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나물은 미나리과의 여러해살이 식물이다. 서늘한 곳을 좋아하여 해발이 다소 높은 지역에서 자란다. 그래서 자연에서 나는 참나물은 강원 산간지와 속리산, 덕유산, 지리산 등 높은 산의 것이 맛있다 이름나 있다. 이른 봄에 싹을 올리는데, 이때의 여린 것을 잘라서 먹는다. 6~7월에 꽃대를 올리면 줄기가 억세어져 먹지 못한다. 데쳐서 양념하여 먹는 것이 일반적인 조리법이다. 자연의 것은 데쳐서 말려 묵나물로 만들어놓고 1년 내내 쓴다. 요즘은 사철 재배를 하여 생으로 즐기는 경우가 더 많다. 쌈채소로 인기가 높다.
참나물은 봄을 알리는 산나물에서 일반의 채소로 그 위치를 바꾸었다. 사철 먹는다. 그래도 봄 참나물이 맛있게 느껴지는 것은 기분 때문일 것이다.
양으로도 으뜸
한민족이 이르는 사물의 명칭에 '참-'자가 붙으면 그 뒤에 붙는 단어의 무리 중에 으뜸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나무 중에는 참나무, 굴 중에는 참굴, 기름 중에는 참기름, 조기 중에는 참조기, 외(오이) 중에는 참외 같은 식이다. 이 '참-'자가 붙으면 으뜸이기는 한데, 그렇다고 퍽 귀한 것은 아니라는 것이 특이하다. 일상에서 늘 보아 익숙한 것이 '참'이고 으뜸일 수가 있다고 한민족은 생각하고 있는 듯하다.
참나물도 흔한 나물이다. 봄이면 한반도 산야 온갖 곳에서 난다. 비탈이 지고 큰 나무가 듬성듬성 나 있는 곳에 무리를 지어 자란다. 소꼴 베듯 낫으로 휙휙 훑으면 금방 한아름의 참나물을 거둘 수 있다. 낫으로 베고 난 자리를 며칠 두었다 다시 가면 또 자라 있다. 산에 있는 참나물밭을 잘 보아 두면 봄 한철에 몇 차례이고 벨 수 있다. 넘쳐나도 걱정할 것이 없다. 살짝 데쳐서 말리면 된다. 묵나물에서도 참나물의 은근한 향이 크게 다치지 않는다. 한반도의 조상들은 봄이면 이 참나물을 잔뜩 베어와 마당에 펼쳐놓고 말렸을 것이다. 이듬해 정월 대보름까지 먹겠다는 요량이었을 것이니 그 양이 상당하였을 것이다. 양으로도 나물 중에 으뜸이었을 것이고, 그래서 참나물이 되었을 것이다.
산나물에서 채소로
1980년대에 들면서 산나물이 몸에 좋다는 건강 바람이 일었다. 산에서 뜯는 것만으로는 그 수요를 감당할 수 없게 되자 산나물 재배가 시도되었다. 자생하는 산나물을 포기째 뽑아오거나 씨앗을 받아 농가 주변에서 재배하는 농민이 늘어났다. 자생식물이니 병해충이 크게 붙지 않고 비료를 주지 않아도 잘 자라 농가 소득원으로 주목을 받았다. 1990년대에 산나물을 일반의 채소처럼 적극 재배하자는 움직임이 생겼다. 산나물이라 하면 봄 한철 잠시 먹는 것이라는 관념이 있으니 사철 수요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이름을 바꾸어야 한다는 주장도 있었다. 그렇게 하여 민속채소라는 이름이 생겼다. 이 이름이 크게 번지지는 않았지만 서양채소류 재배가 흔해지고 있던 상황에서 우리 산야의 산나물을 적극적으로 식탁에 올리자는 발상은 훌륭한 것이었다.
