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나명 시집
『저녁이 지나가네』
천년의시작, 2026년 6월 18일
저자 이나명
1994년 『현대시학』으로 등단했다. 시집으로 『금빛새벽』, 『중심이 푸르다』, 『그 나무는 새들을 품고 있다』, 『왜가리는 왜 몸이 가벼운가』, 『조그만 호두나무상자』가 있다. 1995년 대산창작기금, 문예진흥기금, 2003년 경기문화재단기금 수혜. 2007년 한국시문학상 수상. 2021년 문학나눔에 선정됐다.
책 소개
이나명 시인의 여섯 번째 시집 『저녁이 지나가네』가 시작시인선 0566번으로 출간되었다. 이나명 시인은 1994년 『현대시학』으로 등단했으며, 시집으로 『금빛새벽』, 『중심이 푸르다』, 『그 나무는 새들을 품고 있다』, 『왜가리는 왜 몸이 가벼운가』, 『조그만 호두나무상자』가 있다. 시인이 추구하는 ‘그곳’은 단순히 걸어가는 정상적인 길로 도달할 수 없는, 오히려 미끄러지듯 고난과 아픔을 겪으며 가야 하는 장소로 그려진다. 이는 존재론적 한계와 불편부당한 현실에서 벗어나기 위한 당위적 행보이기도 하다. ‘그곳’과 대조되는 ‘이곳’은 어둠으로 상징되며, 시인은 이 두 공간 사이에서 줄타기하는 심리적 긴장을 주제로 삼는다. 특히 ‘그곳’은 밝음과 조화의 세계로, 자연과 인간이 다시 조화를 이루는 이상향이다. 그러나 서정적 자아는 자신의 욕망 때문에 자연과 단절되며 아픔을 경험한다. 이 아픔과 어둠을 뛰어넘으려면 타자와의 공존, 즉 수평적 관계 속에서 함께 살아가려는 윤리적 실천이 필요하다. 시집에서 드러난 타자와의 소통은 ‘듣기’, ‘입맞춤’, ‘사랑’ 같은 행위를 통해 구체화된다. 이런 상호작용은 자아와 타자의 간극을 좁히고, 서로를 인정하며 평화와 조화로 나아가는 과정이다. 그러나 타자의 존재가 쉽게 다가오지 않기에, 서정적 자아는 끊임없는 윤리적 노력과 자기 부정을 통해 그 벽을 허물려 한다. 가장 특별한 점은 ‘사랑’이 이 모든 과정을 관통하는 핵심 정서로 자리한다는 것이다. 사랑은 타자를 적극 포용하고 자아를 넘어서게 하는 ‘마스터키’이며, 평화로운 공존을 여는 ‘금빛 열쇠’다. 시인은 이 열쇠를 소중히 간직하며, 고립된 욕망을 넘어서 타자와 함께하는 삶을 꿈꾸고 있다. 이나명 시인의 시집 『저녁이 지나가네』는 ‘그곳’이라는 이상향에 도달하기 위한 고통과 윤리적 실천, 그리고 그 중심에 선 사랑의 의미를 조명한다. 시인은 아픔과 어둠을 넘어 타자와의 연대와 조화를 통해 평화로운 공존을 추구하며, 사랑을 그 길의 열쇠로 깊이 인식한다. 이러한 시인의 서정세계는 현대인의 존재론적 고뇌와 윤리적 갈망을 섬세하게 드러내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추천사
시인의 말이란 글의, 혹은 작품의 첫머리를 장식하는 것이어서 글과 작품에 대한 방향성을 일러준다. 이는 이나명 시인의 경우에도 예외가 아닌데, 이 작품에서는 “뱀의 등에 올라타서 뱀 비늘을 두 손으로 움켜잡고 스르르르 미끄러져 가고 싶다”고 한 부분이 이에 해당한다. 물론 이 구절에서 가고 싶은 지점의 단어, 곧 목적어가 생략되어 있는데, 그 감추어진 매혹의 장소가 5행에 이르면 자연스럽게 드러나게 된다. 바로 ‘그곳’이다. 그런데 ‘그곳’에 이르고 싶다는 욕망을 드러내긴 했어도 여기에 이르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닌 것처럼 보인다. ‘그곳’이 지금 ‘이곳’의 상대적인 것이라 했거니와 이를 통어하는 사유의 지대를 유토피아라 할 수 있다면, 이를 자기화하는 일이란 결코 만만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런 감각은 「시인의 말」에서도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는데, ‘그곳’에 이르고자 하는 서정적 자아의 행보가 정상적인 발걸음으론 쉽지 않다는 인식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걸어도 걸어도 내 두 발로는 가 닿지 않는 곳”이라는 담론이 이를 말해준다. 그러니까 이곳에 이르기 위해서는 일반적인 평범한 발걸음으로는 불가능하다. ‘그곳’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그러한 걸음의 행보가 아니라 ‘미끄러져’가야 하는 방법을 취해야 하는데, 이런 도정이야말로 고난이랄까 혹은 아픔의 정서와 분리되지 않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송기한(문학평론가, 대전대학교 교수)
저자의말
뱀의 등에 올라타서 뱀 비늘을 두 손으로 움켜잡고 스르르르 미끄러져 가고 싶다 그렇게 가 닿고 싶다 걸어도 걸어도 내 두 발로는 가 닿지 않는 곳 그곳을 향한 이 징그러운 마음 스르르르 이젠 그만 놓아 주자
목차
제1부 바람 소리 13 구름의 이름으로 14 양파의 나날들 16 기일(忌日) 18 아니 당신! 20 아름다운 밥상 22 낙상홍 24 눈부신 한때 25 가을이 깊어 26 눈이 온다 1 27 눈이 온다 2 28 마당에 부추꽃이 피었어요 29 마음 풍경 30 물고기 인사 32 비 오는 날 33 소나무 마음 34 저물녘 36 비가 오는데 38 슬픈 꿈 39 금계국 해맞이 40
제2부 강아지풀들이 43 직박구리 시인 44 탄천 간다 46 광대나물 48 구름 신발 49 나의 스승님 50 드림캐처 52 무말랭이 53 민들레 보살 54 봄이 왔으니까 55 사람을 찾습니다 56 새벽이 왔다 58 세상만사 60 야탑천 61 어서 가자 62 우리는 한 품속에 있다 63 우리들은 하품도 전염되는 사이 64 우산 속의 고양이 65 이슬방울 세상 66
제3부 평화로운 아침이다 69 건조대 70 괜찮아 괜찮아 71 구름 고양이 72 꿈틀꿈틀 시 73 내가 잘 보이니? 74 눈 오는 날 75 느티나무 그림자 76 모든 날들이 77 달 없는 밤 78 오늘의 빈 가지에 80 울음 열쇠 81 일영 82 절정 83 푸른 눈 84 흰 피 85 거미 86
제4부 고요의 울음소리 89 까치 소리 90 냇가에서 91 바닥을 쓸다 92 뱀꿈 93 보이지 않는다고 없는 건 아니다 94 봄 봄 봄 95 뿔풍뎅이 96 시가 왔다 97 알리움의 꽃말은 무한 슬픔이라네 98 오렌지 연애 99 웃는 산 100 이명(耳鳴) 102 이슬 103 저녁이 지나가네 104 풀벌레 소리 105 캣맘 106
해 설 송기한 공존을 향한 열린 상상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