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대 최초의 공중목욕탕, 할매탕
필자는 1980년대 중반부터 오랫동안 서울에서 생활했던 적이 있었다. 가끔 명절이나 휴가를 보내기 위해 6~9시간 동안 장시간 운전하며 부산에 내려오면 온몸이 뻐근했다. 그래서 해운대에 도착하자마자 간편복으로 갈아입고는 해운대온천 열탕 속으로 들어갔다. 45도를 넘는 열탕 온도에도 그 순간 느끼는 시원함과 행복감은 무엇과도 비교할 수가 없었다.
해운대 온천수는 해수온천이라 머리를 감으면 비누가 잘 풀어지지 않고 감고 난 뒷머리가 뻣뻣해져 빗질이 잘되지 않아 싫어하는 이도 있다. 부드러운 느낌을 주는 동래 온천과는 다르다.
해운대 해수온천수는 장산 화산지형의 기반암인 화강암에서 솟아오른다고 알고 있다. 염분 농도가 높은 식염천으로 지하 깊은 곳까지 순환하는 바닷물이 데워진 후 지하수와 혼합되었기 때문에 다른 지역의 온천수보다 칼슘과 마그네슘 등 이온 함량이 높은 특징을 지니고 있다.
또 라듐 성분이 포함되어 있어 식염천 알칼리성이며 피부병, 소화기질환, 류마티즘성·신경성 질환, 고혈압, 요통, 빈혈, 부인병 등에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다. 그래서인지 가끔 목욕탕 입장객 중 피부병 환자와 관리인 사이에 실랑이가 벌어지는 일도 있었고, 태풍이 올라오고 나서 목욕을 가면 온천수 나오는 꼭지에서 화산재 부유물이 나온다는 소문을 들은 적도 있었다.
온천수를 마시면 위액의 분비를 왕성하게 하고 단백질의 소화를 촉진시키고 요도에도 좋은 효험을 나타나게 한다고 해서 새벽녘 어르신들이 뜨거운 온천 원수를 받아 음용하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아침 공복에 마시는 따뜻한 물 4잔이 건강에 좋다고 하는 건강상식을 알고 계신 듯 직접 체험하신 것 같았다.
할매탕은 해운대 최초의 대중목욕탕이다. 1935년 문을 연 할매탕은 유독 할머니들이 많이 찾아 할매탕이라고 불렸다고 한다.
당시로서는 최신식 욕탕 시설을 갖춘 2층 건물로 남탕과 여탕으로 구분되어 있었으며 욕조가 타원형이고 총 욕조량이 8,258㎥였다. 2005년 철거 당시 발견된 상량판에는 ‘상량식 소화 10년(1935년) 4월 1일 가주 해운대온천조합’이라는 글씨가 선명했다고 한다.
어려서 할매탕 앞마당에는 탄약대대 장병들이 단체 목욕을 하기 위해 열을 지어 차례를 기다리는 모습도 종종 보곤 했다. 그 당시 이 정도의 시설에서 목욕하는 건 해운대이기에 가능했을 것이다. 할매탕은 지금은 철거되어 해운대온천센터 옆에 새로 건물을 지어 할매탕 간판을 다시 달았다.
해운대 온천은 조물주가 선물한 해운대의 보물이다. 그리고 필자에게 옛 할매탕은 마음의 고향 같은 존재다. 언제든 몸이 힘들고 피곤할 때 피로를 풀어 주고 활기를 불어 넣어주며 생기를 찾게 해준 곳이다.
/ 이광영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