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틱 홀리데이>
영국 시골의 아담한 오두막집에서 혼자 살고 있는 아이리스(케이트윈슬렛)는 나쁜 남자에게서 헤어나지 못영한다. 3년간 헌신한 자신을 버리고 다른 여자와 약혼했음에도 이별을 실감하지 못하고 온전히 미워하지도 못한다.
15살 이후 눈물을 흘려본 적이 없는 아만다(카메론디아즈)는 엘에이의 멋진 저택에 사는 성공한 사업가다. 하지만 행복의 완성은 사랑일까. 바람난 애인 때문에 스트레스가 극에 달한다.
인생이 나를 배신하고 감정마저 통제 불능이 되어 해결의 기미가 보이지 않을 때 방법 아닌 방법으로 현실 도피를 감행하게 된다. 아만다와 아이리스는 연말 휴가동안 서로의 집을 바꿔 지내기로하고 타인의 삶속에서 새로운 돌파구를 찾을 수 있을 거라는 기대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나를 괴롭히는 것들을 버리고 떠난다는 건 신나지만 엉뚱한 얘기다.
이 시간과 공간에서 멀리 도망칠수록 벗어날 거라는 기대를 하지만 지구 끝으로 간다한들 불행은 이미 나 자신이다. 다시 돌아오는 날, 낯선 곳에서의 일상과 행복으로 내가 다른 사람이 되어있기를 바랄뿐이다.
별것도 아닌 남자에게 연연하느라 스스로를 괴롭히며 왜소해져 있던 아이리스는, L. A.에서 영화음악제작자 마일스(잭 블랙)와 아서를 만나며 자신의 존재감을 새로이 느끼게 된다.
아이리스를 보고 있으면 사랑이나 친구는 만나는 게 아니라 내 안의 따듯함으로 길러내는 거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녀가 살던 영국의 눈 덮인 오두막은 아무도 깨어나지 못하게 하는 달팽이집 같은 느낌이었는데 엘에이의 따듯한 바람이 그녀를 꽃피운다.
‘당신은 내게 상처를 주면서 늘 나의 오해라고 말했어요.’
‘나는 제대로 화도 못 내고 밤마다 나를 벌줬어요.’
여자의 심금을 울리는 대사도 많은데 아이리스가 나쁜 남자에게서 헤어나며 비로소 자신의 상처를 당당하게 드러내는 대목이다.
보통의 만화나 드라마는 너무도 명쾌해서 시작된 이유가 사라지면 그로인한 모든 것들이 동시에 사라진다. 천사 인줄 알고 사랑했던 여자의 음모가 드러나면 '당신이 이런 여자인줄 몰랐어.' 라며 돌아서고 동시에 그동안 온갖 누명을 감수해온 착한 여자를 갑자기 사랑하게 된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이미 태어난 것들은 이유가 퇴색되어도 한순간에 사라지지 않는다.
‘내가 뭘 잘못했을까.’
잘못한 게 그 남자라는 걸 알면서도 비겁하게 인내하고 자책하는 이유는 아직 그 사랑을 접을 수 없기 때문이었다. 이제라도 그를 공격하는 용기는 더 이상 그로인해 가슴 아프지 않을 자유를 뜻한다.
아이리스와 우연히 친구가 된 아서는 할리우드 전성기 시절의 전설적인 극작가였다.
아서의 설정은 주인공에게 미치는 긍정적인 영향뿐 아니라 스토리 자체를 낭만적이고 고급스럽게 이끌어준다.
세련되고 똑똑하지만 사랑 앞에 부자연스러운 아만다는 영국에서 아이리스의 오빠(쥬 드로)를 만나 사랑에 빠지게 된다. 부드럽고 지적인 그에게 자연스럽게 끌리지만 주변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많은 여자들이 있다는 걸 눈치 채고 가까워지는 걸 두려워한다.
주변을 맴도는 여자들이 다름 아닌 그의 어린 두 딸이었다는 걸 알게 되고 행복한 결말을 위해 만들어진 모든 영화가 그렇듯 그 딸들은 착하고 사랑스럽고 아만다를 잘 따른다. 게다가 그가 독신인 이유는 이혼이 아닌 사별이다. 로맨틱한 남자 주인공의 캐릭터에 완벽을 기하고자 하는 감독의 꼼꼼함에 웃음이 나왔다.
거리와 현실의 벽은 여전하지만 사랑을 확신하고 당당해지는 순간 세상은 내 편이 된다.
상처와 갈등 속에서 새로운 사랑을 찾은 두 커플은 흥겨운 성탄절 파티를 열고 창밖에는 흰 눈이 내린다.
인간관계란 아주 작은, 혹은 우연한 흔들림에도 한순간에 내 마음을 지옥에 빠트려 버린다.
대신 뜻밖의 인연으로 천국이 되기도 한다. 인생의 명암은 만남과 헤어짐의 희비와 일치한다. 내게는 흔한 일상이 어떤 이에게는 구원이 될 수도 있다는 평범한 진리가 새삼스럽다.
많은 대사에서 감독이 여자가 아닐까 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역시나…. 사랑과 남자와 행복에 대해 하고픈 말이 무척 많은 여자였나 보다. 크리스마스 케익처럼 곱고 예쁜 것으로만 꾸며진 달콤한 영화였다
첫댓글
아주 오래전에 본 영화인데 영화 속 주인공들이 집을 바꿔 지낸다는 게 신기하고 부러웠습니다.
카페에서 보고 반가운 마음에 '집 바꿔 살기' 가 소재였던 영화 얘기 올려봅니다
굿 감사
극중의 캐릭터를 잘 묘사해 주셨네요. 사람의 천성과 환경에 따른 미묘한 심리의 구성과 흐름의 설정이 작가의 내면을 잘 들어 내주는 것 같습니다. 많은 것을 생각하게하는 좋은 글 감사합니다.
글 잘 감상하고 갑니다.
고맙습니다
영화 찾아 봐야겠네요. 감사^^~
저도 찾아봐야겠어요 ㅎㅎ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