪山)에 앵무새 한 마리가 있었는데, 그 부모는 모두 장님이었다. 그는 언제나 좋은 꽃과 과실을 따다가 먼저 부모를 공양하였다.그때 어떤 농부는 처음에 곡식을 심을 때 이렇게 원을 세웠다.‘내가 심은 이 곡식은 여러 중생들과 함께 먹으리라.’ 앵무새는 그 농부가 보시할 마음을 가진 것을 알고 항상 그 밭의 곡식을 가져다 부모를 공양하였다.
그 농부는 밭의 곡식을 돌아보다가 여러 벌레와 새들이 곡식 이삭을 뽑는 것을 보고 괴로워하고 화를 내어 그물을 쳐서 앵무새를 잡았다. 앵무새는 말하였다.‘농부님은 처음에 좋은 마음이 있어서 물건을 보시하되 아까워하지 않으려 하였습니다. 그래서 나는 일부러 와서 곡식을 가지고 갔었습니다. 그런데 어찌하여 지금 그물로 나를 잡습니까? 또 밭이란 어머니와 같고 종자란 아버지와 같으며 진실한 말은 아들과 같고 농부는 왕과 같습니다. 그리고 보호하는 것은 자기에게 있습니다.’이렇게 말하자, 농부는 그 말을 듣고 기뻐하여 앵무새에게 물었다.‘너는 누구를 위해 이 곡식을 가지고 가는가?’앵무새는 대답하였다.‘장님 부모님이 계신데 이것으로 봉양하려 합니다.’ 농부는 말하였다.‘지금부터는 여기 와서 가져가되 조금도 어려워하지 말라.’” 부처님께서 이어 말씀하셨다.“앵무새는 과실이나 종자가 많은 것을 좋아하고밭도 또한 그러하다.그 때의 앵무새는 바로 지금의 나요, 농부는 지금의 사리불이며, 장님 아버지는 지금의 정반왕이요, 그 때의 장님 어머니는 바로 지금의 마야 부인이었느니라.”
4. 기로국(棄老國)의 인연
부처님께서 사위국에 계실 때에 이렇게 말씀하셨다.“노인을 공경하면 큰 이익이 있느니라. 일찍 듣지 못한 것을 알게 되고, 좋은 이름이 멀리 퍼지며, 지혜로운 사람의 공경을 받는다.”
비구들은 아뢰었다.“세존께서는 항상 부모와 어른과 노인을 공경하는 것을 찬탄하십니다.”
“오늘만이 아니다. 나는 과거 한량없는 겁 동안 항상 부모와 어른과 노인을 공경하였다.”
비구들이 부처님께 아뢰었다.“과거에 공경한 그 일은 어떠하였습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먼 옛날에 기로국(棄老國)이라는 나라가 있었는데, 그 나라에서는 집에 노인이 있으면 멀리 쫓아 버리는 법이 있었다.그때 어떤 대신이 있었는데 그 아버지가 늙었으므로 국법에 따라 멀리 쫓아 보내게 되었다. 그러나 그는 효도하는 마음으로 차마 그렇게 하지 못하여, 땅을 깊이 파고 비밀한 방을 만들어 아버지를 그 안에 모시고 때를 따라 효도로 섬겼다.
그때 어떤 천신(天神)은 뱀 두 마리를 가지고 와서 왕의 궁전 위에 두고 이렇게 말하였다.‘만일 이들의 암ㆍ수를 분별하면 너의 나라가 편안하겠지만, 그것을 분별하지 못하면 네 몸과 너의 나라는 이레 뒤에 모두 멸망할 것이다.’왕은 이 말을 듣고 매우 걱정이 되어 여러 신하들과 함께 이 일을 의논하였지만, 모두 ‘분별할 수 없다’고 하였다. 그리하여 곧 온 나라에 ‘만일 누구나 이것을 분별하면 벼슬과 상을 후하게 주리라’고 영을 내렸다.
대신이 집에 돌아가 그 아버지에게 물으니, 아버지가 대답하였다. ‘그것은 분별하기 쉽다. 부드러운 물건 위에 그것들을 놓아 두면, 거기서 부스대는 놈은 수컷이요,꼼짝 않고 가만히 있으면 그것은 암컷이니라.’그 말대로 하였더니, 과연 그 암ㆍ수를 알 수 있었다.
천신은 다시 물었다.‘자는 이 중에서 깬 이는 누구며, 깬 이 중에서 자는 이는 누구인가?’ 왕은 또 신하들과 의논하였으나 분별할 수 없었다. 그리하여 다시 온 나라에 두루 알렸으나 아무도 아는 이가 없었다.
대신은 그 아버지에게 물었다.‘이것은 무슨 말입니까?’아버지는 대답하였다.‘그것은 학인(學人)을 말한 것이다. 학인은 범부에 대해서는 깬 이요, 저 아라한에 대해서는 잠자는 사람이니라.’그는 곧 그 말대로 대답하였다.
천신은 다시 물었다.‘이 큰 코끼리는 몇 근이나 되는가?’왕은 신하들과 의논하였으나 아는 이가 없었고, 또 온 나라에 두루 알렸으나 아무도 몰랐다.
대신은 그 아버지에게 물었다. 아버지는 말하였다.‘코끼리를 배에 싣고 큰 못에 띄워, 배가 물에 잠기는 쯤에 표시를 하고는, 다시 그 배에 돌을 헤아려 싣고 물에 띄워, 물에 잠기는 것이 앞의 표시와 같을 때에 그것이 코끼리의 무게니라.’ 그는 그 지혜로써 대답하였다.
천신은 다시 물었다.‘한 웅큼 물이 큰 바닷물보다 많은데, 누가 그것을 알겠는가?’ 신하들은 의논하였으나 알 수 없었고, 또 두루 알리고 물었으나 아무도 몰랐다.
대신이 아버지에게 물었다.‘이것은 무슨 말입니까?’아버지는 말하였다.‘그것은 알기 쉽다. 만일 어떤 사람이 청정한 신심으로 한 웅큼의 물을 부처님이나 스님이나 부모나 고생하는 병자에게 보시하면, 그 공덕으로 말미암아 수천만 겁 동안 끝이 없는 복을 받을 것이니, 바닷물은 아무리 많아도 한 겁을 지나지 못한다. 이로 미루어 말하면 한 웅큼의 물이 큰 바다보다 백천 곱이나 많을 것이다.’그는 곧 그 말로 천신에게 대답하였다.
천신은 다시 굶주린 사람으로 변하여 해골만 이끌고 와서 물었다.‘세상에 과연 굶주리고 궁한 고통이 나보다 심한 이가 있는가?’ 신하들은 생각하여 보았으나 대답할 수 없었다.
대신이 다시 아버지에게 가서 물으니, 아버지가대답하였다.‘세상에 어떤 사람은 간탐하고 질투하여 삼보를 믿지 않고, 부모와 스승을 공양하지 않다가, 장래 세상에는 아귀에 떨어져 백천만 년 동안 물이나 곡식은 이름도 듣지 못하며 몸은 태산과 같고 배는 큰 골짝 같지만 목구멍은 가는 바늘 같으며 송곳이나 칼과 같은 털은 몸을 감아 다리에까지 이르고, 움직일 때에는 사지와 뼈마디에 불이 붙는다. 그런 사람은 저 굶주리는 고통보다 백천만 갑절이나 심하니라.’그는 곧 이 말로써 천신에게 가서 대답하였다.
천신은 다시 어떤 사람으로 변하여 손과 다리에는 쇠고랑을 차고 목에는 사슬을 걸고, 몸에서 불이 나와 온몸이 타면서 물었다.‘세상에는 나보다 심한 고통을 받는 사람이 있는가?’ 신하들은 갑자기 답할 바를 알지 못하였다.
대신이 다시 그 아버지에게 가서 물으니, 아버지가 대답하였다. ‘세상의 어떤 사람은 부모에게 효도하지 않고 사람을 해치며 남편을 배반하고 삼보를 비방하다가, 장래 세상에는 지옥에 떨어져 칼산ㆍ칼나무ㆍ불수레ㆍ화로숯ㆍ잿강ㆍ끓는 똥ㆍ칼길ㆍ불길 등의 고통을 받는다. 이런 고통은 한량없고 끝없고 헤아릴 수 없다. 이것으로 비유하면 너의 고통보다 백천만 배나 심하니라.’그는 곧 그 말대로 천신에게 대답하였다.
천신은 다시 한 여자로 화하여 세상 사람보다 뛰어난 단정하고 아름다운 모습으로 물었다.‘세상에 나처럼 단정한 사람이 있는가?’왕과 신하들 모두 잠자코 답하는 이가 없었다.
대신이 다시 그 아버지에게 물으니, 아버지가 대답하였다. ‘세상에 어떤 사람은 삼보를 믿고 공경하며, 부모에게 효순하고, 보시와 인욕과 정진을 좋아하며 계율을 가지다가 천상에 나게 되면, 단정하고 뛰어나기가 너보다 백천만 곱이나 더할 것이다. 거기에 비유하면 너는 눈 먼 원숭이와 같느니라.’ 그는 또 이 말로써 천신에게 대답하였다.
천신은 또네모 반듯한 진단목(眞檀木)을 가지고 물었다.‘어느 쪽이 머리인가?’신하들의 지혜로는 아무도 답하는 이가 없었다.
대신은 또 아버지에게 가서 물었다. 아버지는 대답하였다. ‘그것은 알기 쉽다. 물에 던져 보면 뿌리쪽은 잠길 것이요, 꼬리쪽은 뜰 것이다.’ 그는 곧 그 말로 천신에게 대답하였다.
천신은 또 형색이 꼭 같은 두 마리 흰 초마(騲馬)를 가지고 물었다.‘어느 것이 어미요, 어느 것이 새끼인가?’왕과 신하로서 아무도 대답하는 이가 없었다.
대신은 또 아버지에게 가서 물었다. 아버지는 대답하였다.‘풀을 주어 먹여 보아라. 만일 그것이 어미라면 반드시 풀을 밀어 새끼에게 줄 것이다.’
이와 같이 묻는 것을 모두 다 대답하였다. 천신은 매우 기뻐하여 그 왕에게 진기한 재보들을 많이 주면서 왕에게 말하였다.‘나는 너의 나라를 옹호하여 외적이 침해하지 못하게 하리라.’
왕은 이 말을 듣고 못내 기뻐하면서 그 대신에게 물었다.‘그것을 그대 스스로 알았는가, 아니면 누가 가르쳐 주었는가? 그대의 지혜를 힘입어 우리 나라가 편안하게 되었고 많은 보물을 얻었으며, 또 천신이 보호한다 하였다. 이것은 모두 그대 힘이다.’ 대신은 대답하였다.‘신(臣)의 지혜가 아닙니다. 원컨대 두려움이 없게 하여 주시면 감히 그 내력을 아뢰겠습니다.’왕은 말하였다.‘설령 지금 네게 만 번 죽을 죄가 있다 해도 묻지 않겠거늘, 하물며 조그만 허물이겠는가.’대신은 아뢰었다.‘나라에서 제정한 법률에는 노인을 모시지 못하게 합니다. 그러하온대 신에게는 늙은 아비가 있는데, 차마 버릴 수가 없어 왕법을 무릅쓰고 땅 속에 은신해 두었던 것입니다. 신이 와서 대답한 것은 모두 아버지 지혜요, 신의 힘이 아닙니다. 원컨대 대왕께서는 온 나라에 명령하여 노인을 버리지 말게 하옵소서.’
왕은 탄복하여 크게 칭찬하고 마음으로 기뻐하여, 그 대신의 아버지를 봉양하고 받들어 스승으로 삼았다.‘내 나라와 모든 백성을 구제하였지마는, 그런 이익은 내가 아는 바 아니다.’하고, 곧 영을 내려 천하에 두루 알려, 노인 버리는 일을 허락하지 않을 뿐 아니라 부모를 우러러 효도하게 하였다. 그리하여 ‘부모에게 효도하지 않거나스승에게 공경하지 않으면 큰 죄를 내리리라’고 하였다.
비구들이여, 그 때의 그 아버지는 바로 이 나요, 그 대신은 저 사리불이며, 그 왕은 저 아사세왕(阿闍世王)이요, 그 때의 천신은 바로 저 아난이었느니라.”
5. 부처님이 도리천상에서 어머니 마야를 위하여 설법하신 인연
부처님께서 사위국에 계시면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나는 지금 도리천에 올라가 여름 안거를 지내면서 어머님을 위해 설법하고자 한다. 너희 비구들 중에 가고 싶은 사람은 나를 따라 가자.”이렇게 말씀하시고, 곧 도리천에 올라가 한 나무 밑에 앉아 여름 안거를 지내면서, 어머니 마야와 한량없는 하늘들을 위해 설법하셨다. 그리하여 그들이 모두 진리를 보게 되자 다시 염부제로 돌아오셨다.
비구들이 아뢰었다.“놀랍습니다. 세존께서는 어머님을 위하여 90일 동안 도리천에 머무셨습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오늘만이 아니다. 나는 지나간 세상에서도 어머니를 위하여 그 괴로운 일을 제거해 드렸느니라.”
그때 비구들이 여쭈었다.“과거의 그 일은 어떠하였습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먼 옛날 설산 기슭에 원숭이왕[獼猴王]이 있어 5백 마리 원숭이를 거느리고 있었다.그때 어떤 사냥꾼이 그물을 쳐서 그들을 둘러싸자 원숭이 왕이 말하였다.‘지금 너희들은 조금도 두려워하지 말라. 나는 너희들을 위하여 저 그물을 찢으리니, 너희들은 모두 나를 따라 나오너라.’그는 곧 그물을 찢었다. 그리하여 그들은 모두 그것을 벗어나게 되었다.그때 어떤 늙은 원숭이가 새끼를 업고 가다가 발이 미끄러져 깊은 구렁에 떨어졌다. 원숭이 왕은 어머니를 찾았으나 있는 곳을 알 수 없었다. 그러다가 어느 깊은 구렁을 보고 그 곁으로 갔는데, 어머니가 그 속에 있는 것을 보고 여러 원숭이들에게 말하였다.‘너희들은 힘을 내어 나와 같이 어머니를 건져 내자.’ 여러 원숭이들은 서로 꼬리를 붙잡고 구렁 밑으로 내려가 어머니를 잡아당겨 내어 고난을 벗어나게 하였다.그리고 또 오늘 어머니의 고난을 제거해 드렸다.그 때에는 깊은 구덩이의 어려움에서 건져 내었고, 지금은 삼악도(三惡道)의 어려움에서 어머니를 건져 낸 것이다.”
부처님께서 이어 말씀하셨다.“부모를 구제하면 큰 공덕이 있느니라. 나는 어머니를 구제하였기 때문에 세상마다 어려움이 없었고, 스스로 부처를 이루게 된 것이다.이런 이치가 있기 때문에 너희 비구들은 각각 부모에게 효순하고 공양하여야 하느니라.”
6. 부처님께서 말씀하시는 옛날 어머니 가단차라의 인연
부처님께서 어느 때 돌아다니시다가 거하라국(居荷羅國)으로 가시는 도중에 어떤 나무 밑에 앉아 계셨다.그때 가단차라(迦旦遮羅)라는 한 노모는 남에게 매어 살면서 우물에서 물을 긷고 있었다.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저기 가서 물을 얻어 오너라.”아난은 부처님의 분부를 받고 곧 가서 물을 청하였다.
그때 노모는 부처님께서 물을 청하신다는 말을 듣고 스스로 물그릇을 들고 와서 부처님 앞에 이르자, 물그릇을 땅에 놓고 부처님을 안으려 하였다. 아난이 그것을 막으려 하니,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막지 말라. 그 노모는 5백 생 동안 내 어머니였다. 그래서 애정이 다하지 않았기 때문에 나를 안으려 하는 것이니, 만일 그것을 막으면 끓는 피가 얼굴에서 흘러 나와 이내 목숨을 마치고 말 것이다.”노모는 부처님을 안자 손발을 불고는 한쪽에 서 있었다.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너는 가서 이 노모의 주인을 불러 오너라.”그 주인이 와서 땅에 엎드려 부처님께 예배하고 한쪽에 물러섰다.부처님께서 그에게 말씀하셨다.“이 노모를 놓아 주어 집을 떠나게 하라. 만일 집을 떠나면 반드시 아라한이 될 것이다.” 주인은 곧 놓아 주자,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이 노모를 파사파제(波闍波提) 비구니에게 붙여 주어 중을 만들게 하라. 오래지 않아 아라한의 도를 얻어, 비구니 중에서 경전을 잘 알기로 가장 으뜸갈 것이다.”
비구들은 이상히 여겨 부처님께 여쭈었다.“세존이시여, 저이는 어떤 인연으로 남에게 매여 살며 또 어떤 인연으로 아라한이 되겠습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저이는 가섭(迦葉)부처님 때 집을 나와 도를 배웠다. 그 인연으로 아라한이 될 것이다.또 그때 여러 주인들을 위하여 성현들을 비방하고 비구니보다 종이 낫다 하였기에 그 인연으로 지금 남에게 매어 살고, 또 5백 생 동안 늘 내 어머니가 되었으나 간탐하고 질투하여 내 보시를 방해하였기에 그 인연으로 항시 빈천한 집에 태어났었다.그런데 나는 오늘만 그를 빈천에서 구제한 것이 아니니라.”
비구들이 아뢰었다.“알 수 없습니다. 과거 세상에 그를 빈천에서 구제한 일은 어떠하였습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지나간 세상에 바라내국(波羅捺國)에 어떤 가난한 집에서 모자가 살고 있었다. 아들은 늘 품을 팔아 어머니를 공양하는데, 재물을 조금 얻어 겨우 조석을 지탱해 나갔다.그때 아들은 어머니에게 말하였다.‘나도 여러 상인들과 함께 멀리 가서 장사하려 합니다.’ 어머니가 허락하자, 그 아들은 길을 떠났는데, 아들이 떠난 뒤에 도적이 와서 그 집을 부수어 재물을 뺏고, 또 그 노모를 끌고 가서 다른 곳에 팔았다.아들이 돌아와 어머니를 찾다가 있는 곳을 알고는 많은 재물을 가지고 가서 어머니를 풀어내고 본국에서 생활할 때 이전보다 몇배나 살림이 풍족하였다.비구들이여, 그 때의 어머니는 바로 지금의 저 가단차라요, 그 아들은 바로 지금의 나다.나는 그 때에도 어머니의 고통을 제거해드렸느니라.”
7. 자동녀(慈童女)의 인연
옛날 부처님께서 왕사성에 계시면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부모에게 조금만 공양하여도 한량없는 복을 얻고, 조금만 불효하여도 한량없는 죄를 받느니라.”
비구들은 부처님께 여쭈었다.“세존이시여, 죄와 복의 갚음은 어떠합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먼 옛날 바라내국에 장자의 아들이 있었는데 이름을 자동녀(慈童女)라 하였다. 그 아버지가 일찍 세상을 떠나 재물이 모두 바닥이 나자, 땔나무를 해다 파는데, 하루 2전을 벌어늙은 어머니를 봉양하였다.점차 생계가 조금씩 나아져 하루 4전을 벌어 어머니를 공양하고, 다시 하루 8전을 벌어 어머니를 공양하였다. 그리하여 차츰 여러 사람들의 신용을 얻었으니, 어디서나 일하면 얻는 이익은 갈수록 많아져 하루 16전으로 어머니를 받들었다.
여러 사람들은 그의 총명과 복덕을 보고 권하였다.‘너의 아버지가 세상에 계실 때에는 항상 바다에 들어가 보물을 캐었다. 그런데 너는 왜 바다에 들어가지 않는가?’그는 이 말을 듣고 어머니에게 말하였다.‘우리 아버지는 살아 계실 때 늘 어떤 일을 하셨습니까?’ 어머니는 말하였다.‘너의 아버지는 바다에 들어가 보물을 캐었다.’그는 곧 어머니에게 말하였다.‘아버지가 바다에 들어가 보물을 캤다면, 제가 지금 어찌 바다에 들어가지 못하겠습니까.’어머니는 그 아들의 인자하고 효순한 것을 보고, 떠나보내지 않으리라 생각하였으나, 장난삼아 말하였다.‘너도 가야 할 것이다.’그는 어머니의 이 말을 듣고, ‘아아, 이제 되었다’ 하고, 곧 동행들과 의논한 뒤 바다에 들어가려 하였다. 여장을 마치고 어머니에게 하직하고 떠나려 하였다.어머니는 그에게 말하였다.‘너는 내 외아들로서 내가 죽기를 기다려야 하거늘, 내 어떻게 너를 놓아 보내겠느냐?’ 아들은 대답하였다.‘만일 전날에 허락하시지 않으셨더라면 저는 감히 마음을 결정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어머님은 이미 허락하셨는데 어찌 다시 막으려 하십니까? 저는 이 몸으로써 믿음을 세우고 죽으려 합니다. 남에게 약속하여 이미 결정하였습니다. 도로 여기 머물 수 없습니다.’ 어머니는 그 아들의 뜻이 결정된 것을 보고, 앞으로 나가 다리를 안고 울면서 말하였다.‘내가 죽을 때까지 기다리지 않고, 어떻게 떠날 수 있느냐?’ 그러자 아들은 곧 결심하고, 손으로 말리면서 다리를 빼내다가 어머니 머리털을 수십 개 끊었다. 어머니는 그 아들이 죄를 받을까 두려워하여, 곧 놓아주어 떠나게 하였다.그는 드디어 여러 상인들과 함께 바다로 들어가, 보물섬에 이르러 보물을 많이 캤다. 그리하여 다시 여러 동행들과 함께 돌아오려고 길을 떠났다.
그런데 거기에는 두 가지 길이 있었으니, 하나는 물길이요 하나는 육지길이었다. 여러 사람들은 모두 육지길로 가자고 하여 육지길을 따라 떠났다.그 나라 법에는 도적이 와서탈취할 때에, 만일 그들이 상주(商主)를 잡으면, 여러 상인들의 재물이 모두 도적에게 들어가지마는 상주를 잡지 못하면 비록 재물을 얻었더라도, 상주가 돌아오면 재물을 그에게 돌려주게 되어 있었다. 그러므로 그 자동녀가 항상 따로 나와 자면 상인들은 일찍 일어나 맞이하여 그를 보호하였다.하루는 밤에 큰 바람이 불어 상인들이 갑짜기 일어나 그만 상주를 보호하기를 잊었으므로, 상주는 뒤에 떨어져 같이 가지 못하였다.그는 길을 잘 알지 못하였다. 어떤 산이 있는 것을 바라보고 곧 가서 올라가, 멀리서 감유리 빛 성이 있는 것을 보고는 굶주리고 목마르고 피곤하여 성을 향해 빨리 달려갔다.그때 성 안에서 네 명의 미녀가 네 개의 여의주를 받쳐 들고 풍류를 잡히면서 나와 맞이하였다. 그는 거기서 4만 년 동안 큰 쾌락을 누리다가 싫증이 나자 그들을 버리고 떠나려 하였다.
여러 미녀들은 말하였다.‘염부제 사람들은 너무 무정합니다. 우리들과 4만 년이나 함께 살아왔는데 어떻게 하루 아침에 우리들을 버리고 떠나려 하십니까?’그러나 자동녀는 그 말을 귀에 담지 않고, 다시 앞으로 나아가다가 파리성(頗梨城)을 보았다. 거기에서는 여덟 명의 미녀가 여덟 개의 여의주를 받쳐 들고 풍류를 잡히면서 나와 맞이하였다.거기에 8만 년 동안 환락을 누리다가 싫증이 나자 또 그들을 버리고 떠나 백은성(白銀城)에 이르렀다. 거기에서는 열 여섯 명 미녀가 열 여섯 개의 여의주를 받쳐 들고 앞에서와 같이 나와 맞이하였다.거기서 16만 년 동안 큰 쾌락을 누리다가 다시 그들을 버리고 떠나 황금성(黃金城)에 이르렀다. 거기에서는 서른 두 명의 미녀들이 서른 두 개의 여의주를 받쳐 들고 나와 맞이하였다.거기서 32만 년 동안 큰 쾌락을 누리다가 또 그들을 버리고 떠나려 하였다. 미녀들은 말하였다.‘당신은 지금까지 늘 좋은 곳만 얻었습니다. 그러나 지금부터는 좋은 곳이 없습니다. 여기서 사시는 것만 못합니다.’그는 이 말을 듣고 생각하였다. ‘이 미녀들은 나를 연모하기 때문에 이런 말을 한다.앞으로 더 나아가면 반드시 더 좋은 곳이 있을 것이다.’ 그리하여 그들을 버리고 떠나
멀리 쇠성[鐵城]을 바라보았다. 그는 괴상하게 생각하면서도 다시 이렇게 생각하였다. ‘바깥은 쇠지만 안은 매우 좋으리라.’점점 앞으로 나아가 성에 가까이 갔으나 와서 맞이하는 미녀가 없었다. 그는 다시 생각하였다. ‘저 성 안은 매우 즐거운 것 같다. 그래서 나와서 나를 맞이하지 않는 것이다.’차츰 앞으로 나아가 드디어 성 안으로 들어가자 성문 빗장이 내려졌다. 그 안에 있던 어떤 사람이 머리에 불수레 바퀴를 쓰고 있다가, 그것을 벗어 자동녀 머리 위에 씌우고는 곧 나가버렸다.자동녀는 옥졸에게 물었다.‘내가 쓴 이 바퀴는 언제 벗을 수 있는가?’그가 대답하였다.‘세상 사람으로서 죄와 복을 짓되, 네가 지은 것처럼 바다에 들어가 보물을 캐고, 너처럼 오랫동안 여러 성을 지낸 뒤에 여기 와서 너를 대신해 죄를 받기 전에 그 쇠바퀴는 결코 땅에 떨어지지 않을 것이다.’
자동녀가 물었다.‘나는 어떤 복을 지었으며, 또 어떤 죄를 지었는가?’ ‘너는 옛날 염부제에서 날마다 2전으로 어머니를 공양하였기 때문에, 유리성과 네 개의 여의주와 네 명의 미녀를 얻어, 4만 년 동안 그런 쾌락을 누렸다. 또 4전으로 어머니를 공양하였기 때문에, 파리성과 여덟 개의 여의주와 여덟 명의 미녀를 얻어, 8만 년 동안 온갖 쾌락을 누렸다.또 8전으로 어머니를 공양하였기 때문에, 백은성과 열 여섯 개의 여의주와 열 여섯 명의 미녀를 얻어, 16만 년 동안 쾌락을 누렸다. 또 16전으로 어머니를 공양하였기 때문에, 황금성과 서른두 개의 여의주와 서른 두 명의 미녀를 얻어, 32만 년 동안 큰 쾌락을 누렸다.그리고 어머니 머리털을 끊었기 때문에 지금 쇠불바퀴가 씌워지고 땅에 떨어지지 않으니, 너를 대신할 사람이 있은 뒤에라야 그것을 벗게 될 것이다.’
‘이 옥 중에는 혹 나처럼 죄를 받는 이가 있는가?’ ‘백천이나 한량없어 이루 다 헤아릴 수 없다.’자동녀는 이 말을 듣고 가만히 생각하였다.‘나는 끝내 면하지 못하겠구나. 원컨대 일체 중생들의 받는 고통이 모두 내 몸에 모여라.’ 이렇게 생각하자 쇠바퀴는 곧 땅에 떨어졌다.자동녀는 옥졸에게 말하였다.‘너는 말하기를 이 바퀴는 땅에 떨어지지 않는다더니, 어찌하여 지금 떨어졌는가?’ 옥졸은 화를 내며 곧 쇠꼬챙이로 자동녀의 머리를 쳤다. 그는 목숨을 마치고 도솔천에 났다.비구들이여, 알고 싶은가? 그 때의 자동녀는 바로 지금의 이 나이니라.
비구들이여, 명심하라. 조금이라도 부모에게 선하지 않은 일을 행하면 큰 고통의 갚음을 받고, 조금이라도 공양하면 한량없는 복을 얻는다.그러므로 그런 줄 알고 부디 힘써 마음을 다하여 부모를 봉양하여야 하느니라.”
8. 연화부인(蓮華夫人)의 인연
부처님께서 사위국에 계시면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부모에게나 또 부처님이나 그 제자들에게 성을 내어 미워하면, 그 사람은 흑승지옥(黑繩地獄)에 떨어져 한량없는 고통을 받되 끝이 없을 것이다.”
비구들이 부처님께 여쭈었다.“세존이시여 부모를 공경하고 존중하며 또는 부모를 공경하거나 존중하지 않고 조금이라도 선하지 않은 일을 행하면 그것은 어떠합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한량없이 먼 지난 세상에 설산 기슭에 제바연(提婆延)이라는 선인(仙人)이 있었는데, 그는 바라문 종족이었다. 그런데 바라문 법에는 사내나 계집애를 낳지 않으면 천상에 나지 못한다고 되어 있었다.그 바라문은 항상 돌 위에다 소변을 보았는데, 그의 정기가 흘러 나와 돌 틈에 떨어졌다. 어떤 암사슴이 와서 그 소변이 떨어진 곳을 핥아 먹고 아이를 배었다. 달이 차자 사슴은 그 선인이 사는 굴 밑에 와서 한 딸 아이를 낳았다.어미 태에서 나오면서부터 꽃이 그 몸을 쌌고, 얼굴은 단정하고 뛰어나게 묘하였다.선인은 그것이 자기 딸임을 알고 그를 데려다 길렀는데, 점점 자라나 걸어다니게 되자 발로 밟은 곳에는 모두 연꽃이 솟아났다.바라문 법에는 밤에도 늘 불을 묻어 두는데, 우연히 어느 날 밤에는 불이 아주 사라져버렸다. 딸은 남의 집에 달려가 불씨를 빌리려 하였다. 그 집 사람은 그녀의 발자국마다 연꽃이 생기는 것을 보고 말하였다.‘우리 집을 일곱 번 돌면 나는 너에게 불을 주리라.’ 그는 일곱 번 돌고는 불을 얻어 돌아왔다.
마침 오제연왕(烏提延王)이 사냥을 나왔다가, 그 사람 집에 일곱 겹으로 연꽃이 있는 것을 보고 이상히 여겨 물었다.‘어떻게 너의 집에는 이런 연꽃이 있는가?’그는 왕에게 대답하였다.‘산 중에 사는 바라문의 딸이 불을 빌리러 제게 왔었는데, 그의 발 밑에서 이런 연꽃이 났습니다.’ 왕은 발자국을 따라 선인이 사는 곳으로 갔다. 왕은 그 여자의 얼굴이 단정하고 뛰어나게 묘한 것을 보고, 선인에게 말하였다.‘이 딸을 내게 주시오.’선인은 곧 주면서 왕에게 말하였다.‘장차 5백 왕자를 낳을 것입니다.’왕은 드디어 그를 세워 부인을 삼으매 5백 명 미녀 중에서 가장 으뜸이 되었다.왕의 큰 부인은 이 사슴 딸을 매우 질투하여 이렇게 혼자 말하였다.‘대왕이 지금 그를 저처럼 사랑하고 소중히 여기는데, 만일 5백 명의 왕자를 낳으면 갑절이나 사랑할 것이다.’
