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길 「깜박깜박」 18 09 11
산책 아닌 운동을 하러 나와서 내가 한 운동의 양이 얼마인지가 궁금했다. 그래서 처음에는 거리를 계산했다. 하루에 몇 km를 걸었는지 재기 시작한 것이다. 그래서 생각해낸 것이 인도와 차도의 경계석 하나가 1m라는 것을 알아내고 그 개수를 세기 시작했다. 하지만 경계석이 없는 곳은 3걸음(한 걸음 약 66cm)이 2m로 생각하고 세어보았다. 일정한 거리를 두 번, 세 번 세면서 걷고는 정확한 거리를 알려고 했다.
다음은 블록이다. 비가 오는 날은 우산을 들고 걸었으나 역시나 불편하다. 그래서 집 앞 6호선 지하철 봉화산역으로 내려가 앞 출구와 뒤 출구를 걷다보니 바닥에 점자블록이 깔려있다. 그 블록이 사방 30cm이다. 블록을 세는 것은 좀 불편했지만 작은 걸음으로 2개씩 걸으며 쟀다. 오른 발을 먼저 내고 왼발을 내디디면서 하나 둘 세어나갔다. 정신을 집중해서 세어야지 잘못 세면 도로 아미타불 다시 재야한다. 주로 100개 단위로 세었다. 100이 넘어가면 몇 백인지 자주 헷갈렸다.
지상으로 올라오면 작은 블록도 있다. 작은 것은 사방 20cm이다.
벽돌은 23cm × 11.5cm 또는 20cm × 10cm이다.
가로등도 세어보았다. 간격이 25m이다. 세기는 쉬우나 오차가 있을 수 있다. 길이 꺾이거나 사거리가 나오면 짧게도 설치되어있기 때문이다.
또 철제 펜스(fence)로 된 담장이 있다. 주로 아파트 경계선에 많다. 사람 키보다 조금 긴 2m이다.
신내동에서 봉화산에 오르니 산 중턱에 좀 편편한 곳이 있어 달리기 시작했다. 이곳도 한 바퀴 뛰는데 얼마나 되는 지 궁금했다. 그래서 끈으로 1m를 만들어 지팡이에 매고 한 끝은 오른발 신발에 매고 천천히 걸으면서 재어보기도 했다.
매일 하는 운동량을 그렇게 해서 알았다. 많으면 4Km를 걸었다. 그러다가 얼마 전부터는 시간을 재기로 했다. 시간은 메모지에 집에서 나가는 시간을 적고 들어와서 확인하면 시간을 알 수 있어 간편하기는 했다. 보통 1시간 반 정도 걷고 운동을 한 것이다. 그렇게 매일 운동량을 집에 들어와 달력에 적는다. 요사이는 시간과 턱걸이 횟수 그리고 달리기를 했으면 달린 거리를 적어놓는다.
다시 의정부로 와서는 아파트 바로 앞 민락천을 건너면 바로 축구장이 있다. 축구장 크기가 정식구장과 같다고 한다. 그리고 축구장 주변으로 400m 트랙이 있다. 지난겨울에는 축구장 트랙을 많으면 10바퀴씩 돌았다. 그러나 여름이 되면서는 그늘이 없어 트랙을 돌기에는 너무 해가 뜨거워 돌 수가 없었다. 그래서 우리 아파트와 옆 아파트 사이에 있고 언덕 위에 정자까지 있는 나지막한 숲을 걸었다. 그 그늘숲도 아주 더운 여름에는 걸을 수가 없었다.

