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과 현장학습을 갈 때마다 버스에서 틀어주곤 하던 '이웃집 토토로'
집중하여 볼 수 없었기에 그 진한 감동도 덜 느꼈었던 것 같아요.
그저 막연히 '참 좋은 애니메이션이다.' 이렇게만 생각했었죠.
그런데 이 영화....
정말 쏙 빠져서, 입가에는 미소 가득 머금고, 머릿속은 어린 시절 떠올리며....
눈과 가슴, 머리, 온 몸과 마음이 행복했던 그런 영화....
오랫동안 비어있던 집으로 이사온 날,
사쯔키와 메이를 맞이한 것은 온 집안을 동글동글 날아다니던 검댕이 귀신(스스와타리)이었어요.
마중물을 부어야 깊은 속내를 드러내 보이는 녹슨 펌프
집 가까이에 있는 커다란 녹나무...
마당의 빨랫줄
닭장, 모기장....
의송화(다른 사람들은 이 꽃을 접시꽃이라고 하더군요.)
손으로 일일이 모내기를 하는 마을 사람들....
지금은 낯선 이런 장면들이 너무나 친숙하여 마치 어린시절로 돌아간 듯,
환상 속에서 헤맸어요.
엄마가 아파 병원에 입원해 있어 아빠랑 셋이 살고 있는 사쯔키와 메이....
침착하고 아빠를 잘 도와주고, 동생을 잘 돌보는 사쯔키...
맹랑한 꼬맹이 메이의 표정은 정말이지 귀여워 깨물어주고 싶을 정도입니다.
언니는 학교에 가고, 아빠는 원고를 쓰고...
마당에서 혼자 놀던 메이는 어찌어찌하여 토토로를 만나게 되지요.
우리 식으로 따지면 도깨비인데, 이 녀석 토토로는 정말 귀여워요.
깜찍한 메이는 토토로를 만났는데도 눈 하나 깜짝 안 하고 도리어 토토로를 깜짝 놀라게 하지요.
한적한 시골 마을, 넓은 뜰이 있는 집....
나무는 우거지고, 바람은 솔솔 불고....
마치 그 안에서 사쯔키와 메이와 함께 뛰놀고 있는 착각에 빠져 허우적.....
토토로에게서 받은 도토리(동구리)를 정성껏 심는 두 아이...
그 모습만 보아도 그냥 행복했던 영화....
엄마에게 줄 옥수수를 들고 집을 나선 메이를 찾아 헤매던 사쯔키와 마을 사람들....
그때 나타난 고양이 버스...
그 버스는 얼마나 포근하고 푹신푹신할까? 그 버스 좀 나도 타 봤으면 하는 생각도 들었지요.
문득 일본어를 조금 알았다면 영화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많이 됐을 텐데...
이제라도 한번 배워볼까?(히라카나, 가다까나는 아니까 좀 쉽지 않을까?)
첫댓글 어제 딸애랑 기쿠지로의 여름이라는 일본 영화를 봤어요.(좀 오래된 영화같아요) 얼마나 재미있고 감동적인지...일본 영화도 좋은 거 많네요. 특히 기쿠지로의 여름에서 히사이시 조의 주제 음악이 정말 좋아요.
이 영화 저도 보긴 봤는데...다시 보면 또 감흥이 다를 것 같아요. 언제 시간 되면 다시 보려고요.
기쿠지로의 여름.. 정말 좋죠?
맞아요. 일본인의 감정곡선이 우리나라와 비슷하다는 느낌이 들어요. 일본을 좀더 알고 싶다는 느낌이 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