그 뒤에 오래지 않아 사슴 딸은 5백 개의 알을 낳아 그것을 상자 안에 담아 두었다.그때 큰 부인은 5백 개의 밀가루 떡을 만들어 알이 있던 곳에 대신 넣어 두고, 알이 든 그 상자는 뚜껑을 덮어 표를 하여 항하에 던져버렸다.왕이 그 부인에게 물었다.‘무엇을 낳았는가?’부인이 대답하였다.‘순전한 밀가루떡을 낳았습니다.’왕은 ‘그 선인이 거짓말을 하였구나’ 하고, 곧 부인의 지위를 내리니, 그는 다시는 왕을 보지 못하였다.
그때 살탐보왕(薩耽菩王)은 항하 하류의 물가에서 여러 미녀들과 놀다가 그 상자를 보고 말하였다.‘이 상자는 내 것이다.’여러 미녀들은 말하였다.‘대왕은 지금 상자를 가지셨다. 우리는 저 상자 안의 물건을 가지자.’ 왕은 사람을 보내어 상자를 가져 와서 5백 부인들에게 각각 알 하나씩을 주었다. 그 알들은 저절로 열렸는데, 그 속에는 얼굴이 단정한 5백 명 아기가 있었다. 그들이 자라나자 모두 큰 역사의 힘이 있었으므로 5백 개 역사의 당기[幢]를 세웠다.
그때 오제연왕은 항상 살탐보왕에게 공물(貢物) 바치기를 요구하였다. 살탐보왕은 공물 바치기를 요구한다는 말을 듣고 근심에 잠겨 있었다. 여러 아들들은 왕에게 아뢰었다.‘무엇 때문에 근심하고 괴로워하십니까?’왕은 말하였다.‘나는 지금 세상에 살면서 남의 모욕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누구의 모욕을 받습니까?’‘오제연왕이 항상 내게 공물을 바치라고 독촉하고 있다.’ 아들들이 아뢰었다.‘저희들은 능히 염부제의 모든 왕에게 공물 바치기를 요구하여 대왕께 바치게 할 수 있는데, 대왕께서 무엇 때문에 다른 이에게 공물을 바치겠습니까?’ 5백 역사들이 드디어 군사를 이끌고 오제연왕을 치려 하자,
오제연왕은 두려워하여 말하였다.‘한 역사도 당하지 못하겠거늘 하물며 5백 명 역사이겠는가? 온 나라에 영을 내려 이 적을 물리칠 수 있는 자를 뽑자.’그러다가 다시 생각하였다. 저 선인이면 능히 그 방법을 알 것이다.그는 온갖 방편을 써서 선인에게 가서 말하였다.‘나라에 큰 어려움이 있는데 어떻게 하면 그것을 물리칠 수 있겠소?’ 그는 물었다.‘원수의 도적이 일어났는가?’왕은 말하였다.‘살탐보왕에게는 5백 명 역사가 있는데, 그들이 모두 군사를 거느리고 와서 나를 치려 하오. 내게는 지금 그들과 대적할 만한 그런 역사가 없소. 어떤 방법을 써야 그 적을 물리칠 수 있겠소?’선인이 대답하였다.‘왕은 돌아가서 연화 부인에게 청하시오. 그는 능히 그 적을 물리칠 수 있을 것이오.’ ‘그가 어떻게 물리칠 수 있겠소?’선인이 대답하였다.‘그 5백 명 역사는 모두 당신 아들이오. 그들은 연화 부인의 소생이오. 당신의 큰 부인이 질투하여 연화 부인의 낳은 아들을 모두 강물에 던져 버렸는데,살탐보왕이 그 강 하류에서 놀다가 그들을 얻어 길러 낸 것이오. 지금 그 연화 부인을 큰 코끼리에 태워 군사들 선두에 두면 저들은 스스로 항복할 것이오.’왕은 그 선인의 말대로 곧 돌아와 연화 부인에게 사과하고는
부인을 장엄하게 하여 좋은 옷을 입히고 크고 흰 코끼리에 태워 군사 선두에 두었다. 5백 명 역사들은 활을 들어 쏘려 하였으나 손이 저절로 꼿꼿해져 움직일 수가 없었다. 그들은 모두 깜짝 놀랐다.그때 그 선인은 날라와 허공에서 역사들에게 말하였다.‘삼가 손을 들지 말고 나쁜 마음을 내지 말라. 만일 나쁜 마음을 내면 모두 지옥에 떨어질 것이다. 이 왕과 그 부인은 바로 너희들의 부모니라.’ 어머니는 곧 손으로 젖통을 눌렀다. 한 젖통에서 2백 50 갈래의 젖이 나와 여러 아들들의 입으로 들어갔다. 그들은 곧 부모를 향해 참회하고 스스로 부끄러워하였기 때문에 모두 벽지불(辟支佛)이 되었다. 왕도 또한 스스로 깨닫아 벽지불이 되었다.
비구들이여, 그 때의 그 선인은 바로 이 나다. 나는 그 때에도 여러 아들들을 만류하여 부모에게 나쁜 마음을 내지 않음으로써 벽지불이 되게 하였고, 지금도 또한 늙은 부모를 공양하는 덕을 찬탄하는 것이다.”
9. 녹녀부인(鹿女夫人)의 인연
부처님께서는 왕사성의 기사굴산(耆闍崛山)에 계시면서 여러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두 가지 법이 있어서, 사람으로 하여금 인간과 천상에 빨리 나서 열반의 즐거움에 이르게 한다. 또 두 가지 법이 있어 사람으로 하여금 세 가지 나쁜 곳에 빨리 떨어져 큰 고뇌를 받게 하느니라.
어떤 두 가지 법이 사람으로 하여금 인간과 천상에 빨리 가서 열반의 즐거움에 이르게 하는가?”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첫째는 부모를 공양하는 것이요, 둘째는 성현을 공양하는 것이다.
어떤 두 가지 법이 사람으로 하여금 세 가지 나쁜 곳에 빨리 떨어져큰 고뇌를 받게 하는가?”
첫째는 부모에게 온갖 선하지 않은 행을 행하는 것이요, 둘째는 성현에게 선하지 않은 행을 행하는 것이다.”
비구들이 부처님께 아뢰었다.“세존이시여, 선악을 빨리 이루는 그 일은 어떠합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한량없이 먼 과거 세상에 바라내라는 나라가 있었고, 그 나라에 선산(仙山)이라는 산이 있었다.어떤 범지(梵志)는 그 산에 살면서 언제나 돌 위에 대소변을 보았다. 뒤에 그의 정기(精氣)가 소변 본 곳에 떨어져 암사슴이 와서 그것을 핥아 먹고 곧 아이를 배었다.달이 차자 그 사슴은 선인이 사는 곳에 와서 한 계집애를 낳았는데, 얼굴이 단정하고 뛰어나게 묘하였으나 다리만이 사슴 다리를 닮았다. 범지는 그것을 가져다 길렀다.범지 법에는 항상 불을 받들어 섬겨 그 불을 끊어지지 않게 하는데, 어느날 그 딸 아이는 불을 묻었다가 부주의하여 불이 꺼지게 하였다. 그녀는 범지의 성냄을 두려워하였다.거기서 1구루사(拘屢奢)[진(秦)나라에서는 5리(里)를 뜻한다]쯤 떨어진 곳에 다른 범지가 살고 있었다. 그래서 그 딸 아이는 범지에게 빨리 가서 불을 빌고자 하였는데, 범지가 그 발자국을 보니 발자국마다 연꽃이 있었다.범지는 그녀에게 말하였다.‘우리 집을 일곱 번 돌면 너에게 불을 주리라. 또 나갈 때에도 일곱 번 돌아라. 그리고 본래 발자국을 밟지 말고 다른 길로 돌아가라.’딸 아이는 그 말대로 하고는 불을 얻어 가지고 돌아갔다.
그때 범예국왕(梵豫國王)은 사냥을 나왔다가, 그 범지의 집 주위에 일곱 겹으로 두른 연꽃을 보았다. 그리고 두 길에 두 줄 연꽃이 있는 것을 보고, 그 까닭을 이상히 여겨 범지에게 물었다.‘못물이 전연 없는데 어떻게 이런 묘하고 좋은 연꽃이 피는가?’ 범지가 대답하였다.‘저 선인이 사는 곳에서 어떤 딸 아이가 불을 빌러 내게 왔었는데 그 애 발자국마다 연꽃이 피었습니다. 그래서 나는 그녀에게 만일 불을 얻고자 하거든 우리 집을 일곱 번 돌고 갈 때에도또 일곱 번 돌라고 하였습니다. 그래서 이 연꽃이 둘러 있습니다.’왕은 곧 꽃 발자국을 따라 범지의 처소에 이르러 그 여자를 청하였는데, 그녀의 단정한 모습에 반하여 범지에게 그 딸을 달라고 청하였다. 범지가 곧 왕에게 딸을 주니, 왕은 그녀를 세워 둘째 부인으로 삼았다.
그러나 그 여자는 어릴 때부터 선인이 길렀기 때문에 그 받은 성질이 단정하고 곧아 부녀들의 애교에 대한 일은 알지 못하였다.그 뒤에 그녀가 아이를 배자 관상장이는 점을 치고는 ‘장차 아들 천 명을 낳으리라’고 하였다. 큰 부인은 그 말을 듣고 시기하고 질투하여 차츰 계교를 부렸다. 그리하여 은혜를 두터이 하여, 그 녹녀(鹿女) 부인의 좌우 시종을 불러 달래고 재물과 보배를 넉넉히 주었다.그때 녹녀는 달이 차서 천 송이 연꽃을 낳았다.그런데 아이를 낳으려 할 때에 큰 부인은 어떤 물건으로 그의 눈을 흐리게 하여 보지 못하게 하고, 다 썩은 말 허파를 임부 밑에 바쳐 두고, 천 송이 연꽃은 함 안에 담아 강물에 띄워 버렸다. 그리고는 눈을 풀어 주면서 말하였다.‘네가 낳은 아기를 보아라. 한 덩이 썩은 말 허파뿐이구나.’왕은 사람을 보내어 물었다.‘무엇을 낳았는가?’‘다 썩은 말 허파를 낳았습니다.’그때 큰 부인은 왕에게 말하였다.‘왕은 미혹하시기를 좋아하십니까? 축생이 낳고 선인이 기른 그 여자는 이 상서롭지 못한 썩은 물건을 낳았습니다.’왕의 큰 부인은 둘째 부인의 지위를 물리치고 다시는 눈 앞에 보이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그때 오기연왕(烏耆延王)은 여러 시종과 부인과 미녀들을 거느리고 강 하류에서 놀다가, 누런 구름 일산이 강 상류에서 물을 따라 흘러 내려오는 것을 보고‘저 구름 일산 밑에는 반드시 신비한 물건이 있으리라’고 하였다. 그리하여 사람을 보내어 누런 구름 밑으로 가서 살피다가 함이 하나 있는 것을 보고 그것을 건져 와서 열어 보았다.거기는 천 송이 연꽃이 있는데,꽃 한 송이마다 아이 하나씩이 있었다. 그것을 데려다 길렀는데, 그들은 차츰 자라나 모두 큰 역사의 힘이 있었다.
오기연왕은 해마다 늘 범예왕에게 공물을 바쳐 왔다. 그래서 여러 가지 공물을 모아 싣고 사자를 보내어 떠나려 할 때, 여러 아들들이 물었다.‘무엇하려 하십니까?’왕이 대답하였다.‘저 범예왕에게 공물을 바치려고 하는 것이다.’아들들이 모두 말하였다.‘우리 한 아들로도 천하를 항복 받아, 모두 와서 공물을 바치게 할 수 있거늘, 하물며 우리 천 명 아들이 있으면서 어찌 남에게 공물을 바치겠습니까?’ 그들은 군사를 거느리고 여러 나라를 차례로 항복 받으면서 범예왕의 나라로 갔다. 왕은 그 군사가 온다는 말을 듣고 온 나라에 영을 내렸다.‘누가 저 도적을 물리칠 수 있겠는가?’그러나 아무도 그들을 물리칠 사람이 없었다.둘째 부인이 그 부름을 받고 와서 말하였다.‘제가 물리칠 수 있습니다.’왕은 물었다.‘어떻게 물리칠 수 있는가?’부인은 대답하였다.‘다만 나를 위해 백 발[丈] 되는 대(臺)를 만들어 주소서. 내가 그 위에 앉으면 틀림없이 물리칠 수 있습니다.’대를 다 만들자 둘째 부인은 그 위에 앉았다.그때 천 명 아들은 활을 들어 쏘려 하였으나 손이 저절로 들리지 않았다. 부인이 그들에게 말하였다.‘너희들은 삼가 부모를 향해 손을 들지 말라. 나는 너희들의 어머니다.’ 그들은 물었다.‘무슨 징험으로 우리 어머니인 줄을 알 수 있겠습니까?’ 그녀는 대답하였다.‘내가 만일 젖통을 눌러 한 젖통에서 5백 줄기씩 젖이 나와 너희들 입에 각각 들어가면 그것이 어머니인 표요, 만일 그렇지 않으면 너희 어머니가 아니다.’ 그는 곧 두 손으로 젖통을 눌렀다. 한 젖통에서 5백 줄기 젖이 나와 천 명 아들 입에 들어가고, 다른 군사들은 아무도 얻어 먹지 못하였다. 천 명 아들은 항복하고 부모를 향하여 참회하였다.이에 여러 아들들은 서로 화합하고 두 나라는 원한이 없었다. 그래서 그들은 서로 권하고 이끌어, 5백 아들은 친 부모에게 주고 5백 아들은 양부모에게 주었다.그때 두 나라 왕은 염부제를 나누어 가지고, 각기 5백 아들을 길렀느니라.” 부처님께서 계속해서 말씀하셨다.“비구들이여, 알고 싶은가? 그 때의 천 명 아들은 바로 저 현겁(賢劫)의 1천 부처요, 질투하는 부인으로 눈을 흐리게 한 이는 바로 저 교린(交鱗)의 눈 먼 용이며, 그 아버지는 바로 백정왕(白淨王)이요, 어머니는 바로 저 마야부인이었느니라.”
비구들이 아뢰었다.“그 여자는 어떤 인연으로 사슴 뱃속에서 나와 발 밑에 연꽃이 났으며 또 어떤 인연으로 왕의 부인이 되었습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그 여자는 지난 세상에 빈천한 집에 태어났는데, 모녀 둘이서 밭에서 김을 매다가 어떤 벽지불이 발우를 들고 걸식하는 것을 보고, 어머니는 그 딸에게 말하였다.‘나는 집에 있는 내 밥을 가져다 저 쾌사(快士)에게 나누어 주고 싶다.’ 그 딸도 말하였다.‘저도 제 몫을 가져다 주고 싶습니다.’그래서 그 어머니는 곧 집으로 돌아가 두 사람 몫을 가지고 와서 그 벽지불에게 주기로 하고 떠났다.그 동안에 딸은 그를 위해 풀을 베어 풀자리를 펴고 꽃을 따서 위에 흩어 깔고는 벽지불이 앉기를 청하였다.딸은 그 어머니가 더디 오는 것을 이상히 여겨 높은 곳에 올라가 멀리서 오는 어머니를 바라보고 말하였다.‘사슴이 달리듯 왜 빨리 오지 않습니까?’어머니가 이르자 그 더딘 것을 미워해 원망하면서 말하였다.‘내가 어머니 곁에서 난 것은 사슴 곁에서 난 것보다 못합니다.’ 그 어머니는 두 몫으로 나눈 음식을 벽지불에게 주고 나머지는 모녀가 같이 먹었다.벽지불은 다 먹고 나서 바리를 허공에 던지고 그것을 따라 허공에 올라 열여덟 가지 신변을 나타내었다.그때 그 어머니는 매우 기뻐하면서 서원을 세웠다.‘나로 하여금 장래에 거룩한 아들을 낳되 지금 저 성인과 같게 하소서.’ 이런 인연으로 그 뒤에 5백 아들을 낳아 모두 벽지불이 되었는데, 한 쪽은 양모가 되고 한 쪽은 생모가 된 것이다.또 그 어머니를 사슴 달림에 비유하여 말한 인연으로사슴 뱃속에서 나서 다리는 사슴 다리 같았으며, 꽃을 따서 벽지불에게 흩었기 때문에, 그 발자국에서 천 송이 꽃이 났고, 또 풀을 깔았기 때문에 항상 왕의 부인이 된 것이다.그 어머니의 후신은 범예왕이 되었고, 딸의 후신은 연화 부인이 되었다. 이 인연으로 말미암아, 그 뒤 현겁의 1천 성인을 낳았고, 그 서원의 힘으로 항상 성현을 낳았느니라.”
비구들은 이 말씀을 듣고 기뻐하여 받들어 행하였다.
잡보장경 제2권
원위 서역삼장 길가야ㆍ담요 공역
10. 육아백상(六牙白象)의 인연
옛날 사위국의 어떤 큰 장자가 딸을 낳았는데, 그 딸은 스스로제 전생 일을 알고 나면서부터 능히 말을 하였다. 그래서 말하였다.“선하지 않은 행동은 효도하지 않는 행동이요, 부끄러움이 없는 행동은 해치는 행동과 은혜를 배반하는 행동이다.”이렇게 말하고 그녀는 잠자코 있었다. 그 아이가 날 때에는 큰 복과 덕이 있었기 때문에 이름을 현(賢)이라고 지었다.그 아이는 차츰 자라면서 가사(袈裟)를 매우 공경하였다. 가사를 공경하는 인연으로 집을 떠나 비구니가 되었지마는 부처님 곁에는 가지 않고, 혼자서 부지런히 닦아 익혀 곧 아라한이 되었다.그러나 그녀는 부처님 곁에 가지 않은 것을 뉘우치고 곧 부처님께 나아가 부처님께 참회하였다.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나는 그때 이미 너의 참회를 받았느니라.”
비구들이 이상히 여겨 부처님께 아뢰었다.“저 현 비구니는 무엇 때문에 집을 떠난 뒤에도 부처님을 뵙지 않다가, 이제 부처님을 뵙고 참회하는 것은 어떤 인연입니까?”
부처님께서 곧 그 인연을 말씀하셨다.“옛날 여섯 개 어금니를 가진 흰 코끼리가 있었는데, 그 무리가 많았다. 그에게는 두 아내가 있었는데, 첫째는 이름이 현(賢)이요 둘째는 이름이 선현(善賢)이었다.그는 숲속에서 마침 연꽃을 얻어 현에게 그것을 주려고 하였는데, 선현이 먼저 뺏아갔다. 현은 연꽃을 빼앗기고 질투하는 마음이 생겨 ‘저 코끼리는 선현만 사랑하고 나는 사랑하지 않는다’고 생각하였다.그때 그 산중에 부처탑이 있었다. 현은 항상 꽃을 꺾어 그 탑에 공양하면서 발원(發願)하였다.‘나는 인간에 나서 스스로 내 전생 일을 알고 또 저 흰 코끼리의 어금니를 빼어 가지리라.’ 그리하여 곧 산꼭대기에 올라가 제 몸을 쳐 죽은 뒤에, 이내 비제혜왕(毘提醯王) 집에 태어나 그 딸이 되었고, 스스로 제 전생 일을 알았다.그는 자라나 범마달왕(梵摩達王)의 아내가 되자, 전생의 원한을 생각하고 그 왕에게 말하였다.‘코끼리 어금니로 상(床)을 만들어 주면 나는 살겠지마는, 만일 그렇지 않으면 나는 죽고 말겠습니다.’왕은 곧 사냥꾼을 불러 ‘만일 코끼리 어금니를 얻어 오면 백냥 금을 주리라’고 하였다.그때 사냥꾼은 거짓으로가사를 입고 활과 독화살을 끼고 코끼리 있는 곳으로 갔다.
그때 그 코끼리 아내 선현이 사냥꾼을 보고 코끼리왕[象王]에게 말하였다.‘저기 사람이 옵니다.’코끼리 왕이 물었다.‘어떤 옷을 입었는가?’‘가사를 입었습니다.’‘가사 속에는 반드시 선(善)이 있고 악은 없느니라.’ 사냥꾼이 가까이 가서 독화살로 쏘자, 선현은 그 코끼리 왕에게 말하였다.‘당신은 가사 속에는 선이 있고 악은 없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런데 왜 이렇습니까?’ 코끼리왕은 대답하였다.‘그것은 가사의 허물이 아니다. 그것은 마음 속에 있는 번뇌의 허물이다.’ 선현은 곧 그 사냥꾼을 해치려 하였으나, 코끼리왕은 여러 가지로 위로하고 타이르며 설법하여 해치지 못하게 하였다. 그리고 또 5백 마리 코끼리 떼들이 그 사냥꾼을 죽일까 걱정하여, 그들을 산골짝으로 몰아 넣어 멀리 보내 버렸다. 그리고 사냥꾼에게 물었다.‘너는 무엇이 필요하여 나를 쏘았는가?’사냥꾼은 대답하였다.‘나는 필요한 것이 없다. 범마달왕이 네 어금니를 구하기 때문에 그것을 가지러 왔다.’ ‘그러면 빨리 빼어 가라.’‘감히 내 손으로 뺄 수 없다. 그러한 자비로 나를 보호해 주었는데, 만일 내 손으로 빼어 가진다면, 내 손은 반드시 썩어 떨어질 것이다.’그러자 그 코끼리는 곧 큰 나무에 받아 스스로 어금니를 빼고는, 코로 그것을 집어 주면서 발원하였다.‘이 어금니의 보시로 말미암아 나는 장래에 일체 중생들의 삼독(三毒)의 어금니를 제거하리라.’사냥꾼은 곧 그 어금니를 가져다 범마달왕에게 바쳤다.
그러나 그때 부인은 그 어금니를 얻고는 곧 뉘우치는 마음이 생겨 말하였다.‘지금 내가 어떻게 이 어질고 훌륭하며 깨끗한 계율을 가진 이의 어금니를 가지겠는가? 크게 공덕을 닦자.’그리고 곧 서원을 세웠다.‘원컨데 저이가 장래에 성불할 때에, 나는 그이의 법 안에서 중이 되어 도를 배워 아라한이 되게 하소서.’
비구들이여, 너희들은 알아야 한다. 그 때의 그 흰 코끼리는 바로 이 나요, 그 사냥꾼은바로 저 제바달다(提婆達多)이며, 현은 지금의 저 비구니요, 선현은 바로 저 야수타라(耶輸陀羅) 비구니이니라.”
11. 토끼가 제 몸을 구워 큰 선인에게 공양한 인연
사위국에 어떤 장자의 아들이 있었다.그는 부처님 법 안에서 중이 되었으나, 항상 속가의 권속들과 즐기고 도인들과 더불어 일을 같이 하기를 즐기지 않으며, 또 경전을 읽고 도를 닦기도 즐기지 않았다.그래서 부처님께서 그 비구에게 분부하여 아련야(阿練若:寂靜處)로 가서 부지런히 닦아 익혀 아라한이 되어 육통(六通)을 두루 갖추게 하셨다.
비구들은 이상히 여겨 부처님께 아뢰었다.“세존께서 세상에 나오심은 참으로 기이하고도 기이합니다. 그러한 장자의 아들도 마음을 잡고 아련야로 가서 아라한의 도를 얻고 육통을 갖추게 하셨습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나는 오늘만 그를 마음 잡게 한 것이 아니라, 옛날에도 일찍 마음을 잡게 하였느니라.”
비구들이 아뢰었다.“알 수 없습니다. 세존이시여. 옛날에도 마음을 잡게 하신 그 일은 어떠합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옛날에 어떤 선인(仙人)이 숲속에 있었다. 그때 세상에는 큰 가뭄이 들어 산중의 과실들은 뿌리와 줄기와 가지와 잎사귀가 모두 말라 버렸다.그 선인은 어떤 토끼와 친하였는데, 토끼에게 말하였다.‘나는 지금 마을에 내려가 걸식하고자 한다.’토끼가 말하였다.‘가지 마십시오. 제가 당신에게 먹을 것을 드리겠습니다.’ 이에 토끼는 섶을 모아 놓고 그 선인에게 말하였다.‘제 음식을 받으시면 반드시 비가 내리리니, 사흘만 지내면 꽃과 열매가 도로 살아나 캐어 먹을 수 있을 것입니다. 인간 세상에는 가지 마십시오.’이렇게 말한 뒤에 큰 불을 피워 놓고 그 속에 뛰어들었다.선인은 그것을 보고 생각하였다.‘이 토끼는 나의 좋은 동무다. 내 먹을 것을 위해능히 제 목숨을 버렸으니, 참으로 어려운 일이로다.’그때 그 선인은 몹시 괴로워하면서 그것을 먹었다.보살(토끼)의 이러한 어려운 행과 괴로운 행 때문에 석제환인의 궁전이 진동하였다. 석제환인은 생각하였다. ‘지금 무슨 인연으로 내 궁전이 흔들리는가?’그는 토끼가 그 어려운 일을 한 것을 관찰해 알고, 그 행에 감동되어 곧 비를 내렸다. 그래서 선인은 거기 머물러 과실을 먹으면서 부지런히 공부하여 오신통(五神通)을 얻었다.
비구들이여, 알고 싶은가? 그때 오신통을 얻은 선인은 지금 저 비구요, 그 토끼는 지금의 내 몸이었느니라.나는 그 때에도 내 몸을 버렸기 때문에, 그 선인으로 하여금 아련야에 머물러 오신통을 얻게 하였거늘, 하물며 지금 내가 그 비구로 하여금 권속들을 멀리 떠나고 아련야에 머무르면서, 아라한이 되어 여섯 가지 신통을 얻게 하지 못하겠느냐?”
12. 선하고 악한 원숭이의 인연
부처님께서 왕사성에 계셨다.그때 비구들이 부처님께 아뢰었다.“세존이시여, 제바달다에게 의지하면 언제나 고뇌를 받고, 세존께 의지하면 현재에도 안락을 얻고 뒤에도 좋은 곳에 태어나 해탈의 도를 얻습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그것은 오늘만이 아니다. 옛날에 두 마리 원숭이가 있었는데, 모두 5백 마리씩의 권속을 거느리고 있었다. 때마침 가시왕의 아들이 사냥을 나와 그들을 포위하려 하였다. 선한 원숭이는 나쁜 원숭이에게 말하였다.‘ 우리는 지금 이 강을 건너 가면 어려움을 면할 수 있을 것이다.’ 나쁜 원숭이는 말하였다.‘우리는 건널 수 없다.’그러자 선한 원숭이는 여러 원숭이들에게 말하였다.‘저 비다라(毘多羅) 나뭇가지가 매우 길구나.’5백 권속들은 그 나뭇가지를 잡고 강을 건너갔다.그러나 나쁜 원숭이 권속들은 건너지 않았기 때문에 모두 왕자에게 사로잡히게 되었다.비구들이여, 그 때의 그 선한 원숭이는 바로 내 몸이요,나쁜 원숭이는 바로 저 제바달다이다. 그가 거느린 권속들은 그 때에도 괴로웠는데, 지금 그에게 의지한 자들도 또한 그와 같느니라.그때 내게 의지한 자들은 언제나 즐거움을 받아, 현재에는 명예와 공양을 얻고, 장래에는 인간이나 천상에서 해탈을 얻을 것이다.그때 제바달다에게 의지한 자는 언제나 괴로움을 받아, 현재에는 나쁜 이름을 얻고 사람들이 공양하지 않으며, 장래에는 3악도(惡道)에 떨어질 것이다.그러므로 비구들이여, 부디 나쁜 벗을 멀리 떠나고 좋은 벗을 친해야 한다. 좋은 벗은 언제나 사람에게 안온과 즐거움을 준다. 그러므로 좋은 벗을 친해야 한다.그러나 나쁜 벗은 멀리 떠나야 한다. 왜 그런가? 나쁜 벗은 사람을 불살라, 이 세상에서나 뒤 세상에서 뭇 괴로움이 모이기 때문이다.”
13. 부처님이 지혜의 물로 세 가지 불을 끈 인연
남방산(南方山)이라는 나라가 있었다.부처님께서는 그 나라에 가시는 도중에 어느 마을에서 주무셨다.마침 그 마을에 좋은 모임이 있어서 사람들이 모두 술에 취해 어지러이 놀면서 불이 일어난 것도 알지 못하니, 불은 그 마을을 태웠다. 사람들은 놀라고 당황하여 갈 바를 모르고 서로 말하였다.“우리는 오직 부처님을 의지하여야 이 화재를 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들은 부처님께 아뢰었다.“세존이시여, 저희들을 구제하여 주소서.”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일체 중생들은 모두 세 가지 불을 가지고 있다. 그것은 즉 탐욕과 분노와 어리석음의 불인데, 나는 지혜의 물로써 그 불을 끈다. 만일 이 말이 진실이라면 저 불은 꺼질 것이다.” 이렇게 말씀하시자 불이 곧 꺼졌다. 여러 사람들은 모두 기뻐하면서 부처님을 더욱 믿고 존경하였다. 부처님께서 설법하시니, 그들은 모두 수다원(須陀洹)의 도를 얻었다.
비구들이 이상히 여겨 말하였다.“부처님께서 세상에 나오심은 참으로 놀랍고 장한 일입니다. 이 마을을 위하여 큰 이익을 주셨습니다. 마을의 불도꺼지고 사람들 마음의 때도 없어졌습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오늘만 저들에게 이익을 준 것이 아니다. 지나간 세상에도 저들에게 큰 이익을 주었느니라.”
비구들이 여쭈었다.“알 수 없습니다. 세존이시여, 과거에 이익을 준 그 일은 어떠하였습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지나간 세상에 설산 한 쪽에 큰 대숲이 있었다. 많은 새와 짐승들이 그 숲을 의지해 살고 있었는데, 그 중에는 환희수(歡喜首)라는 앵무새가 있었다.그때 그 숲에 바람이 몹시 불어 대나무끼리 서로 마찰하여 불이 일어나 그 숲을 태우자, 새와 짐승들은 모두 두려워 떨며 의지할 곳을 찾았다.그때 앵무새는 자비심으로 새와 짐승들을 가엾이 여겨, 물에 가서 날개를 적셔 불 위에 뿌렸다. 가엾이 여기는 마음이 간절하기 때문에 제석천을 감동시켜 그 궁전을 진동하게 하였다.석제환인은 천안(天眼)으로, 무슨 이유로 내 궁전이 진동하는가 관찰하다가, 한 앵무새가 대비심을 일으켜 불을 끄려고 온 힘을 다했으나 불을 끄지 못하는 것을 보았다.석제환인은 곧 앵무새를 향하여 말하였다.‘이 숲은 넓고 크기가 수 천만 리인데, 네 날개가 적시는 물은 몇 방울에 지나지 않는다. 어떻게 그 큰 불을 끌 수 있겠는가?’앵무새가 대답하였다.‘내 마음은 크고 넓으므로 부지런히 힘써 게으르지 않으면 반드시 불을 끌 수 있을 것입니다. 만일 이 몸이 다하도록 불을 끄지 못하면 다시 내생의 몸을 받더라도 맹세코 불을 끄고야 말 것입니다.’석제환인이 그 뜻에 감동되어 큰 비를 내리니, 불이 곧 꺼졌다.
