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공의 낚시 이야기-7화 칼라 6p 202~207p
미국에서의 낚시 경험
필자: 鮂滘 崔根元 (수공 최근원)
1955년 서울 출생
미국 일리노이대학 대학원 원예학과(이학박사, 1989)
경희대학교 생명과학대학 원예생명공학과 교수(1990-2020, 정년퇴임)
경희대학교 생명과학대학 명예교수(2020- 현재)
붕어낚시 조력 54년(1968-2021)
찌를 이용한 크래피 (crappies) 낚시
- 찌를 장착한 루어 낚시 채비: 학위를 하기 위해 미국 땅을 밟은 1985년 8월부터 2년간은 필자가 낚시를 중단했던 유일한 기간이었다. 미국 대학원 입학 후 2년이 지나 어느 정도 여유가 생기자 다시 낚시를 재개했다. 처음에는 붕어 낚싯대가 없었기 때문에 배스, 블루길, 크래피 등을 대상으로 한 루어 낚시를 시도했다. 릴 대와 루어대를 사용해서 하는 낚시여서 붕어낚시에 대한 욕구를 채워주지는 못했다. 그래서 이 루어 낚시 채비를 찌낚시 형태로 변형시켜 시도했다. 주로 1/16 온스 지그헤드에 꼬리가 달린 작은 테일 웜을 끼우고 그 위쪽에 구형의 작은 유동 찌를 달아 사용했다. 동그란 찌의 아랫부분에 홈이 파여 있어 낚싯줄을 끼워 고정하는 스프링 형태의 장치가 있고 아래위로 이동할 수 있었다. 그때그때 날씨에 따라서 추울 때는 2m 이상의 깊은 수심 층에 맞추고 따듯할 때는 1.2m 정도의 수심 층에 지그헤드를 머물게 할 수 있는 채비였다. 이렇게 찌를 닮으로써 특정한 수심 층에서의 웜 액션을 느리게 또는 빠르게 조정하기가 쉬워졌는데 이런 이점은 특히 초겨울이나 이른 봄의 추운 날씨 상황에서 큰 효과를 나타냈다.
--- [그림 찌를 이용한 크래피 루어 낚시 채비]
추운 날 깊은 수심 층에 머무는 크래피들은 아주 느리고 섬세한 루어 액션에 반응했는데 릴링만으로는 이런 액션을 만들어 내기가 쉽지 않았다. 찌를 이용한 채비는 크래피가 웜을 공격하면 찌가 수면 아래로 살짝 빨려 들어가거나 수면 위로 올라와 옆으로 눕게 된다. 입질 표현이 확실해서 거의 100% 챔질 성공률을 보였다. 한번은 같이 옆에서 낚시하던 현지 꾼들이 어려운 날씨 상황에서도 계속 크래피를 잡아내자 내 채비에 대해 궁금해했다. 현지 꾼 몇 명에게 내 채비를 간단히 설명해 주고 가지고 있던 여분의 찌를 달아 채비를 만들어 주었다. 몇 번의 캐스팅으로 크래피가 머무는 수심 층을 찾아낸 현지 미국인들도 크래피를 잡아내기 시작하면서 고맙다는 인사를 보내왔다.
붕어낚시
- 일리노이주 클린턴 호의 잉어 공격: 학위논문 실험이 끝나가던 중에 한국에 다녀올 일이 생겼다. 귀국해서 볼일을 끝내고 다시 미국으로 돌아올 때 은성 그라스롯드 2.5칸대 한대와 찌 몇 개를 챙겨왔다. 붕어낚시를 하겠다는 생각보단 릴낚시 대신 대낚시를 하고 싶은 마음에 낚싯대를 챙겼다. LA 근처에서는 떡붕어 낚시를 한다는 말은 들었지만 내가 있던 일리노이주에서는 붕어에 관해서 들은 바가 없었기 때문에 아예 붕어낚시 생각을 못 했다. 한국에 다녀온 후 인근에 있는 클린턴 호로 대낚시를 갔다. 떡밥은 옥수수가루, 콩가루, 밀가루, 귀리가루 등을 볶은 후 적절하게 배합해서 사용했는데 냄새가 기가 막혔다. 2.5칸대 한 대로 시작한 밤낚시는 시작하자마자 3호 원줄이 터지는가 하면 지누 바늘이 동강이 나거나 목줄이 터져 버리는 등 잉어들의 무차별한 공격에 채비가 남아나질 않았다. 결국, 자반에서 두자 정도 되는 몇 마리만 잡아내곤 철수했다.
