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끝으로 내몰리는 이주노동자들의 생존권은 정부가 책임져야 한다.
- 3월 10일 대구지방노동청장 면담 내용 -
1. 노동자권리 박탈하는 기만적인 고용허가제는 폐지되어야 한다.
고용허가제는 모든 노동자에게 보장되어야 할 노동3권을 부정하고, 노동자의 권리 대신 사업주가 가진 고용의 권리만이 일방적으로 보장된 제도이다.
노동조합을 결성할 권리도, 사업장 이동의 자유도 없는 노예노동자로 만들어버린 고용허가제. 우리는 이 기만적인 고용허가제를 반대한다. 노동자의 권리가 보장되는 내용은 단 한 줄도 찾아볼 수 없는 고용허가제 폐지를 요구하며 현재의 경제위기에서 시급하게 개선해야 할 내용들에 대해서 아래와 같이 요구한다.
1) 사업장 이동횟수 제한을 철폐해야 한다.
- 현재의 고용허가제하의 사업장 변경은 취업기간 3년 동안 3회를 초과하지 못한다. 그러나 사업주의 귀책사유로 인해 사업장을 변경한 경우에는 1회까지는 추가적으로 사업장 변경허가를 허용한다. (*외국인 근로자의 고용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 30조)
- 하지만, 현재 사업장의 휴ㆍ폐업, 일자리 없음으로 인해 사업장 변경을 요구하는 이주노동자가 늘고 있는 상황에서 이 사업장 이동횟수의 제한은 합법적으로 일하려고 하는 이주노동자를 정부가 불법으로 만들고 있는 작용을 하고 있다.
2) 구직기간 제한을 없애야 한다.
- 고용허가제의 노동자들은 사업장을 변경하고 고용지원센터에 구직등록을 한 후, 2개월 이내에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면 미등록이 된다. 이주노동자들은 이런 제도적인 강제로 인해 일자리를 구하더라도 더욱 열악한 조건임에도 불구하고 어쩔 수 없이 일을 하게 된다.
- 현재 경제위기로 조업률이 낮아지고 휴폐업의 증가로 인해 내국인도 2개월 동안 일자리를 구하기 어려운 마당에 이주노동자에게 2개월 동안 일자리를 구하라는 것은 정말 하늘의 별따기이다.
3) 이주노동자 고용절차에 있어 내국인 우선고용제도를 폐지해야 한다.
- 이주노동자를 고용하기 위해서는 7일간 내국인의 우선고용 노력을 해야 한다. 사업주 입장에서 당장 이주노동자 고용을 원하는데 내국인 우선고용노력을 해야 하는 비효율적인 절차 때문에 이주노동자를 고용하고서도 고용지원센터에 고용등록을 하지 않아 이주노동자를 고용한 사업장 리스트가 반복해서 올라온다.
- 이 때문에 이주노동자가 일자리를 백번 찾아 헤매지만, 고용지원센터에서 받은 사업장 리스트로는 일자리를 찾기가 힘들다.
- 고용허가제에서 유일하게 일자리를 알선하는 고용지원센터가 이주노동자의 일자리를 적극적으로 알선하지도 않으면서 이러한 실효성 없는 절차 때문에 이주노동자들은 피해를 본다. 내국인의 우선 고용의무제를 폐지하여 이주노동자가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미등록이 되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실효성 있는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
2. 최저임금법 개악시도는 즉각 중단되어야 한다.
- 최저임금이 한국 제조업 노동자 평균임금의 절반도 되지 않은 상황에서 정부가 시행하는 최저임금 개악(숙식비 포함, 65세 이상 감액적용)은 저임금 구조 속에 놓여 있는 영세사업장 노동자들과 고령노동자들에게 임금차별을 가중시키는 것이다.
- 특히, 숙식비는 ‘임금’이 아닌 ‘복리후생비용’으로 보는 것이 노동부의 행정해석이다. 그래서 퇴직금 산정시 숙식비(통상적으로 지급된다하더라도)는 제외된다. ‘복리후생비용’을 임금범위에 포함시키겠다는 것은 전체 노동자의 임금수준을 하락시키겠다는 것이며, 최저임금이 최소한의 임금이 아닌 최저임금보다 더 아래의 임금제도를 만들어 사회적으로 약자인 노동자들의 생존자체를 위태롭게 하겠다는 것이다.
- 최저임금 개악안 내용 중 최저임금에 숙식비를 포함시킨다는 내용은 이주노동자의 임금삭감을 겨냥한 것이라고 판단할 수밖에 없다. 한국에 체류하는 이주노동자들 거의 대부분이 회사에서 숙식을 해결하고 있기 때문이다.
3. 모든 형태의 해고를 중단시키고, 무단적인 해고를 자행하는 사업장에 대한 철저한 관리감독을 촉구한다.
1) 생존권을 위협하는 이주노동자에 대한 모든 형태의 해고를 금지하라.
- 기업들이 경제위기를 빌미로 많은 노동자들을 길거리로 내몰고 있다.
- 이런 상황에서 가장 먼저 해고되는 노동자는 이주노동자다. 사회적으로 최약층인 이주노동자를 보호해야 할 노동부가 오히려 내.외국인의 고용갈등을 유발하며 이주노동자 해고를 조장한다는 사실에 참담함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 2008년 12월 노동부가 발표한 “불법 외국인 일자리, 합법으로 채운다.”라는 보도자료에서 “중소제조업체가 고용환경개선 시설투자를 하여 외국인근로자를 내국인으로 대체하는 경우 근로자 1명당 120만원(1회)의 지원금을 특별히 지원”한다는 실효성도 없는 방안을 내 놓았다.