비구들이여, 그 때의 그 앵무새는 바로 지금의 내 몸이요, 숲 속의 새와 짐승들은 지금의 이 마을의 인민들이다. 나는 그 때에도 불을 꺼서 그들을 편안하게 하였고, 지금도 불을 꺼서 이들을 편안하게 한 것이다.”
“또 어떤 인연으로 그들은 도를 얻게 되었습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이 인민들은 과거 가섭부처님 때 오계(五戒)를 받들어 가졌기 때문에, 그 인연으로 지금 도를 얻어 수다원의 도를 얻었느니라.”
14. 바라내국(波羅㮈國)의 어떤 장자의 아들이 천신(天神)과 함께 왕을 감동시켜 효도를 행한 인연
이와 같이 내가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에 계시면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만일 어떤 사람이 자기 집에 범천이 있게 하고 싶거든 부모에게 효도하라. 범천은 곧 그 집에 있을 것이다. 제석천을 자기 집에 있게 하고 싶거든 부모에게 효도하라. 제석천은 곧 그 집에 있을 것이다. 모든 천신을 자기 집에 있게 하고 싶거든 부모를 공양하라. 모든 천신은 그 집에 있을 것이다. 화상(和尙)을 자기 집에 있게 하고 싶거든 부모를 공양하라. 화상이 그 집에 있을 것이다. 아사리(阿闍梨)를 자기 집에 있게 하고 싶거든 부모를 공양하라. 아사리는 곧 그 집에 있을 것이요, 만일 여러 성현들과 부처님을 공양하고 싶거든 부모를 공양하라. 여러 성현들과 부처님이 곧 그 집에 있을 것이다.”
비구들은 말하였다.“여래ㆍ세존께서는 부모를 공경하심이 매우 희유(希有)하십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오늘만 부모를 공경하는 것이 희유한 것이 아니었다. 지나간 세상에서도 부모를 공경한 것이 희유하였느니라.”
비구들이 여쭈었다.“과거에 공경한 그 일은 어떠합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옛날 바라내국에 어떤 가난한 사람이 외아들을 두었다. 그런데 그 외아들은 많은 자식들이 있었고, 그 집은 빈궁하였다.그때 마침 흉년이 들자 그 외아들은 부모를 산 채로 땅 속에 묻음으로써 자식들을 먹여 살렸다. 그 이웃 사람이 물었다.‘너의 부모는 지금 어디 있는가?’그는 대답하였다.‘우리 부모는 나이 늙어 곧 죽게 되었으므로, 나는 그들을 땅에 묻고,부모의 먹을 몫으로 아이들을 먹여 기르려 합니다.’다음 집에서 그 말을 듣고 ‘그것은 이치에 맞는 일이다’고 하였다. 이렇게 서로 전하여, 온 바라내국에서는 그렇게 함으로써 법을 삼았다.어떤 장자가 아들을 낳아 길렀다. 그 아들은 이 말을 듣고, 그것은 도리가 아니라 하여, ‘어떤 방법을 써야 이 나쁜 법을 없앨 수 있을까’ 하고 늘 생각하였다. 그리하여 드디어 그 아버지에게 아뢰었다.‘지금 아버지는 멀리 떠나 경론(經論)을 공부하십시오.’ 아버지는 곧 떠나 어느 정도 공부한 뒤에 집으로 돌아왔다.아버지 나이가 더욱 늙어가자, 아들은 그를 위해 땅을 파고 좋은 집을 만들어, 아버지를 그 속에 모셔 두고 좋은 음식을 드리면서 이렇게 생각하였다. ‘누가 나와 함께 이 나쁜 법을 없앨 것인가?’그때 천신이 몸을 나타내어 그에게 말하였다.‘내가 이제 너를 위해 짝이 되어 주리니, 천신의 상소 종이[䟽紙]에 네 가지 일을 써서 왕에게 물어 보되, 만일 이 상소하는 일을 해답하면 왕을 보호하겠지만, 해답하지 못하면 지금부터 이레 뒤에는 왕의 머리를 부수어 일곱 조각을 내겠다.’ 네 가지 물음이란, 첫째는 어떤 것이 으뜸가는 재물인가? 둘째는 어떤 것이 가장 즐거운가? 셋째는 어떤 맛이 가장 훌륭한가? 넷째는 어떤 것이 가장 오래 사는가? 였다.그는 이것을 써서 왕궁의 문 위에 붙였다.
왕은 그것을 보고 온 나라에 영을 내려 물었다.‘이것을 아는 이에게는 무엇을 요구하든지 그의 소원대로 하여 주리라.’ 장자의 아들은 그 글을 가져다 그 뜻을 풀이하였다.‘믿음이 으뜸 가는 재물이고, 바른 법이 가장 즐거우며, 진실한 말이 제일 맛이 좋고, 지혜의 목숨이 제일 길다.’그는 그 뜻을 이렇게 풀이한 뒤에 도로 왕의 문 위에 붙였다.천신은 그것을 보고 매우 기뻐하였고, 왕도 또한 매우 기뻐하였다. 왕은 그 장자의 아들에게 물었다.‘누가 그 말을 너에게 가르쳐 주었는가?’그는 대답하였다.‘저의 아버지가 제게 가르쳐 주었습니다.’‘네 아버지는 지금 어디 있는가?’‘원컨대 왕은 저에게 두려움이 없게 하소서.진실로 저의 아버지는 늙었습니다. 그래서 국법을 어기게 되기 때문에 땅 속에 감추어 두었습니다. 저의 말을 들어 보소서.부모의 은혜가 무겁기는 천지와 같습니다. 태 안에서 열 달을 안고 있다가 낳아서는 마른 자리 진 자리를 가리면서 길렀고, 사람의 자격을 갖추게 되었으니, 이것은 다 부모 때문이고, 해와 달을 보게 되고 음식을 먹고 살아 가게 되는 것도 모두 부모의 힘입니다.가령 왼쪽 어깨에 아버지를 얹고 오른 어깨에 어머니를 얹고, 백년 동안 다니면서 갖가지로 공양하더라도 부모의 은혜는 갚지 못할 것입니다.’그때 왕은 물었다.‘너는 무엇을 구하는가?’그는 대답하였다.‘아무 것도 구하는 것이 없습니다. 원컨대 대왕께서는 그 나쁜 법을 버리도록 하여 주소서.’ 왕은 그 말을 옳다 하고 온 나라에 ‘만일 부모에게 불효하는 자는 그 죄를 엄중히 다스리라’고 영을 내렸다.
비구들이여, 알고 싶은가? 그때 장자의 아들은 바로 지금의 내 몸이다. 나는 그 때에도 한 나라를 위해 나쁜 법을 없애고 효순하는 법을 성취하였으니, 그 인연으로 부처가 되었다. 그러므로 오늘도 또한 효순하는 법을 찬탄하는 것이니라.”
15. 가시국왕의 흰 향상(香象)이 장님 부모를 봉양하고 두 나라를 화목하게 한 인연
옛날 부처님께서는 사위국에 계시면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여덟 종류의 사람이 있다. 그들에게는 결정코 보시하되 조금도 의심을 내지 말라. 부모와 부처님과 그 제자와 멀리서 오는 사람과 멀리 떠나는 사람과 병자와 병자를 간호하는 사람이다.”
비구들은 부처님께 아뢰었다.“세존께서는 참으로 놀랍고 훌륭하십니다. 항상 부모를 찬탄하고 공경하십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나는 오늘만 그런 것이 아니다. 과거부터 항상 존중하고 공경하였느니라.”
비구들은 여쭈었다.“존중하고 찬탄한 그 일은 어떠합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먼 옛날 두 국왕이 있었다. 하나는 가시국(迦尸國)의 왕이요, 또 하나는 비제혜국(比提醯國)의 왕이었다.비제혜왕에게는 큰 향상(香象)이 있었는데, 그는 그 향상의 힘으로 가시왕의 군사를 무찔러 항복받았다. 그러자 가시왕은 생각하였다. ‘나는 지금 어떻게 향상을 얻어 저 비제혜왕의 군사를 무찔러 항복받을 수 있을까?’그때 어떤 사람이 왕에게 말하였다.‘나는 저 산에서 흰 향상을 보았습니다.’왕은 그 말을 듣고 곧 사람들을 구하였다.‘누구나 저 향상을 잡아 오면 많은 상을 주리라.’어떤 사람이 그 모집에 응하여 군사를 많이 데리고 가서 그 코끼리를 잡자, 코끼리는 생각하였다. ‘만일 내가 멀리 도망가면 눈 멀고 늙은 부모는 어떻게 하는가? 차라리 순순히 왕에게로 가는 것이 나으리라.’그때 사람들은 그 향상을 잡아 가지고 왕에게로 갔다. 왕은 매우 기뻐하여 좋은 집을 짓고 털담요를 깔아주고, 여러 기녀들과 함께 거문고와 비파를 타면서 모두 즐기었다. 그러나 코끼리는 음식을 주어도 먹으려 하지 않았다.
그때 코끼리를 지키는 사람이 와서 왕에게 아뢰었다.‘코끼리가 아무것도 먹으려 하지 않습니다.’왕이 몸소 코끼리에게 갔다. 왕은 코끼리에게 물었다.‘너는 왜 아무것도 먹지 않는가?’코끼리가 대답하였다.‘내게는 눈 멀고 늙은 부모가 계시는데, 그에게 물이나 풀을 주는 이가 없습니다. 부모가 아무것도 먹지 않는데 나만 어떻게 먹겠습니까?’코끼리는 이어 말하였다.‘내가 만일 달아나려 하였다면 왕의 저 많은 군사들도 나를 막지 못하였을 것입니다. 다만 부모가 눈 멀고 늙었기 때문에 순순히 따라 왕에게 왔습니다. 만일 왕이 내가 돌아가는 것을 허락하신다면, 부모가 목숨을 마칠 때까지 공양하고 다시 돌아오겠습니다.’ 왕은 그 말을 듣고 크게 감동하였다.‘우리는 사람 중의 코끼리요, 이 코끼리는 코끼리 중의 사람이다.’ 가시국 사람들은 일찍부터 부모를 미워하고 천대하여 공경하는 마음이 없었다. 그러다가 이 코끼리로 말미암아 왕은 곧 나라에 영을 내렸다.‘만일이제부터 부모를 봉양하고 공경하지 않으면 큰 죄를 주리라.’ 그리고 나서 코끼리를 놓아 돌려 보내어 부모를 공양하게 하였다. 그리하여 부모가 살 만큼 살다가 죽자 코끼리는 약속대로 왕에게 돌아왔다.
왕은 코끼리를 얻어 매우 기뻐하면서, 곧 코끼리를 장엄하게 하여 저 비제혜국을 치려 하였다.코끼리는 왕에게 말하였다.‘싸우지 마십시오. 대개 싸움에는 서로 피해가 많습니다.’ 왕은 말하였다.‘저들은 나를 속이고 업신여긴다.’‘저를 거기 가게 하여 주십시오. 그 원수들로 하여금 감히 왕을 속이거나 업신여기지 못하게 하겠습니다.’‘네가 가면 혹시 돌아오지 못하게 하지 않겠는가?’코끼리는 대답하였다.‘아무도 저를 돌아오지 못하도록 막지 못할 것입니다.’ 코끼리는 곧 그 나라로 갔다.비제혜왕은 코끼리가 왔다는 말을 듣고 매우 기뻐하여 몸소 나가 맞이하였다. 그는 코끼리를 보자 말하였다.‘우리 나라에 살아라.’코끼리는 말하였다.‘여기 머물 수 없습니다. 나는 자라서부터 언약을 어긴 적이 없습니다. 저 나라 왕에게 돌아오겠다고 이미 약속하였습니다. 당신들 두 국왕이 서로 원한을 풀고 제각기 자기 나라에 만족하고 살면 유쾌한 일이 아니겠습니까?’그리고 게송으로 말하였다.
이기게 되면 원수를 더 만들고지게 되면 근심과 괴로움 더하나니이기고 지는 것 다투지 않으면그 즐거움은 가장 제일이니라.
코끼리는 이 게송을 마치고 곧 가시국으로 돌아왔다.그 뒤로부터 두 나라는 서로 화목하게 지냈다.
비구들이여, 그 때의 그 가시국왕은 바로 지금의 저 바사닉왕(波斯匿王)이요, 비제혜왕은 저 아사세왕이며, 그 흰 코끼리는 바로 지금의 내 몸이었느니라.그때 내가 부모에게 효도하였기 때문에 많은 중생들로 하여금 부모에게 효도하게 하였고, 또 그 두 나라를 화목하게 하였는데, 지금도 또한 그와 같느니라.”
16.바라내국의 아우가 형에게 충고하고 왕에게 권하여 천하를 교화한 인연
옛날에 세존께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비구들이여, 알아라. 옛날 바라내국에 좋지 못한 법이 있어 세상에 두루 퍼졌으니, 아버지 나이 60만 되면 깔개를 주어 문을 지키게 하는 것이다.그때 두 형제가 있었는데, 형이 아우에게 말하였다.‘너는 아버지에게 깔개를 드리고 문을 지키게 하여라.’ 그 집에는 깔개가 단 하나뿐이어서, 아우는 그 반을 잘라 아버지에게 주면서 아뢰었다.‘이것은 형이 아버지에게 드리는 것입니다. 제가 드리는 것이 아닙니다. 형은 아버지더러 문을 지키라 합니다.’형이 아우에게 말하였다.‘왜 깔개를 전부 드리지 않고 반을 잘라 드리느냐?’ 아우가 대답하였다.‘마침 하나뿐이어서 반을 잘라 드리지 않으면, 뒤에 다시 얻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또 누구에게 주려는가?’‘잘 두었다가 어찌 형님에게 드리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왜 내게 주려고 하는가?’‘형님도 늙으실 것이니, 형님 아들도 형님을 문지기로 만들지 않겠습니까?’ 형은 그 말을 듣고 깜짝 놀라면서 말하였다.‘나도 장차 그렇게 될 것인가?’아우가 대답하였다.‘누가 형님을 대신하겠습니까?’그리고 이어 형에게 말하였다.‘그런 나쁜 법은 다 같이 버리도록 하여야 하겠습니다.’ 그들은 서로 이끌고 정승에게 가서 이런 사실을 말하였다. 정승도 ‘진실로 그렇다. 우리도 다 늙어야 하는 것이다’ 하고 왕에게 아뢰었다.왕도 그 말을 옳다 하고, 나라에 영을 내려 부모를 효도로 봉양하게 하고, 나쁜 법을 금하여 다시는 그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17. 범마달 부인이 시기하여 아들 법호(法護)를 죽인 인연
부처님께서 왕사성에 계시면서 제바달다에게 말씀하셨다.“나는 언제나 너를 매우 사랑한다. 나는 몸으로나 말로나 뜻으로 너를 조금도 미워하지 않는다. 지금 다 같이 참회하자.”그러나 제바달다는 욕하고 떠났다.
비구들이아뢰었다.“부처님께서는 그를 그처럼 사랑하는데, 저 제바달다는 어찌하여 도리어 욕합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그것은 오늘만이 아니다. 옛날 바라내국에 범마달(梵摩達)이라는 왕이 있었다. 그 부인은 이름이 불선의(不善意)요, 그 아들은 이름이 법호(法護)인데, 총명하고 인자하므로 스승에게 보내어 공부하게 하였다.그때 범마달은 여러 궁녀들을 데리고 동산에 나가 즐거이 놀다가, 먹다 남은 술을 그 부인에게 보내었다. 그러자 부인은 화를 내어 이렇게 말하였다.‘나는 차라리 법호의 목을 찔러 그 피를 마실지언정 이 술은 마시지 않겠다.’ 왕은 이 말을 듣고 화를 내어 말하였다.‘공부하는 법호를 불러 오라.’법호가 오자 왕은 그의 목을 찌르려 하였다. 법호는 아버지에게 아뢰었다.‘저에게는 아무 죄도 없습니다. 저는 왕의 외아들인데, 왜 저를 죽이려 하십니까?’ 왕이 말하였다.‘내가 너를 죽이려는 것이 아니다. 네 어미 뜻일 뿐이다. 네 어미에게 말하여 참회하고, 그를 기쁘게 하면 너를 죽이지 않을 것이다.’아들은 곧 어머니에게 참회하면서 말하였다.‘아들이라고는 저 하나뿐이요, 또 아무 죄도 없는데, 왜 저를 죽이려 하십니까?’ 그러나 어머니는 참회를 받아들이지 않고, 아들의 목을 찌르고 그 피를 주어 마시게 하였다.”
부처님께서 이어 말씀하셨다.“비구들이여, 그 때의 그 부왕은 바로 지금 저 구가리(拘迦離)요, 그 어머니는 지금 저 제바달다며, 그 아들은 바로 내 몸이다. 나는 그때 조금도 나쁜 마음이 없었지만, 그는 내 참회를 받아들이지 않았고 지금도 또한 그렇다.나는 그때 죽임을 당하였지만 조금도 성내거나 원망하는 마음이 없었거늘, 하물며 지금 성내어 그를 미워하는 마음이 있겠는가?”
18. 타표(駝驃) 비구가 비방을 받은 인연
“옛날 타표(駝驃)라는 비구가 있었다. 그는 큰 역사의 힘이 있었고, 출가하여 부지런히 공부하여 아라한이 되어 위엄과 덕을 두루 갖추었으며, 항상 절 일을 맡아 보면서다섯 손가락에서는 광명을 내었다. 그리하여 여러 스님들에게 갖가지 깔개를 마련하여 주었다. 그래서 부처님께서 ‘일 잘하기 제일[營事第一]’이라고 말씀하셨다.미다(彌多) 비구는 복덕이 엷어 모임이 있을 때마다 음식이 나쁘자 그는 도리어 성을 내어 말하였다.‘저 타표가 절 일을 맡아 보는 동안 좋은 음식 먹기는 다 글렀으니 무슨 방법을 써야 하겠다.’미다에게는 비구니가 된 누이가 있었다. 그는 누이에게 가서 서로 의논하고, 세 번이나 타표를 모함하였다.타표는 그것이 싫어져 허공에 올라 열여덟 가지 신변(神變)을 보이고, 불꽃 삼매에 들어 허공 위에서 불꽃처럼 사라져 시체마저 없어졌다.비방과 탐욕과 질투는 성현들까지도 죽게 하거늘, 하물며 범부이겠느냐? 그러므로 지혜로운 사람은 비방을 삼가고 말을 함부로 하지 말라야 하느니라.”
그때 비구들은 부처님께 아뢰었다.“저 타표 비구는 무슨 인연으로 비방을 받으며, 무슨 인연으로 큰 힘을 가졌으며, 또 무슨 인연으로 아라한이 되었습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사람의 수명이 2만 세이던 지난 세상에 가섭이라는 부처님이 있었다. 그때 그 부처님의 법 안에 어떤 젊은 비구가 있었는데, 얼굴이 단정하고 얼굴빛이 아름다웠다.그 젊은 비구가 걸식하고 돌아갈 때에, 어떤 젊은 여자가 아름다운 그 얼굴에 반하여, 그 비구를 바라보면서 눈을 떼지 않았다.그때 타표 비구는 음식 감독으로 있었는데, 마침 그 여자가 그 비구를 따르면서 잠깐도 눈을 떼지 않는 것을 보고 비방하여 말하였다.‘저 여자는 틀림없이 저 비구와 정을 통하고 있는 사이다.’그 인연으로 말미암아 그는 삼악도에 떨어져 한량없는 고통을 받았고, 오늘까지도 그 남은 재앙이 다하지 않아 비방을 받고 있다. 그리고 과거 가섭부처님 때 집을 떠나 도를 배웠기 때문에 이제 아라한이 되었으며, 또 과거에 절 일을 맡고 있을 때 쌀과 국수를 실은 나귀를진창에서 끌어 내었기 때문에, 그 인연으로 큰 역사의 힘을 얻게 되었느니라.”
19. 이월(離越)이 비방을 받는 인연
옛날 계빈국의 이월(離越) 아라한이 산에서 좌선하고 있었는데, 어떤 사람이 소를 잃고 그 자취를 쫓아 거기에 이르렀다.그때 이월은 풀을 삶아 옷을 물들이는데, 옷은 저절로 변하여 쇠가죽이 되고 물감은 변하여 피가 되며, 삶는 물감풀은 변하여 쇠고기가 되고 가졌던 바루는 변하여 쇠머리가 되었다.소 주인이 그것을 보고 곧 그를 결박하여 왕에게 끌고 가자, 왕은 그를 옥에 가두었다. 그는 12년 동안 늘 간수가 되어 말을 먹이면서 말똥을 치우고 있었다.이월 제자로서 아라한이 된 5백 사람들은 그 스승을 찾았으나 있는 곳을 알지 못하였다.그의 업연(業緣)이 다하려 할 때 어떤 제자가, 그 스승이 계빈국의 감옥에 있는 것을 보고, 곧 왕에게 가서 말하였다.“우리 스승 이월이 왕의 감옥에 있습니다. 원컨대 판결하여 주소서.” 왕은 곧 감옥으로 사람을 보내어 조사하게 하였다. 왕의 신하는 감옥에 가 보았으나, 어떤 사람이 얼굴이 초췌하고 수염과 머리가 길며, 간수가 되어 말을 먹이면서 말똥을 치우고 있는 것밖에 보지 못하였다. 그는 돌아와 왕에게 아뢰었다.“감옥 안에는 어떤 사문 도사도 없고, 옥졸 비구가 있을 뿐입니다.” 제자는 다시 왕에게 아뢰었다.“원컨대 영을 내려 감옥에 있는 비구들을 모두 내어 주소서.” 왕이 즉시 영을 내려 감옥에 있는 도인들을 모두 석방하게 하니, 존자 이월은 감옥 안에서 수염과 머리가 저절로 떨어지고 가사가 몸에 입혀졌다. 그는 허공에 솟아 올라 열여덟 가지 신변을 나타내었다.왕은 그것을 보고 일찍 없던 일이라 찬탄하면서, 온몸을 땅에 던져 존자(尊者)에게 아뢰었다.“원컨대 내 참회를 받아 주소서.”그가 곧 내려와 왕의 참회를 받자,
왕은그에게 물었다.“어떤 업연으로 감옥에서 여러 해를 지내면서 고통을 받았습니까?” 존자가 대답하였다.“나는 옛날에 소를 잃고 그 자취를 쫓아 어떤 산중을 지내다가, 벽지불이 혼자 앉아 참선하는 것을 보고, 하루 낮 하룻밤을 비방하였습니다. 그 인연으로 삼악도에 떨어져 한량없는 고통을 받았는데, 그 남은 재앙이 다하지 못하였기 때문에 아라한이 되었어도 오히려 비방을 받는 것입니다.”
20. 바사닉왕의 추한 딸 뇌제(賴提)의 인연
옛날 바사닉왕에게 뇌제(賴提)라는 딸이 있었는데, 그녀는 열여덟 가지 추한 꼴을 하고 있어 도무지 사람같지 않았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녀를 보면 놀라고 두려워하였다.그때 바사닉왕은 나라에 영을 내려 사람을 구하였다.“어떤 양민의 아들로서 빈궁하고 고독한 이가 있으면 데리고 오라.”그때 시장 주변에 어떤 장자의 아들이 홀로 외로이 구걸하면서 살아 가고 있었다. 사람들은 그를 보고 왕에게 데리고 갔다. 왕은 그 사람을 데리고 후원으로 들어가 약속하면서 분부하였다.“내게 딸이 있는데, 얼굴이 추하여 남에게 보일 수가 없다. 지금 그대의 아내로 주고 싶은데 어떻게 생각하는가?”장자의 아들이 왕에게 아뢰었다.“왕의 분부시라면 가령 개를 준다 해도 사양하지 못하겠거늘, 하물며 공주이온데 어떻게 싫다 하겠습니까?”왕은 곧 그에게 딸을 주어 아내로 삼게 하고, 궁실을 지어 주고는 분부하였다.“이 여자는 얼굴이 추하니, 부디 남에게 보이지 말라. 나갈 때에는 문을 밖으로 걸고, 들어와서는 문을 안으로 닫는 것을 하나의 법식으로 하라.” 여러 장자의 아들들이 그와 친한 벗이 되어 잔치를 베풀고 놀게 되었는데, 모이는 날에 다른 장자의 아들들은 그 부인과 함께 와서 모였으나, 이 왕의 딸만은 나오지 않았다. 그래서 여러 사람들은 “이후의 모임에는 모두 그 부인을 데리고 오되, 만일 오지 않으면 많은 재물로 벌을 매기자”라고 서로 약속하였다.
그 뒤에 다시모임이 있었으나 이 가난한 장자의 아들은 여전히 그 부인을 데리고 오지 않았기에 여러 사람들이 그에게 중한 벌을 주었으나, 그는 그 벌을 공손히 받았다. 그러자 사람들은 다시 약속하였다.“내일 다시 모일 때 부인을 데리고 오지 않으면 더욱 중한 벌을 주리라.” 그리하여 그는 두번 세번 벌을 받았지만 그 모임에 부인을 데리고 오지 않았다.그 뒤에 그는 집에 들어가자 부인에게 말하였다.“나는 당신 때문에 여러 번 벌을 받았소.”부인이 물었다“왜 그랬습니까?”“여러 사람들의 약속이 있었소. 모여서 노는 날에는 모두 부인을 데리고 모임에 나오도록 했는데, 나는 당신을 데리고 나가 사람들에게 보이지 말라는 왕의 분부를 받았기 때문에 여러 번 벌을 받은 것이요.”부인은 이 말을 듣고 매우 부끄러워하고 못내 슬퍼하여, 밤낮으로 부처님을 생각하였다.뒷날 다시 연회가 있어서 남편이 또 혼자 나가자, 부인은 방에서 혼자 더욱 간절히 발원하였다.“부처님께서 세상에 나오셔서 많은 이익을 주십니다만 저는 지금 무슨 죄로 홀로 그 은혜를 입지 못합니까?”부처님께서 그 마음에 감동되어 땅에서 솟아 올랐다. 그녀가 처음으로 부처님 머리털을 뵙고 존경하고 기뻐하자, 그녀의 머리털은 곧 변하여 아름다운 머리털이 되었다.다음에는 부처님 이마를 뵙고 또 다음에는 눈썹ㆍ눈ㆍ귀ㆍ코ㆍ몸ㆍ입을 뵙자, 뵐 때마다 기쁨은 더욱 더하여 그 몸에 변화가 일어나 추한 것은 아주 없어지고 얼굴이 저 천녀와 같이 되었다.
그때 여러 장자 아들들은 가만히 서로 의논하였다.“저 왕의 딸이 우리 모임에 나오지 않는 것은 반드시 보통 사람보다 미인이거나, 혹은 아주 못났기 때문에 나오지 않는 것이다. 우리는 지금 저 남편에게 술을 먹여 정신 없이 만들어 놓고, 그 열쇠를 가지고 가서 문을 열어 보자.”그리하여 그를 술에 취하게 한 뒤에, 그가 차고 있는 열쇠를 가지고 여럿이 가서 문을 열어 보았다. 거기서 그들은 왕의 딸이 너무도 아름다운 것을 보고, 문을 닫고 돌아왔다.그때 그 남편은 아직도 술에서 깨어나지 않았으므로 그 열쇠를 도로 그 허리 밑에 채워 두었다.남편은 잠을 깨어 집으로 돌아가 문을 열고, 그 부인이 단정하고 뛰어나게 아름다운 것을 보고 괴상히 여겨 물었다.“당신은 어떤 처녀이기에 내 방에 와서 있습니까?” 부인이 말하였다.“당신 아내 뇌제입니다.”남편은 이상히 여겨 다시 물었다.“어떻게 갑자기 그런 모습이 되었습니까?”부인이 대답하였다.“당신이 저 때문에 여러 번 벌을 받았다는 말을 듣고 몹시 부끄러워하여, 부처님을 간절히 생각하자 부처님이 땅에서 솟았습니다. 제가 그것을 보고 기뻐하였더니 제 몸이 이렇게 아름답게 변하였습니다.”그는 매우 기뻐하여 곧 왕에게 들어가 아뢰었다.“공주가 저절로 아름답게 변하였습니다. 이제 왕은 와서 보소서.” 왕은 그 말을 듣고 매우 기뻐하여 곧 딸을 불러 보고 못내 기뻐하면서도 이상히 여겨 딸을 데리고 부처님께 나아가 아뢰었다.“세존이시여, 이 딸은 무슨 인연으로 깊은 궁중에 태어났으나 몸이 추하여, 사람들이 보고는 놀라고 괴상히 여기며, 또 무슨 인연으로 지금 갑자기 아름답게 변하였습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과거에 어떤 벽지불이 날마다 걸식하면서 어떤 장자집 문 앞에 이르렀을 때, 그 장자의 딸이 밥을 가지고 나와 벽지불에게 주었소. 그때 그녀는 벽지불의 몸이 추한 것을 보고 이렇게 말하였소.‘이 사람은 매우 추하다. 얼굴은 고기 껍질 같고 머리털은 말 꼬리 같구나.’ 그때 장자의 딸은 바로 지금의 이 왕의 딸이오. 그 벽지불에게 밥을 준 인연으로 궁중에 태어났고, 그 부처를 비방하였기 때문에 몸이 추하며, 부끄러워하고 간절한 마음을 내었기 때문에 나를 보게 되었고, 기뻐하였기 때문에 몸이 아름답게 변한 것이오.”