- 미국 붕어의 발견: 이렇게 잉어에 시달리던 중 같이 학위를 하고 있었던 황 박사가 미주리 쪽으로 낚시를 하러 가자고 했다. 유학생 중 부인이 임신한 사람이 있는데 잉어가 필요하다고 했다. 미주리까지는 4∼5시간 걸리는 장거리 코스여서 새벽에 출발하게 되었다. 때마침 쏟아지는 폭우를 뚫고 아침에 도착한 곳은 작은 댐 아래 퇴 수로에 해당하는 곳이었다. 공원 형태의 낚시터에는 작은 베이트 샵이 있었다. 미끼로 쓸 미노우와 지렁이를 사기 위해 가게 안으로 들어가서 미노우를 달라고 했다. 미끼를 담는 작은 통에 수십 마리의 미노우를 담아 주었는데 미노우를 살피던 나를 놀라게 한 것은 작은 붕어 치어였다. 믿기지 않아 다시 자세히 살폈지만, 한국에서 맨날 보던 바로 그 붕어였다. 흥분된 가슴을 진정시키고 낚시 점 주인에게 미노우를 어디서 잡았냐고 물었더니 바로 우리가 낚시할 장소에서 잡았다고 했다. 그렇다면 이곳에 붕어가 있다는 말인데, 정말 믿기질 않았다.
- 믿기 어려운 대박 조황: 서둘러 채비를 폈고 떡밥을 개서 찌를 세웠다. 2.5칸대의 수심은 거의 3m 가까이 나왔다. 바닥과 주변이 온통 돌로 이루어져 있어서 자리가 편하지는 않았다. 서너 번 떡밥이 들어가자 찌를 살짝 올렸다가 잠기게 하는 입질이 들어 왔다. 뛰는 가슴을 억누르며 빠르게 챔질을 했고 위익 소리를 내며 낚싯대 끝이 물에 잠겼다. 엄청난 힘을 쓰는 녀석은 모습을 보이질 않는다. 그렇게 한참을 차고 나가며 이리저리 방향을 바꾸다가 고개를 내민 것은 거무튀튀한 70cm 정도의 잉어였다. 수염을 보고는 실망스러웠지만, 잉어가 필요한 임산부 생각이 났다. 다시 떡밥을 달아 넣고 집중했다. 두 번째 입질은 오래 걸리지 않았다. 몇 번 움찔움찔하는 예신 끝에 두 마디 정도 천천히 올라왔다. 챔질에 줄이 터질 것 같은 팽팽한 힘겨루기가 이어졌다. 한참 저항하다 나온 녀석은 놀랍게도 45cm 붕어였다. 한국에서 봐왔던 바로 그 모양의 붕어였다. 단지 윗입술이 아래쪽으로 조금 덥혀 있는 형태이고 입술 두께가 두꺼운 상태였다. 아마도 바닥에 돌이 깔려 있었고 돌 위에서 먹이 활동을 하다 보니까 입술이 두꺼워진 것 같았다. 입술을 제외한 나머지 형태는 한국의 붕어와 똑같았다. 한번 붕어가 나오자 연속해서 붕어가 나오기 시작했다. 가끔가다 손님 고기로 잉어도 나왔지만 거의 다 붕어였다. 붕어 씨알은 최대 57cm에서 최소 34cm로, 50cm 이상 다섯 마리를 포함해서 총 서른네 마리를 잡았다. 한국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조과였다. 잉어 몇 마리만 아이스박스에 넣고 나머지는 다 방생했는데 돌아오는 길에 빨리 한국에 있는 낚시 친구들에게 알려야겠다는 생각만 들었다.
