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새
예수님, ‘당신을 사랑하는 것’을 ‘원하는 것’이 이렇게 즐거운데, 당신의 사랑을 차지하고 누리게 된다면 얼마나 즐겁겠습니까.....? 어떻게 저 같은 불완전한 영혼이 ‘사랑’의 극치에 이르기를 바랄 수 있겠습니까? 오, 예수님! ‘최고의 유일한 벗’이며 제 사랑을 바칠 유일하신 분, 이것이 무슨 신비입니까.....?
당신은 어째서 이 무한한 소원을 위대한 영혼들, 하늘 높이 날아다니는 독수리들에게 남겨 두지 않으십니까.....? 저는 가벼운 솜털밖에 나지 않은 ‘힘 없는 작은 새’일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독수리’가 아니라, 독수리의 ‘눈과 마음’만 가졌을 뿐입니다. 제가 지극히 작지만, 하느님이신 태양, 사랑의 태양을 감히 쳐다볼 때면 ‘독수리’의 모든 소원이 제 마음에도 솟아나기 때문입니다.....
이 작은 새는 눈부시게 빛나는 ‘태양’을 향해서 날고 싶어 합니다. 그는 거룩한 성삼의 중심까지 올라가는 그의 형제 독수리들처럼 날고 싶어 합니다..... 아! 그러나 그 새가 할 수 있는 것은 오직 ‘조그만 날개를 파닥거리는 것’뿐, 날아오르는 것은 힘에 겨운 일입니다. 그러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자신이 이렇게 힘이 없음을 알고 괴로움으로 죽게 될까요.....?
절대로 아닙니다. 그 작은 새는 슬퍼하지도 않을 것입니다. 대담하게도 온전하게 믿는 마음으로 그의 ‘거룩한 태양’을 똑바로 쳐다볼 것입니다. 바람도 비도 그 아무것도 그에게 겁을 주지는 못할 것입니다. 만약 캄캄한 구름이 ‘사랑의 태양’을 가리게 된다고 하더라도 이 작은 새는 옮겨 앉지도 않을 것입니다. 구름 저편에서 자신의 태양이 언제나 빛난다는 것과, 그 빛이 잠시도 흐려질 리 없다는 것을 알고 있으니까요.
때때로 이 작은 새의 마음은 폭풍우에 시달리고,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캄캄한 구름 이외에 아무것도 없다고 생각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그때야말로 약하고 ‘가엾은 작은 새’에게는 오히려 가장 기쁜 순간입니다. 자신에게 믿어지지 않는 보이지 않는 이 빛을 똑바로 쳐다보려고 남아 있는 것이 얼마나 기쁜 일이겠습니까!
예수님, 저는 지금까지 이 작은 새가 당신 곁을 떠나지 않는 것을 보고 그에 대한 당신의 사랑을 깨달았습니다. 그러나 당신과 제가 알고 있는 것처럼 이 불완전한 작은 피조물은 제자리에(즉 ‘태양’빛 아래) 머물러 있으면서도 오직 하나뿐인 자신의 직분에 몰두하지 못하고, 종종 두리번거리며 낟알을 줍기도 하고, 때로는 작은 벌레를 잡으러 뛰어가기도 하지요.
그러다가 작은 물구덩이를 만나, 겨우 생겨난 털을 적시게 됩니다. 또 예쁜 꽃을 보면 금세 꽃에 마음을 뺏깁니다. 결국 독수리처럼 날아오를 수 없는 이 작은 새는 세상의 하찮은 일에 몰두합니다. 그러나 이런 모든 잘못을 저지른 뒤에 한쪽 구석에 숨어 슬퍼서 울고 후회로 죽는 대신, 자신이 ‘지극히 사랑하는’ 태양에게 돌아서서, ‘젖은’ 작은 날개를 그 자애로운 빛 속에 펼치고 제비처럼 흐느끼며, 아름다운 노래로 자신의 불충실함을 일일이 고백합니다.
이 작은 새는 그대로 내어놓고 믿음으로써 더 큰 힘을 얻고, “의인이 아니라 죄인을 부르러 오신” ‘그분’의 사랑을 더 가득히 받으리라 생각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찬미 받는 태양’이 이 슬픈 지저귐을 못 들은 척 숨어 계시면, 이 작은 새는 젖은 채로 추위에 벌벌 떨면서도, 자신의 잘못으로 인해 받게 된 이 괴로움을 오히려 기뻐합니다.....
오 예수님! 당신의 ‘작은 새’가 약하고 작은 것이 얼마나 다행입니까. 그가 컸다면 어떻게 됐겠습니까.....? 그랬다면 절대로 당신 계신 곳으로 담대하게 나가지도 못할 것이며, 당신 앞에서 졸지도 못했을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이 작은 새의 약함은 여기에서도 드러납니다. 그가 거룩한 태양을 똑바로 쳐다보는데, 구름이 한 줄기 빛도 보이지 않게 태양을 가리고 있으면, 그의 작은 눈은 저절로 감기고 그 작은 머리는 조그만 날개 밑에 파묻히며, 여전히 그의 ‘사랑하는 태양’을 똑바로 보고 있다고 믿으면서 잠이 드는 것입니다.