대중들은 부처님 말씀을 듣고, 공손히 예배하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21. 바사닉왕의 딸 선광(善光)의 인연
옛날 바사닉왕에게 선광(善光)이라는 딸이 있었다. 그는 총명하고 단정하여부모들은 사랑하고 온 궁중에서 모두 존경하였다.그 아버지는 딸에게 말하였다.“너는 내 힘으로 말미암아 온 궁중이 모두 사랑하고 존경한다.” 딸은 대답하였다.“저에게 업의 힘이 있기 때문이요, 아버지의 힘이 아닙니다.”이렇게 세 번 말하였으나 딸의 대답은 여전하였다.아버지는 화를 내어“과연 너에게 업의 힘이 있는가 없는가를 시험해 보리라.”하고, 좌우에 명령하였다.“이 성안에서 가장 빈궁한 거지 한 사람을 데리고 오너라.” 신하들은 왕의 명령을 받고, 가장 빈궁한 거지 한 사람을 찾아, 왕에게 데리고 왔다. 왕은 곧 그 딸 선광을 거지에게 아내로 주면서 딸에게 말하였다.“만일 너에게만 업의 힘이 있고 내 힘은 없다면, 지금부터 앞의 일을 징험해 알 것이다.” 그러나 딸은 여전히“저에게 업의 힘이 있습니다.”하고, 그 거지를 데리고 집을 떠났다. 그는 그 남편에게 물었다.“당신에게 부모님이 계십니까?”거지는 대답하였다.“우리 아버지는 전에 이 왕사성 안에서 첫째 가는 장자였었는데, 부모님이 모두 돌아가시고, 의지할 곳이 없기 때문에 나는 거지가 되었소.” 선광은 다시 물었다.“당신은 지금 옛날의 그 집터를 알 수 있겠습니까?” “그 터는 알지만 지금은 집도 담도 다 허물어지고 빈 땅만 남아 있습니다.” 선광이 남편을 데리고 옛 집터로 가서 돌아다니자 가는 곳마다 땅이 저절로 꺼지고, 땅 속에 묻혔던 보물광이 스스로 나타났다.그는 그 보물로 사람을 부려 집을 지었는데, 한 달이 차지 못해 집이 모두 이루어지고, 궁인(宮人)과 기녀들은 그 안에 가득 차며 종과 하인들은 이루 헤아릴 수 없었다.
그때 왕은 문득 생각이 났다.“내 딸은 어떻게 생활하고 있을까?”어떤 사람이 대답하였다.“궁실과 재물이 왕보다 못하지 않습니다.”그러자 왕이 말하였다.“부처님 말씀은 진실이다. 자기가 선악을 짓고 자기가 그 갚음을 받는 것이다.” 딸은 그 날로 남편을 보내어 왕을 청하였다. 왕이 청을 받고 딸 집에 가 보니, 털자리와담요와 집의 장엄이 왕궁보다 더 훌륭하였다. 왕은 그것을 보고 처음 보는 일이라 찬탄하면서, 그 딸의 말이 옳은 줄 알고 이렇게 말하였다.“자기가 업을 짓고 스스로 그 갚음을 받는 것이다.”
왕은 부처님께 가서 여쭈었다.“이 딸은 전생에 무슨 복업을 지었기 때문에 왕가에 태어나 몸에 광명이 있습니까?”
부처님께서 대답하셨다.“과거 91겁 전에 비파시(毘婆尸)라는 부처님이 계셨고, 그때 반두(盤頭)라는 왕이 있었으며, 그 왕에게는 첫째 부인이 있었다.비바시부처님이 열반에 드신 뒤에 반두왕은 그 부처님 사리로 칠보탑(七寶塔)을 일으켰고, 왕의 첫째 부인은 하늘관[天冠]을 잘 털어 비파시부처님 동상 머리에 씌우고 하늘관 안의 여의주를 내어 문설주 위에 달매, 그 광명이 세상을 비추었다. 그는 이내 발원하였다. ‘장래에 내 몸에는 자마금빛의 광명이 있고, 영화롭고 부귀하여 삼악 팔난(三惡八難)의 곳에 떨어지지 않게 하소서.’
왕이여, 그때 왕의 첫째 부인이 바로 지금의 저 선광이오.그가 가섭부처님 때에 가섭여래와 네 큰 성문에게 맛있는 음식으로 공양하였을 때 남편이 그것을 만류하자 그녀는 남편에게 청하였소.‘나를 만류하지 마십시오. 내가 저분들을 청하여 충분히 공양하게 해주십시오.’그래서 남편의 허락을 받고 공양을 마치게 되었소.왕이여, 그 때의 그 남편이 바로 오늘의 저 남편이고, 그 아내는 오늘의 저 아내요. 남편은 그 아내의 공양을 만류하였기 때문에 항상 빈궁하였다가 다시 아내의 공양을 허락하였기 때문에 아내의 덕으로 지금 크게 부귀하여졌지만 뒤에 아내가 없어지면 그는 도로 빈궁하게 될 것이요. 이와 같이 선악의 업이 따라 다니는 것은 일찍 어긋나는 일이 없었소.”
왕은 부처님 말씀을 듣고 행업을 깊이 통달하여 스스로 잘난 체하지 않고, 깊이 믿고 깨달아 기뻐하면서 떠났다.
22. 옛날 왕자 형제 두 사람이 나라에서 쫓겨난 인연
옛날에 어떤 왕자 형제 두 사람이 나라에서 쫓겨나 어느 넓은 벌판에 이르러 양식이 모두 떨어졌다. 아우는 그 아내를 죽여 그 살을 베어 형과 형수에게 먹게 하였다. 형은 그 살을 받았으나 먹지 않고 모두 감추어 두고, 제 다리살을 베어 부부끼리 먹었다.아우는 그 아내의 살이 다 되자 그 형수를 죽이려 하였다. 형은 죽이지 말라 하고, 전에 감추어 두었던 살을 내어 그 아우에게 주어 먹게 하였다.그들은 그 광야를 지나 신선들이 사는 곳에 이르러 과실을 따 먹으면서 살았다.그 뒤에 아우는 병으로 죽고 형만이 혼자 남았다.그때 왕자는 형벌을 받아 수족이 없는 어떤 사람을 보고 자비심을 내어 과실을 따다 그에게 주어 그를 살렸다.왕자는 사람됨이 탐욕이 적었다. 그가 과실을 따러 간 사이에 그 아내는 뒤에 남아 있으면서, 그 월인(刖人)과 정을 통하였다. 정이 깊어지자 그 남편을 미워하게 되었다.어느 날은 남편을 따라 과실을 따러 나갔다가 강가에 이르자 그 남편에게 말하였다.“저 나무 꼭대기 과실을 따 주십시오.”남편이 말하였다.“저 나무 밑에는 깊은 강이 있는데, 혹 떨어질는지 모르오.”아내는 말하였다.“밧줄로 허리를 묶으십시오. 제가 그 밧줄을 당기면 될 것입니다.”그리고 벼랑가로 가까이 가자 아내는 그 남편을 밀쳐 강 가운데로 떨어뜨렸다. 그러나 자애롭고 착한 힘이 있기 때문에 물에 떨어졌으나 떠내려 가면서 빠져 죽지는 않았다.그때 그 강 하류에 있는 어떤 나라의 왕이 죽었는데, 그 나라의 관상장이는 누가 왕이 될 만한지 온 나라 안을 두루 찾아 보았다. 마침 그는 멀리 물 위에 누런 구름 일산이 떠 있는 것을 보았다. 관상쟁이는 점을 쳐 보고는 말하였다. “저 누런 구름 일산 밑에는 반드시 신인(神人)이 있을 것이다.”그리고는 사람을 그 물 가운데 보내어 그를 맞이하여 왕으로 세웠다.
왕의 옛 아내는 그 월인을 업고 돌아다니면서 구걸하다가, 이 왕자의 나라에까지 왔다. 그러자 그 나라 사람들이 모두 칭찬하였다.“저기 어떤 선량한 여자가 월인이 된 그 남편을 업고 다니면서 공경하고 효순한다.” 이 소문은 왕에게까지 알려졌다. 왕이 그 말을 듣고 곧 사람을 보내어 부르니, 그녀가 왕 앞에 왔다.왕은 그 여자에게 물었다.“이 월인이 진실로 네 남편인가?”그녀는 대답하였다.“진실로 그렇습니다.”“나를 알겠는가?”“모르겠습니다.”“너는 아무개를 아는가?”“압니다.”그는 왕을 바라보다가 비로소 알아 차리고 깜짝 놀랐다.그러나 왕은 자비심이 있기 때문에 사람을 보내어 생활하게 해 주었다.
부처님께서 이어 말씀하셨다.“알고 싶은가, 그 때의 그 왕은 바로 이 내 몸이요, 그 아내는 바로 저 나무 바리를 들고 나를 비방하던 전차(旃遮)라는 바라문의 딸이며 손발을 베인 이는 바로 지금의 저 제바달다이니라.”
23. 수달(須達) 장자의 아내가 부처님을 공양하고 그 갚음을 받은 인연
옛날 부처님이 세상에 계셨다.수달 장자는 마지막으로 빈곤하여 재물은 전연 없고, 품팔이로 나가 서되 쌀을 얻어 그것으로 밥을 지었다.밥을 다 지었을 때 마침 아나률(阿那律)이 와서 밥을 빌었다. 수달의 아내는 발우를 받아 밥을 가득 채워 주었다.그 뒤에 수보리(須菩提)ㆍ마하가섭ㆍ대목건련ㆍ사리불들이 차례로 와서 밥을 빌었다. 그 아내는 여전히 각각 그 발우를 받아 밥을 가득 채워 주었다.마지막에 부처님이 몸소 와서 밥을 빌자, 그녀는 또 발우를 받아 밥을 가득 채워 바쳤다.그때 수달이 밖에서 돌아와 아내에게 밥을 청하니, 아내는 대답하였다.“만일 저 존자 아나률이 오신다면 당신은 당신 자신이 먹겠습니까? 저 존자님께 드리겠습니까?”남편은 대답하였다.“내가 굶고서라도 저 존자님께 드리겠소.”“또 가섭ㆍ대목건련ㆍ수보리ㆍ사리불과 부처님이 오신다면 당신은 어떻게 하겠습니까.”“내가 굶고서라도 모두 그분들에게 드리리다.”아내는 말하였다.“아침부터 여러 성현들이 오셔서 밥을 청하기에 있는 밥을 모두 드렸습니다.” 남편이 아내에게 말하였다.“우리들은 죄가 다하였으니, 이제는 복덕이 생길 것이요.”그리고는 곧 창고를 열자, 곡식과 비단과 음식이 모두 그 안에 가득 찼고, 다 쓰고 나면 다시 생겼다.
24. 사라나(娑羅那) 비구가 악생왕(惡生王)에게 고뇌를 당한 인연
옛날 우전왕(優塡王)의 아들은 이름을 사라나(娑羅那)라 하였다.그는 불법을 즐기어 집을 나와 도를 배우고 두타(頭陀)의 고행을 닦으면서 숲속 나무 밑에 앉아 생각을 거두어 좌선하고 있었다.그때 악생왕(惡生王)은 여러 미녀들을 데리고 두루 다니면서 놀다가, 그 숲에 이르러 이내 잠이 들었다.여러 미녀들은 왕이 자기 때문에 저희끼리 놀다가 어느 나무 밑에서 어떤 비구가 생각을 모으고 좌선하는 것을 보고, 그리로 가서 예배하고 문안하였다.그때 그 비구는 그들을 위하여 설법하여 주었다.왕은 잠에서 깨어나 미녀들을 찾다가 여러 미녀들이 멀리 나무 밑에 얼굴이 단정하고 나이 한창 젊은 어떤 비구 앞에서 법을 듣고 있는 것을 보았다. 왕은 비구에게 가서 물었다.“너는 아라한이 되었는가?”그는 대답하였다.“되지 못했습니다.”“아나함이 되었는가?”“되지 못했습니다.”“사다함이 되었는가?”“되지 못했습니다.”“수다원이 되었는가?”“되지 못했습니다.”“부정관(不淨觀)을 얻었는가?”“얻지 못했습니다.”왕은 잔뜩 화를 내어 이렇게 말하였다.“너는 아무것도 얻은 것이 없구나. 그런데 어떻게 나고 죽는 하나의 범부로서 여러 미녀들과 한 자리에 앉아 있는가?”왕이 곧 그를 붙잡고 때리자, 그는 온몸이 터지고 헐었다. 여러 미녀들이 말하였다.“이 비구는 허물이 없습니다.”그러자 왕은 더욱 화를 내어 그를 쳤다. 미녀들이 모두 울면서 괴로워하니, 왕은 더욱 심하게 화를 내었다.
그때 비구는 가만히 생각하였다.‘과거의 여러 부처님들은 능히 욕됨을 참았기 때문에 위없는 도를 얻었다. 또 과거의 욕을 참는 선인들은 귀ㆍ코ㆍ손ㆍ발을 끊기면서도 그 욕을 참았다. 그런데 지금 나는 몸이 아직 단단하고 성한데 어찌 이것을 참지 못하겠는가?’이렇게 생각하고 잠자코 참으면서 매를 맞았다. 다 맞고 나자 온몸은 더욱 아파그 고통을 견딜 수가 없었다.그는 다시 생각하였다. ‘만일 내가 속가에 있었으면 한 나라의 왕자로서 왕위를 이어 받아, 군사의 세력은 저 왕보다 못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지금 나는 집을 나와 홀몸이기 때문에 저의 때림을 받는다.’그는 매우 괴로워한 끝에 도(道)를 버리고 집으로 돌아가려고, 그 스승 가전연(迦旃延)에게 가서 하직 인사를 드렸다.그 스승은 말하였다.“너는 지금 매를 맞아 몸이 매우 아플 것이니, 여기서 쉬었다가 내일 떠나도록 하라.” 그때 사라나는 그 스승의 분부를 받고 거기서 잤다.
밤중이 되자 존자 가전연은 그를 꿈꾸게 하였다.즉 사라나는 자기 자신을 돌아보고는 도를 버리고 집에 돌아갔다. 그 부왕은 이미 죽고 그가 왕위를 이어 받았다. 그리하여 네 종류 군사를 모두 모으고 악생왕을 치려고 그 나라에 가서 진을 치고 싸우다가, 그에게 패하여 군사들은 흩어져 달아나고 그 몸은 사로잡혔다.그때 악생왕은 그를 잡아서는 사람을 시켜 칼을 가지고 죽이려 하였다. 그러자 사라나는 매우 두려워하여 마음으로 생각하였다. ‘우리 스승님을 한 번 뵈었으면 죽어도 한이 없겠다.’ 그때 스승은 그 마음 속의 생각을 알고, 지팡이를 짚고 발우를 가지고 걸식하러 그 앞에 나타나서 그에게 말하였다.“아들아, 나는 항상 너를 위해 여러 가지로 설법하였었다. 싸워서 승리를 구하지만 마침내는 아무것도 얻는 것이 없다고. 그런데 너는 내 교훈을 듣지 않았다. 지금 너는 장차 어찌될 것을 아는가?”그는 대답하였다.“만일 스승님께서 지금 이 제자의 목숨을 구제해 주시면, 다시는 감히 거역하지 않겠습니다.” 그때 가전연이 그 왕의 신하에게 말하였다.“원컨대 잠깐만 기다리시오. 내가 왕에게 아뢰어 저 생명을 구제하리다.” 이렇게 말하고 스승은 곧 왕에게로 갔다. 그러나 그 왕의 신하는 기다리지 않고, 사라나를 죽여 버리려고 막 칼을 들어 내리치려 하였다. 사라나는 몹시 놀라고 두려워 소리를 쳤는데, 그 바람에 깨어났다.그는 깨어나자 곧 스승에게 가서 꿈에서 본 일을 낱낱이 아뢰었다.
스승은 대답하였다.“살고 죽는 싸움에는 어느 편에도 승리가 없는 것이다. 왜 그러냐 하면, 대개 싸움이란 남을 죽이는 것으로 승리를 삼는 잔인한 길이기 때문이다. 어리석은 사람의 마음에는 현재에 이겨야 속이 시원하겠지만 장래 세상에는 삼악도에 떨어져 한량없는 고통을 받는 것이다.만일 남에게 져서 그의 해침을 받으면, 자기 몸을 잃을 뿐 아니라 그 재앙이 남들에게 미쳐 남에게 무거운 죄를 짓게 하여 그를 지옥에 떨어뜨리고, 거기서 또 서로 죽이게 되면 원한은 끝내 쉬지 않을 것이다. 그리하여 다섯 가지 길을 바꿔돌면서 마침내 끝날 때가 없을 것이니, 이것을 자세히 생각하면 지금 매를 맞아 몸이 아픈 그 고통이야 말할 것이 있겠는가?만일 네가 지금 나고 죽는 두려움과 매맞는 그 고통을 떠나려 하거든, 부디 그 몸을 잘 관찰하고 원한을 쉬어야 한다. 왜냐 하면 이 몸이란 온갖 고통의 근본이기 때문이다. 즉, 주림과 목마름과 추위와 더위와 생로병사와 모기ㆍ등에ㆍ독한 짐승의 침해 등 이런 모든 원수가 한량없이 많지만, 너는 그것을 갚지 못한다. 그러면서 어찌 구태여 악생왕의 원수만 갚으려고 하는가?원수를 없애려 하면 먼저 번뇌를 없애야 한다. 번뇌의 원수는 한량없는 몸을 해치기 때문이다. 이 세상의 원수는 아무리 중하더라도 바로 한 몸을 해칠 뿐이지만, 번뇌란 원수는 좋은 법의 몸을 해치는 것이다. 이 세상의 원수는 아무리 가혹하다 하더라도 이 변하는 더러운 몸만을 해칠 뿐이다.이로써 본다면 원수가 생기는 근본은 바로 번뇌에 있는 것이다. 너는 지금 번뇌란 도적은 치지 않고 왜 악생왕만을 치려 하는가?”이와 같이 그를 위해 갖가지로 설법하였다.
그때 사라나는 이 말을 듣자, 마음이 열리고 뜻이 풀려 수다원을 얻었다. 그리고 큰 법을 깊이 즐기어 곱절이나 노력을 더하여, 도를 행한 지 오래지 않아 아라한이 되었다.
25. 내관(內官)이 불치려는 소를 사서 남근(男根)을 얻은 인연
옛날 건타위국(乾陀衛國)의 어떤 백정이 5백 마리 송아지를 끌고 가서모두 불치는 벌[刑犍]을 주려고 하였다.그때 어떤 내관(內官)이 돈으로 그 소들을 사서 떼를 지어 놓아 보냈다. 그 인연으로 현재의 몸으로 남근(男根)을 갖추게 되었다. 그는 왕가에 돌아가 사람을 보내어 아뢰었다.“지금 아무개가 밖에 있습니다.”왕은 말하였다.“그는 우리집 사람으로서 사람을 통해 아뢰지 않고 마음대로 드나들었었는데, 지금은 무엇 때문에 그러는가?”왕이 곧 그를 불러 까닭을 묻자, 그는 왕에게 아뢰었다.“아까 백정이 5백 마리 송아지를 끌고 가서 불치는 벌을 주려는 것을 보고, 신은 그것을 사서 놓아 보냈습니다. 그 인연으로 몸이 완전하게 되었기 때문에 감히 들어오지 못했습니다.” 왕은 그 말을 듣고 기뻐하고 놀라면서, 부처님 법을 깊이 믿고 공경하였다. 대개 꽃 갚음[華報]1)으로써도 그 영험이 이러하거늘 하물며 그 결과 갚음[果報]이야 어찌 헤아릴 수 있겠는가?
26. 두 내관(內官)이 도리를 다툰 인연
옛날 바사닉왕이 자고 있다가 두 내관이 서로 도리를 다투는 말을 들었다. 즉 첫째가 말하였다.“나는 왕을 의지해 살아 가고 있다.”이렇게 말하자, 둘째가 대답하였다.“나는 의지하는 데가 없다. 내 업의 힘으로 살아 간다.”왕은 이 말을 듣고 왕을 의지해 살아간다는 자에게 정이 가므로, 그에게 상을 주려고 곧 당직을 보내어 그 부인에게 말하였다.“내가 지금 한 사람을 보낼 것이니 그에게 재물과 의복과 영락을 두둑히 주시오.” 그리고 왕을 의지해 살아 간다는 자를 불러 자기가 먹다 남은 술을 주어 부인에게 보냈다.그때 그는 그 술을 가지고 문을 나서자 코에서 피가 흘러 앞으로 나아갈 수 없었다. 마침 제 업으로 살아 간다는 이를 만나 곧 그 술을 주어 부인에게 가져가게 하였다.부인은 그를 보자 왕의 말을 생각하고, 재물과 의복과 영락을 그에게 주었다.그가 왕에게로 돌아오자, 왕은 그를 보고 이상히 여겨, 그 왕을 의지해 살아 간다는 이를 불러 물었다.“나는 너를 가라고 하였는데 왜 가지 않았는가?”그는 대답하였다.“제가 막 문을 나서자 갑자기 코에서 피가 흘러가지 못하겠기에, 그에게 청하여 저 대신 왕의 남은 술을 가져다 부인에게 드리게 하였습니다.”그때 왕은 탄식하면서 말하였다.“나는 이제야 부처님이 ‘제가 그 업을 지어 제가 그 갚음을 받는다. 이것은 어쩔 수 없는 이치다’라고 하신 말씀이 진실임을 알았다.”이로써 본다면 선악의 갚음은 그 행업이 불러 오는 것으로서, 그것은 하늘이나 왕이 주는 것이 아니다.
1)미래의 업보를 받기 전에 현세에서 비슷한 업보를 받는 것. 꽃은 열매에 앞서 피므로 과보(果報)보다 먼저 받는 것을 화보(華報)라고 한다.
잡보장경 제3권
원위 서역삼장 길가야ㆍ담요 공역
27. 두 형제가 함께 집을 떠난 인연
옛날 세상에 어떤 형제 두 사람이 마음으로 불법을 즐겨 집을 떠나 도를 배웠다.그 형은 부지런히 힘써 온갖 선한 법을 쌓으면서 아련야행(阿練若行)을 닦은 지 오래지 않아 아라한의 도를 얻었다.그리고 아우는 총명하고 학문이 박식하여 세 장경을 모두 외웠다.뒤에 그 나라 재상은 그를 건축사(建築士)로 청하여 많은 재물을 주고 승방과 탑사(塔寺)를 잘 짓게 하였다.그때 삼장법사(三藏法師)는 그 재물을 받아 사람을 데리고 땅을 골라 탑사를 지었다. 그 절은 단엄하고 집들은 빛나고 아름다워, 그 구상과 솜씨가절묘하였으므로, 재상은 그것을 보고 더욱 믿고 공경하여 무엇이나 모자람이 없이 주었다.삼장 비구는 그의 마음이 좋은 것을 보고 이렇게 생각하였다.‘이제 이 절이 다 이루어졌으니 이 절에 스님들을 편안히 살게 하여야 한다. 그리고 재상에게 말하여 우리 형님을 청하게 하자.’이렇게 생각하고 그는 그 재상에게 말하였다.“내게 형님 한 분이 있어 저기 계시는데, 집을 버리고 출가하여 정성껏 노력하면서 아련야행을 닦고 있습니다. 시주님은 그를 청해 이 절에 머무르게 하여 주십시오.”재상은 대답하였다.“스승님의 청이시라면 보통 다른 비구라 하더라도 감히 거스리지 못하겠거늘, 하물며 스승님의 형으로서 아련야행을 닦는 분이겠습니까?”그는 곧 사람을 보내어 간절히 청하였다. 그가 오자 재상은 그의 부지런히 수행하는 것을 보고 곱절이나 더 공양하였다.
그 뒤에 재상은 천만 냥 가치가 있는 훌륭한 비단천을 그 아련야 비구에게 주었다. 그러나 아련야 비구는 받으려 하지 않다가, 간곡히 또 억지로 준 뒤에야 그것을 받고는 ‘내 아우는 일을 경영하는 사람이니 재물이 필요하리라’ 생각하고, 곧 그것을 아우에게 주었다.그 뒤에 재상은 또 거친 천을 삼장에게 주었다. 삼장은 그것을 받고 매우 원망하였다.그 뒤에 재상은 다시 천만 냥의 가치가 있는 훌륭한 비단천 한 필을 그 형 아련야에게 주었다. 형은 그것을 받아 또 아우에게 주었다. 아우는 그것을 보고 더욱 질투하여 그 천을 가지고 재상이 가장 사랑하는 딸에게 가서 말하였다.“당신 아버지는 전에는 나를 아주 후하게 대하였는데, 지금 저 비구가 여기 와서 있게 된 뒤로는 무엇으로 당신 아버지를 혹하게 하였는지 모르나, 나를 몹시 박하게 대합니다. 이제 이 천을 줄 것이니, 당신은 이것을 가지고 재상 앞에 가서 이것을 마름질하여 옷을 만드십시오. 그러다가 만일 묻거든 대답하십시오. ‘아버님이 사랑하고 존경하는 아련야가 나를 붙들고 이것을 내게 주었습니다’라고.그리하면 아버지는 반드시 화를 내어, 다시는 저 이와 말하지 않을 것입니다.”그 여자는 삼장에게 말하였다.“지금 우리 아버지가 저 비구를 후대하고 공경하기는 마치 눈동자를 사랑하는 것 같고, 또 명주(明珠:摩尼珠)를 사랑하는 것과 같은데, 어떻게 갑자기 비방하고 헐뜯겠습니까?”삼장은 다시 말하였다.“만일 당신이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나는 당신과 영원히 절교하리다.”그 여자는 또 말하였다.“왜 갑자기 그러십니까? 좋을 대로 하지요.”그 여자는 인정상 할 수 없이, 그 천을 받아 가지고 아버지 앞에 가서 그것을 마름질하여 옷을 지었다.그때 재상은 그것을 보고는 곧 알아차리고 생각하였다. ‘저 비구는 아주 나쁜 사람이다. 내게 천을 얻어 저는 쓰지 않고 도로 이 어린 계집애를 유혹하는구나.’그래서 그 뒤에 아련야가 왔지만, 그는 나가서 맞이하지도 않고 얼굴빛도 달랐다.
그때 그 비구는 재상이 그렇게 하는 것을 보고 마음으로 생각하였다. ‘반드시 어떤 사람이 나를 비방하여 저이를 저렇게 만든 것이다.’
그는 곧 공중에 올라가 열여덟 가지 신변을 나타내었다. 재상은 그것을 보고는 매우 공경하여 조복하고는 곧 그 아내와 함께 그 발에 예배하여 참회하였으니, 공경하는 정이 보통 때보다 더욱 짙었다. 그리고 삼장과 그 딸을 모두 나라 밖으로 쫓아내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그 때의 삼장은 바로 이 몸으로서 남을 비방하였기 때문에 한량없는 겁 동안 큰 고통을 받았고, 지금에 와서도 저 손타리(孫他利)의 비방을 받는 것이다. 그리고 그 여자는 그때 성현을 비방하였기 때문에 현재에도 쫓겨나 곤궁한 거지로 살아가는 것이다.그러므로 세상 사람들은 모든 일에 있어서 밝게 살펴야 하고, 함부로 비방하여 형벌을 부르지 않아야 하느니라.”
28. 구가리(仇伽離)가 사리불 등을 비방한 인연
옛날 존자 사리불과 목련은 여러 마을을 돌아다니다가, 어떤 옹기장이 집에 이르러 큰 비를 만나 그 집에서 잤다.마침 그 집에는어떤 소 치는 여자가 옹기 가마 뒤의 으슥한 곳에 먼저 와 있었는데, 이 성문들도 선정에 들지 않았을 때에는 범부와 다르지 않기 때문에, 그것을 알거나 보지 못하였다.그 여자는 사리불과 목련의 그 아름다운 용모를 보고, 마음 속으로 혹하여 그만 더러운 것을 흘렸다.존자 사리불과 목련은 그 옹기가마에서 나왔다.구가리(仇伽離)는 사람의 상을 잘 보기 때문에 사람의 얼굴빛만 보고도 음행을 하였는지 하지 않았는지를 분별하였다.그는 그 소치는 여자가 뒤에서 나오는데, 그 얼굴빛에서 음행한 것을 보았지만, 그것이 그 여자가 스스로 혹해서 더러운 것을 흘린 줄을 알지 못하였다. 그래서 곧 여러 비구들에게 비방하여 말하기를 “존자 사리불과 목련은 소치는 여자와 음행하였다”고 하며, 이와 같은 사실을 자세히 말하였다.그때 비구들은 그에게 ‘존자 사리불과 목련을 비방하지 말라’고 세 번이나 충고하였으나, 구가리는 화를 내고 질투하여 그 분이 더욱 더하였다.
그때 어떤 장자가 있어 이름을 바가(婆伽)라 하였다. 존자 사리불과 목련은 그를 위해 설법하여 그는 아나함을 얻어서 목숨을 마치고 범천에 나서 이름을 바가범(婆伽梵)이라 하였다.그때 그 바가범은 멀리 하늘 위에서 구가리가 존자 사리불과 목련을 비방하는 줄을 알고 곧 내려와 구가리 방으로 갔다. 구가리는 물었다.“너는 누구냐?”그는 대답하였다.“나는 바가범이다.”“무슨 일로 왔는가?”“나는 하늘귀[天耳]로써 네가 존자 사리불과 목련을 비방하는 말을 들었다. 너는 존자들에게 그런 일이 있었다고 말하지 말라.”이렇게 세 번 충고하고 충고하기를 그치지 않았으나, 구가리는 도리어 이렇게 말하였다.“너 바가범이여, 너는 아나함을 얻었다고 말하는가? 아나함이란 돌아오지 않는다[不還]는 뜻이다. 그런데 너는 왜 내 곁에 왔는가? 만일 그렇다면 부처님의 말도 거짓이다.”바가범은 말하였다.“돌아오지 않는다는 것은,욕계(欲界)에 돌아와 태어나지 않음을 말하는 것이다.”
그때 구가리 몸에는 갑자기 종기가 생겼는데, 머리에서 발끝에까지 크고 작기가 콩만큼씩 하였다. 그는 부처님께 나아가 여쭈었다.“어찌하여 사리불과 목련은 소치는 여자와 음행하였습니까?”부처님께서 다시 나무라셨다.“너는 사리불과 목련을 비방하지 말라.”그는 부처님의 이 말을 듣고 더욱 화를 내었다. 그러자 그 악성 종기가 자꾸 커져 벚[㮈]만큼 되었다.그가 또 그 일로 부처님께 거듭 아뢰자, 부처님께서 다시 나무라셨다.“그 일을 말하지 말라.”그러자 그 종기가 더욱 커져 박만해지면서 온몸이 몹시 뜨거워졌다.그는 찬 못물에 들어갔으나, 얼음 못물이 매우 뜨겁게 끓으면서 종기가 모두 터졌다. 그리고 그는 죽어 큰 아비지옥에 떨어졌다.
