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화통신 강화통신16

[문연상]

1. 남쪽에서 태풍이 올라온다고 하여

길가다 만난 동네어르신한테 여쭈었습니다.

곧 수확하게될 들깨가 다 넘어가면 어쩌지요?

땅에 떨어진 상수리를 줍다말고 꾸부정한 자세 그대로

그럽니다.

뭘 걱정이야, 오히려 비가 좀 와야 좋은거지

그래야 깨알이 알차게 여물거든.

모르면 별게 다 걱정입니다.

비가 안오면 안온다고

비가 오면 비가 온다고.

바람이 불면 넘어간다고..

무식이 죄입니다.

안다는 것은 그만큼의 그릇을 갖고서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다는 거고

모른다는 것은 모든 것들에 놀랠만한

상태로 되어 있다는 거고.

해보지 않으면 불안해 합니다.

저걸 어떻게 하나, 내가 할수가 있을까, 하지만

부닥뜨려 해보면 해볼만 합니다.

올해 강화에서 벌어진 일들이그랬습니다.

감자와 들깨와 콩과 호박농사, 양계, 벌 이십통,

영농시범단, 생활캠프 등등.

익숙해진 다는 것은 시간을 견뎌낸 결과물이지요.

먼발치에서 보고만 있었다면

꿈속에나 머물러 있을 법한 일들입니다.

꿈이 현실이 되는 것은 생각한 것을

살아버리는 겁니다.

2. 가을 수확기에 접어듭니다.

6월 농번기를 넘어서니 장맛비에 풀들이

난리가 아니었습니다.

이천평 풀을 잡는다고 예초기가 바쁘게 돌아갔습니다.

그래도 아무리 쳐내도 쳐내는 속도보다

풀의 속도가 빨라서, 며칠 놔두면 금새 숲이 되어버립니다.

생명력이라는 것, 이게 얼마나 세고 힘찬건지

풀을 보면 압니다. 농사짓는 분들한테는 죽음처럼 강한 생명력입니다.

윗밭 아랫밭 다들 제초제를 사용합니다.

풀이 나기전에 뿌리게 되면 며칠은 밭이 깨끗합니다.

그 사이에 심어놓은 작물이 커올라서 그늘을 드리워

풀이 자라지 못하게 하는 방법으로 요긴하게 쓰이고 있습니다.

다들 그렇게 할때 손에 호미하나들고서

콩밭과 들깨밭을 부지런히 다녔습니다. 아침먹으면

밭으로, 점심먹고 또 밭으로.. 언제 끝이 날까, 손목이 시큰거리도록

긁어대다보니 대충 풀이 잡혔습니다.

하다보니 호미질도 요령이 있습니다.

앞면과 뒷면이 다르고, 아침녁과 땡볕 대낮이 다르고,

풀이 막 올라온 것과 좀 컸을때 하는

호미질이 다릅니다.

하다보면 호미질 하나도 나름의 경지를 선보이게 됩니다.

3. 캠프힐 건물이 손댈거 하나 없이

참 잘 지어졌구나, 라고 여기면서 맘놓고 쓰다가

덜컥 문제가 생겼습니다.

20명 대안학교 학생들 캠프중 갑자기 하수가 막혀

변기를 빼고서는 모든 곳이 넘쳐올라왔습니다.

내가 아는 모든 방식을 동원해보았지만

도무지 뚫릴 기미가 없어

결국 전 주인한테 물어 땅을 팠습니다.

어찌어찌 하여 다행히 막힌 곳을 찾아냈고

속시원히 뚫었다고 생각하면서

땅을 묻었더랬는데,, 얼마전 또 막혔습니다.

살면서 점점 확실해지는 건, 보이는 것보다

보이지 않는 것들이 더 중요하다는 사실.

4. 건축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용도는 작업장이고 4개 정도의 각기 다른 작업 공간입니다.

낮에 많은 시간을 보내야 할 거니 널찍하면서도

일을 하기에 쾌적한 분위기가 나야 할 겁니다.

안전도 중요하고 그만큼 미적인 요소도 잘 담겨있으면 좋겠고.. 하는 바램을

잘 담아내야 할 건데,

아직 구체적으로 결정된건 없습니다.

밑그림이 잘 되어 있으면

올라가는 것은 쉬이 갈수 있을 겁니다.

백평 건물이 구백평 땅위에 놓여있고

구백평이 도장리에 들어있어.. 배치, 공간, 동선 같은 것들이

점점 중요하게 보입니다.

5. 저희가 하고자 하는 것은

캠프힐입니다.

쾨니히에 의해 스코틀랜드에서 처음 시작한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사는 마을을

이곳 강화에서 이루어내려고 합니다.

그러니깐 큰 울타리 지어놓고, 그 안에서 지지고 볶고 하면서 일과 여가와 잠과 밥먹는것 까지도

한곳에서 몽땅 다 끝내버리는 그런 곳이 아니고,

출퇴근을 하고

마을을 거닐고

동네 아줌마 아저씨들이 알아봐주고

카페에 가서 일도 하고

도서관도 가고

물론 일을 하면서 돈을 벌고

일이 끝나면 여가를 즐기고.

주변에 행복을 나누는 이웃들이 포진해있고

건강한 먹거리가 식탁위에 올라오고

시선과 손길이 따뜻한 곳에서

살아가는 마을입니다.

꿈이라고요?

잘 모르겠다고요?

이미 시작되었습니다.

6. 호박농사는 변변치 않습니다. 늙은 호박 열댓개, 단호박 어른개 정도.

단호박은 오는 분들 나눠주고 학교 갖다놓고 하니 남은게 거의 없습니다.

닭은 숫닭 40마리.. 잡아서 판매가 되었고

남은 26마리 암닭이 이제 알을 낳기 시작합니다.

벌은 5통에서 20통으로 늘었습니다.

터가 좋아서 그런지 벌이 잘 크고 번창합니다.

내년에 숙성꿀이 기대가 됩니다.

들깨와 콩이 곧 수확에 들어갑니다.

고생고생하면서 심은게 엊그젠데 벌써 추수를..

시월 한달간 저번 유월에 그랬던 것처럼 힘내서 함께

또 작업에 들어갑니다.

7. 큰나무 캠프힐 건축을 위하여

벽돌한장 기금마련 행사를 합니다.

12월 12일. 광명 시민회관입니다.

[단골]

와아 그동안 나무샘께선 정말 많은 사업을 하고 기시네요^^
들깨나 콩은 거의 약이 필요없던데 맞습니까?
호박은 밑거름이 어마어마하게 들어야 많이 달렸던 기억이 납니다 그래서 거의 거름더미위에 심었던걸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