잠이 깨면 그는 근심하지 않고, 마음은 평화에 잠겨서 ‘사랑’의 일을 다시 시작합니다. 그는 선망의 목표인 이글이글 타는 태양을 향해서 독수리처럼 날아 올라가는 천사들과 성인들에게 기도합니다. 그러면 이 독수리들은 그들의 작은 동생을 불쌍히 여겨 그를 보호하고 지켜 주며, 그를 잡아먹고 싶어 하는 다른 독수리들을 쫓아 버립니다. 작은 새는 마귀의 형상을 한 이 독수리들을 무서워하지 않습니다. 그는 다른 독수리들의 먹이가 되는 것이 아니라, ‘사랑의 태양’으로 향하는 독수리들의 먹이가 되도록 마련된 것입니다.
하늘의 독수리
오, ‘거룩한 말씀’이시여, 저를 이끌어 주시는, 제가 사랑하는 독수리는 당신이십니다. 귀양살이 땅으로 내려오시어 영원히 행복한 성삼으로 끌어가시기 위해 괴로움을 받고 죽음을 원하시던 분도 당신이십니다. 이후에 당신 거처가 될, 가까이하지 못할 ‘빛’으로 올라가신 분도 당신이십니다..... 흰 제병 모양 안에 숨어서, 아직도 눈물의 골짜기에 머물러 계시는 분도 당신이십니다. 영원한 독수리시여, 당신의 거룩한 시선이 끊임없이 제게 생명을 주시지 않는다면 작은 새는 허무 속으로 다시 빠져 들어가게 될 것이기에, 작고 가엾은 저를 당신의 거룩한 영양분으로 기르려고 하십니다.....
오, 예수님! 제가 당신께 한없는 감사를 드리는 것을 허락해 주십시오. 그리고 “당신의 사랑은 미친 듯하다.”라는 말을 할 수 있게 해 주십시오. 이러한 ‘미친 듯한 사랑’을 눈앞에서 보고 어떻게 제 마음이 당신께 향하지 않을 수 있습니까? 어떻게 제 신뢰에 끝이 있겠습니까.....? 아! 성인들이 당신을 위해 맹목적인 사랑을 보여 드렸다는 것을, 그들이 ‘독수리’인 까닭에 큰일을 하였다는 것을 압니다.
예수님, 저는 큰일을 하기에는 너무도 작으니..... 저의 ‘맹목적인’ 것은 당신 ‘사랑’이 저를 희생으로 받아 주시기를 바라는 것뿐입니다. 저는 ‘맹목적’으로 제 형제들인 독수리들에게 간청하여 하느님이신 ‘독수리의 날개’를 타고 사랑의 태양을 향해 날아가 은혜를 제게 주시기를 바랍니다.
오, 지극히 사랑하는 분, 당신께서 원하시는 때까지 당신의 작은 새는 힘도 날개도 없이, 줄곧 당신만을 똑바로 바라보며 남아 있을 것입니다. 그는 당신의 거룩하신 눈길에 ‘홀리고’싶고, 당신 ‘사랑’의 ‘먹이’가 되고 싶어 합니다. ‘사랑하는 독수리’여, 당신의 작은 새를 찾으러 오셔서 ‘사랑의 골짜기’로 데려 가시고, 저를 희생으로 바친 사랑으로 이글이글 타는 구덩이에 영원히 담가 주시기를 바랍니다.
오, 예수님! 모든 작은 영혼에게 당신의 닿을 수 없는 자애를 제가 말해 줄 수 있었으면 합니다. 이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지만, 만약 당신께서 저보다 더 약하고 작은 영혼을 만나셨는데, 그 영혼이 당신의 무한한 인자하심을 굳게 믿어서 자신을 온전히 맡긴다면 당신께서는 큰 은혜를 넘치도록 내려 주시리라 생각합니다.
그런데 예수님, 어째서 당신 사랑의 비밀을 다른 사람에게 전하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입니까? 당신께서 그것을 제게 가르쳐 주셨으니, 또 다른 사람에게도 당신이 가르쳐 주실 수 있지 않겠습니까? 그렇습니다. 저는 그것이 가능하다는 것을 알고, 또 그렇게 해 주시기를 간청합니다. 당신께서 거룩하신 눈을 들어 수많은 ‘작은’ 영혼들을 굽어보시기를 애원합니다..... 그 영혼들을 선택하시어 당신 ‘사랑’에 걸맞는 ‘작은’ 희생의 군대를 만드시기를 간절히 청합니다.
첫댓글 여태까지 주님 말씀을 제대로 실천하지 못하고 살아왔다는 자책이 저를 더 주님께 날아오르지 못하게 했습니다... 성녀님의 글들을 보며 아직 목도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아기 같은 제 모습이지만 오직 주님의 사랑에 푹 잠기는 것이 제가 해야 될 일임을 알게 해주시며 마음에 평화가 느껴집니다. 감사합니다 성녀님!
주님을 너무나 사랑하는 작은 새의 절절한 사랑 고백이 감동입니다. 작지만 독수리의 눈과 마음을 가지고, 어떤 희생도 기쁨으로 여기며 태양을 향해 날개를 파닥이는 새... 사랑하는 이를 위해서는 어떤 희생도 기쁨으로 여기며 태양을 향해 정주행하는 작은 새의 불타는 사랑이 너무도 아름답고 숭고하게 느껴집니다. 지금은 그토록 그리던 태양 곁에서 행복해하실 성녀님의 삶은 태양을 사랑하는 또 다른 작은 영혼들에게 길잡이가 되고 계십니다. 아직 날개조차 제대로 펼 줄 모르는 저이지만 매일 매일 성녀님 삶의 조각들을 한 톨씩 받아먹으며 날개를 파닥여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