그때 비구들이 부처님께 아뢰었다.“세존이시여, 어떤 인연으로 사리불과 목련은 그런 비방을 받습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지나간 겁에 사리불과 목련은 아직 범부로 있었다. 그들은 어떤 벽지불이 옹기장이 집의 가마 속에서 나오고, 그 뒤에 소 치는 여자가 따라 나오는 것을 보고 비방하였다.‘저 비구는 틀림없이 저 여자와 정을 통하였다.’그들은 그 인연으로 말미암아 삼악도에 떨어져 한량없는 고통을 받았고, 지금은 성현이 되었지만 이전의 인연이 다하지 않아 아직도 비방을 받는 것이다.알아야 한다. 성문들은 중생들을 위하여 큰 선지식이 되지 못한다. 왜 그러냐 하면, 만일 저 사리불이나 목련이 저 구가리를 위하여 조그만 신통이라도 나타내었더라면 구가리는 반드시 지옥을 면하였을 것이다. 그런데 신통을 나타내지 않았기 때문에 저 구가리로 하여금 지옥에 떨어지게 한 것이 이와 같았느니라.”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보살이란 저 구류손(鳩留孫)부처 때의 정광(定光)이라는 선인과 같은 사람이다. 그는 5백 명 선인들과 함께숲 속의 풀굴 속에 살고 있었다.그때 어떤 부인이 지나다가 거기서 우연히 비를 만났는데, 바람이 몹시 찼지만 비를 피할 곳을 찾을 도리가 없었다. 그는 곧 정광 선인 처소에서 하룻밤을 같이 쉬고 그 이튿날 떠났다. 여러 선인들은 그것을 보고 비방하였다.‘저 정광 선인은 틀림없이 저 여자와 부정한 짓을 행하였다.’그때 정광은 비구들의 마음을 알고, 그 비방으로 말미암아 그들이 지옥에 떨어질까 두려워하여, 곧 다라(多羅) 나무 높이의 허공에 올라 열여덟 가지 신변을 나타내었다. 선인들은 그것을 보고 이렇게 말하였다.‘몸이 4지(指)만큼 땅에서 떨어져도 음욕이 없거늘 하물며 정광은 허공에 올라가는 큰 신변이 있는데, 어떻게 음행이 있겠는가? 우리는 왜 저 청정한 사람을 비방하였던가?’그때 그 5백 선인들은 온몸을 땅에 던지고 몸을 굽혀 참회하였다. 그 인연으로 말미암아 중한 죄를 면하게 되었다.알아야 한다. 보살은 큰 방편이 있으므로 그는 진실로 중생들의 선지식이 되는 것이다.”
부처님께서 이어 말씀하셨다.“그 때의 그 정광 선인은 바로 지금의 저 미륵이요, 5백 선인은 바로 지금의 저 장로 5백 비구들이니라.”
29. 용왕(龍王)의 게송 인연
부처님께서 왕사성에 계셨다. 제바달다가 부처님께 나아가 욕을 하며 꾸짖었다. 아난이 그것을 듣고 매우 화를 내어 제바달다를 몰아내면서 그에게 말하였다.“만일 그대가 다시 오면 나는 그대에게 큰 고통을 줄 것이다.”
여러 비구들이 그것을 보고 부처님께 아뢰었다.“희유하나이다. 세존이시여, 부처님께서 항상 제바달다에 대하여 사랑하고 가엾이 여기는 마음을 가지시는데, 저 제바달다는 한결같이 부처님께 나쁜 마음을 품고 있습니다. 그래서 아난은 화를 내어 곧 그를 쫓아내어 가게 하였습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그것은 오늘만이 아니다.지나간 세상에도 그러하였느니라.옛날 가시국에 두 용왕 형제가 있었다. 첫째 이름은 대달(大達)이요, 둘째 이름은 우바대달(優婆大達)이었다. 그들은 항상 비를 내려, 그 나라의 초목을 자라게 하고 오곡을 성숙하게 하며, 축생들은 물을 마시고 모두 살찌고 힘을 얻으며 소와 염소는 번식하였다.그때 그 나라 왕은 소와 염소를 많이 잡아 가지고 와서 그 용에게 제사를 지냈다. 용은 몸을 나타내어 그 왕에게 말하였다.‘우리는 그것을 먹지 않는데, 무엇하러 생물을 죽여 가지고 와서 우리에게 제사를 지내는가?’ 이렇게 여러 번 말하였으나 왕은 고치지 않았다. 그래서 두 형제는 서로 이끌고 드디어 그 곳을 피해 둔도비(屯度脾)라는 작은 용이 사는 곳으로 갔다.둔도비용이 밤낮으로 성을 내어 욕을 하며 꾸짖자, 대달이 그에게 말하였다.‘너는 성내지 말라. 우리는 쉬이 돌아가리라.’우바대달은 잔뜩 화를 내어 그에게 말하였다.‘너는 그저 작은 용으로서 항상 두꺼비를 잡아 먹는다. 만일 내가 기운을 토하여 네 권속들에게 불면 그들을 모두 소멸시킬 수 있으리라.’대달이 아우에게 말하였다.‘성내지 말라. 우리는 지금 본고장으로 돌아가자. 가시국의 왕은 우리를 간절히 사모한다.’가시국의 왕은 이렇게 말하였다.‘만일 저 두 용왕이 내게 오면, 나는 그들의 필요에 따라 젖 타락으로 제사하고, 다시는 살생하지 않으리라.’용왕들은 그 말을 듣고 본고장으로 돌아갔다.
그때 대달은 다음 게송으로 말하였다.
모두 서로 화합하여 지심(至心)으로 들어라.
아주 착하고 청정한 마음의 법은
보살의 본래 인연에 말씀하신 것인데
지금 부처님께서 옛날의 게송을 나타내신다.
하늘 가운데 하늘이신
부처님이 이 세상에 계실 때
여러 비구들 서로 나쁜 말로 비방하고 헐뜯자
부처님께서 그런 말을 보고 또 들으시고
그 비구들을 모아 이렇게 말씀하셨다.
너희 비구들은 나를 의지해 출가하였으니
그러므로 법이 아닌 일은 하지 않아야 한다.
그런데 너희들은 각자 추한 말을 하였구나.
또 서로 비방하여 스스로를 해치는구나.
너희들은 듣지 못하였는가. 지혜로 보리를 구하며
자비와 인내로 힘든 고행(苦行)을 닦아 모은 다는 것을.
너희들이 불법(佛法)을 의지하려 하거든
여섯 가지 화목하고 공경하는 일을 받들어 행하라.
지혜로운 사람은 부처의 도를 잘 듣고 배우나니
중생들을 이익하고 편안하게 하기 위해서이며
모든 것을 괴롭히거나 해치지 않기 위해서이네.
수행하다 악한 일을 들으면 악을 멀리 해야 되는데
집을 떠난 이가 성내거나 다투면
그것은 마치 얼음물이 불에서 나오는 것 같느니
우리는 과거에 용왕이 되어
두 형제가 한곳에 살았나니
만일 집 떠나는 법을 그대로 따르려면
성냄과 다툼 끊고 도에 맞춰 행하라.
첫째 형의 이름은 대달이었고
둘째 이름은 우바대달이었다.
우리 둘은 살생 않고 깨끗한 계율 지녀
큰 위덕 갖추고 용의 모양 싫어해
항상 좋은 곳 향해 사람 되기 구하였네.
만일 어떤 사문이나 바라문으로
깨끗한 계율 갖고 많이 아는 이 보면
항상 모양을 변해 공양하고 친하였고
8일과 14일과 15일에는
여덟 가지 계율 가져 마음을 단속하였네.
살던 고장 버리고 다른 곳에 갔더니
거기 사는 용 이름은 둔도비였네.
그는 우리 두 용의 큰 위덕 보았네.
자기 모자람 알고 질투와 성을 내어
언제나 나쁜 말로 꾸짖었나니
턱은 붓고 입기운은 세게 나오며
진노(瞋怒)함이 더해지자 온몸 통퉁 부었다네.
그런 나쁜 욕설로 비방하여 말하기를
‘미혹과 거짓 속임에 침해를 받는다’고.
이런 비열한 나쁜 용의 욕설 듣고
그 아우 우바대달은 몹시 화를 내었네.
그 형 대달에게 졸라대며 말하기를
‘저런 나쁜 말로 헐뜯음 받는구나.
항상 두꺼비 잡아먹고 물가에 사는
저런 천한 물건에게 어찌 꾸지람을 듣는가?
저들은 물에 살면 물짐승 괴롭히고
육지에 살면 사람을 괴롭히네.
저 욕설은 참을래야 참을 수가 없으니
이제 저의 권속을 모두 죽여 버리자.
모든 것 다 부수고 고향으로 돌아가리.’
큰 힘을 가진 용왕 아우의 말을 듣고
그의 읊는 묘한 게송 지자는 찬탄면서
하룻 밤 동안이나마 그 집에 머물렀다네.
조그만 공양 얻고 편히 잠을 잤거든
그에게는 나쁜 생각 가지지 말라.
은혜 알고 갚는 것을 성인은 칭찬하나니
혹은 나무 밑 조그만 그늘에 쉬었더라도
그 가지 잎사귀와 꽃과 열매 꺽지 말라.
조금이나마 고마운 이에게 악을 행하면
그에게는 언제나 즐거움 없으리라.
한 그릇 밥 은혜라도 악으로써 갚으면
은혜 모르고 악을 행하는 사람
좋은 열매 열지 않고 열더라도 없어진다.
마치 숲이 타더라도 그루터기가 남으면
그 뒤에 도로 나서 전과 같이 된다네.
은혜 등진 사람에게는 선이 안 생기나니
악한 사람은 갖가지로 공양하여 길러 주어도
은혜는 생각 않고 원한으로 갚으리니
비유하자면 코끼리가 선인을 의지해 살 때
새끼 낳고 어미 죽자 선인이 길렀지만
그 새끼 자라나선 그 선인을 죽이고
그 집과 나무들도 밟아 부수는 것처럼
저 악인 은혜 배반하는 것 또한 그러하니라.
마음이 가벼이 움직여 잠깐도 머무르지 않는 것
굽이치는 물 속에 있는 나무 같으며
벗을 친하지 않고 은혜를 모르는 것
흰 천을 동기물에 물들이는 것 같다네.
원수를 갚으려거든 선으로 갚고
악으로써 헐뜯거나 해치지 말라.
지혜로운 이는 원수 갚되 사랑으로 하느니라.
천지와 산과 바다 걸머지더라도
그 짐은 가볍거니 은혜 배반 무거워라.
일체 중생에 대한 평등과 사랑
그것은 으뜸가는 훌륭한 즐거움인데
강나루를 무사히 건너는 것과 같다네.
사랑 평등 두 즐거움도 그러하니라.
친한 벗을 해치지 않는 것도 즐거움이요
교만을 없애는 것도 또한 즐거움이니
안에 덕행 없으면 겉으로 교만하게 된다네.
진실로 무지하면 교만이 생기나니
강한 편 되어 다투고 나쁜 벗 친하면
명예는 줄어들고 나쁜 이름 퍼지나니
외롭고 어리고 늙고 병든 이와 같다네.
갑자기 부귀 잃고 쇠잔한 이와
재물 없어 빈궁하고 국왕을 잃고
홀몸으로 고생하며 의지할 데 없는 이
갖가지 곤란과 재액에 처한 사람들이네.
가엾게 여기지 않으면 인(仁)이라 할 수 없네.
만일 다른 나라에서 아무 권속이 없이
온갖 욕설 들어도 참음으로 낙을 삼으면
능히 온갖 악을 막아 싸움 쉬리라.
차라리 남의 나라에 있어 사람들 알지 못할지언정
자기 나라에 있으면서 사람들 업신여김 받지 말라.
만일 다른 나라에서 존경을 받아
모두 친히 따르고 성내거나 다투지 않으리라.
그것은 곧 자기 나라의 친한 권속이니라.
세상 부귀는 즐거움 아주 적고
쇠하고 멸하는 그 고통은 많나니
만일 중생들 모두 떠나 흩어지더라도
애태워하지 말고 잠자코 즐겨라.
원수의 그 센 힘도 약해질 때 있나니
친한 벗 없어지고 믿을 데 없더라도
그런 이치 살피어 잠자코 즐겨라.
법답지 않은 사람 탐하고 아끼나니
믿지 않고 부끄럼 없고 충고 듣지 않거든
그런 나쁜 곳에서는 잠자코 즐겨라.
너무 성냄 많으면 해치는 악이 있다
중생에게 고통 주기 좋아하나니
그런 사람 곁에서는 잠자코 즐겨라.
믿지 않고 날치어 뽐내기 좋아하고
도리어 거짓으로 사람 미혹하거든
그런 사람 대해서는 잠자코 즐겨라.
계율 깨고 흉악하여 염려나 참음 없고
나쁜 법을 행하고 믿는 행이 없거든
그런 사람 대해서는 잠자코 즐겨라.
거짓말과 이간질에도 부끄럼 없고
삿된 소견 나쁜 말과 꾸밈말 쓰며
교만하여 뽐내면서 나[我]를 계교[計]하고
인색하고 탐하면서 질투를 하거든
그런 사람 대해서는 잠자코 즐겨라.
만일 다른 곳에서 그들이 자기를 알지 못하고
나는 그의 종족이나 성행을 알지 못하거든
스스로 잘난 체하여 뽐내지 말라.
혹은 다른 나라에 가서 머무르면서
남의 힘 입고 의식을 얻어 자재하지 못하거든
그들이 나를 헐뜯어 욕하더라도 참아야 한다.
또 다른 나라에 살아 의식을 빌고
혹은 직업을 가져 즐기려 하여도
또한 위에서처럼 욕을 참아야 하네.
또 다른 나라에 살아 의식을 빌면
심지어 천한 사람이 나를 업신여겨도
지혜로운 사람이면 참고 받아야 한다.
또 다른 나라에서는 나쁜 벗과 같이 있고
어리석고 천한 이와 다 같이 살더라도
지혜로운 사람은 자기 숨기기 덮은 불처럼 하네.
마치 성한 불길에 사나운 바람이 불어
그 불꽃 숲에 붙어 모두 태우는 것처럼
성냄은 불꽃과 같아 남과 자기 태우나니
그것은 극히 악한 해침이니라.
지혜로운 사람은 성냄과 탐욕을 버리나니
사랑과 평등 닦으면 성냄은 차차 없어지리라.
함께 산 일 없으면서 갑자기 친해져서
악인과 가까이하면 어리석은 사람이라네.
그 허물 살펴보지도 않고 이내 버리는 것
지혜로운 사람은 이런 일 않느니라.
어리석음이 없으면 지혜가 드러나지 않나니
그것은 마치 날개 부러진 새가 날지 못하는 것 같네.
지혜로운 사람이 어리석음 없는 것도 그와 같아서
많이 어리석고 약간 미쳐 지혜가 없기 때문에
지혜에는 힘이 있다는 것을 깨달을 수 없네.
그러므로 저 어질고 밝은 이들은
널리 알고 많이 들음에 즐거이 머무르네.
지혜로운 사람은 이익을 얻어도 교만하지 않고
이익을 잃더라도 비굴하거나 불평하지 않으며
아는 이치 그대로 진실로써 말하네.
그러므로 그의 말은 모두 악을 막으며
남에게 즐거움과 이익을 주고
이치를 알리기 위해 말하느니라.
지혜로운 사람은 일을 들어도 갑자기 행하지 않는다네.
생각하고 헤아려 그 진실을 따지고
그 이치를 밝게 안 뒤에라야 행하나니
이것이 이른바 자기도 이롭고 남도 이롭게 함이니
지혜로운 사람은 마침내 그 신명을 위해네.
악업을 짓거나 이치답지 않은 일을 하지 않으며
괴로움이나 즐거움 때문에 바른 법을 어기지 않으며
끝내 자기를 위해 바른 행을 버리지 않나니
지혜로운 사람은 인색하거나 질투하거나 성내지 않는다네.
악을 엄히 하지 않고 어리석음이 없으며
위험이 닥쳐와도 두려워하지 않고
끝내 이익을 위하여 남을 모함하지 않으며
또 용맹하지도 않고 비열하지 않는다네.
또한 하열하지도 않고 중도(中道)에 처하여
이런 여러 가지 일은 지혜로운 사람의 모양이니라.
위엄으로 사나우면 남이 꺼리고 나약하면 남이 업신 여기나니.
그 두 쪽을 버리고 중도를 행하라.
때로는 벙어리처럼 침묵을 지키고
때로는 왕자처럼 말로써 가르치며
때로는 눈처럼 차야 하고
때로는 불꽃처럼 뜨거워야 하네.
때로는 수미산처럼 높고 커야 하고
때로는 쓰러진 풀처럼 겸손해야 하며
때로는 왕자처럼 위엄을 나타내고
때로는 고요하기 해탈한 것같이 하라.
때로는 굶주리고 목 마른 고통을 참고
때로는 괴로움이나 즐거움을 참아야 하며
때로는 재물과 보물을 더러운 똥처럼 보아
성냄과 원망함을 자유로이 다루어라.
때로는 마음껏 풍류를 즐기고
때로는 사슴처럼 두려워하며
때로는 호랑이처럼 위엄 있고 사나워서
때의 맞고 틀림과 힘의 있고 없음을 관찰하라.
부귀와 그의 쇠함과 멸함을 잘 관찰할 것이니
참을 수 없음을 참는 것이 참 참음이요
참을 수 있음을 참는 것은 보통 참음이니
약한 이에 대해서도 참아야 한다네.
부귀하고 강하여도 겸손하고 참고서
참을 수 없음을 참는 것이 참 참음이니라.
원망하는 이의 원망을 받지 않으면
성내는 사람 속에서도 그 마음 항상 깨끗하리라.
남이 악을 행하는 것 보고는 스스로 짓지 말라.
자기보다 나은 이에게 참는 것은 두려워 참아야 하고
자기와 같은 이에게 참는 것은 싸우기를 두려워 하며
나보다 못한 이에게 참는 것은 보다 나은 참음이다.
나쁜 욕설과 큰 비방을 어리석은 이는 참지 못하나니
그것은 두 개 돌을 눈 안에 넣은 것 같고
나쁜 욕설과 큰 비방을 지혜로운 사람은 참나니
그것은 마치 꽃이 코끼리에 떨어지는 것 같네.
지혜로운 사람은 슬기의 눈으로써
나쁜 욕설과 큰 비방을 능히 참나니
그것은 마치 큰 돌에 비가 내리는 것 같아
돌은 부서지거나 깨지지 않는다.
좋고 나쁜 말이나 괴롭고 즐거운 일을
지혜로운 사람은 돌처럼 참느니라.
사실이 그러하여 욕설 먹으면
그의 말이 참 말이라 성낼 것이 없다네.
일이 그렇지 않은데 꾸짖고 욕한다면
그의 말은 제 속이는 미친 말 같으므로
지혜로운 사람은 아무 데도 성내지 않는다네.
혹은 재보와 온갖 이익 때문이거든
괴로움이나 즐거움이나 나쁜 욕설도 참고 받아라.
만일 재물의 이익을 위하지 않는다면
비록 백천의 보배를 얻는다 하더라도
그런 나쁜 사람은 빨리 떠나야 한다.
나뭇가지는 잘라도 뿌리는 뽑기 어려운 것처럼
사람 마음 이미 떠나면 친하기 어렵나니
다른 도를 믿는 이들 멀리 피해야 하나니
친할 수 있는 사람 세상에 찼지마는
처음에는 공경하다 나중에는 거만하고 업신여겨 헐뜯으며
공경하지도 않고 칭찬하지도 않고
마치 흰 고니처럼 가벼이 날아가나니
지혜로운 사람은 어리석은 이를 멀리하여 빨리 떠나야 하네.
싸우기 좋아하고 아첨하는 마음 품고
다른 사람 허물 보기를 좋아하며
이간질ㆍ거짓말ㆍ욕ㆍ꾸밈말로
중생들을 천히 보고 헐뜯어 욕하며
다시 아픈 말로 남의 마음 찌르면서
몸과 말과 뜻의 업을 단속하지 않으면
지혜로운 사람은 그를 떠나 다른 곳으로 가리니
질투하는 악한 사람 착한 마음이 없다네.
남의 이익과 즐거움과 명예를 보면
마음이 닳아 몹시 고통하나니
그는 말은 좋고 부드러우나 마음은 나쁜 사람
지혜로운 사람은 그를 떠나 멀리 다른 곳으로 가리.
사람이 만일 나쁜 욕심 즐기고 이양을 탐하며
아첨하고 취(取)하면서 부끄러움 없으며
안팎이 모두 깨끗하지 않으면
지혜로운 사람은 그를 빨리 떠나 다른 곳으로 가리.
사람이 만일 공경하고 삼가는 마음이 없어
교만한 그 마음에 아무 법이 없으면
스스로 지혜로운 이라 하나 실은 어리석나니
슬기로운 사람은 그를 멀리 떠나 다른 곳으로 가리.
어떤 이에게 음식과 침구와
갖가지 의복을 얻어 살아가거든
부디 그를 옹호하고 그 은혜 생각하기
마치 인자한 어머니가 외아들을 생각하듯 하라.
욕망은 모든 괴로움을 내고 자라게 하나니
부디 먼저 욕망을 끊고 성냄을 떠나야 하며
스스로 뽐내는 교만한 마음도 버려야 하네.
그것들은 사람을 나쁜 곳으로 가게 하기 때문이다.
부귀한 벗이나 빈천한 벗이나
그러한 벗들은 속히 멀리 떠나라.
한 집을 위해서는 한 사람을 버리고
한 마을을 위해서는 한 집을 버려라.
한 나라를 위해서는 한 마을을 버리고
자기 몸을 위해서는 온 천하를 버리며
바른 법을 위해서는 자기 몸을 버리고
한 손가락 위해서는 현재 재물 버려라.
목숨을 위해서는 사지(四肢)를 버리고
바른 법을 위해서는 모든 것을 버려라.
바른 법은 일산 같아 능히 비를 막듯이
법을 수행하는 이는 법이 옹호해 주라.
행하는 법의 힘으로 온갖 악취(惡趣)를 끊으니
한창 봄이 되어 시원한 그늘을 얻는 것처럼
법을 수행하는 이도 또한 그와 같아서
지혜로운 여러 성현들과 함께 나아가느니라.
많은 재물의 이익을 얻어도 기뻐하지 않고
혹은 중한 보배를 잃어도 근심하지 않으며
항상 괴로워하면서도 구걸하지 않으면
그이는 바로 견실한 대장부니라.
남에게 재물을 보시하고는 못내 기뻐하고
세상의 온갖 악은 빨리 떠나며
자기 몸을 든든히 세우기를 바라보며 깊게 하면
그는 바로 웅건한 장부니라.
의리를 밝게 알아 온갖 일에 익숙하고
사람됨이 부드러워 남과 함께 즐기면
사람들은 찬탄하기를 좋은 장부라 하리라.
그때 우바대달은 이렇게 말하였다.
나는 지금 형님을 더욱 믿고 공경하나니
가령 어떤 곤액과 고통을 당하더라도
마침내 나쁜 일을 행하지 않고
혹은 죽거나 살거나 재물을 얻어도
또는 재산을 잃어도 악을 짓지 않고
기어코 형님을 받들어 섬기리라.
계율을 가져 죽을지언정
계율을 범하면서 살지 않으리라.
무엇 때문에 이 한 평생 동안
방일하면서 악을 행할까.
나고 죽는 동안에 방일하지 말아야 하는데
나는 생사간에 악을 행하네.
나쁜 벗을 만나서는 나쁜 일 짓고
선한 벗을 만나서는 절교하였다.
부처님께서 전생 일을 아는 지혜에 들어
그것을 깨닫고 비구들에게 이 게송 말씀하셨다.
그 때의 대달은 바로 이 내 몸이요
우바대달은 바로 저 아난이며
그 때의 둔도비는
바로 저 제바달다니라.
비구들이여, 이렇게 공부할 줄을 알아야 한다.
이 학문 이름은 집법총섭설(集法摠攝說)이니
부디 널리 삼가 행하고 공경하라.
여러 비구들은 그 법을 닦았다.
30. 제바달다가 부처님을 해치려고 한 인연
부처님께서 왕사성에 계시면서 제바달다에게 말씀하셨다.“너는 여래에게 나쁜 마음을 내지 말라. 그렇게 하면 스스로 손해를 보아 불안한 일을 당하고스스로 그 고통을 받을 것이다.”
비구들은 말하였다.“희유하나이다. 세존이시여, 제바달다는 부처님께 대하여 항상 나쁜 마음을 가지는데, 부처님께서 언제나 사랑하고 가엾이 여기시며 부드러운 말로 더불어 말하십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그것은 오늘만이 아니다. 지난 옛날 가시국의 바라내성에 첨복(瞻蔔)이라는 큰 용왕이 있었다. 그는 항상 때를 맞춰 비를 내려 곡식을 익게 하고, 14일 15일에는 사람 모양으로 변하여 5계(戒)를 받들어 가지며 보시하고 법을 들었다.그때 남인도의 어떤 주사(呪師)가 와서 화살을 세우고 주문을 외워 첨복 용왕을 잡아갔다.그때 어떤 천신이 가시국왕에게 말하였다.‘어떤 주사가 첨복 용왕을 잡아갔습니다.’왕은 곧 군사를 내어 그를 쫓아갔다. 그 바라문은 다시 주문을 외워 왕의 군사들을 모두 꼼짝도 못하게 하였다. 왕은 많은 재물을 내어 그에게 주고 용왕을 찾아왔다.그 바라문은 두 번째 다시 와서 주문을 외워 용왕을 잡아가려고 하였다. 용왕의 여러 권속들은 구름을 일으키고 비를 내리며 우레와 번개로 벼락을 치면서 그 바라문을 죽이려 하였다. 용왕은 인자한 마음으로 여러 용들에게 말하였다.‘그 목숨을 해치지 말라.’그래서 잘 타일러 그를 돌아가게 하였다.그가 세 번째로 다시 왔다. 그때 여러 용들은 다시 그를 죽이려 하였다. 그러나 용왕은 그것을 말려 죽이지 못하게 하고 그를 놓아 주어 돌아가게 하였느니라.비구들이여, 그 때의 그 용왕은 바로 지금의 이 내 몸이요, 그 주사는 지금의 저 제바달다니라.그때 나는 용으로 있으면서도 인자한 마음으로 여러 번 그를 구제하였거늘, 하물며 오늘에 있어서 어찌 사랑하지 않겠는가?”
31. 공명조(共命鳥)의 인연
부처님께서 왕사성에 계실 그때 비구들이 부처님께 여쭈었다.“세존이시여, 저 제바달다는 부처님의 사촌 아우인데 어찌하여 항상 부처님을 원망하고 해치려 합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그것은 오늘만이 아니다. 옛날 설산에 공명(共命)이라는 새가 있었는데, 한 몸에 머리가 둘이었다.한 머리는 항상 맛있는 과실을 먹어 그 몸을 안온하게 하려 하였지마는 한 머리는 질투하는 마음으로 이렇게 말하였다.‘어찌하여 자기만이 항상 맛난 과실을 먹고 나는 먹지 못하는가?’그리하여 그는 독한 과실을 따 먹고 두 머리를 모두 죽게 하였느니라.비구들이여, 알고 싶은가. 그때 그 맛난 과실을 먹은 자는 바로 이 내 몸이요, 그때 그 독한 과실을 먹은 자는 바로 지금의 저 제바달다니라.그는 옛날에 나와 한 몸이 되어 있으면서도 나쁜 마음을 내더니, 지금 내 종제가 되었어도 또한 저러하니라.”
32. 흰 거위왕의 인연
부처님께서 왕사성에 계실 때 제바달다는 산을 밀어 부처님을 눌러 죽이려 하였고, 호재(護財)라는 코끼리를 놓아 부처님을 밟아 죽이게 하려 하였으므로 그 나쁜 이름이 세상에 흘러 퍼졌다.제바달다는 여러 사람 앞에서는 부처님을 향해 참회하고 부처님 발을 불어 드리지마는 여러 사람이 없을 때에는 비구들 가운데서 나쁜 말로 부처님을 욕하였다. 그래서 사람들은 말하였다.“제바달다는 부처님을 향해 참회하고 마음이 아주 유순한데, 까닭없이 나쁜 이름이 흘러 퍼지게 되었다.”
비구들이 부처님께 아뢰었다.“희유하나이다. 세존이시여, 제바달다는 매우 아첨하고 거짓이 많습니다. 여러 사람들 앞에서는 공손하게 부처님을 대하고 그윽한 곳에서는 나쁜 마음으로 부처님을 꾸짖습니다.”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그것은 오늘만이 아니다. 옛날 어떤 연못에 많은 물새가 거기 살았었다. 그때 어떤 황새가 그 못에 살면서 천천히 걷다가 한 쪽 다리를 들고 있었다. 여러 새들은 모두 말하였다.‘이 새는 행실이 착하고 위의가 행실에 맞아 물에 사는 짐승을 괴롭히지 않는다.’그때 흰 거위는 게송으로 말하였다.
다리를 들고 천천히 걸으며
음성은 아주 부드럽고 연하여서
세상을 속이고 미혹하지만
누가 그의 아첨과 거짓을 모르리.
황새가 말하였다.‘왜 그런 말을 하는가? 이리 와서 우리 서로 친하게 지내자.’흰 거위가 대답하였다.‘나는 너의 아첨과 거짓을 안다.’그리하여 끝내 친하지 않았느니라.너희들은 알고 싶은가? 그 때의 그 거위의 왕은 바로 지금 이 내 몸이요, 그 황새는 바로 지금의 저 제바달다니라.”
33. 큰 거북의 인연
부처님께서 왕사성에 계셨다. 제바달다는 항상 나쁜 마음으로 부처님을 해치려 하여, 활을 잘 쏘는 바라문을 사서 화살을 가지고 부처님께 나아가 활을 당겨 부처님을 쏘게 하였다. 그러나 그 쏜 화살은 모두 구물두꽃[拘物頭華]ㆍ분타리꽃[分陀利華]ㆍ파두마꽃[波頭摩華]ㆍ우발라꽃[優鉢羅華]으로 변하였다.5백 명 바라문들은 이 신변을 보고 모두 두려워하여, 곧 화살을 버리고 부처님께 예배하고 참회한 뒤에 한쪽에 앉았다. 부처님께서 그들을 위하여 설법하여 그들은 모두 수다원의 도를 얻었다. 그리고 다시 부처님께 아뢰었다.“원컨대 저희들이 집을 떠나 도 배우는 것을 허락하소서.”부처님께서“잘 왔구나, 비구들이여.”하시자, 그들의 수염과 머리는 저절로 떨어지고 법옷[法衣]은 몸에 입혀졌다.부처님께서 그들을 위하여 거듭 설법하시어 그들은 모두 아라한의 도를 얻었다.