하여간 몇 바퀴 돌고나면 내가 몇 바퀴째 도는지를 알 수가 없어 사진에 나오는 플라스틱이나 자전거 튜브를 바둑돌만 하게 만들어 주머니에 넣고 걷다가 한 바퀴 돌 때마다 하나씩 꺼내 다른 주머니에 넣는다. 골판지 같은 플라스틱인데 네 귀퉁이가 각이 지니 불편해서 조금씩 다듬었다. 5개만 만들면 옷이 바뀔 때 잊고 나가는 경우가 생겨 10개 이상 만들어 가방에 작은 주머니를 만들어 그 안에 넣고 다닌다. 그래도 무슨 생각이라도 하며 걸으면 또 깜박 잊기도 한다. 그래서 잊지 않으려고 어느 지점에서 조각을 꺼내 손에 들고 걷다가 출발점에 가면 다른 주머니에 넣는다는 원칙을 가지고 다니면서 횟수를 세고 있다.
운동은 매일한다. 일이 있어 못하는 날 빼고는 매일 한다는 생각으로 한다. 아니 운동이 일상이다. 남한테 운동하러 나간다고 말하지 않을 정도로 일상적인 일이다. 그냥 걷기만 하지 않고 목적지에 도착하면 맨손체조부터 한다. 우리가 학교에서 하던 것을 처음부터 2배로 한다. 운동량이 부족하기 쉬우니 맨손체조 정도는 2배로 해야 할 것 같았다. 그리고 턱걸이를 한다. 그냥 처음부터 하지 않고 일단 매달려 여덟을 세면서 어깨근육을 늘리며 팔과 등에 준비운동을 2번 정도 한다. 보통 8회 턱걸이를 하고 발차기를 좌우 합해서 60번을 하고 옆차기를 좌우 합해서 20번 하고 턱걸이를 한 번 더 8회를 한다.
그리고 다른 운동기구에 뒤로 하늘 보고 누워서 어깨를 뒤로 젖히기 10회, 두 손 잡고 팔 어깨 위로 올려 뒤로 젖히기 10회 한다. 또 윗몸일으키기도 10회를 한다.
그냥 무심하게 걷지만 않고 무엇인가 눈에 띠면 들여다보고 사진을 찍었다가 무슨 글감으로 쓸 수 있나 생각하고 사진 초점이 맞지 않아 흐리게 찍힌 사진은 삭제하고 사진의 원하지 않는 불필요한 부분은 잘라내기를 이용하여 정리를 한다. 매일 걸어도 어제 못 본 것을 볼 때도 있고 어제 피지 않았던 꽃을 오늘 보고 사진을 찍을 수도 있다. 꽃은 정말 매일 새롭게 피어나고 또 어제 그제 찍지 못한 꽃이 시들면 아쉽기도 하다. 추우면 개미새끼 한 마리도 안 보이다가 봄이 되면 나오기 시작하더니 비오기 전이면 이사를 다니는지 엄청 많이 떼 지어 다니기도 하고 여름 지나 선선해지니 요사이는 메뚜기 방아깨비 사마귀도 나오기 시작했다. 개미와 거미도 관심이 가는 놈들이다. 개미는 길에 먹잇감이 있으면 바로 아래에 굴을 파고는 작은 흙 알갱이를 먹잇감 주변에 쌓는다. 이유는 아직 모르겠다. 또 비라도 오고 집을 정비하거나 지을 때보면 정말 많은 양의 흙 알갱이를 집 주변에 엄청 쌓이도록 땅속에서 끌어올린다. 그렇게 많은 양의 흙을 밖으로 내어다 버려 쌓인 것을 보면 놀랄 정도를 넘어선다.

토끼풀

산딸나무


위 2장은 여우팥(김형두 형이 알려줌)

돌콩(김형두 형이 알려줌)
제일 사진 찍기 어려운 것이 나비이다. 나비는 그냥 일직선으로 날지를 못하고 위아래로 오르내리면서 날아가기 때문에 초점을 맞출 수가 없다. 꽃에 앉은 나비를 찍기도 쉽지가 않다. 옛사람들이 그린 화조도에는 나비가 얌전하게 잘도 그려졌지만 실제는 그렇게 잘 자세히 보기도 쉽지 않은 곤충이다.
위는 나비 동영상이다.
내가 사는 아파트와 옆 아파트 사이에 있는 공원에는 갈대숲이 있다. 작년 늦가을에 의정부시 공원관리인이 와서 싹 잘라버렸는데 올봄에는 파랗게 싹이 나서 아주 예쁘게 초록색을 유지하며 더위를 식혀주더니 이제는 갈꽃이 피기 시작한다. 솟대가 있는 바로 그 공원이다. 올여름 그 심한 무더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푸르름을 유지 하더니 이제는 은빛 꽃을 으스대듯 피어내기 시작한다. 화려하지 않고 있는 듯 없는 듯 이십여 갈래로 펼쳐지면서 순백의 꽃들이 피어나고 있다. 학생시절 옆집 순이 같이 화장하지 않아도 예쁘기만 하던 순박함을 보는 듯하다.