다양한 붕어의 종류
- 붕어의 학명 (Scientific name): 생물을 분류하는 데 있어 가장 큰 계급은 역 (domain)이며 다음은 계 (kingdom), 문 (phylum 또는 division), 강 (class), 목 (order), 과 (family), 속 (genus), 종 (species) 순으로 종이 가장 하위분류 계급이다. 그러나 한 종 내에서도 몇 개의 생물학적 특성이 다른 개체들과 구분되는 집단이 형성돼서 장래에 별개의 종으로 분화될 가능성이 있는 경우 이를 아종 (subspecies)으로 세분하게 된다. 생물을 나타내는 명칭으로 일반명 외에 라틴어로 된 학명 (scientific name)을 사용할 수 있는데 일반명은 각 국가나 민족의 언어에 따라 다르지만, 학명은 세계 공통의 이름이다. 생물의 학명은 분류학적인 이름으로 대상 생물이 포함된 속의 이름, 즉 속명 (generic name)과 종의 이름, 종명 (specific name)을 사용해서 나타낸다. 학명을 최초로 고안한 사람은 스웨덴의 식물학자인 린네 (Linne)인데 속명과 종명을 모두 사용하는 이명법 (binominal nomenclature)을 제안해서 많은 사람의 지지를 얻게 되어 현재 이 방법을 사용하고 있다. 잉엇과 (Cyprinidae) 어류인 붕어는 속명이 Carassius이다. Carassius 속에는 대표되는 2개의 종이 있는데 carassius와 auratus이다. 즉, 유라시아 지역에 주로 분포하는 일명 유럽 붕어 (common crucian carp)는 학명이 Carassius carassius 이고 동아시아 지역에 주로 분포하는 일명 아시아 붕어 (wild goldfish/silver crucian carp)는 학명이 Carassius auratus 이다.
- 유럽 붕어 (common crucian carp): Carassius 속 붕어 종들은 외형상 차이를 가지고 구분하기가 쉽지 않아 분류학상의 혼돈이 이어져 왔는데 여기서는 우리 낚시인들이 이해하기 쉽게 두드러진 형태적 차이만을 언급하였다.
Carassius carassius는 유럽에서는 common crucian carp로 불리는 유럽의 대표적인 붕어 종이다. 따라서 여기서는 편의상 유럽 붕어로 부르기로 한다. 유럽 붕어는 영국 기원설과 동아시아 기원설이 있는데 영국 기원설이 유력하다. 채색은 금색이며 측선 비늘 수는 31∼36개 사이고 23∼33개의 세파 수를 갖는다. Carassius auratus와 쉽게 구별이 되는 형태적 차이는 등지느러미의 모양이다. 유럽 붕어의 등지느러미는 바깥쪽으로 둥글게 선이 이어지지만 Carassius auratus는 등지느러미 선이 몸쪽으로 약간 휘어지는 형태를 하고 있다.
유럽 붕어는 다시 포식자가 있는 큰 호수에 사는 형태인, 체고가 높은, Carassius carassius vulgaris와 포식자가 없는 작은 연못에 사는 형태인, 체고가 낮은, Carassius carassius gibelio의 두 아종 (subspecies)으로 분류된다.
[그림2 왼쪽. 체고가 높은 Carassius carassius vulgaris와 그림2 오른쪽, 체고가 낮은, Carassius carassius gibelio]
- 아시아 붕어 (wild goldfish/silver crucian carp): Carassius auratus는 동아시아 즉, 한국, 중국, 일본, 대만, 동부 러시아를 포함하는 지역의 대표적인 붕어 종이다. 종명으로 쓰인 라틴어 auratus는 금빛이라는 의미인데 이 때문에 유럽에서는 goldfish 또는 wild goldfish라 불린다. 관상용 빨간 금붕어는 야생 Carassius auratus var red (모양은 우리 토종 붕어와 같지만, 빨간색을 갖는 야생 변종)를 육종, 양식해서 개발한 육성종 들이다. 이들 육성, 양식된 종들과 혼돈을 피하고자 영어로는 wild goldfish라고 부르는 것이 편리하다. 한국, 중국, 일본의 야생에 서식하는 누런 금색 바탕의 붕어들이 바로 Carassius auratus이다. 여기서는 편의상 Carassius auratus를 아시아 붕어로 부르기로 한다. 아시아 붕어는 다시 금색의 중국 기원으로 추정되는 Carassius auratus auratus (wild goldfish)와 은색의 시베리아 기원으로 추정되는 Carassius auratus gibelio (silver crucian carp/Prussian carp), 두 아종으로 세분된다.