그들은 부처님께 아뢰었다.“부처님의 신력은 참으로 희유하나이다. 제바달다는 언제나 부처님을 해치려 하지마는 부처님께서 항상 큰 인자한 마음을 내십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그것은 오늘만이 아니다. 옛날 바라내국에 한 우두머리 상인이 있어 이름을 불식은(不識恩)이라 하였다. 그는 5백 명 상인들과 함께 바다에 들어가 보물을 캐어 보물을 가지고 돌아오다가 물 굽이치는 곳에 이르러, 물에 사는 나찰을 만났는데, 그들이 배를 붙들어 앞으로 나아갈 수가 없었다.여러 상인들은 매우 놀라고 두려워하여 모두 외쳤다.‘천신ㆍ지신과 일월의 여러 신들이여, 누구나 우리를 사랑하고 가엾이 여겨 우리의 액난을 구제하여 주소서.’그때 등 너비가 1리나 되는 어떤 큰 거북이 그들을 가엾이 여겨 배가 있는 곳으로 와서여러 사람들을 등에 업고 곧 바다를 건너게 하였다.그때 거북이 잠시 잠이 들자 불식은은 큰 돌로 거북의 머리를 때려 죽이려 하였다. 여러 상인들이 말하였다.‘우리는 거북의 은혜를 입고 어려움에서 벗어나 살게 되었는데, 그를 죽이는 것은 옳지 못하고 또 은혜를 모르는 일입니다.’불식은은 말하였다. ‘우리는 지금 굶주림이 급하다. 누가 그의 은혜를 묻겠는가?’이렇게 말하고, 곧 거북을 죽여 그 고기를 먹었다. 그런데 그 날 밤중에 큰 코끼리 떼가 와서 그들을 밟아 죽였다. 비구들이여, 그 때의 그 큰 거북은 바로 지금의 이 내 몸이요, 그 때의 그 불식은은 바로 지금의 저 제바달다이며, 그 때의 그 5백 명 상인들은 바로 저 집을 나와 도를 얻은 5백 명 아라한이다.나는 과거에도 그의 액난을 구해 주었지만 지금도 그의 생사의 근심을 제거해 주느니라.”
34. 두 재상의 모함한 인연
부처님께서 왕사성에 계실 때 제바달다는 여러 가지 인연을 만들어 부처님을 해치려 하였으나 되지 못하였다.그때 남천축국에서 어떤 바라문이 왔는데, 그는 주술(呪術)을 잘 알고 독약을 잘 만들었다. 제바달다는 그 바라문에게서 독약을 만들어 부처님 몸에 흩었으나 바람은 그 독약을 불어, 그 약은 도로 제 머리 위에 떨어졌다. 그는 이내 까무러치면서 땅에 쓰러져 죽게 되었다.그러나 어떤 의사도 고치지 못하였다.“세존이시여, 제바달다가 독약을 입어 죽게 되었습니다.”부처님께서 그를 가엾이 여기시므로 진실한 말로 말씀하셨다.“내가 보살 때부터 부처가 된 뒤로 저 제바달다에 대해서 언제나 사랑하는 마음을 가졌고, 조금도 나쁜 마음이 없었다면 제바달다의 독은 스스로 사라질 것이다.”이렇게 말씀하시자, 그 독기는 곧 사라졌다.
여러 비구들이 부처님께 아뢰었다.“희유하나이다. 세존이시여, 제바달다는 한결같이 부처님께 대하여 나쁜 마음을 일으키는데 부처님께서 어찌하여 여전히 그를 살려 주십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오늘만 나쁜 마음으로 나를 향하는 것이 아니라 과거에도 그러하였느니라.”
비구들이 다시 아뢰었다.“부처님께 나쁜 마음을 가졌던 그 일은 어떠합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지난 세상에 가시국에 바라내라는 성이 있었고, 거기에 두 재상이 있었는데, 한 사람 이름은 사나(斯那)요 한 사람 이름은 악의(惡意)였다. 사나는 항상 법을 따라 행하였고, 악의는 언제나 나쁜 행을 행하여 모함하기를 좋아하였다. 그래서 그는 왕에게 말하였다.‘사나가 반역하려 합니다.’왕이 곧 사나를 옥에 가두자, 하늘의 여러 선한 신들은 허공에서 소리를 내어 말하였다.‘그 어진 사람은 실로 아무 죄가 없는데 어찌하여 구속합니까?’그때 여러 용들도 그렇게 말하고 신하들과 인민들도 그렇게 말하였다. 그래서 왕은 곧 놓아 주었다.그 다음에 악의는 왕의 창고 물건을 훔쳐 사나의 집에 가져다 두었다. 그러나 왕은 믿지 않고 악의에게 말하였다.‘네가 그를 미워하여 거짓으로 그런 일을 한 것이다.’왕은 신하에게 말하였다.‘이 악의를 붙잡아다 저 사나에게 넘겨 죄를 다스리게 하라.’
사나는 악의를 시켜 왕에게 참회하게 하였다. 그러나 악의는 스스로 죄가 있음을 알고 곧 비제혜왕(毘提醯王)에게로 달아나, 한 보배상자를 만들어 독을 가진 모진 뱀 두 마리를 그 안에 넣고, 비제혜왕으로 하여금 사신을 시켜 저 나라에 보내어, 그 국왕과 사나 두 사람만 같이 보고 다른 사람에게는 보이지 못하게 하였다.왕은 아주 잘 장식한 그 보배상자를 보고 매우 기뻐하여, 곧 사나를 불러 같이 열어 보려고 하였다.그때 사나는 말하였다.‘멀리서 온 물건은 스스로 볼 것이 아니오, 멀리서 온 과실과 음식은 당장 먹을 것이 아닙니다. 왜냐 하면, 저기는 악한 사람이 있으므로 혹 악한 물건이 와서 사람을 해칠까 두렵기 때문입니다.’그러나 왕은 말하였다.‘나는 꼭 보고 싶다.’세 번이나 간절히 왕에게 간하였으나, 왕은 그 말을 듣지 않았다. 그래서 그는 다시 왕에게 말하였다.‘신의 말을 듣지 않으신다면 왕께서 스스로 보십시오. 신은 보지 않겠습니다.’왕이 곧 상자를 열자 두 눈이 멀어 아무것도 보지 못하게 되었다. 사나는 근심과 괴로움으로 거의 죽게 되었다. 그래서 사람을 사방에 내어 보내어 여러 나라를 돌아다니면서 좋은 약을 구해 얻어, 그것으로 왕의 눈을 다스려 전과 같이 회복되었다.비구들이여, 그 때의 그 왕은 바로 지금의 저 사리불이요, 그 사나는 바로 이 내 몸이며, 그 때의 그 악의는 바로 저 제바달다니라.”
35. 산닭왕[山鷄王]의 인연
부처님께서 왕사성에 계실 때 제바달다가 부처님께 나아가 이렇게 말하였다.“부처님께서 이제 편안히 머무시고 이 대중들을 저에게 맡겨 주소서.”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이 침[唾]을 먹을 어리석은 사람아, 나는 이 대중을 사리불이나 목건련에게도 맡기지 않는데, 어떻게 너에게 맡기겠느냐?”그러자 제바달다는 화를 내며 욕하고 떠나갔다.
비구들이 아뢰었다.“세존이시여, 제바달다는 여러 가지로 부처님을 괴롭히려 하며, 또 많은 방편으로 부처님을 속이려 합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그것은 오늘만이 아니다. 지나간 세상에 설산 곁에 사는 어떤 산닭왕은 많은 닭들을 거느리고 자기를 따르게 하였다. 그 닭 벼슬은 매우 붉고 몸은 희었다. 그는 여러 닭들에게 말하였다.‘너희들은 저 도시나 마을을 멀리 떠나 사람들에게 잡아 먹히지 않도록 하라. 우리가 원망하고 미워할 만한 것들이 많이 있으니, 부디 스스로 잘 삼가고 보호하라.’그때 어떤 마을에 고양이 한 마리가 있었다. 그는 거기에 닭이 있다는 말을 듣고 곧 그리로 가서, 나무 밑에서 천천히 걸으면서 머리를 숙이고 그 닭에게 말하였다.‘나는 당신의 아내가 되고 당신은 나의 남편이 됩시다. 당신의 몸은 단정하여 사랑할 만합니다. 머리의 벼슬은 붉고 몸은 온통 하얗습니다. 우리가 서로 받들어 섬기면 안온하고 즐거울 것입니다.’닭은 곧 게송으로 말하였다.
고양이는 노란 눈의 어리석고 작은 물건
무엇이나 해칠 마음으로 잡아먹으려 하는구나.
그러나 아내를 가진 자로서
그 목숨이 안온한 이 보지 못했다.
비구들이여, 그 때의 그 닭은 바로 내 몸이요, 고양이는 바로 저 제바달다니라. 그는 과거에도 나를 꾀어 속이려 하였고, 오늘도 나를 꾀어 속이려 하는 것이다.”
36. 길리조(吉利鳥)의 인연
부처님께서 왕사성에 계셨다.그때 제바달다는 이렇게 생각하였다.‘부처님께는 푸른 옷을 입은 5백 명의 귀신이 있어서 항상 호위하고 있다. 또 부처님에게는 나라연(那羅延)도 따르지 못할 열 가지 힘이 있다. 그러므로 나는 그를 해칠 수가 없다. 차라리 돌아가서 그를 받들어 섬기다가 요긴한 기회를 보아 해치면 죽일 수 있을 것이다.’그리하여 그는 비구ㆍ비구니ㆍ우바새ㆍ우바이 등 대중 앞에서 부처님을 향해 참회하면서 이렇게 생각하였다.‘만일 내 참회를 받아 주면 나는 방편을 쓸 것이요, 내 참회를 받아 주지 않으면 이로 인해 그의 이름이 나쁘게 퍼질 것이다.’그는 곧 부처님께 아뢰었다.“세존이시여, 저의 참회를 받아주소서. 저는 한적한 곳에서 혼자 마음을 닦으려 합니다.”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법에는 아첨과 속임이 없다. 아첨하고 속이는 자에게는 어떤 법도 있을 수 없는 것이다.”그때 저 외도의 여섯 스승들은 모두 말하였다.“제바달다는 진심으로 부처님께 참회하는데, 부처님이 그 참회를 받아 주지 않는다.”
비구들은 부처님께 아뢰었다.“저 제바달다는 거짓으로 부처님을 대합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그것은 오늘만이 아니다. 먼 옛날 바라내국에 범마달(梵摩達)이라는 왕이 있었다. 그는 법을 정하여 살생을 금하였다.그때 어떤 사냥꾼은 선인(仙人)의 옷을 입고 온갖 사슴과 새를 잡았지만는, 아무도 그것을 아는 이가 없었다. 어떤 길리조(吉利鳥)가 여러 사람들에게 말하였다.‘저 아주 나쁜 사람은 비록 선인의 옷을 입었지만, 사실은 사냥꾼으로서 항상 살생합니다. 그러나 아는 사람이 없습니다.’사람들은 모두 길리조를 신용하였는데 진실로그 말과 같았다.비구들이여, 그 때의 그 길리조는 바로 지금 이 내 몸이요, 그 사냥꾼은 바로 지금의 저 제바달다이며, 그 왕은 바로 저 사리불이니라.”
37. 늙은 선인의 인연
부처님께서 왕사성에 계셨다.그때 아사세왕이 제바달다를 위하여 날마다 5백 가마의 밥을 보냈으므로, 제바달다는 많은 이양(利養)을 얻었다.비구들이 부처님께 아뢰었다.“아사세왕은 제바달다를 위하여 날마다 5백 가마의 밥을 보내고 있다 합니다.”부처님께서“제바달다가 많은 이양을 얻는 것을 부러워하지 말라.”하시고, 곧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파초는 열매를 맺으면 마르고
갈대와 대도 또한 그렇다.
버새[駏驉]는 새끼를 배면 죽고
노새도 또한 그러하니라.
어리석은 사람 이양을 탐하여 망하나니
지혜로운 이의 비웃음거리니라.
이 게송을 읊으시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제바달다는 오늘만 이양을 위하여 망하고 나를 비방한 것이 아니라, 과거에도 또한 그러하였느니라.”
비구들은 아뢰었다.“과거의 그 일은 어떠하였습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과거 바라내국의 선산(仙山)에 두 선인이 있었는데, 늙은이는 신통을 얻었고 젊은이는 얻지 못하였다.그때 그 늙은이는 신통의 힘으로 울단월(鬱單越)로 가서 익은 멥쌀을 가지고 와서 둘이서 같이 먹고, 또 염부제로 가서 염부 열매를 가지고 와서 둘이서 같이 먹고 또 도리천으로 가서 그 하늘의 수타(須陀)맛을 가지고 와서 둘이서 갈라 먹었다.젊은 선인은 그것을 보고 부러운 마음이 생겨 그 늙은이에게 말하였다.‘원컨대 그 오신통(五神通)을 닦는 법을 저에게도 가르쳐 주십시오.’늙은 선인은 말하였다.‘만일 좋은 마음을 가지면 오신통을 얻어 반드시 이익이 있겠지만 만일 마음이 좋지 못하면 도리어 해가 될 것이다.’그러나 그는 간절히 아뢰었다.‘원컨대 저에게 가르쳐 주소서.’그때 늙은 선인이 곧 오신통을 가르치자 그는 이내 그것을 얻었다.그는 오신통을 얻고는 여러 사람들 앞에서 가지가지 신통을 나타내어 큰 이름과 이양을 얻었다. 그렇게 되자 그는 그 늙은이를 질투하는 마음이 생겨 가는 곳마다 비방하다가 이내 신통을 잃어버렸다.사람들은 그 말을 듣고 이렇게 말하였다.‘저 늙은 선인은 나이도 많고 덕이 있는데, 저 젊은 선인이 제멋대로 비방한다.’그리하여 모두 성을 내어 성문을 막고 들어오지 못하게 하였으므로, 그는 이내 이양을 잃고 말았다.비구들이여, 알고 싶은가? 그때 그 늙은 선인은 바로 지금의 이 내 몸이요, 그 젊은 선인은 저 제바달다니라.”
38. 두 상인의 인연
부처님께서 왕사성에 계셨다.그때 여러 비구들 가운데 부처님 말을 따르는 이는 모두 열반과 천상과 인간의 길을 얻었고, 제바달다의 말을 따르는 이는 모두 지옥에 떨어져 큰 고뇌를 받았다.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내 가르침을 따르는 이가 큰 이익을 얻고, 제바달다의 말을 따르는 이가 큰 괴로움을 받은 것은 오늘만이 아니라 옛날에도 그러하였느니라.지나간 세상에 어떤 두 상인은 5백 명 상인을 데리고 광야에 이르렀다. 어떤 야차 귀신이 소년으로 변하여 좋은 옷을 입고 머리에는 화만을 이고 거문고를 타면서 상인들에게 가서 말하였다.‘너무 피로하지 않습니까? 그 물풀을 싣고 가서 장차 무엇에 쓰려 하십니까? 요 가까운 앞길에 좋은 물풀이 있습니다. 나를 따라 오십시오. 그 길을 가리켜 드리겠습니다.’한 상인은 그 말을 따라 ‘우리들은 지금 싣고 가는 이 물풀을 버리고 가벼이 하여 가자’고 하였다. 그러나 다른 한 상인은 말하였다.‘우리는 지금 물풀을 보지 못했다. 버리지 말자.’그리하여 물풀을 버린 앞의 사람들은 목이 말라 모두 죽었지만, 그것을 버리지 않은 사람들은 갈 곳에까지 도착하였다.비구들이여, 그때 그 물풀을 버리지 않은 사람은 바로 지금의 내 몸이요, 그 물풀을 버린 사람은 저 제바달다이니라.”
39. 여덟 하늘이 차례로 법을 물은 인연
옛날 부처님이 세상에 계실 때에, 밤중에 갑자기 여덟 하늘이 차례로 내려와 부처님께 나아갔다.첫째 하늘은 용모가 단정하고 광명은 1리를 비추며 천녀 열 명을 권속으로 삼고 부처님께 나아가 지극한 마음으로 땅에 엎드려 예배한 뒤에 한 쪽에 물러나 서 있었다.부처님께서 그 하늘에게 말씀하셨다.“너는 복을 닦아 하늘 몸[天身]을 받았으니, 5욕(欲)을 스스로 즐기면서 시원스레 안락을 누리고 있는가?”하늘이 아뢰었다.“세존이시여, 저는 비록 천상에 나서 살지만 마음은 항상 근심하고 괴로워합니다. 왜 그런가 하면, 저는 전생에 수행할 때에 부모와 스승과 사문과 바라문에게 충성하고 효도하며 마음으로 공경하였지만, 그분들에게 대하여 은근히 공경하고 예배하거나 마중과 배웅을 하지 못하였습니다. 그런 업의 인연으로 과보가 실로 적어 다른 하늘보다 못하며, 못하기 때문에 스스로 꾸짖어 수행하지만 만족할 수 없습니다.”
용모와 몸의 광명과 그 권속들이 앞의 하늘보다 열 배나 훌륭한 다른 하늘이 부처님께 나아가 땅에 엎드려 발 아래 예배하고 한 쪽에 물러나 서 있었다.부처님께서 그에게 말씀하셨다.“너는 천상에 나서 시원스런 안락을 누리는가?”그는 아뢰었다.“세존이시여, 저는 비록 하늘에 나서 살지만 항상 근심하고 괴로워합니다. 왜 그런가 하면, 저는 전생에 수행할 때 부모와 스승과 사문과 바라문에게 충성과 효도하는 마음을 내어 공경하고 예배하였습니다. 그러나 앉는 자리와 따뜻한 침구를 보시하지 못하였습니다. 그런 업의 인연으로지금 과보를 얻었으나 다른 하늘보다 못하며, 못하기 때문에 스스로 꾸짖어 인(因)을 닦지만 만족할 수가 없습니다.”
다시 용모와 광명과 권속들이 앞의 하늘보다 열 배나 훌륭한 다른 하늘이 부처님께 나아가 땅에 엎드려 발 아래 예배하고 한 쪽에 물러나 서 있었다.부처님께서 그에게 말씀하셨다.“너는 하늘 몸을 받아 시원스런 안락을 누리는가?”그는 아뢰었다.“저는 비록 하늘 궁전[天宮]에 나서 살지만 항상 근심하고 번민합니다. 왜 그런가 하면, 저는 전생에 부모와 스승과 사문과 바라문에게 충효하고 공경하며 예배하고 자리와 침구를 보시하였으나, 그분들에게 맛있는 음식을 많이 베풀어 보시하지 못하였습니다. 그 업의 인연으로 지금 과보를 얻었지만 다른 하늘보다 못하며, 못하기 때문에 마음으로 후회하고 꾸짖으면서 인을 닦지만 아직 갖추지 못하였습니다. 그러므로 근심하고 번민합니다.”
용모와 광명과 그 권속들이 앞의 하늘보다 열 배나 훌륭한 다른 하늘이 부처님께 나아가 땅에 엎드려 발 아래 예배하고 한 쪽에 물러나 서 있었다.부처님께서 그에게 말씀하셨다.“너는 하늘 몸을 받아 시원스레 안락을 누리는가?”그는 아뢰었다.“저는 비록 하늘에 났지만 마음으로 항상 근심하고 번민합니다. 왜 그런가 하면, 저는 비록 과거에 부모ㆍ스승ㆍ사문ㆍ바라문에게 충효하고 공경하며 예배하고 침구와 음식을 보시하였으나 법을 듣지 못하였습니다. 그 인연으로 지금 과보를 받았지마는 다른 하늘보다 못하며, 못하기 때문에 항상 스스로 꾸짖으면서 인을 닦지만 아직 만족하지 못하였습니다. 그러므로 근심하고 번민합니다.”
그 몸의 광명과 권속들이 앞의 하늘보다 열 배나 훌륭한 다른 하늘이 부처님께 나아가 땅에 엎드려 발 아래 예배하고 한 쪽에 물러나 서 있었다.부처님께서 그에게 말씀하셨다.“너는 하늘 몸을 받아 시원스레 안락을 누리는가?”그는 아뢰었다.“저는 비록 하늘에 났으나 마음으로 항상 근심하고 번민합니다. 왜 그런가 하면,저는 전생에 부모와 스승과 사문과 바라문에게 잘 충효하고 공경하며 예배하고 침구와 음식을 보시하였으며 법을 들었지만, 그 뜻을 이해하지 못하였습니다. 그 뜻을 이해하지 못하였기 때문에 지금 과보를 받았으나 다른 하늘보다 못하며, 못하기 때문에 마음으로 항상 후회하고 꾸짖으면서 인을 닦지만 아직 원만하지 못하였습니다. 그러므로 근심하고 번민합니다.”몸의 광명과 그 권속들이 앞의 하늘보다 열 배나 훌륭한 어떤 하늘이 부처님께 나아가 땅에 엎드려 발 아래 예배하고 한 쪽에 물러나 서 있었다.부처님께서 그에게 말씀하셨다.“너는 하늘 몸을 받아 시원스레 안락을 누리는가?”그는 아뢰었다.“저는 비록 천당에 나서 살지만 마음으로 항상 근심하고 번민합니다. 왜 그런가 하면, 저는 전생에 수행할 그때 비록 부모와 스승과 사문과 바라문에게 충효하고 공경하며 예배하고 침구와 음식을 보시하며 법을 듣고는 그 뜻을 이해하였지만, 그 말대로 수행하지 못하였습니다. 그 업의 인연으로 지금 과보를 받았으나 다른 하늘보다 못하며, 못하기 때문에 스스로 깊이 후회하고 꾸짖으면서 인을 닦지만 아직 만족하지 못하였습니다. 그러므로 근심하고 번민합니다.”
다시 용모와 광명과 그 권속들이 앞의 하늘보다 열 배나 훌륭한 어떤 하늘이 부처님께 나아가 땅에 엎드려 발 아래 예배하고 한 쪽에 물러나 서 있었다.부처님께서 그에게 말씀하셨다.“너는 하늘 몸을 받아 시원스레 안락을 누리는가?”그는 아뢰었다.“저는 지금 하늘 궁전에 나서 5욕을 스스로 즐기며, 필요한 물건은 생각을 따라 곧 생기므로 진실로 즐거워 어떤 근심도 번민도 없습니다.왜 그런가 하면, 저는 전생에 인을 닦을 그때 부모와 스승과 사문과 바라문에게 충효하고 공경하며 예배하고 침구와 음식을 보시하였으며, 법을 듣고는 그 뜻을 이해할 뿐 아니라 그 말대로 수행하였습니다. 그 인연으로 하늘의 과보를 받아 용모가 단정하고 광명이 특히좋으며, 권속이 많아 다른 여러 하늘보다 뛰어났습니다.그러한 행을 닦았으므로 과보의 만족을 얻었고, 만족하였기 때문에 가장 훌륭한 과보를 얻었으며, 가장 훌륭한 과보이기 때문에 모든 하늘이 따르지 못하고 따를 자가 없기 때문에 마음으로 즐거움을 얻습니다.”
잡보장경 제4권
원위 서역삼장 길가야ㆍ담요 공역
40. 가난한 사람이 보리떡을 보시하여 갚음을 얻은 인연
옛날 어떤 사람이 집이 가난하여 품을 팔아 보릿가루 여섯 되[升]를 얻었다.그것을 가지고 집에 돌아와 처자를 먹이려 하였다. 돌아오는 도중에 마침 어떤 도인이 바리를 들고 지팡이를 짚고 걸식하러 다니는 것을 보았다.‘저 사문은 용모가 단정하고 위의가 조용하여 매우 공경할 만하구나. 한 끼를 보시하는 것도 좋지 않을까’ 하고 생각하였다.그때 도인은 그의 생각을 알고 그를 따라 어떤 물가에 이르렀다. 가난한 사람이 도인에게 말하였다.“내게 지금 보릿가루가 있어 보시하고자 하는데 혹 자시겠습니까?”도인은 대답하였다.“그렇게 합시다.”
그는 물가에다 옷을 펴고 도인을 앉힌 뒤에, 한 되 보릿가루를 물에 타서 한 덩이를 만들어 도인에게 주면서 이렇게 발원하였다.‘만일 이 도인이 깨끗이 계율을 가지고 도를 얻은 사람이라면, 나로 하여금 현재에 한 작은 나라의 왕이 되게 하소서.’도인은 그 떡을 얻고 가난한 이에게 말하였다.“어찌 이리 적은가? 어찌 이리 작은가?”그는 이 도인은 많이 먹는 사람이라 생각하고, 다시 한 되를 물에 타서 한 덩이를 만들어 주면서 발원하였다.‘만일 이 도인이 깨끗이 계율을 가지고 도를 얻은 사람이라면, 나로 하여금 두 개의 작은 나라 왕이 되게 하소서.’도인이 다시 말하였다.“어찌 이리 적은가? 어찌 이리 작은가?”그 가난한 이는 생각하였다.‘아마 이 도인은 아주 많이 먹는 사람인 것 같다. 그만큼 떡을 주어도 적다고 불평하는구나. 그러나 나는 이미 청하였으니까 대어 주어야 한다.’다시 두 되를 물에 타서 한 덩이를 만들어 주면서 발원하였다.‘만일 이 도인이 깨끗이 계율을 가지고 도를 얻은 사람이라면, 나로 하여금 현재에 네 개의 작은 나라를 거느리는 왕이 되게 하소서.’도인은 다시 말하였다.“어찌 이리 적은가? 어찌 이리 작은가?”그래서 그는 나머지 두 되를 마저 덩이를 만들어 도인에게 주면서 발원하였다.‘지금 이 사문이 만일 깨끗이 계율을 가지는 도인이라면, 나로 하여금바라내(波羅㮈)의 국왕이 되어 네 개의 작은 나라를 거느리며, 또 도를 보는 자리를 얻게 하소서.’도인은 그 떡을 받고도 그래도 적다고 불평하였다. 가난한 이는 도인에게 말하였다.“우선 자십시오. 만일 그것으로도 부족하시다면, 내 옷을 벗어 음식과 바꾸어 와서라도 대어 드리겠습니다.”도인은 떡을 먹었다. 그러나 한 되만 먹고 나머지는 주인에게 돌려 주었다.
가난한 이는 물었다.“존자가 아까는 떡이 너무 적다고 불평하시더니 지금은 왜 다 자시지 않습니까?”도인이 대답하였다.“그대가 처음에 내게 한 덩이 떡을 줄 때에는 바로 한 작은 나라의 왕이 되기를 원하였소. 그래서 나는 그대 마음의 원이 작다고 말한 것이오. 둘째 번의 떡덩이에서는 두 개의 작은 나라 왕이 되기를 원하였소. 그래서 그대의 원이 작다고 말한 것이오. 셋째 번의 떡덩이에서는 네 개의 작은 나라 왕이 되기를 원하였소. 그래서 나는 그대의 원이 작다고 말한 것이오.그리고 넷째 번의 떡덩이에서는 바로 바라내의 국왕이 되어 네 개의 작은 나라를 거느리기를 원하였고, ‘나로 하여금 도를 보는 자리를 얻게 하라’고 하였소. 그래서 나는 그대 원이 작다고 한 것이지, 음식이 부족하여 적다고 불평한 것은 아니오.”그때 가난한 이는 의심이 생겼다.‘나로 하여금 현재의 다섯 나라의 왕이 되게 하는 것은 결코 작은 일이 아니다. 아마 거짓이리라.’그러다가 다시 생각하였다.‘내 마음을 능히 아는 것을 보면 반드시 성인일 것이다. 이런 큰 복밭은 나를 속이지 않을 것이다.’도인은 그의 생각을 알고, 곧 바리를 던져 허공에 두고 그 뒤를 따라 날아 올라가서, 큰 몸으로 변하여 허공에 가득 찼다가 다시 작은 몸으로 화하자 마치 가는 티끌과 같았다. 한 몸으로써 한량없는 몸이 되기도 하고 한량없는 몸을 합하여 한 몸이 되기도 하였다.또 몸 위에서는 물을 내고 몸 아래에서는 불을 내었다. 물을 땅처럼 밟기도 하고 땅을 물처럼 밟기도 하였다.이렇게 열여덟 가지 신통을 나타내고는 가난한 이에게 말하였다.“즐겨 큰 원을 내고 조금도 의심하지 말라.”이렇게 말하고 그는 곧 몸을 숨기고 떠났다.
그때 그 가난한 사람은 바라내성으로 향하여 가다가도중에서 어떤 재상을 만났다. 재상은 그를 만나자 그 형상을 자세히 보고는 말하였다.“너는 아무개의 아들이 아닌가?”“그렇습니다.” “왜 그처럼 남루하게 되었는가?”“어려서 부모를 잃은 뒤에 집이 망하고, 돌보아 주는 사람이 없기 때문에 곤궁하여 이처럼 남루하게 되었습니다.”재상은 곧 바라내 왕에게 아뢰었다.“왕의 친하신 아무개의 아들이 지금 문 밖에 있는데 매우 곤궁합니다.”왕은 곧 분부하여 그를 데리고 앞에 오게 하여, 자세한 사정을 묻고 그 친한 이임을 알았다. 그래서 왕은 말하였다.“즐겨 나를 친근히 하고 부디 멀리 떠나지 말라.”이레 뒤에 왕은 병으로 목숨을 마쳤다. 신하들은 서로 의논하였다.“왕에게는 뒤를 이을 이가 없고, 오직 빈궁한 아들이 있을 뿐이다. 저 이는 왕과 친하다. 우리 함께 추대하여 바라내의 왕을 삼아 네 나라를 거느리게 하자.”그러나 그는 그 뒤에 사나워졌다.전날의 그 도인은 왕의 궁전 앞의 허공에서 가부좌를 틀고 앉아 말하였다.“너는 옛날 발원하여 도를 보는 자리를 얻기를 구하더니, 지금은 어찌하여 온갖 악을 지으면서 본래와 다른가?”그는 다시 왕을 위하여 갖가지 법을 연설하였다. 왕은 그 법을 듣고는 먼저 지은 악을 뉘우쳤다. 그리고 허물을 고치고 부끄러워하면서 알뜰히 도를 행하여 수다원(須阤洹)을 얻었다.