- 이는 ‘경제위기 고용불안에 따른 이주-내국인 노동자간 대립적 고용갈등’을 부추기는 내국인 보호정책을 통해 경제위기를 돌파하겠다는 자본의 이데올로기에 노동부가 합세하여 내국인 노동자로 하여금 이주노동자를 혐오하는 감정을 유발시키는 결과를 낳을 뿐이다.
- 고용환경을 개선하여 내국인으로 대체하면 한 번에 한하여 120만원을 준다는 것인데, 어느 사업주가 120만원 받자고 시설을 투자하겠는가? 그 일자리에 과연 내국인이 들어갈지도 의문이다.
- 노동부는 별 실효성도 없는 방안을 내놓지 말고 이주노동자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모든 형태의 해고를 금지할 수 있는 지원방안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2) 차별없는 고용유지 방안을 촉구한다.
- 현재의 경제위기에서는 지불능력이 약한 중소영세사업장 노동자들의 임금삭감, 해고의 문제는 실로 심각하다. 그리고 이런 중소영세사업장에 많은 이주노동자들을 고용하고 있다.
- 정부는 도산위기에 처한 중소영세사업장의 고용을 유지하고 확대하는데 필요한 재정을 지원하는 방안을 내놓아야 하며, 이주노동자에게도 고용보험 가입유무에 상관없이 고용유지지원금을 지원할 수 있도록 방안을 내놓아야 한다.
4. 실직된 이주노동자의 생계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 임금노동자들에게 실업은 생계 위협으로 다가오기 때문에 매우 심각한 문제다. 특히 지금처럼 실업률이 가파르게 상승하는 시기에는 실업노동자에 대한 정부차원의 지원과 대책없이는 실업은 많은 가계의 생존을 위협하는 사회 문제가 된다. 이것은 이주노동자들에게도 예외가 아니다.
- 이주노동자들 중 고용보험에 가입할 수 있는 대상자는 고용허가제 노동자들이다. 그러나 사업주들은 비용절감을 위해 대부분 고용보험에 가입하지 않는다. 이것은 고용보험이 2006년부터 의무가입에서 임의가입으로 전환된 후 더욱 심해졌다.
- 2004년 8월 17일부터 의무가입시기인 2005년 말까지 고용보험료를 낸 이주노동자는 4만2000여명이었고, 임의가입시기인 2006년 1월부터 현재까지는 4100여명이 납부했다고 한다.
- 심지어 고용보험을 임금에서 공제하면서도 실제적으로 납부를 하지 않는 사업주도 허다하다.
- 위 보도에서도 나왔다시피 실업급여는 본인의 의지로 퇴사를 할 경우 적용받지 못한다. 이주노동자들의 경우 대부분 죽을 지경이 아니면 자발적으로 실업이 되는 경우는 없다.
- 사실상 모든 이주노동자들이 실업급여의 대상이 됨에도 불구하고 사업주들이 이주노동자를 해고하면 향후, 이주노동자 고용에 불이익을 받기 때문에 자발적인 퇴사로 고용지원센터에 신고하는 경우가 많다.
- 이주노동자에 대한 고용보험 가입을 의무화하고 이에 대한 철저한 관리감독을 해야 하며 실업급여에 대해서 이주노동자에게 적극적인 홍보를 해야 한다.
- 또한, 경기의 침체로 인해 해고되고 실업이 되어 생계의 위협을 받는 이주노동자들에게 고용보험이 가입되어 있지 않더라도 실질적으로 생계를 지원할 수 있는 대책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5. 이주노동자의 노동기본권이 보장되어야 한다.
- 임금․퇴직금 체불, 부당해고, 구직 등 이주노동자가 처할 수 있는 문제들에 대해 행정, 법률서비스 지원을 대폭 강화해야 한다.
- 특히 평일에만 공공기관의 업무가 이루어지고 이주노동자에 대한 언어지원이 매우 부족한 점 등 때문에 신속하게 문제를 해결하거나 자신의 상황을 충분히 설명할 수 없어 불이익을 당하는 경우가 많다.
- 또, 최근에 폐기된 ‘선구제 후통보’ 지침 때문에 미등록이주노동자들은 최소한의 권리구제 신청도 포기하고 있다.
- 노동부는 ‘선통보 후권리구제’ 방침을 폐지하고 미등록이주노동자에 대한 권리구제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또한, 임금을 상습적으로 체불하는 사업주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
6. 미등록이주노동자의 단속을 중단하고 모든 이주노동자를 합법화해야 한다.
- 앞에서도 언급하였듯이 현재의 고용허가제는 미등록이주노동자를 양산시키는 악법이다. 이주노동자에 대한 한국정부의 통제와 차별정책 때문에 자신이 원하지 않는 실업으로 내몰리고 미등록이 되고 만다.
- 이러한 정책들로 인해 양산되는 미등록이주노동자를 정부는 단속으로 일관할 것이 아니라, 정부가 보호하고 책임을 져야 한다.
- 현재, 미등록이주노동자의 단속강화로 인해 많은 중소영세업체 사업주들조차 이주노동자 고용에 있어 이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 한국정부가 다문화를 이야기하면서 진정한 다문화사회를 이루고자 한다면, 내,외국인간의 갈등을 조장하는 차별정책으로 미등록이주노동자에 대한 무조건적인 강제추방보다는 한국땅에서 더불어 함께 살아가는 노동자로 미등록이주노동자를 합법화하는 방안을 추진해야 할 것이다.
대구이주연대회의 성명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