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법劍法’
정웅
손무孫武가 상산常山에 올라
‘솔연率然’*의 머리를 치니
꼬리로 덤비고,
꼬리를 베니 머리로 대든다
또 허리를 지르니 머리와 꼬리로 덮친다
이건, 칼춤이 아닌가
마오[毛]가 ‘十六字’*로 베는데
쳐오면 물러나고
멈추면 흔들고
지치면 덤비고
동東을 칠 듯 서西를 벤다
위계僞計가 아닌가
온몸으로 숨을 몰아 칼을 뽑지만
정작, 적은 보이지 않으니
모두가 적이다?
독기만 흉중胸中 가득히 찰나를 가르니
지피知彼도 지기知己도 부질없는 객기다
검법劍法이 있는가
빛과 그늘은 양날에 공존하는 법.
사랑과 증오가, 기쁨과 슬픔도 그렇고,
희망과 절망을 가름할 수 없으니
생生과 사死가 칼끝에서 헷갈린다
사랑하리라 미움만큼
기뻐하리라 슬픔만큼
소망하리라 절망만큼
필사적으로 칼을 갈며
벼르며 산다
(2010)
*‘솔연率然’은 중국 상산常山에 있는 전설적인 뱀으로,
손자는 싸움에 능한 자를 ‘솔연’에 비유하였으니
善用兵者 譬如率然, 率然者 常山之蛇也.
擊其首則尾至, 擊其尾則首至, 擊其中則首尾俱至.
*‘모택동十六字전법’ : 敵進我退 敵退我追 敵駐我搖 敵疲我打[聲東擊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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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날들을 벼르며 살아가는 우리네지요.
저마다 비수를 감추고 찰나를 겨눕니다.
언제나 적은 보이지 않지요? 모두가 적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