41. 가난한 여자가 두 냥을 보시하고 갚음을 얻은 인연
옛날 주암산(晝闇山)에 여러 성현들과 숨어 사는 스님들이 많았다. 여러 나라에서 그 산의 명성을 듣고 거기에 공양하는 이가 많았는데 그 가운데 어떤 장자가 여러 권속들과 함께 공양을 가지고 가려 하였다.어떤 빈궁한 거지 여자는 이렇게 생각하였다.‘지금 여러 장자들이 산으로 공양을 보내는 것은 반드시 어떤 모임을 가지려는 것이다. 나는 가서 걸식을 해야겠다.’그리고는 산으로 향하여 갔다.산에 이르러 아까 그 장자가 갖가지 음식을 차려 여러 스님들을 공양하는 것을 보고혼자 가만히 생각하였다.‘저 사람은 전생의 복을 닦아 오늘에 부귀한데, 지금 다시 공덕을 지으면 장차 더욱 훌륭하게 될 것이다. 나는 전생에 복을 짓지 못하여 금생에 빈곤하다. 만일 지금 복을 짓지 않으면 미래에는 더욱 빈곤할 것이다.’이렇게 생각하고는 눈물을 흘리면서 울다가 또 생각하였다.‘나는 전에 똥 속에서 돈 두 냥을 주워 항상 아끼면서 구걸이 뜻같이 되지 않을 때에는 이것으로 음식과 바꾸어 스스로 살아 가리라고 생각한 일이 있다. 지금 그것을 여러 스님들에게 보시하자. 하루 이틀쯤 음식을 얻지 못하더라도 죽지는 않을 테니까.’그리하여 스님들의 공양이 끝나는 것을 엿보아 그 돈 두 냥을 보시하였다.그때 스님들 법에는 어떤 사람이 보시하면 유나(維那)가 앞에 서서 축원을 하게 되어 있었다. 그러나 그 때에는 상좌(上座)가 유나의 축원을 허락하지 않고 자기가 스스로 축원하였으므로, 여러 하좌(下坐)들은 매우 못마땅한 마음으로 이렇게 생각하였다.‘저 거지 여자의 돈 두 냥을 얻어, 상좌가 가벼이 그를 위하여 스스로 축원하는데, 보통 돈을 보면 어떻게 그렇지 않겠는가?’그때 상좌는 곧 자기가 먹을 밥의 반을 갈라 두었다가 그 여자에게 주었다. 사람들은 상좌가 여자에게 밥을 많이 주는 것을 보고, 그들도 그 여자에게 밥을 많이 주었다.그때 여자는 묵직한 양의 음식을 얻어 가지고 매우 기뻐하면서 말하였다.“나는 마침 보시하여 지금 그 갚음을 얻었다.”그는 그 음식을 가지고 도로 산을 내려가다가 어떤 나무 밑에 이르러 누워 잤다.
마침 그때 왕의 큰 부인이 죽은 지 이레가 되었다. 왕은 사자를 보내어 온 나라를 돌아다니면서 누가 복덕이 있어서 왕의 부인이 될 만한지 찾게 하였다.관상쟁이는 점을 치고 말하였다.“저 누런 구름 밑에는 반드시 현인이 있을 것입니다.”그래서 사자는 그를 데리고 그 나무 밑에 가서 여자를 보았다. 얼굴빛은 윤택하여 복덕의 상이 있고, 나무는 구부려 그 위에 그늘을 지어 빛이 이르지 않도록 하였다.관상쟁이는 말하였다.“이 여자의 복덕은 부인이 될 만합니다.”사자는 그녀를 향탕(香湯)에 목욕시키고,그녀에게 부인의 의복을 주니, 크지도 않고 작지도 않아 몸에 꼭 맞았다.1천 수레와 1만 기병이 좌우를 호위하여, 그녀를 데리고 왕궁에 이르렀다. 왕은 그녀를 보고 매우 기뻐하고 공경하며 존중하였다.이렇게 며칠을 지내다가 여자는 가만히 생각하였다.‘내가 이런 부와 복의 인연을 얻은 것은 그 돈을 보시하였기 때문이다. 지금 저 스님들은 내게 크고 무거운 은혜가 있다.’그 여자는 왕에게 아뢰었다.“저는 전에 몹시 빈천하였는데 왕에게 뽑히어 지금은 사람답게 살게 되었습니다. 제게 저 스님들의 은혜를 갚게 하여 주소서.”왕은 말하였다.“그대 마음대로 하오.”부인은 음식과 보물을 수레에 싣고 산으로 가서 스님들에게 보시하였다. 그러나 그 상좌는 일어나지 않고 유나스님을 보내어 축원하면서 자기는 나와 축원하지 않았다.왕의 부인은 말하였다.“제가 옛날 두 돈을 보시하였을 때에는 저를 위해 축원하더니, 지금은 수레에 보배를 실었는데도 왜 저를 위해 축원하시지 않습니까?”또 여러 젊은 비구들도 모두 말하였다.“저 상좌는 전에 가난한 여자가 두 돈을 보시할 때에는 그녀를 위해 축원하더니, 지금은 왕이 부인이 수레에 보물을 싣고 왔어도 축원하지 않는구나. 늙어 망령들었는가?”
그때 상좌는 왕의 부인을 위하여 바른 법을 연설하고는 말하였다.“부인이여, ‘전에 두 돈을 보시할 때에는 저를 위해 축원하더니, 지금은 수레에 보물을 실었어도 축원하지 않는다’고 생각하여 내게 불평하십니까? 우리 불법에서는 보물을 귀하게 여기지 않고, 오직 착한 마음을 귀하게 여길 뿐입니다. 부인이 전에 두 돈을 보시할 때에는 착한 마음으로 가득하였는데, 지금 보물을 보시함에 내노라고 뽐내는구료. 그래서 나는 지금 당신을 위해 축원하지 않는 것이요. 또 젊은 도인들도 내게 불평하지 마시오. 당신들은 집을 떠난 뜻을 깊이 알아야 하오.”여러 젊은 도인들은 각기 부끄러워하고 모두 수다원의 도를 얻었고, 왕의 부인도 법을 듣고는 부끄러워하고 기뻐하면서 또 수다원의 도를 얻었다.그리고 법을 듣고는예배하고 떠났다.
42. 건타위국의 화가(畵家) 계나(罽那)가 음식을 보시하여 갚음을 얻은 인연
옛날 건타위국(乾陀衛國)에 한 화가가 있었는데, 이름을 계나(罽那)라 하였다.그는 3년 동안 객지에서 품팔이하여 30냥 금을 벌어 가지고 집으로 돌아오다가 다른 사람이 반차우슬(般遮于瑟:五歲會) 여는 것을 보고 유나(維那)에게 물었다.“하루 동안 회를 열려면 얼마나 듭니까?”유나는 대답하였다.“30냥 금을 쓰면 하루 동안 회를 열 수 있습니다.”그는 가만히 생각하였다.‘나는 전생에 복업을 짓지 못하였기 때문에 지금 이 갚음을 받아 품팔이로 살아간다. 지금 복밭을 만났는데 어떻게 복을 심지 않겠는가?’그는 유나에게 말하였다.“청컨대 이 제자를 위하여 추(椎)를 쳐서 스님들을 모아 주십시오. 저는 지금 회를 베풀고자 합니다.”그 회를 마치고 그는 기뻐하면서 집으로 돌아갔다.
집에 이르자 그 부인이 물었다.“3년 동안 품판 돈은 어디 있습니까?”그는 대답하였다.“내가 얻은 재물을 지금 모두 튼튼한 창고 안에 넣어 두었소.”“그 튼튼한 창고는 지금 어디 있습니까?”“저 스님들 속에 있소.”부인은 그를 꾸짖고 곧 친정 친척들을 모아 그 남편을 법관에게 끌고 가서 이렇게 말하였다.“우리 모자는 빈궁하여 고생이 심하니, 옷도 없고 밥도 없습니다. 그런데 우리 남편은 얻은 재물을 다른 데 쓰고 집에는 가지고 오지 않습니다. 그 이유를 문책하여 주십시오.”그때 법관은 그 남편에게 물었다.“왜 그렇게 하였는가?”그는 대답하였다.“이 몸은 번갯불과 같아서 오래 비추지 못하고 또 아침 이슬과 같아서 잠깐 사이에 사라집니다. 그 때문에 두려워하여 스스로 깊이 생각해 보았습니다. ‘나는 전생에 복업을 짓지 못하였기 때문에 지금 곤궁하여 의식이 궁핍하다’고. 그래서 저 불가라성(弗迦羅城)에서 반차회(般遮會)를 여는 것을 보고 그 스님들이 매우 청정하였기 때문에 기뻐하고 공경하며 믿는 마음이 우러나서 유나에게 물었습니다.‘얼마나 들면 하루 음식을 이바지할 수 있습니까?’유나는 대답하였습니다.‘30냥이면 하루 공양을 할 수 있습니다.’그래서 나는 3년 동안 번 돈을 곧 유나에게 주어 스님들을 위해 하루 음식을 짓게 하였습니다.”법관은 그 말을 듣고 매우 기뻐하고, 또 그를 가엾이 여겨 곧 자기 옷과 영락을 벗어 주고, 또 말과 수레를 주고, 다시 한 부락을 떼어 상으로 봉해 주었다. 그 꽃갚음[華報]이 이러하였고 열매 갚음[果報]은 뒤에 있을 것이다.
43. 계이라(罽吏羅) 부부가 몸을 팔아 보시회를 열고 그 갚음을 얻은 인연
옛날 계이라(罽吏羅)라는 사람이 있었다. 그들 부부는 매우 빈궁하여 할 수 없이 품팔이로써 겨우 살아갔다.그는 다른 장자들이 모두 절에 가서 큰 보시회(布施會)를 베푸는 것을 보고 집에 돌아와 그 부인과 함께 자면서, 부인의 팔을 베고 누워 가만히 생각하였다.‘나는 전생에 복을 짓지 못하였기 때문에 이렇게 빈궁하다. 그런데 저 장자 같은 이는 전생에도 복을 지었고 지금도 복을 짓는다. 나는 지금도 복이 없다. 장래 세상에는 더욱 괴로울 것이다.’이렇게 생각하고 울자 눈물이 부인의 팔에 떨어졌다. 부인이 물었다.“왜 눈물을 떨구십니까?”그는 대답하였다.“남을 보니 복을 닦아 언제나 즐거운데, 나는 빈천하여 복을 닦을 수 없구료. 그래서 눈물을 떨구는 것이요.”“눈물을 흘리면 무엇합니까? 내 몸을 팔아서 그 재물로 복을 지으십시오.”“당신을 판다면 나는 어떻게 살아 가겠소?”“만일 살아가지 못할 것이 두려워 나를 내어 놓지 못하시겠으면, 우리 다 같이 몸을 팔아 공덕을 닦읍시다.”이에 두 부부는 서로 이끌고 어떤 부잣집에 가서 말하였다.“지금 우리 부부의 이 천한 몸을 사주십시오.”주인이물었다.“얼마나 받으려는가?”“열 냥을 받고자 합니다.”“이제 너희들에게 돈을 줄 것이니, 이레 만에 갚지 못하면 너의 부부를 종으로 삼을 것이다.”이렇게 약속하였다.그들은 돈을 가지고 그 절에 가서 보시회를 열었다.
그들은 함께 쌀을 찧으면서 서로 격려하여 말하였다.“지금 우리는 힘을 내어 이 복업을 짓는다. 뒷날 남의 집에 매이면 어찌 우리 뜻대로 되겠는가?”이에 그들은 밤낮으로 부지런히 힘써 대회 거리를 준비하고 엿새 째가 되어 곧 회를 베풀게 되었다.마침 그때 국왕이 와서 회를 베풀려고 날짜를 다투자, 스님들이 모두 말하였다.“저 가난한 이를 받았기 때문에 결코 변경할 수가 없습니다.”국왕은 이 말을 듣고 말하였다.“저이는 어떤 소인으로서 감히 나와 대회 날짜를 다투는가?”그는 곧 사람을 보내어 계이라에게 말하였다.“너는 내 날짜를 피하라.”계이라는 대답하였다.“절대 양보할 수 없습니다.”이렇게 세 번 되풀이하였으나 그 말은 처음과 같았다. 왕은 이상히 여겨 몸소 그 승방에 가서 그에게 말하였다.“너는 왜 뒷날로 미루지 않고 나와 날짜를 다투는가?”그는 대답하였다.“우리는 오직 오늘 하루만 자유롭고, 이후에는 남의 집에 매이게 되어 다시는 회를 베풀 수 없기 때문입니다.”“왜 할 수 없는가?”그들은 말하였다.“생각하니 우리는 전생에 복을 짓지 못하여 지금 이렇게 곤궁합니다. 그러므로 만일 지금 복을 짓지 않으면 아마 뒷날은 더욱 괴로워질 것입니다. 그래서 생각하던 끝에 몸을 팔아 돈과 바꾸고 그것으로 공덕을 지어 이 고통을 끊으려 하였습니다. 만일 이레 뒤에 그 돈을 갚지 않으면 우리는 그의 종이 됩니다. 오늘이 엿새인데 내일 이면 이레가 찹니다. 그 때문에 죽음으로써 날짜를 다투는 것입니다.”왕은 이 말을 듣고 가엾은 생각이 들고 처음 보는 일이라고 찬탄하면서“너야말로 참으로 빈궁의 괴로움을 깨달은 사람이다. 나약한 몸으로 굳건한 몸과 바꾸었고, 나약한 재물로굳건한 재물과 바꾸었으며, 나약한 목숨으로 굳건한 목숨과 바구었구나.”하고, 그의 대회를 허락하였다. 그리고 왕은 또 자기와 부인의 옷과 영락을 벗어 계이라 부부에게 주고, 다시 열 개 촌락을 떼어 복을 지은 봉(封)으로 주었다.대개 지극한 마음으로 복덕을 닦는 이가 현재에 얻는 꽃갚음도 그와 같거늘, 하물며 장래에 얻는 열매갚음이겠는가?이로써 볼 때에 모든 세상 사람으로서 괴로움을 면하고자 한다면, 부지런히 복을 닦아야 하겠거늘, 어찌 함부로 게으르고 방일하겠는가?
44. 사미가 개미를 구제하고 수명이 길게 된 인연
옛날 어떤 아라한 도인이 한 사미를 길렀다. 그는 그 사미가 이레 뒤에는 반드시 목숨을 마칠 것을 알고, 그에게 말미를 주어 집에 돌려 보내면서 이레가 되거든 돌아오라고 분부하였다.사미는 스승을 하직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도중에 개미들이 물을 따라 떠내려 가면서 곧 죽게 된 것을 보았다. 그는 자비심이 생겨 가사를 벗어 거기에 흙을 담아 물을 막고, 개미를 집어 마른 땅에 올려 놓아 개미들이 모두 살게 하였다.이레가 되어 그는 스승에게로 돌아갔다. 스승은 이상히 여기고 선정에 들어 관찰하다가, 그가 다른 복은 없는데 그렇게 된 것은 개미를 구제한 인연임을 알았다.그래서 사미는 이레 만에 죽지 않고 수명을 늘리게 되었다.
45. 건타국왕이 묵은 절 탑을 중수하고 목숨을 늘린 인연
옛날 건타위국에 어떤 왕이 있었다.어떤 뛰어난 관상쟁이가 왕의 상을 보니, 왕은 이레 뒤에는 반드시 목숨을 마치게 되어 있었다.왕은 사냥을 나갔다가 다 허물어진 어떤 묵은 탑을 보고 곧 신하들과 함께 그것을 수리하였다. 그리고 기뻐하면서 궁으로 돌아왔는데, 이레가 지나도 아무 일이 없었다.관상쟁이는 이레가 지난 것을 보고 이상이 여겨 왕에게 물었다.“어떤 공덕을 지었습니까?”왕은 대답하였다.“아무 공덕도 지은 것이 없다. 다만 어떤 부서진 탑을 진흙으로 수리한 것 뿐이다.”탑을 수리하는 공덕도 이와 같은 것이다.
46. 비구가 절 벽의 구멍을 막아 목숨을 늘린 인연
옛날 한 비구가 죽을 때가 되었다.마침 어떤 외도 바라문이 그 상을 보니, 이레 뒤에는 그 비구가 반드시 목숨을 마치게 되어 있었다.그때 그 비구는 승방에 들어갔다가 벽에 구멍이 난 것을 보고, 곧 진흙을 뭉쳐 구멍을 막았다.그 복으로 말미암아 그 수명을 늘려 이레를 지나게 되었다.바라문은 그것을 보고 이상히 여겨 물었다.“당신은 어떤 복을 닦았습니까?”“나는 아무 복도 닦은 것이 없소. 다만 어제 승방에 들어갔다가 벽에 구멍이 난 것을 보고 수리하였을 뿐이요.”바라문은 찬탄하면서 말하였다.“승가의 복밭은 가장 깊고 무거워, 능히 죽을 비구도 그 수명을 늘리게 하는구나.”
47. 장자의 아들이 부처님을 뵙고 수명을 늘려 주기를 구한 인연
옛날 부처님께서 세상에 계실 때에 어떤 장자의 아들이 있었는데 나이 5, 6세가 되었다.어떤 관상쟁이가 그의 상을 보니 복덕을 두루 갖추었으나 오직 수명이 짧았다. 장자는 그를 데리고 여섯 명의 외도 스승에게 가서 수명을 늘려 주기를 구하였는데, 그 여섯 스승들이 수명을 늘리는 법을 주지 못하자, 화를 내면서 다시 부처님께 데리고 가서 아뢰었다.“이 아이의 명이 짧습니다. 원컨대 세존께서는 수명을 늘려주소서.”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수명을 늘려 줄 수 있는 그런 법은 없느니라.”“원컨대 방편을 가르쳐 주소서.”부처님께서 가르쳐 주셨다.“너는 저 성문 아래 가서 나오는 사람들을 보거든 예배하고, 들어오는 이에게도 예배하라.”그때 어떤 귀신이 바라문의 몸으로 변하여 성으로 들어가려 하였다. 아이가 그를 향해 예배하자귀신이 축원하였다.“너를 장수하게 하리라.”그 귀신은 바로 그 아이를 죽일 귀신이었다.그러나 귀신의 법에는 두 가지 말을 할 수 없게 되었으므로, 이미 장수하기를 허락한지라 죽일 수가 없었다.그는 이와 같이 겸손하고 참으며 공경하여 수명을 늘릴 수가 있었다.
48. 장자의 아들이 품팔이로 회를 베풀어 현재의 갚음을 얻은 인연
옛날 부처님께서 세상에 계실 때, 어떤 장자의 아들은 일찍이 부모를 잃고, 외롭고 궁하여 헤매면서 품팔이로 살아갔다.그는 어떤 사람에게서 도리천상은 아주 즐겁다는 말을 듣고, 또 다른 사람에게서 부처님과 스님을 공양하면 반드시 거기 가서 난다는 말을 들었다. 그래서 그 사람에게 물었다.“얼마나 들면 부처님과 스님께 공양할 수 있겠는가?”그 사람은 대답하였다.“금 30냥을 쓰면 보시회를 베풀 수 있다.” 그는 곧 저자로 가서 품팔 곳을 구하였는데, 저잣거리에 어떤 큰 부자 장자가 있어 그를 쓰기로 하였다.장자는 물었다.“너는 지금 어떤 일을 할 수 있는가?”그는 대답하였다.“저는 무슨 일이나 다 할 수 있습니다. 3년 동안 일하면 얼마나 찾겠습니까?”“금 30냥은 찾을 것이다.”장자는 그가 무슨 일이나 할 수 있다는 말을 듣고 곧 그를 썼다.그는 사람됨이 단정하고 정직하여 금ㆍ은ㆍ동ㆍ철 등 갖가지 점방에서 보통 때보다 곱절이나 이익을 얻게 하였다.연한이 차자, 그는 장자에게서 품삯을 받았다. 장자는 물었다.“너는 지금 그 돈으로 무슨 일을 하려는가?”그는 대답하였다.“저는 부처님과 스님들을 공양하려 합니다.”장자는 말하였다.“나는 이제 너를 도와 주리라. 갖가지 그릇과 쌀과 국수를 너에게 줄 것이니, 음식을 만들어 부처님과 스님들을 청하여라.”
그는 곧 승방으로 가서 부처님과 스님들을 청하였다. 부처님께서는 비구들을 시켜 그 청을 받게 하셨다. 그리하여 부처님께서는 당신 방에 계시고 스님들만 장자 아들의 청을 받기로 하였다.마침 그날은 명절날이 되어 여러 사람들은 갖가지 음식을 스님에게 보내었다.그래서 스님들은 모두 배불리 먹은 뒤 장자의 집으로 갔다.그때 장자의 아들은 손수 음식을 돌렸다. 상좌(上座)가 조금만 놓으라 하자, 차례로 모두 조금만 놓으라 하여 아랫줄에 이르렀다.그때 장자의 아들은 울고 번민하면서 생각하였다.‘3년 동안 고생하여 이 음식을 베푼 것은 여러 스님이 잘 자시기를 바랐던 것인데, 이제 스님들이 드시지 않는구나. 내가 천상에 나기를 구하였지만 끝내 거기 가서 나지 못하겠구나.’그리고 그는 부처님께 나아가 아뢰었다.“스님들이 저의 공양을 먹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반드시 저의 소원은 이루어지지 않을 것입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조금 먹던가?”“예, 모두 조금씩 먹었습니다.”“먹지 않더라도 네 소원은 반드시 이뤄지겠거늘, 하물며 조금 먹었는데 어찌 이뤄지지 않겠느냐?”그는 기뻐하면서 돌아가서 음식을 먹었다. 여러 스님들도 음식을 마치고 모두 돌아갔다.
그때 5백 상인들이 바다에 들어갔다가 돌아와서 성에 들어가 음식을 찾았다. 그러나 마침 세상에는 흉년이 들어 아무도 주는 이가 없었다.어떤 사람이 그들에게 말하였다.“저 장자의 아들이 오늘 회를 열었으니 반드시 거기에는 음식이 있을 것입니다.”장자의 아들은 상인들이 있다는 말을 듣고 기뻐하여 5백 상인들에게 음식을 주어 모두 충족하게 하고 그들을 따르는 사람들도 모두 배불리 먹였다.제일 아랫 상인이 만 냥의 가치가 있는 구슬 하나를 풀어 그에게 주었다. 그리하여 5백 상인이 저마다 구슬 하나씩과 발우 하나씩을 주었지마는 그 장자의 아들은 감히 받지 않고, 부처님께 달려가 아뢰었다.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그것이 바로 이 세계에서 받는 갚음[華報]이니 가지더라도 괴로움이 없을 것이요, 뒷날에는 반드시 천상에 날 것이니 두려워할 것이 아니니라.”그리고 그의 주인 장자는 아들이 없고 외딸이 있었는데, 곧 그 아이에게 딸을 아내로 주었다. 이리하여 드디어 가업이 번창하여 사위성 안에서 제일이 되었다.장자가 목숨을 마치자, 바사닉왕은 그 아이가 총명하고 지혜가 있다는 말을 듣고, 장자의 가업을 모두 그 아이에게 주었다.그의 이 세계에서 받는 갚음은 이와 같았고, 과보(果報)는 뒤에 있을 것이다.
49. 불나(弗那)가 부처님께 한 발우의 밥을 드리고 현재의 갚음을 얻은 인연
옛날 부처님께서 세상에 계실 때 범지(梵志:바라문) 다섯 형제가 있었다. 첫째 이름은 야사(耶奢)요, 둘째 이름은 무구(無垢)며, 셋째 이름은 교범바제(憍梵波提)요, 넷째 이름은 소타이(蘇馱夷)로, 이 네 형제는 산에 들어가 도를 배워 5신통(神通)을 얻었다.맨 끝의 아우는 이름이 불나(弗那)였는데, 그는 부처님께서 걸식하시는 것을 보고, 희고 깨끗한 밥을 발우에 가득 담아 부처님께 드렸다.그때 불나는 농사를 업으로 삼고 있었는데, 그는 밭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왔다. 그 뒤 어느 날 그는 밭에 나가 보았다. 밭 가운데 난 모종이 모두 금벼[金禾]로 변하였는데, 길이가 모두 두어 자나 되었고, 다 베고 나면 처음처럼 도로 나오곤 하였다.그 나라 왕도 그 말을 듣고 와서 베었으나 다 벨 수 없었다.그때 형들은 생각하였다.‘우리 아우 불나는 지금 어떻게 살아가는가? 구차하지는 않을까?’그들은 모두 가서 그 아우의 복이 왕보다 나은 것을 보고 아우에게 말하였다.“네가 전에는 가난하였는데, 어떻게 갑자기 이런 부자가 되었느냐?”아우는 대답하였다.“나는 구담(瞿曇)에게 한 발우의 밥을 드리고 이런 갚음을 받았습니다.”네 형은 이 말을 듣고 기뻐 뛰면서 또 아우에게 말하였다.“너는 지금 우리를 위해 환희단(歡喜團)을 만들어 다오. 우리 넷은 각각 하나씩 가지고 구담에게 공양하여 하늘에 나기를 발원하리라. 그 법을 듣지 않으면 해탈할 수 없다.”
그리하여 그들은 각각 환희단을 가지고 부처님께 나아갔다. 큰 형이 하나를 집어 부처님 발우에 놓자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모든 행은 덧없으니.”또 둘째가 환희단을 집어 부처님 발우에 놓자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그것이 곧 나고 죽는 법이다.”셋째가 또 환희단을 부처님 발우에 놓자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나고 죽음이 아주 사라지면.”또 넷째가 환희단을 부처님 발우에 놓자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열반이 즐거움 되느니라.”그들은 곧 집으로 돌아가 고요한 곳으로 가서 서로 물었다.“너는 어떤 말씀을 들었는가?”맏형은 말하였다.“나는 ‘모든 행은 덧없으니’라고 들었다.”다음 형은 말하였다.“나는 ‘그것이 곧 나고 죽는 법이다’라고 들었다.”그 다음 형은 말하였다.“나는 ‘나고 죽음이 아주 사라지면’이라고 들었다.”넷째는 말하였다.“나는 ‘열반이 즐거움 되느니라’라고 들었다.”네 형제들은 각각 그 게송을 생각하고 아나함을 얻었다. 그리하여 모두 부처님께 나아가 중이 되기를 구하여 아라한의 도를 얻었다.
50. 대애도(大愛道)가 금실로 짠 옷을 부처님께 드린 일과 또 천주사(穿珠師)의 인연
옛날 부처님께서 세상에 계실 때, 대애도(大愛道)는 부처님을 위하여 금실로 짠 옷을 가지고 가서 부처님께 올렸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그것을 스님들에게 보시하시오.”대애도는 말하셨다.“저는 부처님을 젖을 먹여 길렀습니다. 내 손으로 옷을 만들어 일부러 와서 부처님께 바치는 것은 부처님께서 나를 위해 이것을 받아 주시기를 바라서인데, 어찌하여 스님들에게 주라고 말씀하십니까?”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이모님으로 하여금 큰 공덕을 얻게 하려고 하는 것입니다. 왜냐 하면, 중들의 복밭은 가없이 넓고 크기 때문에 권하는 것입니다. 만일 내 말대로 한다면 그것은 이미 내게 공양한 것입니다.”그때 대애도는 그 옷을 가지고 중들에게로 가서 윗자리에서부터 돌렸으나 아무도 감히 받는 이가 없었다. 차례가 미륵에게 이르자 미륵은 곧 그것을 받아 입고 성에 들어가 걸식하였다.미륵의 몸에는 32상(相)이 있었고, 몸빛은 자마금빛이었다.미륵이 성에 들어가자 여러 사람들은 다투어 구경하였지만 아무도 밥을 주는 이가 없었다.그때 어떤 천주사(穿珠師)는 아무도 그에게 밥을 주는 이가 없는 것을 보고, 곧 미륵 앞에 나아가 꿇어앉아 청하여 집으로 데리고 가서 밥을 주었다.미륵이 식사를 마치자, 천주사는 조그만 자리를 미륵 앞에 펴 놓고 앉아 설법을 들으려 하였다.미륵은 네 가지 변재의 힘이 있었다. 그래서 그를 위해 갖가지 묘법을 설하였다.그때 천주사는 설법 듣기를 즐겨 조금도 싫증을 내지 않았다.
예전에 어떤 장자가 딸을 시집 보내려고 천주사를 시켜 한 보배 구슬을 뚫게 하고 돈 10만 냥을 주었었다.마침 그때 그 장자는 사람을 보내어 구슬을 찾으러 왔다. 그러나 천주사는 법을 듣기에 정신이 없어 구슬 뚫을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래서 그는 대답하였다.“잠깐만 더 기다리시오.”그 사람은 또 찾으러 왔다. 이렇게 세 번이나 오갔지마는 그래도 찾아가지 못하였다. 그 장자는 화를 내어 돈과 구슬을 모두 도로 빼앗아 갔다.천주사의 아내는 성을 내어 그 남편에게 말하였다.“이제는 일이 없게 되었습니다. 잠깐 동안 구슬을 뚫으면 10만 냥의 이익을 얻을 것인데, 왜 저 도인의 말만 듣고 있습니까?”천주사는 그 말을 듣고 마음 속으로 매우 한탄하였다.그때 미륵은 그가 매우 한탄하는 것을 알고 그에게 물었다.“그대는 나를 따라 절에 갈 수 있는가?”“갈 수 있습니다.”그는 미륵을 따라 승방에 가서 상좌 비구에게 물었다.“어떤 사람이 금 10만 근을 얻는 것과 기쁜 마음으로 설법을 듣는 것과 어느 것이 낫습니까?”교진여는 말하였다.“설령 어떤 사람이 금 10만 근을 얻더라도 다른 사람이 계율을 가지는 이에게 한 발우의 밥을 주는 것보다 못하거늘, 하물며 믿는 마음으로 잠깐 동안이나마 법을 듣는 것이겠는가? 그것은 저것보다 백천만 곱이나 훌륭하니라.”그래서 다시 둘째 상좌에게 묻자, 둘째 상좌는 대답하였다.“설령 어떤 사람이 10만 수레의 금을 얻더라도 계율을 가지는 이에게 한 발우의 밥을 주는 것보다 못하거늘, 하물며 기뻐하는 마음으로 법을 듣는 것이겠는가?”조금 있다가 또 셋째 상좌에게 물었다. 셋째 상좌는 대답하였다.“설령 어떤 사람이 10만 집의 금을 얻더라도 계율을 가지는 이에게 한 발우의 밥을 주는 것보다 못하거늘, 하물며 법을 듣는 것이겠는가?”또 넷째 상좌에게 묻자, 넷째 상좌는대답하였다.“설령 10만 나라의 금을 얻더라도 계율을 가지는 이에게 한 발우의 밥을 주는 것보다 못하거늘, 하물며 법을 듣는 것이겠는가? 그것은 백천만 갑절이나 나으니라.”
