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6. 上仝 위와 같음
靜裡求玄學少年
고요한 중에 현학의 꿈을 꾸던 소년 1)
頭羞我髮丈三千
머리는 부끄러이 백발이 삼천장이라.
世事徒勞甑破地
세상일 다 헛되니 시루 박살남 같고
學文不博井觀天
학문은 넓지 못해 우물 안 개구리라.
春如警鐸巡農振
봄에 목탁 치며 농사 재촉 같았는데 2)
雲似閒僧入洞眠
산속 한가한 중이 잠든 것과도 같네.
煑飯小爐同煑藥
밥을 짓는 작은 화로에 약도 달이나
元來墨突罕炊煙
원래 묵자는 불 때는 연기 적었다네.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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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현학소년(玄學少年): 깊은 학문 또는 노장(老莊)의 사상을 현학이라 하니 시인은 일찍이 노자(老子)와 장자(莊子)의 사상에 관심이 있었던 것도 같다.
2) 춘여경탁순농진(春如警鐸巡農振): 춘여경탁(春如警鐸)은 봄에 목탁을 치는 것과 같다는 말이고 순농진(巡農振)은 돌며 농사를 진작(振作)시킨다는 말이다. 주례(周禮 天官)에 “옛날에 새로운 명령이 있으면 필시 목탁을 쳐서 민중을 불발하게 하여 분명하게 듣게 해야 한다(古者將有新令, 必奮木鐸以警眾 使明聽也)”고 했다.
3) 묵돌한취연(墨突罕炊煙): 묵자(墨子) 굴뚝은 너무나 분주하여 끄름 붙을 사이가 없었다는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