내 생활도 조금씩 변한다. 변하는 것이 별일은 아니지만 조금씩 개선된다고 해야겠다. 전처럼 하면 무엇인가 불편해서 새롭게 변하는 것이다. 그런 일이 아직도 자주 자꾸 생겨난다.
나는 청력이 약해진 반면 아내는 취각이 약해졌다. 서로 다르게 약해지니 서로 보완을 해서 좋은 점도 있지만 불편해지는 것도 있다. 청력이 약해진 나는 티브이 소리를 자꾸 높이려고 하는 것이다. 나 위주로 무작정 크게 할 수도 없다. 그러니 똑같이 드라마를 보아도 알아듣지 못하는 소리가 생기고 아내에게 묻는다. 가능하면 묻지 않으려고 하지만 나도 모르게 궁금해서 아니 물을 수가 없다. 참고 그냥 보면 전체적인 흐름에 오류가 생긴다. 그래서 정기적으로 보는 드라마는 재방송을 혼자서 다시 보려고 한다. 물론 혼자 볼 때에는 소리를 크게 해서 본다. 소리를 크게 하니 같이 볼 때보다 훨씬 많이 새롭게 드라마 내용이 알아지는 재미도 괜찮다. 또 그냥 줄거리 위주로 보기보다는 왜 그렇게 진행되어질 수밖에 없었는가도 살펴본다. 비평가적 관점에서 주제 구성 배경 대사 등등을 생각하면서 보면 더 재미있을 수도 있다.
M 방송국 수목 드라마 「시간」도 열심히 보고 있다. 이제 9월말부터 새 드라마가 시작한다니 이 드라마도 끝나간다. 남자 주인공을 죽이는 것으로 가는 것 같은데 그러면 결혼하고 신혼방도 치르지 못하게 한 신부는 어떻게 마무리를 할 것인가 하는 의문이 들었다. 내가 작가라면 또는 내가 주인공이라면 하는 상상을 하게 만드는 드라마라고 혼자 좋아하고 있다. 여동생과 엄마 그렇게 셋이 살던 ‘서현’이라는 여자 주인공, 여동생을 죽이게 하고 또 엄마까지 죽게 만드는 사람들을 어떻게 처리해야하는가.
아무리 드라마라지만 무엇인가를 암시하는 듯한 등장인물들의 표정과 대사에서 하나라도 더 내 마음에 새기고 싶은 것이 많은 드라마이다. 제목 「시간」은 나에게도 무엇인가 암시하는 것이 많은 것 같다.
밤 10시에 방영하는 드라마가 나에게는 너무 늦어 사실 보기가 쉽지 않다. 저녁 먹고 한 시간쯤 자고 일어났다가 보는 경우도 자주 있다. 물론 재방송을 볼 수도 있다.
이렇게 살아가면서 그렇게 조금씩 더 나은 방향으로 가는 것이리라. 그래서 깜박거림과 나의 실수를 최대한 줄이는 방향으로 나아가기를 바라면서 ….
사진 첨부 ① 바둑돌 ② 20180907-160345 ③ -164226 ④ -165454 ⑤ -170825
⑥ -171943 ⑦ 나비 동영상 ⑧ 갈대꽃 20180831-1618031-1 ⑨ -161904 ⑩ -165701
⑪ -164242
첫댓글 요즘은 만보기가 있어서 걸음수와 거리가 절로 계산되는데도 이를 마다하고 발걸음을 세고 거리를 아날로그 방식으로 재고있으니 이 무슨 노인네 짓 인가 하고 속으로 웃었는데, 한편 치매예방도 되고 힐링하는 좋은 방법이구나 하는 생각이 문득 듭니다. 걷다기 꽃이 보이면 사진도 찍고 여유를 즐길줄 아는군요.. 사진의 이름모르는 꽃은 첫째와 둘째는 똑같은꽃 같아 보이는데 여우팥이고 세번째 사진은 돌콩 같아 보입니다.
글쓰기를 배울 때 '글을 젊게 쓰라!'라고 배웠습니다. 그러나 실제로 글을 쓰다보면 잘 안되는군요.
<오베라는 남자>를 읽고 있는데 제가 꼭 '오베'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자기틀에 같혀서 벗어나기 힘든 상태인 것 같아요. 스스로는 벗어난다고 노력을 하지만 남이 보기에는 그렇지 못한 상태인 것이지요.
깜박깜박도 문제지만 젊어질 수 없는 것이 더 어려운 일입니다.
꽃이름 가르져주셔서 감사합니다. 콩깍지가 달린 것을 보니 콩과식물 맞아요.
전화기에 만보기가 있다지만 한 번도 사용을 안 해봤어요.
제가 좀 거꾸로 사는 편이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