그러나 야생의 참나물은 재배하였을 때 그 수확량이 많지 않다. 참나물과 비슷한 식물로 파드득나물은 그런 대로 수확량이 많다. 파드득나물도 자생 산나물이다. 참나물과 파드득나물은 그 종이 다르나 1980년대의 책자에는 파드득나물을 참나물의 하나로 분류하고 있었다. 그 모양이나 맛에서도 큰 차이가 없다. 농민들은 파드득나물을 참나물이라 부르고 이의 재배면적을 넓혔다. 일본에서도 파드득나물을 많이 먹는데, 그 개량 종자가 한국에도 들어와 번졌다. 현재 참나물이라 불리고 있는 식물은 식물학적 분류에서는 파드득나물이 맞다. 그러나 농민과 상인, 소비자 모두 참나물이라 부른다. 그 원래의 참나물은 거의 재배하지 않으므로 파드득나물을 참나물이라 불러도 손해볼 농민은 없다. 단, 자연에서 채취하는 참나물은 그 분류가 분명하여야 할 것이다. 이 캐스트에 나오는 참나물도 정확히 하자면 파드득나물이 맞다. 그러나 현재의 여러 사정으로 보아 참나물이라 부르는 것도 맞다.
참나물은 연중 재배를 한다. 보통 1년에 두 번의 작기로 나뉜다. 9월에 파종을 하여 이듬해 4월까지 거두는 겨울 작형, 4월에 파종하여 9월까지 거두는 여름 작형이 있다. 여름 고온기에는 참나물이 성장을 멈추는데 하우스에서 차광을 하고 수막으로 온도를 낮추면 그런 대로 잘 자란다. 참나물은 베고 난 자리에서 또 다시 싹이 올라오므로 여러 차례 거둔다. 겨울 작형은 네 차례, 여름 작형은 다섯 차례 거둔다. 1년에 두 번의 파종으로 모두 아홉 차례 수확을 보는 것이다. 수확 시기에 따른 맛의 차이는 크지 않은데, 봄의 참나물이 특히 향기롭게 느껴지는 것은 기분 때문일 것이다.
참나물 재배 비닐하우스이다. 하우스는 이중 비닐인데 안쪽의 비닐 위로는 지하수가 흘러 수막을 형성하고 있다. 겨울에는 따뜻하게 여름에는 시원하게 온도를 맞춘다.
참나물을 한웅큼 베었다. 참나물에는 미나리의 상큼한 향에 달콤한 향이 더해져 있다. 이 향만으로 벌써 봄이 왔는가 싶다..
완주 인덕마을에서 참나물을 재배하는 까닭
전북 완주군 소양면 죽절리 인덕마을은 산이 마을을 감싸고 있는 좁은 논밭의 시골이다. 이곳에 참나물을 재배하는 비닐하우스가 많다. 참나물이 잘 자랄 수 있는 지형이기도 하지만, 이 마을에서 참나물를 재배하는 또 다른 까닭이 있다. 노인들의 인력으로 할 수 있는 농사이기 때문이다. 인덕마을의 참나물 재배 단지는 두레농장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다. 이 마을 노인들의 공동 농장이다. 10여 명의 노인들이 참여하고 있다. "오이도 해봤는데, 서서 하시는 일은 버거워하세요. 앉아서 몸을 조금씩 움직이는 작물을 찾다 보니 참나물을 하게 되었습니다." 2009년 두레마을을 창안한 유석철 인덕마을 촌장의 설명이다. 유기농으로 참나물을 재배한다. 마을의 노인들은 참나물 농사에 참여하여 한 달에 적게는 30만 원, 많게는 80만 원을 번다. 이 일이 없으면 아무 할 일이 없는 노인들에게 이 돈은 크다. 농장에는 공동 쉼터가 있어 밥도 같이 먹고 여가 시간도 함께한다.
인덕마을 참나물은 완주군 로컬푸드로 소비자를 만난다. 완주군 로컬푸드 사업은 생산자-소비자 직거래로 운영된다. 회원으로 참여하는 도시 소비자에게 완주군의 농산물을 주기적으로 '꾸러미'에 담아 보낸다. 인근 소비지의 새벽시장에도 내고 학교 급식에도 납품을 한다. 최근에는 공동 작업장을 마련하여 가공품도 내고 있다. 참나물칼국수가 그 첫 작품이다. 참나물을 10% 넣었다는데, 밭에서 막 거둔 참나물을 넣어 그 향과 때깔이 무척 곱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