[그림3 맨위 Carassius auratus auratus (wild goldfish), 가운데 Carassius auratus gibelio (silver crucian carp), 아래 Carassius auratus var red]
- 일본의 붕어 분류: 일본에 서식하는 붕어 역시 Carassius auratus에 속하는데 일본 어류학자들은 일본에 서식하는 붕어들을 Carassius auratus auratus (kinbuna, 금붕어), Carassius auratus lansdorfii (ginbuna, 은붕어), Carassius auratus buegeri (nagabuna, 장붕어), Carassius auratus grandoculis (nigorobuna, 이오랑 붕어), 그리고 Carassius auratus cuvieri (gengorobuna, 원오랑 붕어)의 다섯 가지 아종으로 세분했다. 킨부나는 우리나라의 금빛 토종 붕어와 같은 종이다. 긴 지느러미를 갖는 은색 비늘의 긴부나는 영어로 silver crucian carp로 불리기도 해서 Prussian carp와 혼동이 되기도 하는데 우리나라에도 이처럼 금빛 비늘이 아닌 은빛 비늘을 갖는 토종 붕어가 목격된다. 나가노현 특산으로 알려진 나가부나는 체고가 낮아 길어 보이는 체형을 갖는다. 니고로부나는 겡고로부나와 유사하다는 의미인데 둥근 형태 때문에 영어로는 round crucian carp로 불린다. 그리고 다섯 번째의 겡고로부나는 비와호와 요도가와 천 수계에 서식하는 종으로 측선 비늘 수, 29∼33, 세파 수가 92∼128개에 이른다. 형태적으로는 체고가 높고 꼬리지느러미가 깊게 갈라져 있는 것이 큰 특징이다. 겡고로부나를 육종해서 가와치부나가 개발되었고 이것이 우리나라를 포함한 중국, 대만 등 인근 국가에 도입되었다. 우리나라에서는 떡붕어란 이름이 붙여졌고 중층 낚시의 주 대상어 역할을 하고 있다. 근래 들어 일본 어류학자들은 겡고로부나 Carassius auratus cuvieri를 Carassius auratus의 아종이 아니라 독립된 종으로, 즉 Carassius cuvieri로 변경하는 노력을 하고 있는데 Carassius auratus와 분자유전학 적으로 크게 다르지 않다는 연구 결과들도 발표됨으로써 학술적으로 논란이 많다.
[그림4 Carassius auratus cuvieri]
- 우리나라 붕어의 정체성: 우리나라에 서식하는 붕어는 학술적으론 모두 Carassius auratus로 불린다. 하지만 오랜 기간 낚시를 해오신 분들이면 다 인지하시다시피 다양한 종류의 붕어가 서식하고 있다. 여러 형태 가운데 가장 흔하게 만나는 붕어는 누런 금색의 비늘을 바탕으로 농 녹색을 띠는 붕어들인데 이 붕어들은 아마도 Carassius auratus auratus, 즉 wild goldfish일 것이다. 또 누런 금색 붕어 못지않게 은색 비늘을 바탕으로 하고 꼬리가 약간 긴 형태의 붕어들도 만날 수 있는데 이 붕어들은 Carassius auratus gibelio 이거나 Carassius auratus lansdorfii일 가능성이 크다. 셋째로 강원도의 산속 소류지 같은 곳에서는 체고가 아주 낮아서 길어 보이는 붕어들을 쉽게 볼 수 있는데 이들은 일본 붕어 중 Carassius auratus buegeri와 닮은 꼴로 여겨진다. 그 외에 경상도 지역에서 심심치 않게 낚시에 올라오는 희나리 붕어는 떡붕어의 원형 격인 일본의 겡고로부나 Carassius auratus cuvieri 와 분류학상으로 매우 근접할 것 같은 느낌을 들게 한다. 조만간 우리나라에 서식하는 다양한 붕어들의 유전학적 정체성이 확립돼서 보다 확실한 분류가 이루어지기를 기원한다.