이렇게 차례로 물어 아나율에게 이르자, 아나율은 말하였다.“어떤 사람이 사천하에 가득 찬 금을 얻더라도 계율을 가지는 이에게 한 발우의 밥을 주는 것보다 못하거늘, 하물며 법을 듣는 것이겠는가?”미륵이 물었다.“존자는 ‘비구에게 한 발우의 밥을 주는 것이 사천하에 가득한 금을 얻는 것보다 낫다’고 하였는데, 어째서 그러합니까?”존자는 대답하였다.“내 자신이 징험한 바입니다. 생각하면 과거 91겁 전에 어떤 왕자가 있었습니다. 그는 두 아들을 두었는데, 첫째는 이름이 리타(利吒)요, 둘째는 이름이 아리타(阿利吒)였습니다. 장자는 항상 그들에게 말하였습니다.‘높은 이도 떨어지며 항상된 듯한 것도 다하는 것이다. 대개 남[生]이 있으면 죽음이 있고 모이면 흩어지는 것이다.’장자는 병으로 목숨을 마치려 할 때 아들에게 분부하였습니다.‘부디 갈라져 살지 말라. 마치 실 한 가닥은 코끼리를 잡아 매지 못하지만, 실을 많이 모으면 코끼리도 끊지 못하는 것처럼 형제가 한데 사는 것도 많은 실과 같으니라.’장자는 이렇게 아들에게 훈계하고 목숨을 마쳤습니다. 그들은 아버지의 유훈이기 때문에 형제가 같이 살면서 서로 공경하고 화목하였습니다.뒤에 그 아우가 장가들어 생활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아우의 아내는 남편이 못마땅해 이렇게 말하였습니다.‘당신은 저이의 종과 같습니다. 재물을 쓰는 것과 손님을 대접하는 것은 모두 당신 형님이 맡아 하고, 당신은 그저 옷과 밥을 얻을 뿐이니, 종이 아니고야 어찌 그렇겠습니까?’아내는 자주 이런 말을 하였습니다.그때 부부는 마음에 변화가 생겨 형에게 갈라져 살기를 청하였습니다.
형은 아우에게 말하였습니다.‘너는 아버지의 임종 때의 말을 생각하지 않느냐?’그러나 아우는 마음을 고치지 않고 자꾸 갈라져 살기를 청하였습니다. 형은 아우의 뜻을 보고 곧 갈라져 살기로 하되, 모든 소유를 모두 반으로 나누었습니다. 아우 내외는 나이가 젊기 때문에 방탕하게 놀아낭비가 심하였습니다. 그래서 얼마 지나지 못하고 빈궁하게 되어 그 형에게 와서 구걸하였습니다. 그때 그 형은 그에게 돈 10만 냥을 주었습니다.아우는 그것을 얻어간 지 오래지 않아 다 써 버리고 또 와서 청하는 것이었습니다. 이렇게 여섯 번까지는 10만 냥씩 주었다가, 일곱 번째에는 형은 아우를 꾸짖었습니다.‘너는 아버지의 임종 때 말을 생각하지 않고 갈라져 살기를 청하였는데, 애를 써서 생활하지 못하고 자꾸 와서 물건을 청하는구나. 이제 너에게 10만 냥을 줄 터인데, 네가 생활을 잘하지 않고, 또 와서 청하더라도 다시는 주지 않을 것이다.’이런 괴로운 말을 듣고 그 내외는 애써 생활하여 점점 부자가 되었습니다.
그 형은 재물을 잃고 차츰 빈궁하게 되어 아우에게 가서 구걸하였으나 아우는 형에게 밥도 주지 않으면서 이렇게 말하였습니다.‘형은 항상 부자이리라고 생각하였는데, 가난할 때도 있습니까? 나는 옛날 형에게 구걸한 적이 있었는데 몹시 꾸지람을 들었습니다. 지금 왜 저에게 와서 청하는 것입니까?’형은 이 말을 듣고 매우 근심하고 번민하면서 생각하였습니다.‘한 배에서 난 형제도 오히려 이러하거늘, 하물며 남이겠는가?’그는 그만 생사가 싫어져 집에는 돌아가지 않고 산에 들어가 도를 공부하되, 부지런히 고행하여 벽지불이 되었습니다.뒤에 그 아우도 점점 빈궁하게 되고 또 세상의 흉년을 만나 나무를 팔면서 살아갔습니다.그때 벽지불은 성에 들어가 걸식하였으나 아무것도 얻지 못하고, 빈 발우로 도로 성을 나왔습니다. 그 나무꾼은 벽지불이 빈 발우로 성을 나오는 것을 보고, 곧 나무를 팔아 얻은 핏[稗]가루를 주려고 벽지불에게 말하였습니다.‘존자시여, 이 거친 음식을 드시겠습니까?’그는 대답하였다. ‘좋고 나쁜 것을 가리지 않고 그저 먹어 몸을 지탱하겠노라.’그래서 나무꾼은 그것을 주었습니다. 벽지불은 그것을 받아 먹고는 허공에 날아올라 열여덟 가지 신변을 보인 뒤에 본 자리로 내려왔습니다.
뒤에 나무꾼은 나무하러 가다가 길에서 토끼 한 마리를 보고 지팡이로 쳤습니다. 그것은 죽은 사람으로 변하여 갑자기 일어나 나무꾼의 목을 껴안았습니다. 그는 온갖 방편으로 그것을 떼려 하였으나 뗄 수가 없어 옷을 벗어 주고 사람을 시켜 하였지마는 또한 뗄 수 없었습니다.끝내 날이 어두워 그것을 업고 집으로 항하였습니다.집에 이르자 그 시체는 스스로 풀리면서 땅에 떨어져 순금 사람이 되었습니다.그때 나무꾼은 그 금 사람의 머리를 베었는데, 머리는 도로 났습니다. 그 손과 다리를 베자 손과 다리는 다시 나서 잠깐 동안에 금머리와 금손이 그 집에 가득 차서 큰 무더기로 쌓였습니다.이웃 사람들은 관청에 알렸습니다.‘저이는 빈궁한 사람인데, 그 집에 저절로 저런 금무더기가 쌓였습니다.’왕은 그 말을 듣고 사람을 보내어 살펴보게 하였습니다. 그 사람은 그 집에 갔으나 순전히 문드러지고 냄새나는 죽은 사람의 손과 머리밖에 보지 못하였습니다. 그러나 그 주인이 스스로 금머리를 들고 왕에게 바치자, 그것은 바로 순금이었습니다. 왕은 매우 기뻐하면서 ‘이이는 복받은 사람이다’ 하고, 큰 마을을 봉(封)해 주었습니다.
그는 거기서 목숨을 마치고는 둘째 하늘에 나서 제석천이 되었다가 인간에 내려와서는 전륜성왕이 되었습니다. 이리하여 91겁 동안을 끊이지 않고, 하늘 왕과 인간의 왕이 되었고, 지금은 최후의 몸으로 석가 종족에 났는데, 처음 나는 날에는 40리 안의 묻힌 창고에서 보배가 저절로 솟아났습니다. 그 뒤에 그가 점점 자라나자, 부모는 그 형 석마남(釋摩男)을 치우치게 사랑하였습니다. 아나율의 어머니가 여러 아이들을 시험하려고 사람을 보내어 ‘밥이 없다’고 말하자, 아나율은 ‘빈 그릇만 가지고 오라’고 하였습니다.그래서 빈 그릇을 그에게 주었더니, 빈 그릇에는 온갖 맛난 음식이 저절로 찼습니다.비록 4천하의 금으로 젖을 사서 먹이더라도 한 겁 동안도 모자라겠거늘, 하물며 91겁 동안 언제나 즐거움을 받는 것이겠습니까? 그러므로 내가 지금 이 저절로 된 음식을 받는 것은,전생에 그 한 발우의 밥을 보시하였기 때문에 이 갚음을 받는 것입니다.위로 여러 부처님과 아래로 범천에 이르기까지 깨끗한 계율을 가지는 이만을 모두 지계자(持戒者)라 합니다.”그때 천주사는 이 말을 듣고 매우 기뻐하였다.
잡보장경 제5권
원위 서역삼장 길가야ㆍ담요 공역
51. 천녀가 가섭부처님 탑에 화만(華鬘)을 공양한 인연
그때 석제환인은 부처님의 설법을 듣고 수다원을 얻고는, 곧 천상으로 돌아가 여러 하늘 무리들을 모아 놓고, 부처님과 법과 승가를 찬탄하였다.그때 어떤 천녀는 광명이 매우 빛나는 화만을 머리에 이고, 여러 하늘 무리들과 함께 선법당(善法堂)에 왔다.여러 하늘 무리들은 그 천녀를 보고 놀라운 마음이 생겼고, 석제환인은 곧 게송으로 천녀에게 물었다.
너는 어떠한 복업을 지었기에
몸은 순금을 녹인 것 같고
그 빛은 마치 연꽃 같으며
그리고 큰 위엄과 덕이 있는가?
몸에는 묘한 광명을 내고
얼굴은 꽃이 피어나는 듯
금빛이 환하게 비치는구나.
어떠한 업으로 그런 몸 얻었는가?
원컨대 나를 위해 설명하여라.
그때 천녀는 게송으로 대답하였다.
나는 옛날에 아름다운 화만을
가섭부처님의 탑에 바치고
지금은 이 천상에 나서
이런 훌륭한 공덕을 얻었다.
그래서 이 천상에 나서 살면서
이 금빛 몸을 갚음으로 얻었다.
석제환인은 다시 게송으로 찬탄하였다.
참으로 놀랍구나, 공덕 밭이여.
온갖 더러운 것 매어 버리면
그러한 조그만 종자로써도
훌륭한 하늘의 과보를 얻는구나.
그 누가 저이를 공양하지 않으랴.
저 순금 무더기를 공경하여라.
그 누가 부처님을 공양하지 않으랴.
훌륭하고 묘한 공덕의 밭인 것을.
눈은 매우 길고 넓어서
마치 저 푸른 연꽃 같아라.
위없이 제일 높은 어른에게
너는 잘 공양을 올렸구나.
그리하여 조그만 공덕의 업을 지어
그처럼 훌륭한 모양을 얻었구나.
그때 천녀는 하늘에서 내려와 꽃일산을 들고 부처님께 나아갔다. 부처님께서 그를 위해 설법하시니, 그는 수다원을 얻고는 천상으로 돌아갔다.여러 비구들은 이상히 여겨 곧 부처님께 여쭈었다.“세존이시여, 그 천녀는 어떤 공덕을 지었기에 그런 하늘몸[天身]을 얻어 단정하고 뛰어납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그는 옛날에 여러 가지 화만을 가섭부처님의 탑에 공양하였다. 그 인연으로 지금 그런 과보를 받은 것이다.”
52. 천녀가 가섭부처님 탑에 연꽃을 공양한 인연
그때 또 어떤 천녀는 광명이 빛나는 화만을 머리에 이고, 여러 하늘들과 함께 선법당에 왔다. 여러 하늘들은 그 천녀를 보고 놀라운 마음이 생겼다.그때 제석천은 게송으로 물었다.
너는 옛날에 어떤 복을 지었기에
그 몸은 마치 순금 무더기 같고
그 빛은 저 연꽃 같으며
그리고 큰 위엄과 덕이 있는가?
몸에는 묘한 광명을 내고
얼굴은 꽃이 피어나는 듯
그 광명 매우 빛나고 밝구나.
너는 어떤 업으로 그 모양 얻었는가?
원컨대 나를 위해 설명하여라.
천녀는 곧 게송으로 대답하였다.
나는 옛날에 연꽃으로써
가섭부처님 탑에 공양했나니
오늘에 또 세존님 만나
이런 훌륭한 공덕을 얻었네.
그리고 천상에 나서 살면서
이 금빛 몸의 갚음 얻었네.
석제환인은 다시 게송으로 찬탄하였다.
참으로 놀랍구나, 공덕 밭이여.
온갖 더러운 것 없앴나니
심은 종자는 아주 작아도
얻은 과보는 훌륭하구나.
누가 공양하기 즐기지 않으랴.
저 순금덩이를 공경하여라.
누가 부처님을 공양하지 않으랴.
훌륭하고 묘한 복밭인 것을.
그 눈은 넓고도 또 길어서
마치 저 푸른 연꽃 같아라.
가장 훌륭하고 거룩한 분에게
너는 능히 옛날에 공양했나니
묘한 복덕의 그 업을 짓고
지금 그러한 갚음을 받았구나.
그때 천녀는 곧 하늘에서 내려와 꽃일산을 들고 부처님께 나아가 부처님의 설법을 듣고는 법안(法眼)이 깨끗하게 되어 천상으로 돌아갔다.비구들은 부처님께 여쭈었다.“그 여자는 과거에 어떤 업을 지었기에 그런 갚음을 받았습니까?”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그는 과거에 가섭부처님 탑에 묘한 연꽃을 공양하였기 때문에 그런 훌륭한 과보를 얻었고, 지금은 도의 자취를 보았느니라.”
53. 천녀가 여덟 가지 재계(齋戒)를 받들어 지니고 천상에 난 인연
그때 또 어떤 천녀는 여덟 가지 재계를 받들어 지니고 천상에 나서 몸의 단정한 갚음을 얻어 빛나는 얼굴과 위엄스런 모양이 사람들과 달랐다.천녀는 여러 하늘들과 함께 선법당에 왔다. 하늘들은 그를 보고 모두 놀라운 생각을 했고, 석제환인은 게송으로 물었다.
너는 옛날에 어떤 업을 지었기에
그 몸은 마치 순금의 산과 같고
빛나는 얼굴은 환하게 밝으며
빛깔은 깨끗한 연꽃 같은가?
훌륭한 위엄과 덕을 얻어
몸에서는 크고 묘한 광명 내나니
어떤 업으로 그런 몸 얻었는가?
원컨대 나를 위해 설명하여라.
그때 천녀는 게송으로 대답하였다.
나는 옛날 가섭부처님 밑에서
여덟 가지 재계를 받들어 지니고,
지금은 이 하늘에 나게 되어
단정한 이 몸의 갚음 받았네.
석제환인은 다시 게송으로 찬탄하였다.
참으로 놀라워라, 공덕 밭이여.
능히 훌륭하고 묘한 갚음 내나니
옛날에 조그만 인(因)을 닦아
지금 이 하늘 위에 나게 되었네.
그렇게 훌륭한 복 무더기를
그 누가 공양하지 않을 것이며,
그렇게 훌륭하고 거룩한 이를
그 누가 공경하지 않을 것인가?
이 말을 듣는 이는 그 누구나
마땅히 크게 기뻐해야 할 것이요,
하늘에 나기를 바라는 이는
깨끗한 계율을 가져야 하네.
그때 그 천녀는 좋은 꽃일산을 가지고 부처님께 나아갔다. 부처님께서는 그를 위해 설법하시어 도를 얻게 하셨다.비구들은 부처님께 여쭈었다.“이 하늘은 옛날에 어떤 복을 지었기에 천상에 나서 거룩한 결과를 얻게 되었습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그는 옛날 사람으로 있을 때 가섭부처님 앞에서 여덟 가지 재를 받들어 지녔다. 그 선행으로 말미암아 천상에 나서 도의 자취를 보게 되었느니라.”
54. 천녀가 등불을 켜 공양하고 천상에 난 인연
그때 왕사성의 빈바사라왕(頻婆娑羅王)은 불법 안에서 도를 닦고, 무너지지 않는 믿음을 얻어 항상 부처님께 등불을 공양하였다.그 뒤에 제바달다가 아사세왕과 나쁜 벗이 되어 불법을 해치려 하였다. 그래서 그 나라 백성들은 두려워하여 등불을 켜는 공양을 못하였다.마침 어떤 여자가 습관으로 승가의 자자일(自恣日)에 부처님께서 길에서 거니시는 것을 보고 등불을 켜 공양하였다.아사세왕은 그 소문을 듣고 매우 화를 내어, 곧 칼바퀴[劍輪]로 그 여자의 허리를 베어 죽였다. 그 여자는 목숨을 마치고 33천의 마니염(摩尼焰) 궁전에 나게 되어 그 궁전을 타고 선법당에 이르렀다.제석천은 게송으로 물었다.
너는 옛날에 어떤 업을 지었기에
그 몸은 마치 순금덩이 같고
그리고 큰 위엄과 덕이 있으며
그 얼굴은 그처럼 빛이 나는가?
천녀는 곧 게송으로 대답하였다.
세 가지 세계의 진정한 구제요
세 가지 존재의 큰 등불이신
그 부처님을 지극한 마음으로 뵈었더니
뛰어난 상호로 장엄한 몸이었네.
온갖 법 가운데 가장 훌륭하신 이
그를 위해 등불 켜 공양했나니
등불은 타서 어둠을 없애고
부처님 등불은 온갖 악을 없앴네.
햇빛과 같은 그 등불 보고
진실로 믿는 마음 일어났고
왕성히 밝게 타는 그 등불 보고
기뻐하면서 부처님께 예배했네.
천녀는 이 게송을 마치고 부처님께 나아갔다. 부처님께서 그를 위해 설법하시니, 그는 수다원을 얻고는 곧 천상으로 돌아갔다.비구들은 부처님께 여쭈었다.“그는 어떤 인연으로 천궁에 나게 되었습니까?”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그는 옛날 인간으로 있을 때, 승가의 자자일(自恣日)에 부처님께서 길에서 거니시는 것을 보고 등불을 켜 공양하였으므로, 아사세왕이 그 허리를 베어 죽였다. 그는 그 선의 인으로 말미암아 목숨을 마친 뒤에는 천상에 나게 되었고, 또 내 곁에서 법을 듣고는 믿고 이해하여 수다원의 도를 얻게 되었느니라.”
55. 천녀가 수레를 타고 부처님을 뵙고는 기뻐하여 길을 피한 인연
그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에 계시면서 성에 들어가 걸식하셨다.어떤 소녀가 수레를 타고 장난하면서 동산으로 향하다가 길에서 부처님을 만나자 수레를 돌려 길을 피하고는 마음으로 기뻐하였다. 그 뒤에 그녀는 목숨을 마치고 33천에 나서 선법당으로 갔다.석제환인은 게송으로 물었다.
너는 옛날에 어떤 행을 지었기에
그 몸빛은 마치 순금 같으며
빛나는 얼굴이 환하고 밝기는
마치 저 우발라꽃과 같은가?
훌륭한 위엄과 덕을 얻어
이 하늘 위에 태어났나니
원컨대 나를 위해 설명하여라.
무엇으로 말미암아 그리 되었나.
천녀는 곧 게송으로 대답하였다.
저는 부처님께서 성에 드시는 것을 보고
수레를 돌려 길을 피하고는
기뻐하여 공경하고 믿는 마음 내었다가
목숨을 마치고는 천상에 났습니다.
그는 이 게송을 마치고 부처님께 나아갔다. 부처님께서 그를 위해 설법하시니, 그는 수다원을 얻어 천궁으로 돌아갔다.비구들은 부처님께 여쭈었다.“그는 무슨 인연으로 저 천상에 나게 되었습니까?”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그는 옛날 인간으로 있을 때 수레를 돌려 나를 피하였으므로 지금 천상에 나게 되었고, 또 내게서 법을 듣고 믿고 받들어 수다원의 결과를 증득하였느니라.”
56. 천녀가 부처님께 꽃을 뿌려 꽃일산으로 화한 인연
그때 사위국에 어떤 여자가 있었다.그는 명절날에 아서가꽃[阿恕伽華]을 꺾어 들고 성으로 들어가다가 마침 성에서 나오시는 부처님을 만나 그 꽃을 부처님 위에 흩었더니, 꽃이 변하여 꽃일산이 되었다. 그는 기뻐 뛰면서 공경하고 믿는 마음을 내었다.그때 그는 목숨을 마치고 33천에 태어나 그 궁전을 타고 선법당으로 갔다.제석천은 게송으로 물었다.
너는 옛날에 어떤 업을 지었기에
이 하늘 위에 와서 났는가?
그 몸은 마치 순금빛 같고
위엄과 덕은 빛나고 밝구나.
어떤 업으로 그런 몸 얻었는가?
원컨대 나를 위해 설명하여라.
천녀는 곧 게송으로 대답하였다.
나는 옛날 염부제에서
아서가꽃을 꺾어 돌아오다가
성에서 나오시는 부처님 만나
그것을 부처님께 공양하고
기뻐하여 공경하는 마음 내었으므로
목숨을 마치고는 천상에 났네.
그는 이 게송을 마치고 부처님께 나아갔다. 부처님께서는 그를 위해 설법하시고, 그는 수다원을 얻어 곧 천상으로 돌아갔다.비구들은 부처님께 여쭈었다.“저 천녀는 무슨 인연으로 하늘몸을 받게 되었습니까?”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그는 옛날 인간에 있을 때, 성을 나가 아서가꽃을 꺾어 가지고 돌아오다가 마침 나를 만나, 곧 그 꽃을 내게 공양하고 매우 기뻐하였다. 그 선업으로 인해 목숨을 마치고는 천상에 났고, 또 내게서 법을 듣고 깨달아 수다원을 증득하였느니라.”
57. 사리불마제가 부처님 탑에 공양한 인연
빈바사라왕은 이미 도를 얻고는 부처님께 자주 나아가 예배하고 문안 드렸다.그러나 궁중의 부녀들은 날마다 부처님께 나아갈 수 없으므로, 왕은 부처님 머리털로 궁중에 탑을 세웠다. 그래서 궁중 사람들은 항상 거기에 공양하였다.빈바사라왕이 죽은 뒤에 제바달다는 아사세왕과 정이 매우 두터웠으므로, 비방하는 마음을 내어 궁중에서 이 탑에 공양하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다.그때 사리불마제(舍利弗摩提)라는 궁녀가 승가의 자자일이 되어 본래의 풍습을 생각하고 향과 꽃으로 그 탑에 공양하였다.그때 아사세왕은 그가 부처님 탑에 공양한 것을 미워해 송곳으로 그를 찔러 죽였다. 그는 목숨을 마치고는 33천에 나게 되어 하늘 궁전을 타고 선법당으로 갔다.제석천은 게송으로 물었다.
너는 옛날에 어떤 복을 지었기에
이 하늘 위에 와서 났는가?
위엄과 덕이 빛나고 밝기는
마치 순금의 빛깔 같구나.
어떤 업을 지어 그 몸을 얻었는가?
원컨대 나를 위해 설명하여라.
천녀는 게송으로 대답하였다.
나는 옛날 인간에 있을 때
기뻐하고 공경하는 마음으로
온갖 좋은 향과 꽃을
부처님 탑에 공양하였네.
그러자 아사세왕은
송곳으로 나를 찔러 죽였으므로
목숨을 마치고는 하늘에 나서
이런 큰 즐거움을 받게 되었네.
그는 이 게송을 마치고 부처님께 나아갔다. 부처님께서 그를 위해 설법하시니, 그는 수다원을 얻고 곧 천궁으로 돌아갔다.비구들은 부처님께 여쭈었다.“그는 어떤 인연으로 저 천상에 나게 되었습니까?”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그는 전생에 인간으로 있을 때 꽃과 향으로 부처님 탑에 공양하였다. 그 선업으로 말미암아 지금 하늘몸을 얻었고, 또 내게서 법을 듣고 깨달아 수다원을 증득하였느니라.”
58. 장자의 부부가 부도(浮圖)를 만들고 하늘에 난 인연
사위국에 어떤 장자가 부도(浮圖)와 승방(僧坊)을 만들었다.그 장자는 병으로 목숨을 마치고 33천에 났다. 아내는 남편을 생각하여 근심하고 괴로워하였기 때문에 남편이 세상에 있을 때처럼 그 부도와 승방을 수리하였다.남편은 하늘에 있으면서 스스로를 살펴보고 말하였다. ‘나는 무슨 인연으로 이 천상에 났을까?’그리하여 탑과 절을 지었기 때문에 그 천상에 오게 된 것을 알았다.그리고 자기 몸이 확실히 하늘몸인 것을 보고 기쁜 마음이 생겨 항상 탑과 절을 생각하면서 자기가 만든 탑과 절을 지금은 누가 수리하는지 천안으로 살펴보았다. 그러다가 아내가 밤낮으로 남편을 생각하며, 근심하고 괴로워하면서 남편을 위하여 탑과 절을 수리하는 것을 보았다.남편은 생각하였다.‘내 아내는 내게 큰 공덕이 있다. 나는 지금 가서 문안하고 위로하리라.’그는 곧 천상에서 사라져 아내 곁에 가서 말하였다.“당신은 너무 근심하고 나를 생각하는구료.”아내는 말하였다.“당신은 누구시기에 내게 충고하십니까?”“나는 당신의 남편이오. 내가 승방과 탑을 지은 인연으로 33천에 나게 되었고, 당신이 부지런히 그것을 수리하는 것을 보고 여기 온 것이오.”아내는 말하였다.“가까이 오십시오. 우리 즐기십시다.”남편은 말하였다.“사람의 몸은 더럽고 냄새가 나기 때문에 가까이 할 수 없소. 만일 내 아내가 되고 싶으면 다만 부지런히 부처님과 스님들에게 공양하시오. 그리하면 목숨을 마친 뒤에는 천궁 내 곁에 날 것이니, 당신을 아내로 삼으리다.”아내는 남편 말대로 부처님과 스님들을 공양하고 온갖 공덕을 지으면서 천상에 나기를 발원하였다. 그리하여 목숨을 마친 뒤에는 곧 천궁에 태어났다.그들 부부는 함께 부처님께 나아갔다. 부처님께서 그들을 위하여 설법하시어 그들은 수다원을 얻었다.비구들은 놀랍고 이상히 여겨 부처님께 여쭈었다.“저들은 무슨 업연으로 저 천상에 나게 되었습니까?”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저들은 옛날 인간에 있을 때 부도와 승방을 만들어 부처님과 스님들에게 공양하였다. 그 공덕으로 지금 천상에 나게 된 것이다.”
59. 장자 부부가 부처님을 믿고 공경하여 하늘에 난 인연
왕사성 안에 어떤 장자가 있었는데, 날마다 부처님께 나아갔다. 그의 아내는 ‘날마다 저렇게 가는 것은 남의 여자와 몰래 통정하는 것이 아닌가?’ 의심하고, 남편에게 물었다.“날마다 어디 갔다 오십니까?”남편은 대답하였다.“부처님께 갔다 온다.”“부처님은 잘났습니까, 당신보다 훌륭하십니까, 그래서 항상 가십니까?”남편은 아내를 위해 부처님의 갖가지 공덕을 찬탄하였다.그때 아내는 부처님의 공덕을 듣고 마음으로 기뻐하여 곧 수레를 타고 부처님께 갔는데, 부처님 곁에는 여러 왕과 대신들이 좌우를 꽉 막고 있었으므로 앞으로 나아갈 수가 없었다. 그래서 멀리서 부처님께 예배하고 성 안으로 도로 들어왔다.그 뒤에 그는 목숨을 마치고 33천에 나서 스스로 생각하였다.‘부처님 은혜는 중하다. 한 번 예배한 공덕이 나를 하늘에 나게 하였구나.’그는 곧 하늘에서 내려와 부처님께 나아갔다. 부처님께서 그를 위해 설법하시어 그는 수다원을 얻었다.비구들은 부처님께 여쭈었다.“그는 어떤 인연으로 하늘에 나게 되었습니까?”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그는 옛날 인간에 있을 그때 내게 예배하였다. 그 한 번 예배한 공덕으로 목숨을 마치고 하늘에 난 것이다.”
60. 외도 바라문의 딸이 부처님 제자들에게 배워 재(齋)를 지내고 하늘에 난 인연
그때 사위국에서 부처님의 제자로서 많은 여자들이 읍회(邑會)를 만들어 자주 부처님께로 갔다.그 무리 중에는 어떤 바라문의 딸이 있었다. 그는 삿된 소견으로 부처님을 믿지 않아 한번도 재를 지내거나 계를 가진 일이 없었다.그는 여러 여자들이 모여 재 지낸 음식을 먹는 것을 보고 물었다.“너희들은 지금 어떤 좋은 모임을 가졌는가? 나는 너희들과 친한 사이인데 왜 내게는 알리지 않았는가?”여자들은 대답하였다. “우리는 지금 재를 지낸다.”바라문의 딸은 말하였다.“오늘은 6일도 아니요, 12일도 아닌데, 누구의 법을 위해 재를 지내는가?”“우리는 지금 부처님의 재를 지내는 것이다.”“너희들은 부처님의 재를 지내어 어떤 공덕을 얻는가?”여자들은 말하였다.“하늘에 나서 해탈한다.”바라문의 딸은 음식을 탐하였기 때문에 물을 받고 잿밥[齋食]을 먹었다. 그리고 맛있는 미음도 받았다. 그는 ‘바라문의 재법(齋法)에는 마시지도 않고 먹지도 않는데, 부처님의 재법에는 좋은 밥도 먹고 맛있는 미음도 마신다. 이런 재 하기는 아주 쉽다’ 하고는, 부처님을 믿고 기뻐하였다.그 뒤에 그는 목숨을 마치고 천상에 나게 되었다.그는 천상에서 내려와 부처님께 나아갔다. 부처님께서 그를 위해 설법하시어 그는 수다원을 얻었다.비구들은 부처님께 여쭈었다.“그는 어떤 인연으로 천상에 나게 되었습니까?”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그는 옛날 인간에 있을 때 여러 여자들이 모여 재하는 것을 보고, 그를 따라 기뻐하고 재하였다. 그 선업으로 말미암아 천상에 난 것이다.”
61.가난한 여자가 수달(須達)에게 천[氎]을 보시하고 하늘에 난 인연
그때 수달 장자는 이렇게 생각하였다.‘우리 집에 난 사람은 목숨을 마친 뒤에도 나쁜 길에 떨어지지 않을 것이다. 왜냐 하면, 내가 모두 깨끗한 법으로 가르쳤기 때문이다. 나는 지금도 빈궁하여 곤고한 사람이나 믿거나 믿지 않는 사람은 선법으로 가르쳐 부처님과 스님들에게 공양하게 하리라.’그리고 이 사실을 바사닉왕에게 자세히 아뢰었다.왕은 곧 북을 치고 방울을 울리면서 영을 내렸다.“지금부터 이레 뒤에 수달 장자는 사람들을 교화하고 구걸하여 삼보에 각각 공양하려 한다. 모든 인간들은 각각 그를 따라 기뻐하고 얼마라도 보시하라.”이레 되는 날 수달 장자는 여러 사람들에게 보시를 청하였다.어떤 가난한 여자가 고생하여 번 돈으로 겨우 천[氎] 한 벌을 얻어 몸을 가리고 있다가 수달이 구걸하는 것을 보고 그에게 보시하였다.수달은 그것을 받고는 그 뜻을 기특히 여겨 재물과 곡식과 비단옷을 그의 요구대로 대어 주었다.그 뒤 가난한 여자는 목숨을 마치고 천상에 나게 되었다.그는 부처님께 나아갔다. 부처님께서 그를 위해 설법하시니, 그는 수다원을 얻었다.비구들은 부처님께 여쭈었다.“저 천녀는 어떤 인연으로 천상에 나게 되었습니까?”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그는 옛날 인간에 있을 그때 수달 장자가 교화하고 구걸하는 것을 보고 마음으로 기뻐하여 제가 입었던 흰 천을 수달에게 보시하였다. 그 선업으로 말미암아 천상에 나게 되었고, 또 내게서 법을 듣고는 믿고 이해하여 수다원을 얻었느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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