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절 낙지 맛보면 기절한당께 - 무안 동원 "한번 맛을 봐 보면 증말 거시기허불제. 기절해불고 만당께."
전국에서 낙지로 유명하다는 전남 무안. 무안의 낙지는 흔히 '세발 낙지'라고들 한다. 처음엔 발이 세 개인 줄 알고 '정말 희한하네'라고 생각했다. 근데 그게 아니었다. 세발이란 '발이 세 개'가 아닌 '가느다랗다(細)'는 뜻의 한자와 조합된 이름이었다. 여기서 그치는 게 아니었다. 무안 사람들은 세발 낙지를 흔히 '기절 낙지'라고 부른단다. 그게 또 궁금했다. 그래서 무안에서 기절 낙지 전문식당으로 손꼽힌다는 동원(061-452-0754)이란 곳을 찾아가 봤다.
기절에도 세 단계가 있단다. 처음은 낙지 기절시키기. 주인은 낙지 머리를 가위로 싹둑 자르고는 나머지 다리를 큰 소쿠리에 넣고 냅다 문질러댄다. 아무렇게나 비비는 게 아닌 듯했다. 거품이 나오도록 빡빡 문질러 부드럽게 해야 하나 껍질이 벗겨져선 안 된다고. 어떤 식으로 문지르냐에 따라 낙지 맛이 확 달라질 수 있다니 음식점마다 나름의 비결이 있다고 한다. 이윽고 완전히 기절시킨 낙지가 한 상 턱 하니 차려져 나온다. 한 점 집어 초고추장에 묻히니 이게 웬걸. 죽은 줄 알았던 낙지 다리가 다시 꿈틀거린다. 바로 손님이 손님이 놀라 기절하는 두 번째 단계다.
낙지 하나를 입에 쏙 넣어 보았다. 부드럽지만 무르진 않고, 꼬들꼬들 씹히면서도 딱딱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기막힌 맛에 놀라 기절하는 게 세 번째 단계이지잉." 주인의 자랑이 이어졌다.
가격은 아주 싼 편은 아니었다. 여름철 20마리 한 접이면 10만원 안팎. 여기에 매운탕을 추가로 먹으면 4인 가족이 먹기에 넉넉할 듯싶었다.
낙지가 몸에 좋다는 건 예부터 입증돼 온 사실. '동의보감'에선 '낙지 한 마리가 인삼 한 근에 버금간다'고 한 탓에 낙지는 흔히들 '뻘 속에서 건져낸 인삼'이라 불리기도 한다.
이런 낙지가 무안에서 더 싱싱한 이유는 좋은 자연 조건 때문이다. 특히 현경면과 해제면 사이 35.6㎢ 지역은 '갯벌 습지 보전지역'으로 선정돼 낙지가 튼실한 몸을 갖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다. 가늘고 부드러우면서도 푸르스름한 회색빛을 띄고 있는 것이 특징. 1년 중엔 10월 중순께 나오는 놈이 가장 좋아 이때 맞춰 축제를 벌이기도 한단다. 비록 최상급은 아니지만 여름에도 상태는 양호한 편. 더운 여름 '기절 낙지'에 한번 빠져보는 것도 괜찮은 보양식 피서가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